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단상

이글루스 서비스 종료

 

원래 개인 홈페이지를 사용하다가, 블로그로 형식을 바꿨다가
사람들과 가장 활발하게 교류하던 시절이 얼음집 시절이었던 듯 하다.
(일단 난 스타워즈 팬질을 너무 외롭게 해서, 얼음집만큼 동료 팬들을 접한 적이 없었거든. 행복한 시절이었어.)
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그때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들과 몇 몇은 놀랍게도 지금까지 교류 중이기도 하고.

SK로 넘어가면서 그리고 분위기가 점점 이상하게 흐르면서 결국
개인 블로그를 만들어 여기까지 왔는데
아무래도 제 무대가 아니다 보니 네이버로 옮긴 분들 블로그에는 잘 안 가게 되고
네트워크가 안되다 보니 트위터를 사용하게 되고 나서부터는 내 블로그에도 글을 잘 올리지 않게 되고

그런데 얼음집이 서비스 종료가 된다니 정말 기분이 묘하네.
여기 이사할 때 자료를 다 가지고 왔지만 당시에는 댓글까지 가져올 수 없어서 날려먹었건만
지금은 사람들이 댓글까지 옮겨올 수 있는 툴을 만들었다고 한다.

요즘은 트위터 분위기도 뒤숭숭하고
워낙 바깥에서 사회생활을 하지 않다 보니 (게다가 코로나의 영향도 컸고)
사실 온라인이 내게 너무 중요한 교류의 장이 되었다.
심지어 실제로 대화를 하는 사람들은 몇 되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인연이란 길면서도 얄팍한 거라. 지나온 세월과 스쳐간 사람들을 떠올리게 되네.

2020년이 이렇게 가네요.

정신을 차려보니 오늘이 정말 2020년 막날이군요.

작년 이맘 때만 해도 콩쥐 때문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고,
그 이후에 코로나가 닥칠 거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벌써 1년이 지나 여기 도달하고 말았네요.

실은 아직도 세상이 어리둥절하고
요즘에는 먹고사니즘에 차여 한참 때에 비하면 정말 무색할 정도로 글도 올리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혹시나 가끔 들러주시는 분들께,

이제껏 거쳐온 생애에서 가장 갑작스러운 특이점을
가장 폭넓은 이들과 함께 공유한 느낌입니다만
이조차도 곧 지나갈 것이며
그 이후에도 못지 않은 변화가 다시 기다리고 있겠지요.

변함없이 내년에 뵙겠습니다.

콩쥐는

이틀 간 수치가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반등했습니다.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번과 크레아틴은 다시 처음에 병원 갔을 때의 수치로,
인 수치도 다시 그 수준으로 올랐어요.
밥은 여전히 먹지 않고,
이제 체중이 붇기 시작했으며 – 신부전증의 증상으로 몸이 물을 걸러내지 못해 붓는 증상
폐에도 물이 차서 평소보다 가슴을 들썩이며 가쁘게 숨을 쉽니다.

일단은 폐수종에 대해 도저히 천자는 못하겠고
내과적인 치료를 선택해 이뇨제를 먹이기로 했는데,
이게 신장에 무리를 주므로, 신장질환 치료와 상반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장을 유지시키기 위해 수액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데, 몸에 전해질 불균형이 와서 세포 사이에 교환이 안되다 보니 폐에 물이 차는 거라, 계속 물이 찰지도 모른다고 설명하더군요.

실질적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나 상관없습니다.
동물을 키우면서 그 끝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닌데
정말 선언을 받으니 발밑이 쑤욱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더군요.

어쨌든 그래도 선택을 했어요.
어쨌든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노력하되 최우선 목표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편으로.
수액도 계속 맞고, 신장약도 계속 맞고, 이뇨제도 먹고, 하루 서너번 이상 강제로 물과 음식을 먹이고,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는 걸로.

폐수종이 먼저든 신장이 먼저든, 언젠가는 괴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미오한테도 좀 미안하네요.
콩쥐한테만 너무 신경쓰고 있어선지 애가 좀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쓰담쓰담해주긴 하는데.

한동안은 간병 기록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메모가 필요하다 보니.

이게 겨우 열흘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