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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 낙서] 끄적


그는 인간이란 얼마나 어리석은 존재인지 생각한다.
처음 그들을 바라보았을 때를 생각한다.
처음 그들의 성스러운 책을 읽었을 때를 생각한다.
인간은 천사가 신이 존재하는 증거라고 믿는다.
사고의 전환.
충격적인 시선.

꿈틀거리는 인간을 처음으로 내려다봤을 때를 떠올린다.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경이롭고 불완전한 작품들.
연약하지만 끈질기고, 신성으로 빛나는 눈으로도 예측할 수 없는 것들.
 
그는 늘, 인간이야말로 저 위에서 아버지가 그를 굽어보고 있다는 증거라고 믿어왔다.
 
단 한번도 그분을 뵙지 못했고
귓전에서 울리는 그분의 목소리를 듣지도 못했다.
영광은 몇 안되는 선택받은 자, 총애받는 자들의 것이었다.
아버지의 명령을 받드는 이들.
그분의 옆에 당당히 선, 나이 많고 현명한 형제들.
강력한 전사들.
그에게 명령을 내리는 이들.

그는 총애받는 자식은 아니었으되
늘 충실한 자식이었다.

그분이 계신다는 것을 알기에.
그분이 그에게 기대하는 것을 알기에.
그분을 뚜렷히 증거하는 무언가가 살아 지상을 걸어다니고 있기에.
그릇이 아닌 그분의 은총을 입고,
보이지 않는 사랑으로 충만했기에.

그러나 시간과 공간의 틈새를 누비며,
빛 잃은 초라한 날개를 퍼덕거리며,
밝음이 스러져 희미해진 세상 속에서,
아무 것도 발견하지 못한
그는 조용히 절망한다.

아무 것도 느낄 수가 없다.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홀로, 홀로, 홀로.
정적 속에서.

신은 어디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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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릿속에 든 거 아무렇게나 꺼내기

[SuPerNatural 낙서] 성장…………….

LSAT에서 최고 수준의 점수를 기록한 날, 샘은 날아갈 것만 같았다. 그가 원했던 모든 것이 눈 앞에 놓여 있었고 이제 조금만 더 손을 뻗치면 그는 평생 원했던 모든 것을 쥘 수 있었다. 꿈, 삶, 사랑, 모든 것들을. 어렸을 적 잔인한 듯 보였던 세상은 기실 알고 보면 근사한 곳이었다. 무엇이든 가능한 곳이었다.
샘이 잠시나마 장밋빛 안경을 벗은 것은 친구 딩키가 가족들에 관해 물었을 때였다. 그는 예기치 못한 화제에 순간 당황했지만 잠시 뒤 새 술잔을 홀짝이며 형과 아버지를 떠올렸을 때에는 뿌듯함에 젖었다. 그는 이곳에서 다른 윈체스터 남자들이 평생 해내지 못할 것을 – 특히 형이라면 죽었다 깨어난대도 불가능할 것이다 – 일궈냈고 이로써 생전 처음 그들과 동등해질 수 있었다. 샘은 어쩌면 지금이라면 아버지를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이상 철부지 막내둥이 새미가 아니므로. 마침내 식구들에게 관대함을 베풀 수 있는 위치가 되었기에. 

어둠 속의 불법침입자가 형 딘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가장 먼저 샘을 덮친 것은 당혹감이었다. 딘 윈체스터는 그가 한밤중에 집에서 마주칠 것이라고 기대한 마지막 사람이었으니까. 그러나 짧은 충격이 한 차례 휩쓸고 지나가자 그의 감정은 순식간에 날카로운 분노로 변모했다. 딘은 이 곳에 있어서는 안 됐다. 그는 말 그대로 초대받지 못한 불청객이자 그의 영역을 침범한 약탈자였다.
샘은 평생동안 사냥에 미친 아버지와 형 사이에서 자신이 윈체스터 가의 별종이라 느끼며 살아왔다. 그 자리는 그를 위한 것이 아니었고 그에게 어울리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곳은 그의 영역이었다. 아버지와 형이 강요한 것이 아닌, 스스로 선택한 자신만의 자리. 이 집과 팔로 알토는 그가 직접 손으로 일군 영토였고 여기에 단 1초도 속한 적이 없는 딘은 멋대로 헤치고 들어올 권리가 없었다. 전혀 없었다.  

그러나 딘이 이빨을 드러내고 씨익 웃어 보였을 때, 샘을 휘어잡은 분노는 눈 녹듯 사라지고 말았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형이 바보짓을 할 때면 늘 느끼던 짜증스러움 뿐이었다. 그때 샘은 깨달았다. 식구들을 떠나 있던 4년은 결국 부질없는 시간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그는 형의 웃는 얼굴 아래서 순식간에 고등학교를 막 졸업한 과거로 회귀했다.

