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

“오크 변호사”

이런 내용일 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는데.
오래 전에 추천을 받기는 했지만 기회가 안 생겨서 미적거리다가
리디에서 대여 소식을 듣고 몇 시간 만에 세 권을 완독했다.

상당히 진지한 사회묘사 소설이고,
보는 내내 ‘이미 알고 있는 사례들’을 수없이 생각해 낼 수 있어서 많이 괴로웠다. 이 정도면 판타지 세계라고 부를 수 없지 않은가. 중고교생 필독서로 읽혀야 하는 거 아니냐.

엘프 이야기는 작가가 더 생각해 놓은 게 있을 것 같은데
그 뒤로 풀려나온 게 없으려나.

“메이의 새빨간 비밀” (2022)

디즈니 플러스에서 시청.
엔칸토보다 이걸 먼저 손댄 걸 보니 나도 별수 없는 아시아인인 모양이다.

귀엽고, 사랑스럽네. ^^*
정말 막 사춘기에 들어선 ‘착한’ 아이의 일기장을 부드럽게 순화해 놓은 버전으로 보는 것 같다.
메이의 친구들이 귀엽고,
레서팬다는 더 귀엽고,
케이팝이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좀 알겠고,
그리고…이게 뭐라고 절정 부분에서 눈물을 주르륵 흘렸는지 모르겠다, 어후.
점점 더 예쁜 걸 보면 감성적이 되어가는 걸 막을 수가 없다.
정말 나이들었나 봐.

내친 김에 역시 디플에 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 봤는데,
각 팀 헤드가 전부 여성이고
감독과 프로덕션 디자이너는 아시안 여성.
그게 참 묘하게도, 서양인들의 자전적 이야기에는 이런 느낌이 들지 않았는데,
동양 여성이 가족을 다룬 자전적 이야기 – 반항이 아니라 통합과 긍정적인 결과를 이야기하는 –
을 보게 되면 어떤 마음으로 이 ‘타협’을 했으며, 선은 어디에 그었을지 궁금해지곤 한다.
실은 이보다도 더 가슴아픈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건 아닐까.
하지만 여기에서 멈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단 말이지.
편견인걸까.

그치만 메이 정말 사랑스럽고. ㅠ.ㅠ

이카로스(2017)

러시아 선수들 도핑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미 국가 이름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와중에
이번 베이징에서도 피겨에서 또 터진 걸 보고 찾아봤다.

이야기는 사이클링을 하는 감독이 암스트롱의 약물 소식에 놀라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고 도핑 검사를 피해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걸로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게 되고,
다큐 촬영 도중 소장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미국으로 도피, 러시아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투여가
러시아 정부 주도로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폭로한다.

저 흐름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는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인맥으로 연결된 대상이
상당한 거물인 전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 소장이라는 것부터 일단 충격
그리고 후에 미국에서 사실을 폭로 후 목숨의 위험을 느끼는 와중에도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과 무사히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상당히 놀라웠다.

한국인으로서 독재에 너무 익숙해진 건가 싶기도 하고.

중반까지 감독이 자신의 몸으로 실험을 하는 부분은 좀 지루함이 있었고
(특히 내가 이 다큐의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반면에 후반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빠르게 핵심만 짚고 간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큐에서 얼굴이 다 공개되는데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게 효과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난 독재에 너무 익숙해진 한국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이런 증거가 다 밝혀졌음에도
국가의 이름은 아니더라도 러시아 협회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도록 허가한
IOC에 환멸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렇기에 이번에도 더욱 노골적으로 저질렀겠지.
이 경우엔 선수들이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어려운 게
처음에는 외부 압력에 의한 것이었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승리의 환희와 결과를 만끽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작하기가 힘들다.

“더 배트맨” (2022)

극장에 갔던 게 언제더라.
그놈의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무 바빠서
극장에 걸음하지 못하고 있는 게 어언….
이지만 배트맨 개봉했다길래 못 참고 다녀왔다.

솔직히 그동안 거의 소식을 찾아보지 않아서
정보가 전무한 상태였는데

기대 이상이었다.
ㅠ,ㅠ 특히 영상의 경우는 코믹스를 화면으로 옮길 때 모범답안이 아닐까.
이거 코믹스요, 하고 외치는 이상한 효과 안내고 색감과 연출만으로도 이렇게 할 수 있잖아!!
심지어 그 약간 촌스러운 질감까지 ㅠㅠㅠ

로버트 패틴슨에 대해서도 상당한 의구심이 있었는데
……아름다운 턱입니다, 감독님.
감독님들의 심미안을 다시는 의심하지 않겠습니다. 크흡.
영화 내내 거의 가면 쓰고 나온 것도 신의 한 수.

어리고 미숙하고 사회성 부족에 중2병 기질이 다분하고,
그렇지만 그런 배트맨이 멱살 잡혀서 현실로 끌려나와
각성하고 성장하는 내용이 좋았다. 

보는 내내 잠깐, 이거 어디서 봤더라, 잠깐 이 스토리 뭐더라,의 연속이긴 했지만
코믹스 팬질을 시작했다가 금방 접은지라 짚어 말할 수 없다는 게 아쉬웠어.

단점은 역시 너무 길다는 것.
유치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는 몇몇 장면들. 특히 캣우먼과의…그, 으음.
하지만 뭐, 하나를 얻고 하나를 버렸다고 생각하기로. 뭐든 완벽하게 마음에 들 수는 없는 법이지.
그리고 동시에 몇몇 실루엣은 캡쳐해서 박아두고 싶을 정도로 좋았으니까.

폴 다노는 그 평범함과 기괴함이 좀 무서울 정도였고
고든 형사님과 아직 어린 배트맨과의 유대관계도 좋았어.
뱃맨 이야기 트레이드마크긴 하지만 악당이 항상 너나 나나 하면서 비웃는 것도
한 동전의 양면이 아니라 실은 같은 틀에서 나와 같은 쪽을 보고 있는 다른 꼴이라는 것도

아, 극장에서 한 두 번 쯤 보고 나면 만족스러울 거 같은데 지금 스케줄 생각하면 불가능이겠지. 엉엉
이것도 극장용 영화라.

그건 그렇고, 난 리들러가 계속 “To the Batman”에서
브루스 웨인 때부터는 “For the Batman”이라고 해서
대충 정체를 알고 있지 않은가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아니라고 해서 참 헷갈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