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lukesky

“반쪽의 이야기(2020)” –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나오기 전에 줄거리만 듣고 흥미가 생겼던 작품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사랑과 연애를 말하는 십대 청소년물이 아니라
실은 타인이 아니라 온전한 나를 완성하기 위한 반쪽을 찾는 과정이었고
세 청소년 모두가 나름의 자리에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사랑스럽다.


폴은 기차역 상자 안에 앉아 있는 엘리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지만 거기서 끌어내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건 누구보다 제약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애스터라는 게 좋았다. 엘리는 똑 부러지지만 실은 늘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아이이고, 애스터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고 폴은 몸을 움직이는 운동선수라는 점에서 실은 두 사람 다 엘리의 행동력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간 넷플릭스에서 몇 개 봤던 아시아계 미국 십대 주인공들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굉장히 정적인 연출 덕분에 보통 미국식 청춘물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데, 이건 감독이 동양계인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분위기 때문에 계속해서 은은하게 눈물이 나게 만든단 말이야. 절제되어 있지만 굉장히 정서적이고, 그게 내 취향과 잘 맞는다.
감독의 전작이라는 “세이빙 페이스”를 봐야겠어.

아, 세 사람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덧. 엘리 배우인 레아 루이스가 정말 똘망똘망한 얼굴이라 보는 맛이 있었다. 데이지 리들리를 생각나게 하더라고.

폴라리스 랩소디 읽는 중

어쩌다 리디 셀렉트 두달 권이 생겨서

생각보다 책이 몇 권 없는데 이영도 책이 다 있길래
유일하게 안 읽은 폴라리스를 읽기 시작했는데….

아아, 진도가 안 나간다. ㅠ.ㅠ
그러고보니 내가 왜 이걸 유일하게 읽다 말았는지 기억났어.
키랑 오스발이 너무너무 싫었던 거야 ㅠㅠㅠㅠㅠㅠ

그치만 이번에는 꼭! 끝까지! 다! 읽어야 하는데!
라고 의무감으로 덤비니까 더 진도가 안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끙.

“타이거 킹” – 넷플릭스

그닥 취향이 아닐 것 같아서 넘기려고 했는데 하도 시끌시끌해서.

음….뭔가 못볼 걸 본 기분이다.
등장인물 모두가 미쳐있고,
처음에는 그래도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범위 내에서 펼쳐지다가
뒤로 가면 갈수록 반전을 거듭하며 점점 더 광기어린 이야기로 치닫는데

거대한 맹수들을 키우는 이들이 비대한 자아를 뽐내기 위해서라는 건 당연해 보이지만
이게 일종의 컬트 조직과, 가스라이팅과, 서로 먹고 먹히는 단계에 이르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황당해지는 것이다.

몰랐는데 미국에서 꽤 유명한 사건이었던 모양이다.
한동안 미국 프로그램에 육식 동물 새끼들을 데리고 나오는 사람들이 출연하는 걸 보고
저건 대체 뭐야? 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이유가 있었구나 싶고.

실제로 시베리아 호랑이는 보호종에 멸종 단계인데도 미국에서 저런 족속들이 근친교배를 해 가며 번식시켜 겨우 몇 백만원에 팔아먹고 있다는 사실도 기가 막힌다. 저때까지  아직 법적 규제가 없었다는 것도.

개인적으로 조 이그조틱은 끔찍한 인간이지만 지나치게 감정적인 탓에 저 지경에 이르렀다고 생각하는데, 그래서인지 중간중간 등장하는 바가반 닥 앤틀이라는 자가 제일 무서웠다. 등장인물 가운데 제프 로와 그의 오른팔과 더불어 진짜 사이코패스라고 생각되는 인물. 저런 인간은 또 교묘해서 법에 잡히지도 않겠지.

“피프티 피플”

지방의 – 아마도 경기도일 듯한 – 한 병원을 중심으로, 서로 엮이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내 기억에 여러 사람들에 대한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장편소설’이라는 표지글에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었다. 음, 다 읽은 지금도 과연 이걸 장편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싶긴 하다.

하지만 일단 술술 넘어가도록 재미있고, 나중에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가 사람들을 참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는 생각도 든다. 애환과 비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절망적이지는 않다.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생각할 즈음에 마지막 사건이 일어났고, 좌석을 되짚으며 저게 누구였더라 다시 앞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봤으며, 도마뱀 동화가 허구라는 작가의 말에 내심 실망했다. 쳇, 양복입은 도마뱀 아저씨 되게 궁금했는데.

내가 읽은 정세랑 작가의 첫 작품이다. 두번째를 찾아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