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넷플릭스

“레디 오어 낫” (2024)

보드게임 계의 거물인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게 된 그레이스가
첫날 밤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숨바꼭질에 참가하게 되면서 밝혀지는 이들의 숨겨진 비밀.,….

인데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 설정은 매우 클래식한 공포영화인데  중간중간 엥???? 스러워서 보니 역시 태그에 “코미디”가 붙어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가끔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데 요즘 장르를 섞는 게 유행인가? 하긴…봉준호가 그 점에서 헐리우드 영화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그레이스의 고전분투와 다니엘의 이중성, 알렉스의 변화는 꽤 준수하고 납득할 수 있게 그려진다. (그래도 용서할 수는 없지만). 다만 집사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의아한데, 이런 일이 자주 있다면 그저 사이코패스가 천직을 찾았군, 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매우 드문 행사에 이렇게 열렬히 참여하다니 좀 이어붙인 느낌이 든다.
다니엘의 두번째 부인 이름이 채리티라는 게 흥미롭더군. 그레이스와 채리티라니.

시간죽이기로는 나쁘지 않았다.
여주인공 사마라 위빙이 무척 미인이고, 앤디 맥도웰과 애덤 브로디가 출연한다.
시아버지도 많이 본 배우인데.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버렸다” (2025)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백악관 국빈 만찬 중 백악관 관리자가 시신으로 발견된 후 추리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후던잇” 형식의 미니시리즈.
코믹스러운 연출이 “나이브스 아웃”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극중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한 화의 제목으로도 사용된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유명한 추리소설 또는 영화에서 따온 것들이라 나이브스 아웃 때처럼 고전팬들을 함께 노린 것도 확실하고.)

찾아보니 놀랍게도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백악관의 사생활”이라는 인터뷰 모음집이라고 한다.
덕분에 많은 것이 설명되었다.
초반 에피소드에는 깔깔거리며 신나게 보는데, 뒤쪽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 추리극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회차를 늘릴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했더니만 원래 이야기의 주인공이 ‘탐정’이 아니라 ‘사건 현장 그 자체’였던 셈.  다만 원작을 안 읽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일화들의 어떤 부분이 과장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일지 너무 궁금해 죽겠다. 그런데 절판이네.
사실 정보 없이 처음 봤을 때는 “클루” 백악관 버전인가? 라고 생각했다.
“누가/ 어디서/ 무엇으로”를 밝혀내야 하는데 딱 클루잖아…..

그렇지만 추리극의 형식을 빌기로 했다면 이렇게까지 질질 끌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여하튼 그 점을 제외하면 정말 유쾌하게 봤다. 청문회 형식도 좋았고.
특히 탐정인 코델리아 컵의 뚱한 무표정이 매력적인데, 옆에서 무시당하면서도 할말 다하는 랜들 박과의 조합도 훌륭하다. 코델리아 컵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어. 이렇게 매력적인 탐정을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긴 너무 아깝다고. 숀다랜드가 제작사인 걸 보면 시리즈로 만들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CSI 길 반장도 취미가 탐조 아니었나.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서 끈질기게 주변을 살펴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머리쓰는 수사관의 성향을 설명하기에 좋은 취미활동이긴 하다.

악마와의 토크쇼 (2024)

제목만 보고 “악마같은 인간”과의 토크쇼일 줄 알았지
설마 진짜 악마일줄은….

호러영화라는 사실조차 몰랐다.

하지만 토크쇼 형식을 빌린 전개는 매우 흥미진진하고,
중간중간 쉬는 시간에 보여주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와 다양한 인간관계가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현실에서는 당연히 진실을 밝혀내는 랜디 쪽에 서 있을 내가
영화를 보는 동안에는 ‘빨리 증거 나타나서 저 자식 호되게 당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어서
그 차이가 무척 즐거웠다.
창작물을 대하는 인간의 심리란.

그동안 워낙 자극적인 것들을 많이 봐서 그런지,
‘오컬트’ 적인 요소는 오히려 약하다.
솔직히 세속에 너무 찌들어서
마지막 장면이 될 때까지 주인공이 아내와 진정으로 사랑하는 사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어.
아내가 실은 악마의 속삭임을 속살거렸거나
아니면 주인공이 의도적으로 아내를 희생시켰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너무 찌들었다, 역시.

“월스트리트에 한 방을: 게임스톱 사가”

어렸을 적 아버지에게 왜 그렇게 다큐를 좋아하시냐고 물은 적이 있는데
나이 들고 나니 내가 딱 그짝이다.
시간 여유가 좀 들었을 때 밀린 드라마를 볼 생각이었는데 이상하게도 요즘엔 창작물보다는 다큐멘터리에 먼저 눈길이 가게 된단 말이지.

이 사건이 일어났을 때 트위터에서 실시간으로 처음부터 끝까지 진행 추이를 목격했기에 넷플 추천 목록에 있길래 잽싸게 클릭했다. 처음엔 소위 네티즌들의 ‘어그로’로 보였고 나중에는 일종의 운동으로 번지는 걸 보면서도 기분이 묘했는데 (일단 큰손 투자가들이 끼어들면서 그마저 성격이 완전히 달라졌으니)
실은 그 전부터 내가 모르는 움직임이 있었음을 처음 알았다.
그래, 아무리 눈덩이처럼 굴러가기 시작한 사태라도 발단이 있었고, 일렁이는 불씨가 없었다면 말이 안 되지.
나도 꼬였는지 다큐에서 “모범적인” 말을 하는 헤지펀드 운용자들이 얼마나 얄미워 보였는지 모른다. 개미 투자가들을 염려해서 하는 말이 아닌, ‘업계를 어지럽힌 데 대한’ 훈계라니.

이 사태로 인하여 로빈후드의 뒷배와 ‘시스템’이 온천하에 까발려진 걸 가장 큰 수확으로 삼아야하지 않을까 싶다. 시스템은 늘 놀라울 정도로 거대하고 교묘하게 숨어 있지.

그치만…..저기, 노래하시는 분들 음. 세상은 참 넓고 다양한 부류의 사람들이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