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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리저튼”(2021), 넷플릭스

마감 끝나고 한시름 돌리나 했더니
또 다시 폭풍처럼 일이 몰아쳐서 다시 비상 모드인데
(일을 하나만 하고 싶다…멀티태스킹 너무 힘들어.)

처음 나왔을 때 제목은 들었으나
집에 놀러 온 친구가 추천해서 보기 시작.
알고 보니 예전에 그 친구에게서 들은 로맨스 소설이 원작이었다.
드라마도 성인 등급. 처음부터 깜짝 놀랐네.

남자주인공이 흑인인 건 아무 문제도 안 되는데 차라리 극중에서 그 설정에 대한 변명을 넣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바로 전대까지 차별이 있었다면서 왜 공작가는 그리도 오래된 가문인건데?) 어차피 가상의 시대인데 그 세계에서 그랬다면 그런 거지. 그랬다면 도리어 여자들 문제에 더 집중하는 효과도 가져왔을 테고.

페넬로페와 엘로이즈가 사랑스럽다.
형제자매들의 이야기가 각자 있다고 들었는데 이 둘의 이야기가 가장 궁금해.
둘이서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둘째는 아무리 봐도 게이 같던데, 차라리 그쪽으로 각색을 했어도 좋았을성 싶다.
하지만 원작이 헤테로 로맨스 소설이니….그건 좀 너무하겠지.
페넬로페 어머니 배우가 좋았다.
역시 시대극의 꽃은 중년, 특히 못된 성격 캐릭터들이지. 하지만 이 캐릭터도 나름 사랑스러워서 그렇게 부르고싶지 않네

다프네 배우가 참 묘한데, 처음 봤을 때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표정과 생김새가 키이라 나이틀리를 닮아간다.
이쯤 되면 단순히 영국애들이 선호하는 얼굴인 게 아니라 연기 스타일의 정형화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입술을 말고 턱을 내미는 그 스타일이 너무 똑같아서 당황스러웠다.
같은 학교에서 연기 수업이라도 받은 걸까.
보는 내내 머릿속에서 궁금증이 떠나지 않더라고.

읽어야할 책들도 쌓여 있는데,
숙제하듯 기다리고 있다보니 선뜻 손이 안 가네.

“에놀라 홈즈” (2020) – 넷플릭스

귀여워라!!!!!

드라마인줄 알고 그냥 넘어갈까 했는데
두 시간만 투자하면 되는 영화라서 두번에 걸쳐 시청.

전반적인 느낌은 “EBS TV 영화”인데
원작이 청소년 소설이라 당연한 것 같기도 하다.

밀리 브라운은 어렸을 때부터 보면 볼수록 캐리 피셔+나탈리 포트만이라
스타워즈여 제발 좀 데려가라, 노래를 부르는 편이긴 한데
커서도 그 얼굴이 그대로 남았구나.
상큼발랄한 말투가 내가 좋아하는 여주인공 스타일이야.

다만…마이크로프트는 왜 그모양으로 만들어놓았고(원작이 원래 이런가?)
도대체 셜록 홈즈는 왜 헨리 카빌인가….????
라는 의문이 들어서 처음에 도통 집중이 안됐다.
에놀라 엄마가 헬레나 본햄 카터인 거랑 헨리 카빌이랑 밀리 브라운이 남매인 건 그럭저럭 이해하겠는데 헬레나가 헨리 카빌 엄마인 건 못 믿겠다고.
아마 그래서 절대 한 화면에 넣지 않은 거겠지만.

