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박스”(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몇 개 안 되긴 하지만 내가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 제일 좋았다.

눈으로 목격하면 비정상적인 자살 충동을 느끼게하는 어떠한 존재가 세상을 휩쓸고
그 와중에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이제껏 수없이 반복되고 변주된 미지의 공포,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다루면서도
익숙하다거나 지루함 없이 끌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고
산드라 블록의 연기도 굉장해.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묘하게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 분명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설정들이고 평소 보던 위치를 맡은 구성원들인데도 이들의 행동방식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언제든 이 중 누구에게라도 이입할 수 있는 듯 보여서 – 정의롭다기보다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들이고, 야비한 이들도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서 – 굉장히 환상적인 설정인데도 현실감이 있다. 시각적인 것의 현실감, 잔혹하거나 냉정하고 잔혹한 것이 곧 현실이다라고 외치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원초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바깥 세상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바깥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캄캄한 버드 박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한다.
궁금하네.

컴맹….너무 어려워. ㅠ.ㅠ

동영상 보다가 갑자기 정말 한 십년만에 파란화면이 떠서 이게 뭔 일인가 봤더니
하드에 문제가 생긴 것 같고…
놀랍게도 아마 내 기억에 따르면 이번에 분제 생긴게 외려 가장 새 하드일텐데. ㅠ.ㅠ

여튼 이 컴을 사용한 지도 한 5-6년 된 것 같아서 다들 차라리 새 컴을 사라하여 알아보고 있었는데
사양을 본 다른 친구가 다른 스펙이 너무 좋으니 하드만 바꾸라고 해서
결국 지인의 도움을 받기로.
그게 미안해서 피해가려 했건만.

윈도7과도 드디어 작별을 고할 때가 온 것 같다.

근데 이 컴을 조립해 준 게 이프군이었나?
조카애인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하네.
아냐, 그때도 하드만 교체하고 다른 시스템은 안 건드린 거 같은데….?

컴맹으로서는 기성 완제품을 사는 게 가장 좋을텐데
처음 시작할 때 주변의 도움으로 이것저것 짜깁기로 사용하다보니
내 취향도 오랜 기간 동안 거기 맞춰져서 이상하게 한 두군데에서 기성품과 어울리지 않는구나.
난 광출력 필요해! 광출력이 필요하다고 ㅠㅠ 그거 없음 스피커도 새로 사야하는걸.

아…세상 취향에 맞추는 게 세상 살기는 제일 편한데 대체 어째서 이런 취향으로 성장해버리고 말았땀담.

덧. 그래도 난 데탑이 좋아! 노트북 연결해서 쓰는 건 싫다구! 데탑 하나 노트북 하나!!!

“그린북”(2018)

친구 덕분에 시사회로.

제목은 아직 미국 내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도로를 이용해 미국을 여행하는 흑인들을 위한 안내서를 가리킨다.
유명한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와 어쩌다 그의 운전사로서 함께 투어 여행에 나서게 된 전형적인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이야기.

보는 내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주 크고 심각한 사건 없이 –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헐리우드스러운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돈 셜리라는 인물이 굉장히 복합적인데,
흑인이지만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았고,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집단을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상류층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며 또한 동성애자이기도 하다(바이라고 해야할지도). 즉 사회 집단의 어떤 곳에서도 주류로 속하지 못하며 동시에 그러기를 거부하는 인물. 인간이란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와 관점에서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근데 이 사람 그 시절에 박사학위가 세 개나 돼…인간이냐구.

당시 이탈리아계 이민자도 사실 소수라면 소수에 해당하고 스테레오 타입에 얽매어 있긴 한데, 유럽인 남성으로서 토니가 누리는 자유란 극중에서 정말 순진해빠질 정도라 실소가 나오다 못해 점점 얼굴이 굳어가게 된다. 비고 씨 스페인어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이탈리아어도 하는 거요.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 사실 대부분의 실화 기반이 그렇기도 하지만 – 동화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각색이 들어갔겠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