샘은 발꿈치로 딘의 등을 내리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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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이 시리즈는 우울할 때 써야 제맛인데, 지금 상태가 그때와 조금 다르다보니 영 분위기가 살지를 않는군요. -_-;;;

[SPN 낙서] 5.01 천국주식회사

1. “잭부장님이 비리를 저질렀다니까요!”
“잭부장은 아무 잘못도 없네. 자네야말로 내부기밀을 빼돌린 배신자지. 카대리, 넌 해고야! 신분증 반납하고 나가!”
“헉. 다음주에 과장 승진시험 있는데!!”
 
2. “해고당한 충격으로 입원해 있는 동안 너무 높은 곳에 계셔서 한 번도 뵌적 없는 회장님이 몰래 왔다가셨네. 그깟 회사 때려치우고 당신 직속 행동대장으로 일해달라고 하시더군.”
“….어이, 그거 어차피 회장 회사잖아?”
“그게…주식회사라서 당신 맘대로 하실 수가 없다는구만. 착한 일 한다고 소유권이랑 경영 분리를 너무 철저하게 해뒀다나. 게다가 밖에서 보는 눈들이 많아서 대놓고 아랫사람들 족칠 수도 없다고 하시네.”
“한 마디로 너더러 귀찮은 일 좀 대신 해달라는 소리 아녀? 그러다 더러운 일은 일대로 다하고 나중에는 나 그런 인간 모른다고 배신당하기 십상이다, 너. 윗대가리들은 원래 다 그래.”
“하지만 대신에 나 드디어 만년 대리 뗐는걸.”
“어. 과장 대신 아예 실업자가 되었지.”
“이 XX, 그거 다 네 탓이거든????”

3. “뭐야, 지난번에는 이것도 해주고 저것도 해주고 그것도 해줄수 있었잖아. 왜 이젠 못해준다는 거야?”
“음, 그땐 회사 법인카드라는 게 있었지. 그것도 골드로.”

4. “회장님이랑 연락이 안 돼. 찾아봐야겠어.”
“그거 사실 속은 거 아녀? 회장을 사칭한 거였다거나..”
“죽을래.”
“아, 네. 맘대로 하십쇼. 어….근데 왜 날 그렇게 쳐다보는데?”
“자네 목걸이….”
“응, 이게 왜?”
“그거 갖다 팔면 핸드폰 하나 마련할 수 있나?”
“야!”


카대리 해고 당했어, 흑. 평생 회사일 하나만 보고 열심히 살아왔건만 남자 하나에 잘못 엮여서. ㅠ.ㅠ
 

[SuPerNatural 낙서] 먹귀

샘은 진절머리를 내고 있었다. 평소에 딘의 식욕이 좀 지나치긴 했지만 적어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한동안 전국을 횡단하며 신문을 뒤져도 그럴듯한 사냥거리가 하나도 눈에 띄지 않자 딘은 그 스트레스를 풀기 위함인지 어느날부터 미친듯이 먹어대기 시작했다. 아침점심저녁을 가리지 않고 기름기가 좔좔 흐르다 못해 칼로리가 폭발할 것 같은 푸짐한 음식을 입 속에 쑤셔넣었고, 편의점이 눈에 띌 때마다 곱게 지나치지 못하고 군것질거리를 한아름 사들고 왔으며, 한밤중에 모텔방에서도 그 새를 참지 못하고 자동판매기를 전멸시키다시피 했다. 샘이 한대 얻어맞을 각오를 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혹시 임신이라도 한 게 아니냐고 물었을 때 평소처럼 위트 넘치는 말대꾸를 하기는커녕 마지막 남은 싸구려 초코바 하나를 입 안에 우겨 넣으며 눈썹만 치켜 올리는 딘을 본 샘은 진심으로 형의 지갑을 빼앗고 손발을 묶고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워야 하는 게 아닌가 고민했다.  

이 같은 행각이 2주일 쯤 지속되자 샘은 마침내 맞아죽을 각오로 다이어트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딘에게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의외로 딘은 동생의 말에 순순히 응해주었다. 일도 없이 무위도식하며 빈둥거리다 보니 스스로도 내심 어느 순간 손에 잡힐지 모르는 허릿살이 걱정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샘은 곧 그 결정을 후회해야 했다. 식욕에 삐딱한 장난기까지 결합된 딘은 먹거리를 발견할 때마다 샘의 눈을 빤히 들여다보며 “나 이거 먹어도 돼요, 엄마? 이건요? 이건요?”라고 일일이 물어보며 낄낄거렸고, 하루종일 계속되는 ‘먹어도 돼?’에 지친 샘이 “안돼! 죽어도 안돼! 굶어! 차라리 굶어! 정 배고프면 암염탄을 씹어 먹어!”라고 발작을 할 참이면 갈망과 처량함이 뒤섞인 눈빛으로 – 샘은 딘이 그런 표정을 할 수 있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 진열장에 놓여 있는 파이를 응시하며 손가락을 빨았다.  

