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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명의 번역가” (2019)

오래 전 제목과 플롯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영화였는데
왓챠에서 발견.

처음 번역가들을 한곳에 가둬놓고 일을 시킨다는 플롯을 들었을 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류 미스터리는 내 취향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설정이 너무 억지 아냐?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놀랍게도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고 한다. “다빈치 코드” 때 출판사에서 정말로 시도한 일이라고.

……극중 인물의 대사를 빌자면 진심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추리극일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출판산업, 창작욕, 번역의 처우 문제, 자본주의와 탐욕. 인간실험
형식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되면서 내용상의 반전에 놀라기도 하지만
도대체 이게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다만 만든 이들이 나와 많은 걸 같이 읽고 보고 자랐다는 건 알겠다.
요즘 확실히 이런 것에서 세월의 흐름과 나이를 느끼게 돼.)

나름 비죽거리면서도 재미있게 봤다.
왓챠에서는 가끔 이렇게 찍어놓고 놓친 영화들이 많아 좋은데
제발 인터페이스 좀 수정했으면 좋겠다.
검색도 힘들어, 내가 찍어놓은 영화 찾기도 힘들어… 들어갈 때마다 헤매네.

“애콜라이트” 완료

내가 스타워즈 라이브액션을 이렇게 실시간으로 따라간 게 처음인 것 같은데 ㅋㅋㅋ 심지어 안도르도 시작하면 몰아봤지만 일단 플레이 버튼을 누를 때까지 마음의 각오가 필요했으므로 시간이 걸렸고 다른 작품들은 음…. 뒷 이야기가 궁금하지 않았지.

여하튼 차분히 몰아보면 단점이 점점 더 눈에 많이 들어오긴 하겠지만 일단 라스트 제다이처럼 여기저기서 쓸데없는 지점에서 딴지를 걸다 보니 필요 이상으로 방어적이 되긴 한다.

일단 적어도 스토리 상 지금껏 본 라이브 액션 중에서는 안도르 다음이고, 다음 시리즈가 나와주면 고맙겠는데 솔이란 캐릭터를 너무 신경써서 그려놓는 바람에 그가 퇴장한 시점에서 과연 카이미르와 오샤를 중심으로 더 흥미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는 의심스럽다. 시리즈 내내 주인공인 오샤와 메이에 비춰지는 조명이 너무 흐리기도 했고. 솔직히 뒷이야기를 해야 한다면 다크사이트보다 제다이 기사단 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봐. 다만 그렇게 된다면 “애콜라이트” 2시즌이 아니게 되겠지.

이 드라마의 장점은 다른 스타워즈 시리즈와 접점이 매우 적다는 점이고 그래서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다 보니 결과도 좋은 쪽으로 나타났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MUC처럼 하나를 봐야 다른 하나를 이해할 수 있는 식으로 얽혀 있는 이야기를 대단히 싫어한다.) 대신 일회성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매럭적인 캐릭터를 포진시켜놓긴 했는데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풀지도 못했고 의문거리만 잔뜩 안겨준 부분은 마이너스. 초반에 방영 시간이 짧게 잡은 것을 여전히 이해할 수가 없다. 전부 40분 이상으로만 만들었어도 많은 빈칸을 채울 수 있었을 테고 완성도도 늘어났을 텐데.

여튼 매니 하신토라는 배우의 발견이었고,
버네스트라라는 캐릭터의 발견이었고,
오랜만에 눈 돌아가는 광검 액션의 향연이었고,
(광검은 물론이요 아무리 봐도 무협영화인 포스 장면에서도 방방 뛰느라 혼났다.)

솔 너무 흥미진진하고 보는 이가 좋은 쪽으로든 나쁜 쪽으로든 열렬한 감정을 가질 수 밖에 없는 캐릭터로 만들어놓아서 (배우가 한국인이라는 점도 영향이 있을 거 같지만)
이정도 양가감정 드는 캐릭터는 처음이네.
난 심지어 아나킨도 별로 연민하지 않는 인간인데.
하긴 내가 뼛속까지 제다이와 반군 편인지라 솔에게는 무른 것일지도.

인다라 솔 지지합니다. 젠장 내놔요.
7화 내내 좋아서 눈을 못 뗌. 이 둘이 이렇게 케미스트리가 좋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겠어.

덧. 아니 왜 며칠 전까지 되던 gif랑 webp 첨부가 안되는 거지….?

“닥터 슬립” (2019)

개봉 당시 보고 싶었지만 놓쳤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라니 믿기지가 않는다.

사실 스티븐 킹의 공포 소설은 그다지 내 취향이 아니고
(“사계절” 같은 중단편은 좋아하는 편이지만)
“샤이닝”도 어렸을 적 영화만 봤지 원작을 읽진 않았다.
그래서 원작과 영화의 내용이 다르다든가, 원작자가 영화를 실어했다든가 등의 정보는 머릿속에 있지만 정확한 비교는 불가. 또한 “닥터 슬립” 원작도 읽지 않았다.

그렇지만 영화를 보면서 놀랐던 건 줄거리 자체는 (아마도) 원작을 따라가고 있는데도
그 안에 영화 버전의 설정을 자연스럽게 잘 녹여냈다는 점이다.
스티븐 킹도 여기엔 만족했을 듯.

그리고 확실히 아이들의 능력인 ‘샤인’이 부각되다 보니
공포 또는 오컬트 영화라기보다는
초능력자 무리의 대결같은 느낌이 더 강했는데
그런 의미에서 트루낫의 표현도 어색하지 않았다.

넷플릭스로 봤는데도 전혀 지루하다는 느낌이 안들었네.
재미있었어. >.<

 

“플래시” (2023)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다른 일에 들어가는 고로
오늘이 시간이 남는 마지막날 기념으로 OTT를 둘러보다가 발견.

….배우가 사고를 너무 거하게 쳐서 개봉 당시에는 손을 못댔는데
확실히 영화는 꽤 준수하게 나왔다.
사실 이보다 더 비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 같은데
DC가 우울한 건 최대한 배제하자고 작정을 한 모양인지
(이 자식들 왜 자기들 장점을 못 써먹는겨…너네는 그 비극이 무기인데…ㅠ.ㅠ
배리의 그 ‘손댈 수 있는 능력을 가졌으나 손 댈 수 없는’ 딜레마를 더 가슴아프게 그릴 순 없었니.)
조금 어정쩡해졌다.
아무래도 내가 드라마 플래시를 먼저 봐서 그 영향도 좀 있는 것 같고.

그럼에도 정말 온갖 카메오들과 멀티버스 설정들은
감격스러울 정도로 환상적이고. ㅠ.ㅠ
엉엉 마이클 키튼 최고야 어흑. 그 익숙한 턱선이라니 너무 좋아. ㅠ.ㅠ
카라도  좋았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가 MCU를 손 놓은지라 그쪽의 멀티버스는 어떻게 그려졌는지 몰라 비교가 불가하지만
그래도 난 DC 쪽에 더 애정이 깊은 것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