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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트 오브 킬링” – 왓챠

긴 수상목록 때문에 극장에 걸렸을 때 보고 싶었으나 놓친 작품이었는데
역시 왓챠에서 발견했다.

그리곤 보기 시작했는데….
시작한 지 몇 십분 지나지 않아 이 작품에 의구심이 들기 시작했다.
무엇을 보여주려는지 알겠고,
어떠한 충격요법을 시도했는지도 알겠고,
연출방식 또한 독특해서 기발함이 감탄스럽긴 한데

간간히 “감독 미친 놈 아냐?” 소리가 나오게 된다.
잔인하고, 그것이 재연 픽션이라는 것을 관객들은 이미 알고 있기에
더욱 이 촬영 방식에 토악질이 나온다.

무엇보다 나는 이와 비슷한 역사를 겪은 한국인이고,
감독이 제1세계, 그것도 북유럽인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으니
더더욱 카메라의 시선이 불쾌하다.
나는 제3자이며, 아무 감정도 개입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찍고 있다고 선언하고 있지만
그 수많은 장면들을 그렇게까지 길게 여러 번 보여줄 필요가 있었을까?
그래서 간혹 저 괴물들을 냉담하게 찍고 있는 카메라가 더 괴물로 보일 지경이다.

이 작품이 가해자의 모습을 그렸다면
피해자의 입장에서 찍은 후속 다큐멘터리를 발표했다고 들었다.
어쩌면 그 후속작이 있어야 완성될 수 있는 작품일지도.

일단은 보는 내내 무척 괴로웠고,
웬만큼 정신적으로 강한 사람이 아니고서야 별로 추천하고 싶지는 않다.

“킬링 이브” – 왓차

내 아이디를 사용하던 누이가
어느날 볼 게 없다며 왓차를 하필 내 이름으로 신청해서.

사람들 입에 꽤 오르내리던 작품들이 왓차에 많더라.
“리틀 드러머 걸”도 봐야 하는데 아직 그런 기분이 아니라서 손을 못대고 있다.

여튼 한동안 꽤 칭찬이 자자했던 “킬링 이브.”

음, 스토리는 스파이물? 스릴러? 연쇄살인물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크게 독특한 편은 아니고,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든 건 이브의 설정과 성격과 산드라 오의 연기였다.
아니, 언니. 왜 여기저기서 칭찬받고 상탔는지 매우 납득이 갈 만큼.
이브 캐릭터 자체가 매력적이고, 그 생활감 있는 연기가 좋았어.
보통 이런 스토리에서 이브 같은 역은 그런 식으로는 눈에 띄기가 어려운 역할인데.

반면에 빌라넬 역은 내 기대에 미치지 못했고,
사실 이런 드라마나 내용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은 사람들이 가장 병적인 흥미를 보이기도 하고
가장 큰 호기심의 대상인데 이상하게…. 빌라넬의 사이코틱한 면은 그려지거나 연출되는 방식 자체는 괜찮았는데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핸들러 아저씨 빼고는 다들 미묘하게 합이 안 맞다고 해야 하나.
이브와 빌라넬의 케미도 야슬야슬(오타가 아님)한 맛이 있어야 하는데 어, 스토리 내에서 둘 사이가 어떤 관계인지 분명히 보여주고 있고 배우들도 캐릭터의 관계 해석이 잘못될 리가 없는데 서로를 향하는 감정이나 표현의 울퉁불퉁함이 톱니바퀴나 찢어진 종이 귀퉁이처럼 기분 좋게 맞아 떨어지는 게 아니라 으음, 여튼 묘한 불협화음이 있다.

오히려 이브랑 캐롤린 국장님 둘이 나오는 부분이 제일 스릴감 넘쳐.
아니, 정말로. 빌라넬보다 이브 팀 이야기가 훨씬 재미있어.

여하튼 내가 좋아하는 스토리인데도 2부가 크게 궁금하지가 않다.
여기저기서 들은 것도 있고, 왠지 2부가 어떤 모습일지 짐작이 가서.
1시즌에서 지금보다 훨씬 이브 중심의 시선과 비중을 늘리고 2시즌에서 빌라넬의 비중을 늘려 동등한 수준으로 만들었어야 했는데.

읽은 책들

 “우리가 추방된 세계” / 김창규

표제작품인 “우리가 추방된 세계”는 예전에 다른 앤솔로지에서도 읽었는데 인상적인 작품이었다. 전체적으로 보통 사람들이 SF라고 하면 떠올릴만한 배경을 토대로 본질적으로 추리, 스릴러, 공포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어서 심심할 틈이 없는 책이다. 제일 마음에 드는 건 여전히 “우리가 추방된 세계”지만 “발푸르기스의 밤”과 “당신은 혼자가 아니에요”가 가장 좋았다. 일단 단편부터 시작했는데 “삼사라”도 조만간 읽어야겠어. 꽤 취향에 맞는 작가를 발견한 것 같아 기쁘다.

“냉면”

도서전에서 안전가옥의 두 책을 두고 고민하다가 지인이 추천해준 책으로 집어왔더랬다. 기대했던 것보다 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중화냉면”이야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고, “목련면옥”은 그런 류의 글이 끼어있을 거라고는 예상치 못해서 뜻밖의 재미가 있었다. 남극과 하와이안은 두 작가답긴 하지만 여기서는 묘하게 어울리지 않는다.

흠, “대멸종”도 주워올 걸 그랬나. 그렇지만 주머니 사정에 너무 버거웠어. 디스토피아 이야기는 아직도 읽을 게 너무 많았고.

“카산드라” /크리스타 볼프

트로이의 카산드라 이야기는 여자의 입에서 나오는,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 옳은 예측과 평가라는 점에서 해석이 무궁무진하고, 비극일 수 밖에 없다는 점에서 늘 사람을 먹먹하게 만든다. 가장 이성적인 사람이기에 주변의 광기 때문에 주기적으로 이성을 놓을 수 밖에 없고, 그렇기 때문에 미친 여자라는 평을 듣게 된다는 것은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이야기다. 예전에 “메데이아”가 나왔을 때 읽어둘 걸 그랬어. 황금가지에서 나온 건 너무 오래되어서 지금 읽으면 뉘앙스가 좀 미묘할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