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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요리사” 1-4화

아니 왜 항상 바쁜 거지.
9월은 여유있어야 했는데 이상하게 기존 후속작업들이 갑자기 밀려들어서
오히려 더 정신없어졌다.

여하튼 넷플릭스 “흑백요리사”

정보가 하나도 없는 상태로 시작했는데,
개인적으로 기본 발상 자체를 알고 나자 굉장히 삐딱한 심정이 되었다.
젠장, 내가 심지어 여기서까지 ‘흙수저’의 말장난과
(심지어 검은 옷의 요리사들은 이미 한 분야에서 나름 경력을 쌓아올린 사람들이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계급전쟁”을 봐야겠냐.

근데 재밌어. ㅠ.ㅠ  젠장, 이런 부인할 수 없는 현대 미디어에 길들여진 노예 같으니.
일단 편집이 과하지 않고
(피지컬 100과 굉장히 비슷한 느낌을 받았는데, 제작사나 제작진이 겹치나?)
흑도 백도 담백한 편이다.
물론 늘 그렇듯 처음에는 ‘참가’를 위해 컨셉을 들고 온 이들도 있고,
세련된 층위의 범주든 터프한 쪽이든 양쪽 모두 그림으로 그린 듯한 허세로 가득한 남자들은 빠지는 법이 없지만 적어도 다들 어느 정도의 진지함과 진실됨을 장착하고 있는 게 보인다.

무엇보다 ‘셀렙’이라고 불러야 할 백수저들은 확실히 연륜이 있고 건전한 자신감이 확고하고 또 진지해서 몇몇 흑수저는 꼭 붙었으면 좋겠다 싶은데 어느새 전반적으로 백수저를 응원하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어 설마 이게 프로그램 의도는 아니겠지, 으억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지금 저 흑수저들 중 몇몇은 이름을 얻게 되고 나면 백수저 같은 태도를 얻을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도 들고.

충청고수님이 참가한 1대 1 대결이 정말 멋지더라. 제작진도 비주얼 면에서 이렇게까지 대조적인 그림이 나올 거라곤 생각 못했을 것 같아. 아니 정말 무슨 요리만화에서나 보던 게 진짜 현실로 과장되지 않고 튀어나오니 사람들이 이 맛에 리얼리티 쇼를 포기하지 못하나보다. 덜어냄의 미학이라니 미쳤냐고. ㅠ.ㅠ 1번 대결에서 에드워드 리 정도도 충분히 만화였는데. 인터넷 밈은 들어봤지만 최강록 씨는 이번에 이름과 얼굴을 처음 알았는데 정말 이상하게 호감가는 사람이더라.

백종원은 확실히 대단해. 안대를 한 상태에서 파인다이닝 셰프보다 혀의 감각이 더 뛰어나다. 심사위원 둘이 워낙 대조적이라 그 두 사람의 의견을 듣는 맛이 있다. 심지어 백종원 유튜브 영상도 봤는데, 거기서도 싸우고 있어서 엄청 웃겼다. 난 백종원의 ‘설탕 팍팍!’미 한국에 미친 영향력을 정말 싫어하는 인간인데 (요즘 음식 혀가 아리다 못해 썩어나갈 것 같아) 안성재의 덜 익은 라면 부스러기 토핑은 아니야….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

후보 몇 명 중 누가 우승을 하든 이상하지 않을 것 같아서 결과가 궁금하네.

“데드풀과 울버린” (2024)

MCU 영화는 심지어 “엔드게임” 이후 손을 놨는데
(그래도 “스파이더맨: 노웨이홈”은 언젠가 봐야한다고 생각은 … 생각만은 계속 하고 있으나. ㅠ,ㅠ)
“데드풀” 시리즈는 폭스와 엑스멘에 대한 의리로 3편까지 전부 챙겨보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번 3편은 데드풀/폭스 엑스멘이 완전히 MCU 세계관으로 합류했다는 걸 보여주는 작품이다.
예전에 다른 분들 추천으로 드라마 “로키”를 1시즌이나마 챙겨봤던 게 큰 도움이 되었다.
드라마 “로키”를 보지 않았더라도 이런 류의 장르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금세 세계관에 적응했을 듯.

등장하는 인물들 자체가 스포일러다 보니 먼저 보고오신 분들이 전부 함구하여
정보를 전혀 알지 못하고 갔는데
카산드라 노바가 악역이라니, 그건 정말 좋았다. ㅠ.ㅠ
더구나 캐릭터도 매력있어, 언니 ㅠㅠㅠㅠㅠㅠㅠㅠ
난 벤 에플렉의 데어 데블을 꽤 좋아했던지라 엘렉트라의 등장이 반갑긴 했는데
나름 대성공을 거둔 블레이드, 영화 성적으로는 실패한 엘렉트라, 그리고 기획만 주구장창하고 그때마다 엎어진 갬빗을 모아놓고 그들 입으로 외치는 “적절한 결말!”이라니

….. 영화 외적으로 지금 나더러 뭘 어떻게 느끼라는 건지 모르겠소, 감독님.
화를 내라는 건가요. 화를 낼 때인가요. 화 내도 됩니까. 결말은 뭔 결말이야, 얘네들은 이미 나름의 자기 결말을 갖고 있다고. 그 시간선은 죽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유지될 거라고.

