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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슐츠 씨”

제목과 대략적인 내용에 들어서는 들어서 알고 있었지만 뉴스레터를 모은 글인 줄은 몰랐다. 나중에 유료회원으로 가입하든가 할까 고민 중.

전부 트위터에서 한 번쯤은 들어본 소재들이고 각각의 주제에 대해 나름의 의견이 있으나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어서 내 생각 역시 정리하기가 쉬웠다.
보다 상세한 정보와 출처를 알게 된 것은 덤이고.

멜라니의 이야기가 감성적으로 처절하게 느껴지게 하는 부분이 있는데, 아마도 가장 일반적이고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사회구조에 기반해 있어 그럴 것이다. 편집이 가장 중요할 서적에서 첫머리에 가장 보편적인 이 주제를 내세운 이유가 있다. 이후로는 점점 더 주제가 소수자에게 집중되고, 나 역시 아직은 한국에서 주류 인종인 한국인인지라 주제별로 내게 와 닿는 정도가 각각 다르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그 또한 흥미롭다.

나는 여성이므로 여성과 페미니즘과 관련된 이야기에도 예민하지만, 한국에서 오랫동안 차별받아 온 지방 출신이기에 흑인들의 이야기에도 그에 못지 않게 깊이 공감한다. 반면에 성소수자라는 주제에는 감성보다는 주로 이성으로 이해하는 경향이 있으며, 장애와 관련해서는 장애 판정을 받지는 않았으나 어릴적부터 시달려온 매우 낮은 시력과 관련 질병 때문에 스스로 반장애인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 책을 사회 주류라 여기며 평소에도 그렇게 행동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읽어보라 던져준다면 그들의 감상은 나와 꽤 다를 것이다. 특히 조니 뎁과 앰버 허드 챕터는 냉소적인 반응을 얻을 수도 있겠지. 평소에 하던 말을 생각해 보면.

어려운 말이 없어 순식간에 읽힌다. 이렇게 책을 빨리 읽은 건 정말 오랜만인 듯.
인생 참…고민하고 고민하는 슐츠 씨처럼 살아야 하는데.

중국 여성 SF 걸작선

사놓기만 하고 미뤄뒀던 책과 영상들을 해치우는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도망가는 별”, “우주 끝 네스토랑”, “평형 공식”.
“도룡”은 중간에 내용을 짐작했음에도 취향인 내용이라 흥미진진했고 “얼굴없는 여자아이 연화”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괴담이나 설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편집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중국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들을 선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듯 하다. 민간설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괴담은 그것과 곧장 이어지니까.

읽으면서 작품 외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개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국에 아직 중국과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으나 동시에 서구세계를 지향하던 시기에 성장한 사람으로서 자의와 취향에 따라 후자의 문화를 선택한 인간이라 첫 몇 편을 읽기까지 이 분위기에 선뜻 익숙해지지 못했다. 일본만 해도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중국은 일단 문화고 역사고 너무 방대하여 고대 신화라고 해봤자 기초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고 고전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주석이 반갑지 그지 없었다. 하기야 접한 총량이 다르니 영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용이나 레퍼런스를 지금 수준으로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나마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깊이 얽힌 나라인지라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서양문화보다 친숙하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우리와의 국제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솔직히 남미 문학을 읽을 때는 비슷하게 낯설면서도 여기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인데, 작품 자체들이 낯설다 보니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 때문에 주인공이 주로 여성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소년이 많이 등장했다는 정도. 중국 문학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남성을 대변하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해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여하튼 지금의 중국은 처음 개방하던 시기, 내가 기억하던 중국이 아니고 오히려 멀어진 느낌이기에 그래서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궁금하잖아. 너무 궁금해. 언정소설이라도 많이 읽어봐야 하나. 그치만…그치만 길어!! 누가 중국 작가들 아니랄까봐 다들 길다고 ㅠㅠㅠㅠㅠ

나오미 크리처

1.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단편집. 먼저 타이틀 작품인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가 너무 사랑스러웠다.
사실 이 작품뿐만 아니라, 한편씩 읽어나갈수록 SF 장르에서는 보기 드물게 전반적으로 작가의 시선이 매우 따뜻하고, 동화적인 데가 있다는 것을 실감한다. 이런 분위기가 너무 오랜만이라 여기 실려 있는 거의 모든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 나도 확실히 나이가 든 모양이지. 스스로 냉소적이고 비판적이면서 이젠 여기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걸 보면.

2. “캣피싱”

두 권을 한꺼번에 구입해서 연달아 읽었는데, 아무 생각없이 단편집을 읽은 건 탁월한 선택이었다. 위의 “고양이 사진 좀 부탁해요” 단편을 모티브로 삼은 장편소설이 이 작품이라서. 주인공 스태프의 부모님이 지닌 비밀은 생각보다 훨씬 놀랍고, 아이들의 채팅방은 초기 PC 통신 대화방을 연상케 한다. 개인적으로 낭만적인 시절이었다. 얼굴도 진짜 이름도 모르는, 평생 직접 만날 수는 없겠지만동시에 평생 알던 주변 사람들보다 말과 마음이 잘 맞는 이들에게 새벽에 고민을 털어놓던 순수한 대화방들. 요즘 시대에도 그런 게 과연 가능할까?

AI가 가미된 80년대의 십대 모험 영화를 한 편 본 느낌이다.

무협로판 읽은 것

네이버 시리즈

1. “악녀사주”
전작인 “고수, 후궁으로 깨어나다”를 미친 듯이 낄낄거리며 본 까닭에 이번에도 선택.
무림, 사망, 빙의, 사랑하는 남자가 있었지만 별 미련 없이 포기함
등등 기본 키워드가 전작과 비슷한데
간혹 유머 코드가 있긴 하지만 훨씬 진지해졌다.
거기다 “헌터물”이야.
원래 헌터물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번 기회에 생각해보니
헌터물도 기본이 무협이라는 걸 깨달았다.
물론 엄밀히 따지면 ‘게임 시스템’이라고 보는 게 더 적절하기야 하겠지만
한국어에 불교가 깔려 있는 것처럼 한국사람들의 창작적 사고세계에도 무협이 기본으로 깔려 있는 게 아닐까.

성별반전처럼 온갖 남자들이 다 달라붙고 있는데
다 필요없고 신연이랑 신새 응원합니다.
신연이 신새 처음엔 얘 왜이래…하다가 귀여워하는 거 너무 사랑스러워. ㅠ.ㅠ
둘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다. 어흑.

그건 그렇고,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도 하나 있던데
이것도 한번 손 대 볼까.

2. “사파무림 시한부로 살아남기”
네이버에는 로판 안에 “무협” 키워드 분류가 필요하다.

많은 빙의물 중에서도
특히 어린아이 몸속에 들어간 성인이 성인처럼 구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 작품은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이 애어른이다.
심지어 어린애로 있는 기간이 너무 길어!

그 점을 제외하면 무협물로서는 꽤 재미나게 읽고 있는데
“살아있는 시체”를 부린다는 점은 너무 쉬운 설정이 아닌가는 생각이 들어.
편리한 사람도구조연을 옆에 하나씩 붙여놓았는데
내가 아직 발견하지 못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렇다할 커다란 약점이나 제약이 없다니 이보다 더 심심할 데가 있나.

그리고 보아하니 이야기 규모가 상당히 거대해질 것 같다.
이 작품도 그리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처럼 보여 조금 불안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