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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브스 아웃: 글래스 어니언” (2022_

요즘 영상물은 영 땡기지 않아서
– 일단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한동안 손을 놓고 있었는데 어쩌다 누이 집에서 보기 시작하는 바람에
집에 돌아와서 뒤쪽을 계속 시청.

역시 영국식 추리소설을 보고 자란 나 같은 인간한테
너무 취향 저격이야. ㅠ,ㅠ
1편보다 더 가벼워졌고, 늘 그렇듯 노골적인 풍자가 헛웃음을 짓게 만든다.
다니엘 씨 여전히 어색한데 그래도 1편보단 좀 익숙해졌는지
그 어색함이 조금 자연스러워졌어. 적어도 ‘내가 왜 여기서 이런 일을’ 하는 건 사라졌던데.

솔직히 범인이야 조금 뻔하다고 생각했지만
2부 시작되기 전까지 내막은 상상도 못했어.
너무 고전적이라 즐거운데, 나도 이젠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꼰대가 되었구나 싶기도 하고.

배우도 카메오도 무시무시할 정도라
제2의 소더버그를 꿈꾸십니까, 소리가 나왔다.

그래, 요즘 이렇게 유쾌한 게 고팠다.
필요하기도 하고.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2022)

요즘 영상물에 전혀 손을 안 대고 있는데
(오비완 제외. 아 이것도 글을 쓰긴 해야 하는데.)

몇 개 클립을 보고 궁금해서 시작.
아직 넷플릭스에는 4화까지밖에 안 올라왔다.

아, 사랑스럽네.

내가 어린 시절만 해도 서펀트 증후군 캐릭터를 내세운 영화나 드라마가 나름 획기적이었으나
(내가 접한 최초의 작품은 ‘레인맨’이었으니)
그 뒤로 시간이 지나면서 정형화되는 문제가 나타났고,
또한 의학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많은 변화가 있어
사람들의 인식이 너무도 빨리 변화하다 보니
한국의 경우 중간의 몇 단계를 뛰어넘게 되어 이리저리 충돌도, 시행착오도 많을 수 밖에 없는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한 게 보이고,
주변에서도 우려가 많았던 걸로 보이는데 3화의 주제를 통해 정면으로 돌파하는 길을 택했다.
물론 앞으로 더 봐야 알겠지만

“판타지”라는 사실을 감안하더라도
굉장히 온화한 작품을 만들었다.
가끔은 지나치게 ‘온화한 게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긴 하는데

솔직히 내가 한국드라마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이유는
감정과잉인 장면들이 너무 많아서 지치기 때문이기도 하거든.
나는 작가들이 그놈의 고래고래 악지르는 장면과, 펑펑 우는 장면 없이 드라마를 만드는 벌칙이라도 한번 받아봐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오히려 기분 좋게 드라마를 보고, 차분하게 생각할 수 있어서 좋았다.
생각 없이 넘어가지 않도록 적어도 한두군데씩은 계속 찔러주고 있고.

몇 가지 걱정되는 부분이 있는데
(출생의 비밀 제발 ㅠㅠ 남자의 부모 제발 ㅠㅠㅠㅠ)
제발 피해주길 바라지만 아무래도 힘들 것 같아
과연 이 게으른 내가 끝까지 보게 될 것인가, 가 궁금하네.

이카로스(2017)

러시아 선수들 도핑에 관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이미 국가 이름으로 출전하지 못하는 와중에
이번 베이징에서도 피겨에서 또 터진 걸 보고 찾아봤다.

이야기는 사이클링을 하는 감독이 암스트롱의 약물 소식에 놀라
스스로 약물을 투여하고 도핑 검사를 피해갈 수 있는가를 시험하는 걸로 시작되는데,
그 과정에서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 소장의 도움을 받게 되고,
다큐 촬영 도중 소장이 수사 대상이 되면서
미국으로 도피, 러시아 스포츠 선수들의 약물 투여가
러시아 정부 주도로 체계적으로 이뤄졌음을 폭로한다.

저 흐름 자체가 굉장히 놀라웠는데,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인맥으로 연결된 대상이
상당한 거물인 전 러시아 반도핑 연구소 소장이라는 것부터 일단 충격
그리고 후에 미국에서 사실을 폭로 후 목숨의 위험을 느끼는 와중에도
러시아에 있는 가족들과 무사히 화상통화를 할 수 있었다는 것도 상당히 놀라웠다.

한국인으로서 독재에 너무 익숙해진 건가 싶기도 하고.

중반까지 감독이 자신의 몸으로 실험을 하는 부분은 좀 지루함이 있었고
(특히 내가 이 다큐의 내용을 알고 있는 이상)
반면에 후반은 더 자세하게 이야기할 수도 있었을 것 같은데 빠르게 핵심만 짚고 간다.
아마 다른 이유가 있었을지도.
개인적으로 “이렇게 다큐에서 얼굴이 다 공개되는데 증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게 효과가 있나”
하고 생각하는 걸 보니 역시 난 독재에 너무 익숙해진 한국인인 것 같기도 하다.

이미 이런 증거가 다 밝혀졌음에도
국가의 이름은 아니더라도 러시아 협회 이름으로 올림픽에 출전하도록 허가한
IOC에 환멸을 느낄 수 있다.
아마 그렇기에 이번에도 더욱 노골적으로 저질렀겠지.
이 경우엔 선수들이 불쌍하게 생각하기도 어려운 게
처음에는 외부 압력에 의한 것이었을지도 모르나
지금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며 승리의 환희와 결과를 만끽하고 있다는 점에서
참작하기가 힘들다.

“브리저튼”(2021), 넷플릭스

마감 끝나고 한시름 돌리나 했더니
또 다시 폭풍처럼 일이 몰아쳐서 다시 비상 모드인데
(일을 하나만 하고 싶다…멀티태스킹 너무 힘들어.)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은 들었으나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추천해서 보기 시작.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친구에게서 들은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었다.
드라마도 성인 등급. 처음부터 깜짝 놀랐네.

남자주인공이 흑인인 건 아무 문제도 안 되는데 차라리 극중에서 그 설정에 대한 변명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바로 전대까지 차별이 있었다면서 왜 공작가는 그리도 오래된 가문인건데?) 어차피 가상의 시대인데 그 세계에서 그랬다면 그런 거지. 그랬다면 도리어 여자들 문제에 더 집중하는 효과도 가져왔을 테고.

페넬로페와 엘로이즈가 사랑스럽다.
형제자매들의 이야기가 각자 있다고 들었는데 이 둘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
둘이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는 아무리 봐도 게이 같던데, 차라리 그쪽으로 각색을 했어도 좋았을성 싶다.
하지만 원작이 헤테로 로맨스 소설이니….그건 좀 너무하겠지.
페넬로페 어머니 배우가 좋았다.
역시 시대극의 꽃은 중년, 특히 못된 성격 캐릭터들이지. 하지만 이 캐릭터도 나름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부르고싶지 않네

다프네 배우가 참 묘한데,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표정과 생김새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닮아간다.
이쯤 되면 단순히 영국애들이 선호하는 얼굴인 게 아니라 연기 스타일의 정형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술을 말고 턱을 내미는 그 스타일이 너무 똑같아서 당황스러웠다.
같은 학교에서 연기 수업이라도 받은 걸까.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떠나지 않더라고.

읽어야할 책들도 쌓여 있는데,
숙제하듯 기다리고 있다보니 선뜻 손이 안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