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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저자는 콜슨 화이트헤드.

흑인들의 탈출을 도왔던 지하철도 조직을 진짜 ‘철도’로 해석하여 노예소녀 코라의 탈출기를 그린 작품. 덤덤한 문체임에도 감정이 사무쳐 있다. 동화같은 ‘그래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리하여 그들이 지금도 끊임없이 투쟁하고 있고 이 길에는 끝이 없으리라는 사실을 혹독하게 실감하게 한다. 절규하지 않는데도 아프다. 정말로 아프다.

생각보다 길지 않고, 희망적인 결말에도 카타르시스는 없다. 어쨌든 그 이후의 기나긴 역사 또한 우리 모두 알고 있기에.

수십년 일제 강점기를 겪은 우리도 세대에 걸쳐 쉽사리 떨칠 수 없는 감정을 품고 있건만 백년이 넘도록 수탈당하고도 가해자들과 아직도 한 나라 한 땅에서 살고 있는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의 심정은 어떠할지 사실 짐작도 잘 가지 않는다. 작가마저 ‘화이트헤드’라는 성을 갖고 있다는 사실마저 아이러니하고. 나 역시 지난 수십년 간 주로 백인주류가 만들고 내보이는 대중매체를 통해 미국문화를 배웠다보니 아프리카계 미국인들은 아직도 낯선 부류이고 이제야 조금씩 ‘그들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보고 들으면서 배워나가는 중이다. 아직도 더 많이 필요하다.

혁명하는 여자들

SF 소설계 여성작가들의 단편 모음집.

은유에서 직설적인 현실 직시, 판타지에서 하드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적 배경을 갖춘 작품들이 모여있다. 읽기 전에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서 집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시작한 후에도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조금씩 쉬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르귄의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늑대여자”, “완벽한 유부녀”가 좋았다.
“자신을….”은 이 책을 열기에 알맞은 무난함과 낯설음이 동시에 혼재되어 있었고
“늑대여자”는 현실이었으며
“완벽한 유부녀”는 그 상반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가슴 이야기”는 보는 내가 아팠고,
“바닷가 집”은 더 넓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 확실히 내가 소심하며 중도적 성향을 지녔음을 실감했다. 나는 전복적이기보다 은근한 것을 즐기고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것 또한 저어한다. 지금껏 만들어진 취향이니 어쩔 수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뒤쪽에서 관찰하는 편을 선호한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호소하는 것들보다 차라리 공격적인 것들에 더 정이 간다. 두번째 선집이 나오면 좋겠다.

살인자의 진열장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팬더게스트 시리즈 1권.
괜찮다는 추천을 받아서 중고로 시리즈 3권까지 모두 구해왔는데
오컬트가 주요 내용일줄은 몰랐다.
난 순수 추리소설인 줄 알았지. ㅠ.ㅠ

사실 이 두 장르를 접목시킨 건 영상류는 재미있게 봐도 활자로는 즐기지 않는데
이미 다른 누군가의 템포대로 만들어 정해진 시간 내에 눈 앞으로 지나가는 영상과는 달리
소설은 나의 사고가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게 뭐야’가 말을 걸기 때문이다.

팬더게스트에 대한 묘사는 꽤 흥미롭긴 한데
지금 읽기에는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있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라면 나을 것 같고
솔직히 그 쪽을 염두에 둔 시리즈가 아닌가도 생각된다.

내용이 워낙 신비주의 쪽이다 보니
뭐라 서평을 쓰기도 애매해.
처음에는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며 중간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설마….??? 하던 게 진짜로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나머지 두 권은 즐긴다기보다 왠지 숙제를 읽듯이 해치울 것 같다.
실제로 손이 잘 안 가기도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