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쥐는

이틀 간 수치가 내려가는가 싶더니
다시 반등했습니다.

신장 기능을 나타내는 번과 크레아틴은 다시 처음에 병원 갔을 때의 수치로,
인 수치도 다시 그 수준으로 올랐어요.
밥은 여전히 먹지 않고,
이제 체중이 붇기 시작했으며 – 신부전증의 증상으로 몸이 물을 걸러내지 못해 붓는 증상
폐에도 물이 차서 평소보다 가슴을 들썩이며 가쁘게 숨을 쉽니다.

일단은 폐수종에 대해 도저히 천자는 못하겠고
내과적인 치료를 선택해 이뇨제를 먹이기로 했는데,
이게 신장에 무리를 주므로, 신장질환 치료와 상반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신장을 유지시키기 위해 수액치료를 계속 해야 하는데, 몸에 전해질 불균형이 와서 세포 사이에 교환이 안되다 보니 폐에 물이 차는 거라, 계속 물이 찰지도 모른다고 설명하더군요.

실질적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것이나 상관없습니다.
동물을 키우면서 그 끝에 대해 생각을 안 해 본 것도 아닌데
정말 선언을 받으니 발밑이 쑤욱 하고 가라앉는 느낌이더군요.

어쨌든 그래도 선택을 했어요.
어쨌든 남은 시간 동안 최대한 노력하되 최우선 목표는 통증을 최소화하는 편으로.
수액도 계속 맞고, 신장약도 계속 맞고, 이뇨제도 먹고, 하루 서너번 이상 강제로 물과 음식을 먹이고, 진통제 패치를 붙이고, 집에서 편안하게 누워 있는 걸로.

폐수종이 먼저든 신장이 먼저든, 언젠가는 괴로운 모습을 보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미오한테도 좀 미안하네요.
콩쥐한테만 너무 신경쓰고 있어선지 애가 좀 의기소침해 있습니다.
시간 날때마다 밝은 목소리로 쓰담쓰담해주긴 하는데.

한동안은 간병 기록이 올라올 것 같습니다.
메모가 필요하다 보니.

이게 겨우 열흘만에 일어난 일이라니
아직도 믿기지가 않고….

젠장

스타워즈 보러 갈 대만여행비로 콩쥐 병원비를 충당하고 있는데
비행기표 환불이 안된대요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내 30만원 ㅠㅠㅠㅠ
콩쥐가 피검사를 두 번은 더 할 수 있는 비용인데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어흑, 대만행 무산된 것도 아쉬워 죽겠구만.

그리고 콩쥐는 아직도 밥을 안 먹어요.
처음에 집에 왔을 땐 그래도 좋아하는 간식캔을 깨작거리기라도 하더니.
어째서!!!!! ㅠ.ㅠ
강제로 하루에 주사기 한 두개쯤 강제급여를 하고 있는데
밥을 먹어야 좀 안심이 될 것 같은데 말입니다!! ㅠ.ㅠ

이제야 좀 패닉에서 벗어나서

콩쥐가 연속 사흘 동안 구토가 심해서
– 평소에도 심하긴 하지만 마지막 날은 정말 밤새도록 토해서 –
화요일에 동물병원에 다녀왔는데
신장수치가 최악이 나왔습니다. 기계 측정한도를 넘어선 최고치를 기록했어요.

안그래도 만성신부전이라 콩팥이 하나 밖에 없는 상태라
정신이 하나도 없는 상태에서 일단 입원을 시켰는데
콩쥐는 사람도, 낯선 환경도 극도로 싫어하거든요.
이틀간 앉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고,
화장실도 사용하지 않고 몸을 적시고,
사료는 입도 대지 않고,
치료가 불가하다고 판단,
제가 직접 피하주사를 놓기로 하고 집으로 데려왔어요.

