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그 보관물: 넷플릭스

“굿 뉴스” (2024)

넷플렉스에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평이 좋길래 감상.

솔직히 영화 전체가 이 정도의 블랙 코미디인 줄은 몰랐다.
사건을, 나아가 상황 전체를 조롱하는데,
중간중간 한국인으로서는 섬뜩한 부분들이 있어서
키득대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실실대다가도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 것이다.
실은 영화 속 이 모든 것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자 앞에 선 아무개처럼.

그래서 과연 일본 관객들은 같은 장면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영리한 영화인데
템포가 묘하게 필름을 1.1배로 빨리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숨이 막힌다.
어찌보면 요즘 유행하는 숏폼 영상을 붙여놓은 영상 같기도 하고.

일본 배우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과소평가 받고 있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
특히 여성 테러리스트 배우가 좋았어.

“댐즐” (2024)

가난한 나라의 공주님이 머나먼 부자나라 왕자님의 청혼을 받고 가족과 함께 혼인식을 치르러갔으나 실은 용의 제물이 되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오, 재미있었다.
고전적인 동화 비틀기일뿐만 아니라
화면이 화려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혼례복 입는 장면이 너무너무 내 취향이라 즐거웠는데 나중에 단순히 눈의 즐거움을 위한 게 아니라 스토리적으로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

아버지의 등장이 내게는 꽤나 반전이었는데, 비록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뒤늦게 뉘우치긴 해도 사실을 알면서 딸을 팔아 넘겼다는 점에서 동화의 탈을 쓴 이 스토리 안에서는 그런 결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납득했다. 새엄마의 캐릭터도 좋았어. 특히 ‘밧줄 장인의 딸’이라는 세세한 설정이 붙어 있는 부분으로 두 집안의 차이를 뚜렷하게 확인시켜주었고.

내 기억속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어린아이였는데, 이젠 정말 다 컸구나.
하기야, 난 스칼렛 요한슨도 축구 영화로 처음 접했기에 그가 섹스심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밀리 바비 제발 스타워즈 성인 레이아 공주 역할로 영화 하나만 찍어주면 안 될까. ㅠㅠㅠㅠㅠㅠ

“레디 오어 낫” (2024)

보드게임 계의 거물인 재벌집 아들과 결혼하게 된 그레이스가
첫날 밤 가족의 일원이 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한다는 가문의 전통에 따라
숨바꼭질에 참가하게 되면서 밝혀지는 이들의 숨겨진 비밀.,….

인데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
기본 설정은 매우 클래식한 공포영화인데  중간중간 엥???? 스러워서 보니 역시 태그에 “코미디”가 붙어 있었다. 아니, 이 사람들이 진짜 가끔 실소를 터트리게 하는데 요즘 장르를 섞는 게 유행인가? 하긴…봉준호가 그 점에서 헐리우드 영화계에 매우 큰 영향을 끼치긴 했지만서도.

그래도 그레이스의 고전분투와 다니엘의 이중성, 알렉스의 변화는 꽤 준수하고 납득할 수 있게 그려진다. (그래도 용서할 수는 없지만). 다만 집사의 충성심에 대해서는 의아한데, 이런 일이 자주 있다면 그저 사이코패스가 천직을 찾았군, 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한 세대에 한 번 있는 매우 드문 행사에 이렇게 열렬히 참여하다니 좀 이어붙인 느낌이 든다.
다니엘의 두번째 부인 이름이 채리티라는 게 흥미롭더군. 그레이스와 채리티라니.

시간죽이기로는 나쁘지 않았다.
여주인공 사마라 위빙이 무척 미인이고, 앤디 맥도웰과 애덤 브로디가 출연한다.
시아버지도 많이 본 배우인데.

“그렇게 사건 현장이 되어버렸다” (2025)

넷플릭스 오리지널 8부작.

백악관 국빈 만찬 중 백악관 관리자가 시신으로 발견된 후 추리 과정을 그린 전형적인 “후던잇” 형식의 미니시리즈.
코믹스러운 연출이 “나이브스 아웃”을 연상시킨다. 실제로 극중에서 언급되기도 하고, 한 화의 제목으로도 사용된다. (각 에피소드의 제목이 유명한 추리소설 또는 영화에서 따온 것들이라 나이브스 아웃 때처럼 고전팬들을 함께 노린 것도 확실하고.)

찾아보니 놀랍게도 원작이 소설이 아니라 “백악관의 사생활”이라는 인터뷰 모음집이라고 한다.
덕분에 많은 것이 설명되었다.
초반 에피소드에는 깔깔거리며 신나게 보는데, 뒤쪽으로 가면서 이야기가 너무 늘어져 추리극인데 굳이 이렇게까지 회차를 늘릴 필요가 있나? 라고 생각했더니만 원래 이야기의 주인공이 ‘탐정’이 아니라 ‘사건 현장 그 자체’였던 셈.  다만 원작을 안 읽은 상태에서 이런저런 일화들의 어떤 부분이 과장이고
어떤 부분이 사실일지 너무 궁금해 죽겠다. 그런데 절판이네.
사실 정보 없이 처음 봤을 때는 “클루” 백악관 버전인가? 라고 생각했다.
“누가/ 어디서/ 무엇으로”를 밝혀내야 하는데 딱 클루잖아…..

그렇지만 추리극의 형식을 빌기로 했다면 이렇게까지 질질 끌지는 말았어야 했는데. 여하튼 그 점을 제외하면 정말 유쾌하게 봤다. 청문회 형식도 좋았고.
특히 탐정인 코델리아 컵의 뚱한 무표정이 매력적인데, 옆에서 무시당하면서도 할말 다하는 랜들 박과의 조합도 훌륭하다. 코델리아 컵 시리즈가 계속 나오면 좋겠어. 이렇게 매력적인 탐정을 일회성으로 쓰고 버리긴 너무 아깝다고. 숀다랜드가 제작사인 걸 보면 시리즈로 만들 가능성도 있지 않을까.

그러고보니 CSI 길 반장도 취미가 탐조 아니었나. 한자리에 진득하게 앉아서 끈질기게 주변을 살펴 단서를 찾아야 한다는 점에서 머리쓰는 수사관의 성향을 설명하기에 좋은 취미활동이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