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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미스터리”

메리 히긴스 클라크 기획, ‘뉴욕’이라는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16인의 미스터리/스릴러 작가들의 기획 단편 모음집.

미국 영화나 스릴러를 읽고 자란 나 같은 인간에게 뉴욕은 가본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묘한 친숙함을 갖고 있는 공간이다. 지명과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장소들. 활자 속 파편적인 2차원 공간들은 익숙하나 3차원 공간으로 연결해 그릴 수는 없는 곳.

현대부터 2차대전, 1920년대까지 시간적 배경도 가지각색이고, 더불어 장르와 분위기도 천차만별이다.

익숙한 리 차일드에서 시작해
전형적인 범죄물인 “이상한 나라의 그녀”에서
거의 편견에 가깝다고까지 해야 할 어퍼 사이드의 분위기를 그려낸 “진실을 말할 것”에서
“지옥으로 돌아온 소녀”로 이어지는 흐름이 좋았다.
희곡 형식의 “함정이다!”도 그 형식과 첼시라는 배경에 맞물려 눈에 띄는 작품이었고.

금방 읽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더 시간이 오래 걸렸어.
요즘처럼 아무 곳에도 갈 수 없는 시대에, 한바탕 관광을 하고 온 느낌이었다.

“문과라도 안 죄송한 이세계로 감” – 진행 중

그리고 이어서.

일명 “문송안함” 이건 트위터에서 누군가의 추천을 보고 흥미가 생겨 언젠가 볼까나 했는데
결제금이 남았길래.

스포하자면 여긴 주인공이 편집자다.
사전지식 없이 시작했는데 ㅋㅋㅋㅋㅋ 젠장 작가-독자 메타 읽고 났더니 이번엔 편집자!!!!!

역시 빙의 회귀 이세계 아주 골고루라 요즘 이런 거 진짜 유행이구나 싶었는데
이거 뒤로 진행되면 될수록….
빨갱이 사학과 소설로 변신.
푸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주인공이 사학과 졸업 편집자길래 음, 했더니 정말 저 설정과 특성이 소설 자체의 성향과 기가 막히게 맞아 떨어진다.

아니 작가님, 이거 제목 잘못 지었잖아요. 이거 어그로 끄는 제목이잖아요.
여튼 제목과 달리, 초반의 좀 라노벨스러운 캐릭터와 설정, 어쨌든 제목과 맞춰야 한다는 일념으로 억지로 끼워 넣은 듯한 몇개 대사들을 거치고 나면 본격적으로 스토리가 시작되고,
결론을 말하자면 아주 마음에 들었습니다.
난 성향이 그렇다 보니 “전독시”보다 이쪽이 취향이야. 역시.
저자의 절대성에 묶여 있고, 한계 속에서 행동하지만 의견제시를 할 수 있으며
흐름을 관조하고 기회가 된다면 수정하길 바라지만 지난 일은 지난 일로 인정하는 것.
게다가 외적 틀은 정통 판타지요 내적 틀은 전통적인 영웅서사시.
뒤로 가면 갈수록 세계관이 드러나는데 이거 처음 봤을 때와는 이미지가 전혀 다르잖아.

여하튼 나는 연재중인 소설은 잘 못따라가는 편이라
아마도 중간에 멈췄다 한꺼번에 따라가게 되겠지만
힘내라 김클레이오. 역사와 고전이 함께한다.

덧. 아니…..뒤로 가면 갈수록 이거 뭡니까 작가님.
저자놈이 의도하고 원하는 거 진짜로 ‘문송안함’ 세상이잖아.
제가 큰 뜻을 몰라보았습니다. 으익.

“전지적 독자 시점”

워낙 인기 있는 소설이라 단편적인 이야기를 꽤 들었지만
네이버 웹툰이 시작된 후 호기심이 생겨서.
게다가 이미 완결작이라 별로 부담도 없었다.

아, 난 작가-독자-주인공 이런 메타 너무 좋아 캬캬캬캬.
오랫동안 연재되다 보니 상당히 길고,
일본 소년만화처럼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어 한꺼번에 몰아 읽으면 확실히 지루한 부분이 있다.
특히 나는 이런 식의 대규모 파괴 전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고
그러다보니 묘사 자체도 치밀하지 못한 편.

하지만 이 소설의 장점은
모든 인기있는 소재들을 한 방에 몰아넣고
이세계-게임-전투-구경-후원-현실과의 메타성 – 익숙한 조형의 캐릭터들 기타 등등 버무려놓고는
작가 입으로 ‘그것을 잘 해내는 것이 뛰어난 작가’라고 말하고 있으며
웬만큼 익숙한 사람들은 큰 줄기의 스토리와 인물들이 누구인지 짐작할 수 있을만큼 복선도 충분히 깔아주었다는 점일까.
인기있는 요소를 전부 차용해놓고도 개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대중작가라면 그건 명백한 장점이고.

역시 그게 이렇게 길어질 일이냐…?
라고 생각은 하지만
확실히 페이지 넘어가게 하는 매력이 있었고
다들 사랑스러웠어.

제가 한수영김독자를 지지합니다. 푸핫.
작가 선생 작가 캐릭터 좀 편애하시던데요….

“피프티 피플”

지방의 – 아마도 경기도일 듯한 – 한 병원을 중심으로, 서로 엮이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내 기억에 여러 사람들에 대한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장편소설’이라는 표지글에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었다. 음, 다 읽은 지금도 과연 이걸 장편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싶긴 하다.

하지만 일단 술술 넘어가도록 재미있고, 나중에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가 사람들을 참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는 생각도 든다. 애환과 비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절망적이지는 않다.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생각할 즈음에 마지막 사건이 일어났고, 좌석을 되짚으며 저게 누구였더라 다시 앞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봤으며, 도마뱀 동화가 허구라는 작가의 말에 내심 실망했다. 쳇, 양복입은 도마뱀 아저씨 되게 궁금했는데.

내가 읽은 정세랑 작가의 첫 작품이다. 두번째를 찾아봐야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