원작 자체가 꽤 영리한 소설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대적인 배경 속에 현대적 사고를 가진 새 캐릭터를 끼워넣는 건 많이 본 기법이기도 하고.
시대극에 현대적인 연출이 이뤄지면 그 부조화에 약간 당황하는 편인데
이 작품은 동시대성이 크게 부담스럽지 않네

“셀프 메이드(2020)” – 넷플릭스

흑인 여성들을 위한 헤어제품과 미용사업으로 백만장자가 된 마담 C. J. 워커를 다룬 넷플릭스 오리지널 미니시리즈.
전혀 알지 못한, 혹은 관심이 없었던 역사였음에도
이미 알고 있던 정보들을 하나씩 대입하면 이보다 더 당연할 수가 없다.
미국의 흑인여성들이 머리 때문에 얼마나 고역을 겪고
그것을 정돈하기 위해 돈과 시간과 노력을 사용하는지 알고 있었으니까.

애디 먼로라는 경쟁상대와 여성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고난의 연속이 이야기를 가끔 스릴러에 가깝게 만들어준다. 그리고 탁월한 여성사업가의 이야기가 으레 그렇듯 남자들은 하등 도움이 되지 않지. 기대를 벗어나지 않아서 좀 웃었다. 그렇다고 주인공을 우상화하지도 않는다. 집요하고 미래지향적 비전을 갖고 있으며, 자신의 확고한 정체성을 인식하고 있고, 또한 부인할 수 없는 흠결을 지닌 전형적인 사업가. 인물 자체가 현대적인만큼, 가끔 극 자체가 너무 현대적인 연출을 하고 있어서 시대적 배경을 깜박 잊어버리기게 되는데, 내가 구식이라 그런지.

옥타비아 스펜서의 얼굴은 문득문득 인도 영화에서 본 얼굴을 떠올리게 한다. 인종이란 정말 신기할 정도로 서로 비슷하다니까.

요즘 이상하게 흑인 관련 작품들을 보게 되는데 [넷플릭스에서 자주 눈에 띄기도 하고}
내가 막연하게 뭉뚱그려 미국문화라고 인식하고 있던 것이 실은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게 얼마나 많았는지 새삼 놀라게 된다. 그나마 처음부터 가장 강한 인식을 갖고 있는 게 음악인데, 이런 작품들을 볼 때마다 그리고 삽입곡들이 흐를 때마다 이들이 이제껏 쌓아온 풍부한 음악적 자산에 감탄하게 된다. 그 배경을 생각하면 자산이라고 표현하기가 죄스럽지만.

“제프리 앱스타인: 괴물이 된 억만장자”

정말 오랜만에 넷플릭스.
요즘에는 창작물보다 다큐멘터리를 선택하게 된다.
4부작인데도 수면시간을 희생하면서까지 정신없이 몰아봤다.

제프리 앱스타인에 대해서는 그저 평범하게 돈을 벌어 부자가 되었을 거라고 짐작하고 있었으나,
역시 인간은 한 가지만 하는 게 아니며,
이미 도덕적으로 파산한 인간이기에 오랫동안 미성년자와 여성들을 착취해왔고
그러한 행위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거나 후회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것이 단순히 억만장자의 개인적인 일탈이 아니라
초반부터 매우 조직적으로 실행되어 엄청난 수의 피해자를 양산했으며
비슷한 계급의 비슷한 괴물들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조직범죄다.

그럼에도 그들은 모두 처벌받지 않았고, 앞으로도 처벌받지 않겠지.

솔직히 말하자면 유럽 쪽 컨텐츠에서 한동안 이와 비슷한 창작물이 한동안 쏟아져나온 적이 있었는데,
(미성년 소녀의 죽음, 그 비밀을 파헤쳐보니 부유한 권력자와의 성적 학대 및 착취와의 연결)
당시에는 왜 하필 이런 게 유행이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시기를 보건대, 어쩌면 이 사건이 영감을 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번 하비 와인스타인과 미투 사건과 얽혀 알게 되었지만
이미 2000년대 초반에 수사가 있었으니.

권력과 비리와의 유착 때문에 화가 나서
결말을 미리 알고 있지 않았다면 몇 번이고 중단했을지도 모르겠다.
인맥을 포기하지 않는 권력자들, 죽음으로 탈출한 처벌 등
여러 면에서 안희정 및 박원순의 사건을 연상케 하는 지점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