집에서는 좀 진정이 되었는지 화장실도 사용하는데
여전히 입맛은 돌지 않고 억지로 주사기로 적은 양이나마 습식사료를 주입 중입니다.
활력도 확실히 줄었고요.
오후에는 늘 밑으로 내려와서 일하는 저를 붙잡고 놀아달라 찡찡거렸는데
오늘은 화장실 갈 때 말고는 내려오지 않는군요.

올해 9월 정기검진 때만 하더라도 나름 안정적인 수치를 유지 중이었는데,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나마 집에 돌아온 뒤에 평소와 크게 다른 모습을 보이지 않아 다행이긴 한데
역으로 생각하면 평소에도 조금씩 나빠지고 있었다는 의미가 아닌가도 싶습니다.

저도 이제야 조금 진정이 되긴 했는데
이틀 동안 병원에서 수액을 맞았어도 수치는 조금 도 변화가 없고….
조금 장기전을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상태가 오래 유지되면 남은 신장 하나도 망가져서 최악의 예후가 될 각오도 해두라는 이야기도 들었고.

일단 12월 말에 예정되어 있던 스타워즈 관련 행사를 전부 취소했어요.
– 흑흑 대만에 가서 에피 9을 보려고 했는데 ㅠㅠ 결국 한국에서는 다른 지역보다 3주일이나 늦은 1월 8일 개봉이더군요.
콩쥐도 미오도 나이가 있다 보니 이번 여행이 앞으로 오랫동안 마지막이 될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 마지막마저 불가능하게 되었군요.
더욱 걱정스러운 건 제가 내년 언젠가는 허리 재시술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최소 사흘, 최장 일주일은 자리를 비워야할 것 같은데
콩쥐에게 약을 먹일 수 있는 사람은 저 밖에 없거든요.

그래도 지금은 콩쥐가 지금 고비부터 넘기는 게 급선무겠지요.
나중 일은 나중에 어떻게든 되겠죠.

아, 제발 내일 검사에서는 조금이라도 수치가 나아졌으면. ㅠ.ㅠ

“나이브스 아웃” (2019)

오랜만에 극장행.

원체 크리스티 류의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해서
제작 소식이 들렸을 때부터 궁금했던 작품인데
기대만큼 잘 나왔다.

이른바 대저택 추리물의 배경을 미국으로 옮기고
시대에 뒤떨어진 듯 보이는 탐정을 – 지독한 남부사투리 때문에 외부인으로 보이는 – 가져다놓고는
익숙한 플롯의 앙상블 추리물, 나아가 스릴러물을 만들어놨는데
그 형식에 충실하면서도 메시지 자체가 워낙 노골적이고
천연덕스러워서 웃느라고 죽는 줄 알았어.

보는 내내 라이언 존슨 이렇게 개인적인 영화를 만들어서 자기 욕하던 애들 대놓고 비웃어도 되냐!! 키득거리느라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으니 범인을 초반에 밝혀서 방향을 틀어버린 게 아주 유효한 전략이었다. 사실 이 영화에서 말하고자 하는 게 그게 아니다보니.
라스트 제다이가 이 감독한테는 경력에 있어서나 개인적인 배짱에 있어서나 좋은 쪽으로 작용했네 싶어.

다만 탐정이 눈에 띄는 듯 안 띄는 듯 하다가 활약을 하긴 하는데
여전히 별로 안 어울리는 자리에 앉아 있는 듯이 보인다.
혼자만 이질적인 조각이라 – 심지어 경찰도 적절해 보이는데
그가 영화 밖에 따로 있어야 하는 이유는 알겠다만
문득문득 과장이 좀 심해서 이입을 방해해.

주인공인 아나 데 아르마스 배우가 인상적이었고
토니 콜레트에게 저런 역할이라니 정말 미쳤나봐, 낄낄낄
등장할 때마다 진짜 웃겨 죽는 줄 알았어.
크리스토퍼 플로머와 프랭크 오즈가 아직도 저렇게 정정하다는 게 내 눈으로 보면서도 좀 믿기지 않는 구석이 있다.
그리고 크리스 에반스는 역시 이런 역이 적격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