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보고

“겟아웃” (“2017)

기본적인 초반 줄거리에 대한 이야기는 들은 적이 있지만
막연히 갖고 있던 이미지에 비해 훨씬 진지할 뿐만 아니라
긴장감의 고조라는 면에서
현실과 맞물려 그 효과가 정말 굉장하다.

왜 그렇게 화제가 되었는지 알겠어.

일상성에 스며있는 그 거북함과 공포심이
적나라하게 다가와서, 우와.
전에 중요한 키워드 몇 개에 대해 들은 적이 있는데
영화 내내 덫에 걸려 있는 듯한 긴장감이 유지되다보니
그런 판타지성이 거부감이 들거나 방해가 된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것도 대단해.
살아가는 내내 항상 살얼음을 걷는 느낌을 이렇게 표현하다니.

솔직히 기대 이상이었고,
이번에 나오는 같은 감독의 ‘어스’를 꼭 봐야겠다.

“더 와이프”(2018)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조셉과 항상 그 뒤에서 훌륭하게 내조를 해 온 아내 조안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카피를 읽었다면 누구나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을 진실.

노벨상 수상을 알려온 한 통의 전화와 금슬좋은 노부부의 모습으로 시작해
조금씩 밝혀지는 그들의 본모습과 진심의 흐름이 좋다.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꺼림칙한 느낌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찌질하고 치졸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를 그리는 방식과
무엇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듯 보이는 조안이 도덕성이라는 기준에서 결백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그리고 그 얼굴을 늘 어딘가 차가워보이는 인상을 가진 글렌 클로즈가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 오랜만에 뿌듯할 정도로 좋았다.

조안이라는 인물의 훌륭한 점은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박해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어라고 되뇌이며, 그것을 고귀한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인물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격렬한 부분에서는 급격히 가까워졌다가 또 다시 멀어지곤 하는데 이들이 오랜시간 동안 함께 해온만큼 많은 모순들이 또 너무나도 인간적이라 안타깝고도 불쑥불쑥 화가 난다. 단순히 상황 그 자체보다 그동안의 세월과 경험과 감정과 감내가 층층이 쌓여 있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어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명성을 빼앗기고 뒤쪽에 숨을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이라는 소재는 이전에도 몇 번 다뤄졌지만 아직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고, 조금밖에 오지 않아 갈길도 멀었으며, 조안은 지금도 누군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페이버릿” 보다 더 복잡하고 기대 이상의 영화였고, 더 추천하고 싶다.

덧. 감독이 스웨덴인이구나. 묘하게 건조한 건 그런 이유일까.
덧2. 원작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더 페이버릿: 여왕의 여자” (2018)

스튜어트 왕가 최후의 왕인 앤 여왕과
영국 역사상 유이하게 여성으로서 왕궁 살림을 맡은
말버러 공작 부인, 애비게일 마샴의 이야기.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가긴 했는데도 재미있었다.
학창시절 찾아 보던 영국 왕조에 관한 영화들을 연상시키는 면도 있었는데
화면은 한층 업그레이드되었고
무엇보다 여왕을 중심으로 권력을 노리는 두 여자가 얽혀
레즈비언 + 왕궁 정치물이 되다보니
남성 왕을 중심으로 한 삼각관계보다 훨씬 스릴감이 뛰어나다.
소재 면에서 참신하기도 하고 – 왕들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그렇게 많을진대 여왕의 동성애가 안될 건 뭐람
내가 잘 모르는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더욱.

앤 여왕의 히스테릭함은 항상 언제 사고를 칠까 두근거리고
말버러 공작 부인이 성격은 물론 권력을 탐하는 머리끝에서 발끝까지
모든 게 매력적이라 나도 같이 흥분할 지경이었다.
(레이첼 언니 절 가져요! 승마복!! 아아악 언니 승마복!!!!!)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장면은
무도회 중간에 앤이 화를 내며 나와 복도에서 사라의 뺨을 때리는 장면.
그때 사라의 반응이 두 사람의 관계를 잘 보여줘서 좋았어.

하지만 아직도 마지막에 왜 그렇게 토끼를 크게 부각시켰는지 잘 모르겠군.
개인적으로는 애비게일 역시 그 수많은 토끼들과 같은 존재라는 의미라고 해석하고 있긴 하지만
그 연출은 너무….음 좀 기괴하잖아.

덧. 남자들, 특히 토리 당원들의 화장과 가발은 정말 ㅋㅋㅋㅋ 젠장.
난 영화가 시작하고 몇 장면이 지나간 뒤에야 분칠한 얼굴 속에서 니콜라스 홀트를 구분할 수 있었어. 아, 홀트도 이 영화에서 연기가 좋더라.

덧2. 영화 전체에 흩어져 있는 블랙 유머가 참으로 취향이었다.
같은 감독의 전작인 “더 랍스터”는 기대하고 봤는데도 별로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