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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뉴스” (2024)

넷플렉스에 공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평이 좋길래 감상.

솔직히 영화 전체가 이 정도의 블랙 코미디인 줄은 몰랐다.
사건을, 나아가 상황 전체를 조롱하는데,
중간중간 한국인으로서는 섬뜩한 부분들이 있어서
키득대다가 예기치 못한 순간 피가 싸늘하게 식는 경험을 하게 된다.
그럴 때는 실실대다가도 저도 모르게 얼굴이 굳는 것이다.
실은 영화 속 이 모든 것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을 실감하면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자 앞에 선 아무개처럼.

그래서 과연 일본 관객들은 같은 장면에서 어떤 느낌을 받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영리한 영화인데
템포가 묘하게 필름을 1.1배로 빨리 돌리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서 좀 숨이 막힌다.
어찌보면 요즘 유행하는 숏폼 영상을 붙여놓은 영상 같기도 하고.

일본 배우들 이렇게 연기를 잘하는데 과소평가 받고 있다니
정말 슬픈 일이다.
특히 여성 테러리스트 배우가 좋았어.

“케이팝 데몬 헌터스” (2025)

처음 제작 소식을 들었을 때는 불안했고
트레일러가 나왔을 때는 기대치가 좀 올라갔는데

이런, 기대 이상으로 재미있고 유쾌했다. 진심 즐거웠어.

게다가 어떤 식으로 케이팝을 접목시킬 거지? 했더니,
뮤직비디오 형식의 뮤지컬 영화를 만들었어!

케이팝의 가장 무서운 점이 ‘어디선가 본 듯한 것들의 짜깁기’인데 그마저도 그대로 연상시켜서 훌륭하다. 솔직히 디자인도 그렇지만 무엇보다 노래들이 하나같이 잘 뽑혀서 뮤지컬 영화로서의 정체성을 매우 잘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 표. 난 요즘 나오는 아이돌 노래들을 안 좋아하거든. 장르를 조각조각 해체해서 뜬금없이 여기저기 붙여놓은 느낌이라서. 적어도 이 영화에 삽입된 노래들은 전통적인 팝의 전통을 어느 정도 잇고 있고 처음부터 끝까지 일관성이 있는데다 이야기의 진행과도 찰떡같이 연결된다.

한국적인 감성을 과하지 않게 접목시켰다. “소다팝”에서는 공감성수치를 느끼긴 했지만 (캬캬캬캬캬캬캬) 나머지 부분은 이제까지 다른 나라에서 다룬 한국 묘사에 있어 가장 어색하지 않고 훌륭한 것 같아. 역시 보여주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부끄러워하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한 듯.

일단 영어판으로 봤는데 진우 성우가 한국 배우라고 해서 놀랐다. 배우인데 더빙을 잘하잖아!!! 감동이로세. 그리고 영어판이 오리지널이기 때문인지 더빙도 좋았어. 크레딧을 보니 정말 한국계 총출동에 호화판이던데.  영화가 꽤 마음에 들어서 시간이 나면 한국판도 볼 생각이다.

무엇보다 까치와 호랭이 최고야. 솔직히 이 둘의 영상을 보고 영화를 틀었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않겠다. 우아앙, 너무나 사랑스러워. 엉엉엉

“댐즐” (2024)

가난한 나라의 공주님이 머나먼 부자나라 왕자님의 청혼을 받고 가족과 함께 혼인식을 치르러갔으나 실은 용의 제물이 되어 사투를 벌이는 이야기.

오, 재미있었다.
고전적인 동화 비틀기일뿐만 아니라
화면이 화려해서 보는 맛이 있었다. 특히 혼례복 입는 장면이 너무너무 내 취향이라 즐거웠는데 나중에 단순히 눈의 즐거움을 위한 게 아니라 스토리적으로 이유가 있음을 보여주는 게 좋았어.

아버지의 등장이 내게는 꽤나 반전이었는데, 비록 양심의 가책으로 인해 뒤늦게 뉘우치긴 해도 사실을 알면서 딸을 팔아 넘겼다는 점에서 동화의 탈을 쓴 이 스토리 안에서는 그런 결말을 안겨줄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납득했다. 새엄마의 캐릭터도 좋았어. 특히 ‘밧줄 장인의 딸’이라는 세세한 설정이 붙어 있는 부분으로 두 집안의 차이를 뚜렷하게 확인시켜주었고.

내 기억속의 밀리 바비 브라운은 어린아이였는데, 이젠 정말 다 컸구나.
하기야, 난 스칼렛 요한슨도 축구 영화로 처음 접했기에 그가 섹스심벌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꽤 시간이 걸렸다.

….밀리 바비 제발 스타워즈 성인 레이아 공주 역할로 영화 하나만 찍어주면 안 될까. ㅠㅠㅠㅠㅠㅠ

하이 포텐셜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 범죄수사물.
프랑스 드라마 리메이크작이라고 한다.

굉장히 빼어난 지능과 인지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나
평소 소소한 직장을 전전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주인공이
경찰서 청소부로 일하던 중 우연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지적한 일을 계기로
수사 자문으로 발탁되어 진행되는 이야기.

이런 수사물이 너무 오랜만이라 대단히 반가웠다.
미국 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것도 있지만
OTT 시대로 오면서 이런 옴니버스 류 수사물이 대거로 줄어서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빈 자리를 채워주었어.

뭐, 능력은 뛰어난데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 는 건 수사물 주인공의 클리셰인데 그보다도 주인공이 애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독특하다. 생각보다 성격도 상당히 무난하다. 처음에는 어딘가 괴팍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 것 같으나 두 화만 정도만 지나도 본인이 예민한 인지능력으로 고생한다는 점만 빼면 아이 셋을 키우면서 참을성도 꽤 강하고, 이해심도 있고, 다른 작품들의 반사회성 주인공들과 달리 사회성도 좋고 사교성도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클로저”의 브랜다 리 존슨이 더 독특한 편이었지. (으앙, 너무 좋아 ㅠㅠㅠㅠ 왜 얘는 OTT에도 안 들어와 있는 거야….ㅠ.ㅠ 가끔 “클로저”랑 “메이저 크라임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단 말야. 왜 없는데 ㅠㅠㅠㅠㅠㅠㅠ)

파일럿 이후 캐릭터를 개성적으로 밀고 가지 못하고 처음부터 아예 ‘착한 드라마’로 노선을 잡은 걸로 보인다. 실제로 수사물의 질로 따지자면 절반 정도의 에피소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2시즌도 아니고 1시즌 13화짜리 작품이 벌써부터 이러면 조금 문제가 있다. 작가진의 능력 부족인 건지, 아니면 2시즌에 가서야 자리를 잡을 건지.

대신 캐러덱과 소토를 비롯해 오즈와 대프니까지 팀원들은 모두 귀여워서 마음에 들어.
그게 참 장점과 단점이 현저하게 존재하는지라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