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하는 여자들

SF 소설계 여성작가들의 단편 모음집.

은유에서 직설적인 현실 직시, 판타지에서 하드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적 배경을 갖춘 작품들이 모여있다. 읽기 전에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서 집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시작한 후에도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조금씩 쉬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르귄의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늑대여자”, “완벽한 유부녀”가 좋았다.
“자신을….”은 이 책을 열기에 알맞은 무난함과 낯설음이 동시에 혼재되어 있었고
“늑대여자”는 현실이었으며
“완벽한 유부녀”는 그 상반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가슴 이야기”는 보는 내가 아팠고,
“바닷가 집”은 더 넓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 확실히 내가 소심하며 중도적 성향을 지녔음을 실감했다. 나는 전복적이기보다 은근한 것을 즐기고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것 또한 저어한다. 지금껏 만들어진 취향이니 어쩔 수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뒤쪽에서 관찰하는 편을 선호한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호소하는 것들보다 차라리 공격적인 것들에 더 정이 간다. 두번째 선집이 나오면 좋겠다.

“라스트 제다이” 루크 스카이워커

저는 루크 스카이워커의 팬질을 자그마치 거의 30년 간 해왔고
그래서 영화를 몇 번을 보고 나온 지금도 기분이 묘합니다.

에피7이 나온 이후부터 에피8에서는 루크가 죽고
레이아는 에피9 이후에도 끝까지 혼자 살아남아 지켜봐야 한다고 주장한 인간이었는데
그럼에도 막상 눈앞에서 그렇게 보고 나니 아쉽고 섭섭하더라구요.
가상의 캐릭터와 동일시한다는 게 좀 우습기는 하지만
제게 이만큼 ‘한 세대가 끝났다’는 걸 직접 피부에 닿을 정도로 실감나게 한 일이 있었는지 모르겠군요.
어쨌든 루크 캐릭터에 대해 여러 곳에서 많은 말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저도 첫 장면에서는 헐….하는 반응이었다는 걸 부인할 수가 없네요.
진짜 섬에서 그런 괴상하게 사는 루크 몹시 당황했구요.
[가끔 루크가 아니라 마크 해밀 씨가 보여서 더더욱 당황했슴다, 아 아저씨 좀.]

그렇지만 저는 원래 에피7에서 쌍제이가 루크를 도피자로 만들어놓은 데 분노했던 인간이고
만약에 루크가 제정신으로 거기 틀어박혀 혼자 고고한 척 하고 앉아 있었으면
배신감에 치를 떨었을 겁니다.
문자 그대로 나의 루크는 그러치않아! 라고요!!!
차라리 정말 거대한 좌절감에 망가진 편이 낫지.

전 만족했어요.
두번째 보고 나니 머릿속에서 스토리가 만들어져서
충분히 납득하고도 남았거든요.

프리퀄을 본 팬들이라면 거의 의견이 일치하겠지만
예전에 제가 알던 루크라면 제다이 오더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이상
양가감정에 시달렸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무엇보다 루크의 결말은 제가 늘 꿈꿔오던
“아무도 모르는 곳에서 혼자 숨을 거두어 다른 모든 이들에게 전설로 남는 것”을
그대로 구현했을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찬사 – “깨달은 자”까지
안겨주었으니까요.
[저는 감독이 루크 빠돌이라고 확신합니다. 정말 팬이 원하는 모든 포인트를 갈아 넣었어요.
심지어 주인공 레이의 분량을 희생하면서까지 캐릭터에 대한 헌사를 바쳤죠.]

에피6의 정점에서 멈췄던 이야기가
다시 돌아와
캐릭터가 중년의 정체를 겪고
그것을 파괴하는 위기를 겪고
다시 한번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여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볼 수 있다는 건
팬에게 정말 그지없는 행운입니다.

3부작의 중간에서 모든 캐릭터가 실패를 겪고 성장하지만
가장 바닥에서 시작해 꼭대기에 도달해 완성으로 끝난 건
심지어 루크가 유일합니다.

개인적으로는 감독의 유머감각이 좋았네요.
영화에서 루크는 “네가 한 말은 모두 틀렸어”를 여러 번 시전하지만
실제로 그 자신이 끊임없이 결과적으로 틀린 말을 하고 있으니까요.
“레이저칼 들고 혼자서 군대랑 싸우리?” – 실제로 그렇게 했을 뿐만 아니라
“제다이는 지나치게 신격화된 집단이야. 사라져야 해.” – 혼자서 신격화 미화 다 하고 후대에 길이남을 제다이 신화를 이룩했죠.

네, 제게는 언제까지나 에피6의 수도사같은 루크가 아마 가장 사랑하는 모습으로 남을 겁니다.
그렇지만 라스트 제다이에서의 루크는 가장 근사한 결말로 남겠죠.

살인자의 진열장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팬더게스트 시리즈 1권.
괜찮다는 추천을 받아서 중고로 시리즈 3권까지 모두 구해왔는데
오컬트가 주요 내용일줄은 몰랐다.
난 순수 추리소설인 줄 알았지. ㅠ.ㅠ

사실 이 두 장르를 접목시킨 건 영상류는 재미있게 봐도 활자로는 즐기지 않는데
이미 다른 누군가의 템포대로 만들어 정해진 시간 내에 눈 앞으로 지나가는 영상과는 달리
소설은 나의 사고가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게 뭐야’가 말을 걸기 때문이다.

팬더게스트에 대한 묘사는 꽤 흥미롭긴 한데
지금 읽기에는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있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라면 나을 것 같고
솔직히 그 쪽을 염두에 둔 시리즈가 아닌가도 생각된다.

내용이 워낙 신비주의 쪽이다 보니
뭐라 서평을 쓰기도 애매해.
처음에는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며 중간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설마….??? 하던 게 진짜로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나머지 두 권은 즐긴다기보다 왠지 숙제를 읽듯이 해치울 것 같다.
실제로 손이 잘 안 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