그리하여 그날 밤, 하루빨리 흥미로운 일감을 찾아 형의 권태- 와 식탐 – 을 물리쳐야겠다는 일념으로 노트북을 꺼내놓고 인터넷을 조사 중이던 샘은 주린 배를 움켜쥐고 – 그렇게 먹고도 주릴 수 있다면 말이지만 – 침대에 쓰러져 잠든줄만 알았던 딘이 뒤뚱뒤뚱 일어나 등뒤에서 부시럭거리며 먹을 것을 찾기 시작하자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았다.
“아우, 인간아, 제발 좀…”
“새미새미, 나 이거 먹어도 돼?”
딘이 예의상 약간 소심하게, 하지만 웃음기를 잔뜩 띈 목소리로 등 뒤에서 물었다.
“그래, 먹어. 제발 먹어. 뭔진 모르지만 먹어. 나도 이젠 지친다.”
“아, 그럼 나 이것도 먹어도 돼?”
“먹어, 다 먹으라니까. 난 굶을 테니 형 혼자 다 먹어. 꾸역꾸역 돼지같이 다 처먹어. 그리곤 피둥피둥 쪄버려.”
“오! 양보하는 정신! 그럼 나 이것도 먹어도 돼?”
“아, 진짜 인간아, 네가 무슨 다섯 살짜리 어린애냐! 나한테 안 물어봐도 되니까 그냥 다이어트고 뭐고 다 때려치우고 맘대로 하라고!”

빠지직. 이성이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샘은 하루종일 은행부채처럼 차곡차곡 쌓아두었던 짜증을 한꺼번에 터트리며 거칠게 몸을 돌렸다. 도끼눈을 치뜬 샘의 시선이 침대 옆에 의자를 놓고 쪼그리고 앉아 내려다보고 있던 딘의 눈과 마주쳤다. 샘은 두 눈을 느릿하게 깜박거렸다. 침대 위에는 딘이 차마 단정하다고는 말할 수 없는 자세로 널브러져 자고 있었다. 샘은 천천히 시선을 다시 돌렸다. 딘과 똑같은 얼굴과 똑같은 목소리, 똑같은 옷을 입은 ‘그것’이 샘을 바라보며 창피한 짓을 하다 걸렸을 때 딘이 그러는 것과 꼭 닮은 뻔뻔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붉고 도톰한 입술이 휘어지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지퍼를 열듯 귀밑까지 좌악 찢어졌다. 입안 가득 촘촘하게 박혀 있는 육식동물의 이빨이 강철 빛으로 번쩍거렸다. 줄로 갈아놓은 칼날처럼 뾰족하고 날카로운 이빨들 사이로 투명한 침이 줄줄 흘러내려 침대에 누워있는 딘의 셔츠에 얼룩을 남겼다. 흠뻑 젖어 미끌거리는 두툼한 혓바닥이 힐끔 나왔다 사라졌다.

시간과 공간이 일그러졌다. 시계의 초침소리가 멎었다. 위대하도다, 아인슈타인. 상대성이론은 진짜였군요. 자신을 주시하던, 딘과는 전혀 닮지 않은 핏빛 눈동자가 깜박, 하고 움직였을 때 샘은 처음으로 어린 시절 아버지가 세포 하나하나까지 새겨 넣은 혹독한 훈련에 감사하며 본능적으로 상체를 틀어 노트북 옆에 놓인 나이프 손잡이를 더듬었다. 목구멍에서 찢어지는 듯한 비명소리가 터져 나왔다. “디인!!!!!”

책상 위의 물건들이 와르르 쏟아지는 소리와 함께 샘이 휘두른 칼날이 ‘그것’이 앉아있던 자리를 갈랐다. 그러나 이미 그것은 그 자리에 없었다. 딘을 닮은 몸의 윤곽이 희미해지더니 서서히 사라져갔다. 체셔고양이처럼 공중에 둥둥 뜬 머리통이 마지막으로 자취를 감춰갈 무렵 진짜인지 환청인지 모를 가르랑거리는 목소리가 샘의 귓전에 부딪쳤다.

“쳇, 아까워라. 저게 제일 먹고 싶었는데….”

샘은 몸서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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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너 뭐하냐. 달밤에 체조하냐?”
부시시 잠에서 깬 딘이 손등으로 눈가를 문지르며 말했다. 한 손에 칼을 쥔 채 방 가운데 오도카니 서 있던 샘은 얼빠진 표정으로 형을 바라보았다.
“왜 그런 표정으로 쳐다보는겨? 기분 나쁘게. 무슨 귀신이라도 봤냐?”
딘이 툴툴거리며 배를 문질렀다.
“야, 그건 그렇고 뭐 먹을 거 없냐? 배가 허전하네. 아까 식당에서 네가 못먹게 한 샌드위치 지금 먹어도 돼?”
“안돼애!!!!”
샘이 째진 목소리로 빽! 소리질렀다.


– 진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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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티브는 어렸을 적 유행했던 그 이야기. 근데 그거 일본 거예요, 한국 거예요?


덧. 미샤킹과 생수통, 그리고 달걀들.
나 미치. ㅠ.ㅠ 진짜로 저기서 삐약거리는 어린 졸개들이 태어나는 건가?? 미샤 씨가 품는 건가!!! 크핫핫.