거기다 MCU 영화에서 이제껏 미디어에 등장했던 모든 엑스멘 캐릭터들을 시간선의 쓰레기통에 쳐박아놓고 얼굴을 보여주면 이건 무슨…. “당신들은 전부 지워졌어요”라고 있는 그대로 해석하는 거 말고 다른 해석의 여지가 존재하긴 하나.

데드풀이라는 컨텐츠 자체가 유머인 척 보는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게 주인지라
영화내적으로는 “얘라면 영화를 이런 식으로 구상할 수 있긴 하지. 이러고도 욕 안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애지.”라고 머리는 외치는데  뮤턴트 앤 프라우드 충만한 옛 폭스 엑스멘 감성은 냉정하게 고개를 끄덕끄덕 할 수가 없도다. 시종일관 무표정으로 본 것 같아. 원래 더티 유머는 나와 좀 안 맞기도 하고.

엔딩 크레딧에 흘러나오는 보너스 영상은 솔직히 팬으로서 좀 울컥했는데 그렇기 때문에 더욱 최악의 선택이었다.
……아니, 잘 살던 애들 너네가 죽였는데요. 너, 너, 너네가 죽였다고.

무협로판 읽은 것

네이버 시리즈

1. “악녀사주”
전작인 “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를 미친 듯이 낄낄거리며 본 까닭에 이번에도 선택.
무림, 사망, 빙의,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별 미련 없이 포기함
등등 기본 키워드가 전작과 비슷한데
간혹 유머 코드가 있긴 하지만 훨씬 진지해졌다.
거기다 “헌터물”이야.
원래 헌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니
헌터물도 기본이 무협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게임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기야 하겠지만
한국어에 불교가 깔려 있는 것처럼 한국사람들의 창작적 사고세계에도 무협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성별반전처럼 온갖 남자들이 다 달라붙고 있는데
다 필요없고 신연이랑 신새 응원합니다.
신연이 신새 처음엔 얘 왜이래…하다가 귀여워하는 거 너무 사랑스러워. ㅠ.ㅠ
둘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흑.

그건 그렇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하나 있던데
이것도 한번 손 대 볼까.

2. “사파무림 시한부로 살아남기”
네이버에는 로판 안에 “무협” 키워드 분류가 필요하다.

많은 빙의물 중에서도
특히 어린아이 몸속에 들어간 성인이 성인처럼 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애어른이다.
심지어 어린애로 있는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점을 제외하면 무협물로서는 꽤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살아있는 시체”를 부린다는 점은 너무 쉬운 설정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
편리한 사람도구조연을 옆에 하나씩 붙여놓았는데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할 커다란 약점이나 제약이 없다니 이보다 더 심심할 데가 있나.

그리고 보아하니 이야기 규모가 상당히 거대해질 것 같다.
이 작품도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처럼 보여 조금 불안하군.

“9명의 번역가” (2019)

오래 전 제목과 플롯을 보고 호기심이 생겼던 영화였는데
왓챠에서 발견.

처음 번역가들을 한곳에 가둬놓고 일을 시킨다는 플롯을 들었을 때 아가사 크리스티의 밀실류 미스터리는 내 취향이지! 라고 생각하면서도 설정이 너무 억지 아냐? 하고 고개를 갸우뚱거렸는데 놀랍게도 실제 모티브가 된 사건이 있다고 한다. “다빈치 코드” 때 출판사에서 정말로 시도한 일이라고.

……극중 인물의 대사를 빌자면 진심 모욕이 아닐 수 없다.

단순한 추리극일 줄 알았으나 놀랍게도 생각보다 많은 소재를 다루고 있다.
출판산업, 창작욕, 번역의 처우 문제, 자본주의와 탐욕. 인간실험
형식 또한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한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아
영화가 진행되면서 내용상의 반전에 놀라기도 하지만
도대체 이게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몰라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다.
(다만 만든 이들이 나와 많은 걸 같이 읽고 보고 자랐다는 건 알겠다.
요즘 확실히 이런 것에서 세월의 흐름과 나이를 느끼게 돼.)

나름 비죽거리면서도 재미있게 봤다.
왓챠에서는 가끔 이렇게 찍어놓고 놓친 영화들이 많아 좋은데
제발 인터페이스 좀 수정했으면 좋겠다.
검색도 힘들어, 내가 찍어놓은 영화 찾기도 힘들어… 들어갈 때마다 헤매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