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쓴이 보관물: lukesky

“가만한 당신”

한국일보에 연재 중인 칼럼 모음집.
현대 사회에 뜻깊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부고를 모았다.

서른 다섯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아는 인물도 있고 모르는 인물도 있고, 내가 사망소식을 기억하는 인물들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좁고 한정되어 있으며 동시대 소식에 무지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나 자신의 삶이 의미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 실제로 뭔가를 이룩하는데 크게 관심도 없고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그들이 더 낫게 만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인류에 대한 환멸보다 그래도 애정이 우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약간 뜻밖이었던 것은 존엄사와 조력자살과 관련된 인물이 다른 분야에 비해 눈에 띄게 자주 언급된다는 것.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었기에 현 시대에 부고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었을 수도 있고,
“부고”를 쓰는 필자이기에 죽음에 대한 태도에 더욱 관심이 많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야라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어.

“함께 가만한 당신”도 같이 샀는데, 번외편도 있네.

“우리 사이 어쩌면” (2019)

넷플릭스 작.


나는 거친 말이나 자기 비하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몇 번 시도해봤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엘리 웡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다만 랜달 박과 아시아계 배우들끼리 로맨스 코미디를 찍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예고편이 나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정통적인 로맨스물이 나왔다.

누구나 주연배우들의 외모를 보면 이게 평범한 로맨스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코미디 부분도, 로맨스 부분도 굉장히 정석적으로 풀어냈어.
키아누 리브스 출연 부분은 약간 과한 장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배우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다른 무엇보다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

아, 그리고 마커스의 음악은 생각보다 좋았고
특히 엔딩 크레딧은 정말 길이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낄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보다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덧. 그렇지만 랜달 씨, 아무리 그래도 김치찌개 먹을 때에는 밥이 필요하다는 걸 지적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ㅠ.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계속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용기가 나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노벨문학상”이라고 들었기에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띄고 있다. 실존 인물들에게서 듣는 일화들의 연속으로,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짤막짤막한 기록과 입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하고 감정적인 소모가 엄청나다.

90년대에 처음 발표된 글이기에 책 첫 머리에 당시 검열로 인해 잘려 나간 이야기들이 먼저 수록되어 있는데 이미 그 몇 십 페이지 되지 않는 부분에서 넉다운. 밖에서 읽다가 눈물 줄줄 흘리는 게 좀 쪽팔려서 공개된 장소에서 읽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과 동부권에서 가장 처절한 전쟁을 치렀다고 알고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내가 접하는 거의 모든 자료들이 서유럽, 영문 자료 중심이라
아마 이 책이 내가 접한 중에서 전쟁 중 러시아를 가장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도 말하고 있듯이, 전쟁의 잔혹함과 그 트라우마에 대해 이미 많은 병사들의 호소를 접한 바 있지만 [비록 이 경우에는 러시아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유럽보다 훨씬 경직되어 있긴 하지만] 여성들, 그것도 당시 애국심에 충만해 있던 십대 여성들의 눈으로 본 전쟁은 확실히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중심 소재에 초점을 맞추느라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당시, 그리고 그후 러시아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는 궁금증도 자극하고.

가감없는 현실이다보니 어떤 픽션보다 더 힘들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