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포텐셜

디즈니 플러스에 올라온 범죄수사물.
프랑스 드라마 리메이크작이라고 한다.

굉장히 빼어난 지능과 인지능력을 소유하고 있으나
평소 소소한 직장을 전전하며 아이 셋을 키우는 주인공이
경찰서 청소부로 일하던 중 우연히 사건의 중요한 단서를 지적한 일을 계기로
수사 자문으로 발탁되어 진행되는 이야기.

이런 수사물이 너무 오랜만이라 대단히 반가웠다.
미국 내 경찰에 대한 이미지가 추락한 것도 있지만
OTT 시대로 오면서 이런 옴니버스 류 수사물이 대거로 줄어서 아쉬웠는데
오랜만에 빈 자리를 채워주었어.

뭐, 능력은 뛰어난데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 는 건 수사물 주인공의 클리셰인데 그보다도 주인공이 애 셋을 키우는 싱글맘이라는 사실이 독특하다. 생각보다 성격도 상당히 무난하다. 처음에는 어딘가 괴팍하다는 인상을 주려고 한 것 같으나 두 화만 정도만 지나도 본인이 예민한 인지능력으로 고생한다는 점만 빼면 아이 셋을 키우면서 참을성도 꽤 강하고, 이해심도 있고, 다른 작품들의 반사회성 주인공들과 달리 사회성도 좋고 사교성도 높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게 보면 오히려 “클로저”의 브랜다 리 존슨이 더 독특한 편이었지. (으앙, 너무 좋아 ㅠㅠㅠㅠ 왜 얘는 OTT에도 안 들어와 있는 거야….ㅠ.ㅠ 가끔 “클로저”랑 “메이저 크라임스”가 보고 싶을 때가 있단 말야. 왜 없는데 ㅠㅠㅠㅠㅠㅠㅠ)

파일럿 이후 캐릭터를 개성적으로 밀고 가지 못하고 처음부터 아예 ‘착한 드라마’로 노선을 잡은 걸로 보인다. 실제로 수사물의 질로 따지자면 절반 정도의 에피소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데… 2시즌도 아니고 1시즌 13화짜리 작품이 벌써부터 이러면 조금 문제가 있다. 작가진의 능력 부족인 건지, 아니면 2시즌에 가서야 자리를 잡을 건지.

대신 캐러덱과 소토를 비롯해 오즈와 대프니까지 팀원들은 모두 귀여워서 마음에 들어.
그게 참 장점과 단점이 현저하게 존재하는지라 이 균형을 맞추는 게 어렵다는 걸 새삼 느끼게 된다니까.

으아아아, 해결했다!!

블로그에 접속하려 했더니
갑자기 저장된 비번이 틀렸대지,
비번찾기 메일 수신을 시도했더니
아무리 기다려도 안 오지(지메일과 한메일의 경우 그런 일이 생긴다고 한다),

한밤중에 두려워졌는데
호스팅업체의 빠른 답변으로 해결했다. ㅠ.ㅠ

들어가 확인해보니 비번이 갑자기 무작위 문자로 변해있던데
이게 대체 무슨 일인지.

어디다 백업이라도 해둬야 하나. ㅠ.ㅠ

중국 여성 SF 걸작선

사놓기만 하고 미뤄뒀던 책과 영상들을 해치우는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도망가는 별”, “우주 끝 네스토랑”, “평형 공식”.
“도룡”은 중간에 내용을 짐작했음에도 취향인 내용이라 흥미진진했고 “얼굴없는 여자아이 연화”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괴담이나 설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편집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중국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들을 선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듯 하다. 민간설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괴담은 그것과 곧장 이어지니까.

읽으면서 작품 외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개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국에 아직 중국과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으나 동시에 서구세계를 지향하던 시기에 성장한 사람으로서 자의와 취향에 따라 후자의 문화를 선택한 인간이라 첫 몇 편을 읽기까지 이 분위기에 선뜻 익숙해지지 못했다. 일본만 해도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중국은 일단 문화고 역사고 너무 방대하여 고대 신화라고 해봤자 기초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고 고전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주석이 반갑지 그지 없었다. 하기야 접한 총량이 다르니 영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용이나 레퍼런스를 지금 수준으로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나마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깊이 얽힌 나라인지라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서양문화보다 친숙하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우리와의 국제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솔직히 남미 문학을 읽을 때는 비슷하게 낯설면서도 여기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인데, 작품 자체들이 낯설다 보니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 때문에 주인공이 주로 여성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소년이 많이 등장했다는 정도. 중국 문학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남성을 대변하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해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여하튼 지금의 중국은 처음 개방하던 시기, 내가 기억하던 중국이 아니고 오히려 멀어진 느낌이기에 그래서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궁금하잖아. 너무 궁금해. 언정소설이라도 많이 읽어봐야 하나. 그치만…그치만 길어!! 누가 중국 작가들 아니랄까봐 다들 길다고 ㅠㅠㅠㅠㅠ

“블랙 위도우” (2021)

“엔드 게임” 이후로는 MCU 에 대한 거의 모든 관심을 접고
영화나 드라마를 딱히 챙겨보지 않았는데
요즘 시간이 생겨 디플을 보고 있는 관계로 (솔직히 말하면 안도르 때문이다.)
클릭했다.

생각보다 잘 만들었잖아!

역시 MCU는 캐릭터 단독 영화들이 훨씬 뛰어나다.
도대체 왜 수많은 캐릭터들을 한 자리에 불러 모으는 데 그렇게 집착하는지 모르겠어.
다들 영화 하나쯤은 단독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 캐릭터들이잖아.
스토리만 난잡해지는데.

MCU 출신에서 가장 준수한 가족 영화 중 하나고,
새삼 플로렌스 퓨는 정말 어디다 가져다 놔도 연기를 잘하는구나 하고 깨달았다.
분명히 여기서도 정극 연기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녹아들고 있는 게 진짜 용하네.
어릴 적엔 완벽한 영어를 사용했는데도
다시 러시아 엑센트 들어간 영어를 쓰고 있다는 게 무척 거슬리지만.

실은 이걸 보고 “썬더볼트”를 보러 갈 생각이었는데,
쿠키 때문에 드라마 “호크아이”를 시작했다.

그 전에 “팰콘과 윈터솔저”에 대한 지식이 필요하다고 해서 이러다간 “썬더볼트”는 극장에서 놓칠 거 같아. 아, 이래서 영화끼리는 몰라도 드라마와 영화가 연계되는 거 정말 질색이야. 다른 미디어잖아. 극장가면 누구나 볼 수 있는 영화랑 달리 OTT 드라마는 회원가입을 해야 하는 거잖아. 이런 게 싫다고. ㅠ.ㅠ 솔직히 스타워즈도 점점 이렇게 변해가는 것도 그렇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