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고리 보관물: 감상/읽고

혁명하는 여자들

SF 소설계 여성작가들의 단편 모음집.

은유에서 직설적인 현실 직시, 판타지에서 하드 SF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스타일과 문화적 배경을 갖춘 작품들이 모여있다. 읽기 전에 마음을 다잡아야 할 것 같아서 집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시작한 후에도 작품과 작품 사이에서 조금씩 쉬어야 했다.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르귄의 “정복하지 않은 사람들”이었고,

“자신을 행성이라 생각한 여자”와 “늑대여자”, “완벽한 유부녀”가 좋았다.
“자신을….”은 이 책을 열기에 알맞은 무난함과 낯설음이 동시에 혼재되어 있었고
“늑대여자”는 현실이었으며
“완벽한 유부녀”는 그 상반된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가슴 이야기”는 보는 내가 아팠고,
“바닷가 집”은 더 넓게 확장해도 좋을 것 같았다.

읽으면서 확실히 내가 소심하며 중도적 성향을 지녔음을 실감했다. 나는 전복적이기보다 은근한 것을 즐기고 현실과 동떨어지는 것을 싫어하면서도 지나치게 가까이 있는 것 또한 저어한다. 지금껏 만들어진 취향이니 어쩔 수 없으면서도 계속해서 뒤쪽에서 관찰하는 편을 선호한다. 동시에 그렇기 때문에 호소하는 것들보다 차라리 공격적인 것들에 더 정이 간다. 두번째 선집이 나오면 좋겠다.

살인자의 진열장

더글러스 프레스턴과 링컨 차일드의 팬더게스트 시리즈 1권.
괜찮다는 추천을 받아서 중고로 시리즈 3권까지 모두 구해왔는데
오컬트가 주요 내용일줄은 몰랐다.
난 순수 추리소설인 줄 알았지. ㅠ.ㅠ

사실 이 두 장르를 접목시킨 건 영상류는 재미있게 봐도 활자로는 즐기지 않는데
이미 다른 누군가의 템포대로 만들어 정해진 시간 내에 눈 앞으로 지나가는 영상과는 달리
소설은 나의 사고가 훨씬 적극적으로 개입하여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이게 뭐야’가 말을 걸기 때문이다.

팬더게스트에 대한 묘사는 꽤 흥미롭긴 한데
지금 읽기에는 약간 촌스럽다는 느낌이 있다.
차라리 드라마나 영화라면 나을 것 같고
솔직히 그 쪽을 염두에 둔 시리즈가 아닌가도 생각된다.

내용이 워낙 신비주의 쪽이다 보니
뭐라 서평을 쓰기도 애매해.
처음에는 나름 흥미진진하게 읽어가며 중간에 숨겨진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설마….??? 하던 게 진짜로 맞아 떨어지는 바람에

나머지 두 권은 즐긴다기보다 왠지 숙제를 읽듯이 해치울 것 같다.
실제로 손이 잘 안 가기도 하고.

피어클리벤의 금화

피어클리벤의 금화 

브릿G에서 현재 연재 중인 작품.
하도 타임라인에 자주 나타나길래 결국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읽어 보았다.

전반적으로 “근대국가로 가는 길”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좋을 듯 하다.
이영도와 얼음과 불의 노래 영향이 많이 느껴지고, 그 외에 다른 몇몇 작품들의 냄새와 문체도 묻어 있지만 그래도 재미있다. 중반 이후 간혹 ‘어, 원래 이런 인물이었나?’ 혹은 “원래 이렇게 말하는 인물이었나?’라는 가벼운 의문이 느껴지는 지점들이 있는데 나중에 출판물을 내게 될 때에는 수정이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싶다. [대개 사소하고 단편적인 것들이라 아마도 연재물을 한번에 읽는 사람들이나 눈치챌 것이다]

예전에 몇몇 작가들로부터 “악역이 제일 중요하다. 모든 인물은 작가의 일부분이기에 악역은 자신의 성격 틀 이상을 벗어나기가 특히 힘들다”라는 취지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데[예를 들면 피터 파커는 아무리 흑화해도 기껏해야 아울렛에서 양복을 사는 탈선밖에 못하는 것처럼], 이 작품에 약점이 있다면 바로 그 부분이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이성적으로 사고하고 ‘대화’를 나누며, 격렬하게 충돌하는 일도 없고 거의 일사천리로 갈등이 해결된다. 중반이 지난 현재까지도 감정의 고조와 충돌에서 해결까지 가는 길이 단순하고 신속하다. 덕분에 읽는 이로서는 편안하고 답답하지 않은 대신 상대적으로 밋밋하다. 이야기 밖에서 조망하는 독자뿐만 아니라 이야기속의 등장인물들마저 끝에서 기다리는 결말을 알고 다 함께 손 잡고 이미 정해진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풍경과 비슷하달까.

하지만 울리케는 귀엽고, 시그리드는 멋지고,
…..아우트케랑 울리케 한 쌍 밀고 싶다. 캬캬캬캬캬캬캬

덕분에 하루를 통째로 날렸어. ㅠ.ㅠ

조만간 황금가지에서 출간될 예정이라고 한다.
꾸준히 연재를 따라가는 걸 못하는 인간이라 또 언제쯤 뒤를 몰아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