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 진행 중

그리고 이어서.

일명 “문송안함” 이건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추천을 보고 흥미가 생겨 언젠가 볼까나 했는데
결제금이 남았길래.

스포하자면 여긴 주인공이 편집자다.
사전지식 없이 시작했는데 ㅋㅋㅋㅋㅋ 젠장 작가-독자 메타 읽고 났더니 이번엔 편집자!!!!!

역시 빙의 회귀 이세계 아주 골고루라 요즘 이런 거 진짜 유행이구나 싶었는데
이거 뒤로 진행되면 될수록….
빨갱이 사학과 소설로 변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주인공이 사학과 졸업 편집자길래 음, 했더니 정말 저 설정과 특성이 소설 자체의 성향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아니 작가님, 이거 제목 잘못 지었잖아요. 이거 어그로 끄는 제목이잖아요.
여튼 제목과 달리, 초반의 좀 라노벨스러운 캐릭터와 설정, 어쨌든 제목과 맞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몇개 대사들을 거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시작되고,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난 성향이 그렇다 보니 “전독시”보다 이쪽이 취향이야. 역시.
저자의 절대성에 묶여 있고, 한계 속에서 행동하지만 의견제시를 할 수 있으며
흐름을 관조하고 기회가 된다면 수정하길 바라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로 인정하는 것.
게다가 외적 틀은 정통 판타지요 내적 틀은 전통적인 영웅서사시.
뒤로 가면 갈수록 세계관이 드러나는데 이거 처음 봤을 때와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잖아.

여하튼 나는 연재중인 소설은 잘 못따라가는 편이라
아마도 중간에 멈췄다 한꺼번에 따라가게 되겠지만
힘내라 김클레이오. 역사와 고전이 함께한다.

덧. 아니…..뒤로 가면 갈수록 이거 뭡니까 작가님.
저자놈이 의도하고 원하는 거 진짜로 ‘문송안함’ 세상이잖아.
제가 큰 뜻을 몰라보았습니다. 으익.

“전지적 독자 시점”

워낙 인기 있는 소설이라 단편적인 이야기를 꽤 들었지만
네이버 웹툰이 시작된 후 호기심이 생겨서.
게다가 이미 완결작이라 별로 부담도 없었다.

아, 난 작가-독자-주인공 이런 메타 너무 좋아 캬캬캬캬.
오랫동안 연재되다 보니 상당히 길고,
일본 소년만화처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어 한꺼번에 몰아 읽으면 확실히 지루한 부분이 있다.
특히 나는 이런 식의 대규모 파괴 전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묘사 자체도 치밀하지 못한 편.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모든 인기있는 소재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이세계-게임-전투-구경-후원-현실과의 메타성 – 익숙한 조형의 캐릭터들 기타 등등 버무려놓고는
작가 입으로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뛰어난 작가’라고 말하고 있으며
웬만큼 익숙한 사람들은 큰 줄기의 스토리와 인물들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복선도 충분히 깔아주었다는 점일까.
인기있는 요소를 전부 차용해놓고도 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중작가라면 그건 명백한 장점이고.

역시 그게 이렇게 길어질 일이냐…?
라고 생각은 하지만
확실히 페이지 넘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고
다들 사랑스러웠어.

제가 한수영김독자를 지지합니다. 푸핫.
작가 선생 작가 캐릭터 좀 편애하시던데요….

“제프리 앱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
요즘에는 창작물보다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된다.
4부작인데도 수면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정신없이 몰아봤다.

제프리 앱스타인에 대해서는 그저 평범하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으나,
역시 인간은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며,
이미 도덕적으로 파산한 인간이기에 오랫동안 미성년자와 여성들을 착취해왔고
그러한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단순히 억만장자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초반부터 매우 조직적으로 실행되어 엄청난 수의 피해자를 양산했으며
비슷한 계급의 비슷한 괴물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직범죄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처벌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처벌받지 않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유럽 쪽 컨텐츠에서 한동안 이와 비슷한 창작물이 한동안 쏟아져나온 적이 있었는데,
(미성년 소녀의 죽음, 그 비밀을 파헤쳐보니 부유한 권력자와의 성적 학대 및 착취와의 연결)
당시에는 왜 하필 이런 게 유행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기를 보건대, 어쩌면 이 사건이 영감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하비 와인스타인과 미투 사건과 얽혀 알게 되었지만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수사가 있었으니.

권력과 비리와의 유착 때문에 화가 나서
결말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중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인맥을 포기하지 않는 권력자들, 죽음으로 탈출한 처벌 등
여러 면에서 안희정 및 박원순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지점들이 있다.

“반쪽의 이야기(2020)” – 넷플릭스

넷플릭스에 나오기 전에 줄거리만 듣고 흥미가 생겼던 작품인데
기대 이상이었다.
단순히 사랑과 연애를 말하는 십대 청소년물이 아니라
실은 타인이 아니라 온전한 나를 완성하기 위한 반쪽을 찾는 과정이었고
세 청소년 모두가 나름의 자리에서 나아가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들이라는 점에서 사랑스럽다.


폴은 기차역 상자 안에 앉아 있는 엘리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대화하지만 거기서 끌어내 다른 세상을 보여주는 건 누구보다 제약된 삶을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애스터라는 게 좋았다. 엘리는 똑 부러지지만 실은 늘 머리로 생각하고 분석하는 아이이고, 애스터는 그림을 그리는 예술가이고 폴은 몸을 움직이는 운동선수라는 점에서 실은 두 사람 다 엘리의 행동력에 영향을 주었지만.

그간 넷플릭스에서 몇 개 봤던 아시아계 미국 십대 주인공들 영화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굉장히 정적인 연출 덕분에 보통 미국식 청춘물과는 약간 느낌이 다른데, 이건 감독이 동양계인 것과도 관련이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 분위기 때문에 계속해서 은은하게 눈물이 나게 만든단 말이야. 절제되어 있지만 굉장히 정서적이고, 그게 내 취향과 잘 맞는다.
감독의 전작이라는 “세이빙 페이스”를 봐야겠어.

아, 세 사람 모두 행복했으면 좋겠다.

덧. 엘리 배우인 레아 루이스가 정말 똘망똘망한 얼굴이라 보는 맛이 있었다. 데이지 리들리를 생각나게 하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