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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릿 세탁소” – 넷플릭스

요즘엔 사전정보를 찾아보는 게 귀찮아서 몇 줄의 영화 설명만 보고 클릭해서 보는 편인데,
이 세탁소가 ‘돈세탁’을 의미하는 거라는 건 영화가 시작되고 조금 지나서야 알았다.
난 메릴 스트립의 이른바 모험 영화인줄 알았지.

파나마 페이퍼스 사건을 바탕으로 한 원작 서적을 영화화 한 작품.
이 거대한 사기극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어떤 사례들이 있고 어떻게 평범한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대체 이런 사태의 원흉은 무엇인지
독특한 방식으로, 그러나 매우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고 있다.
난 이게 보시라이 스캔들까지 이어져 있는 줄은 몰랐어. 정말 어마어마하다.

소더버그 작품 답게 정말 온갖 얼굴아는 배우들이 등장한다.
개인적으로 메릴 스트립 분량이 저거밖에 안되는데 전면에 내세웠어?
라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고 조금은 납득.
거의 계몽용 선거운동 영화에 가까울 정도였다.

짧고 유익한 영화였다.

“더 포스트” (2018)

어렸을 때부터 언론을 다룬 영화는 늘 내 로망이었다.
그런 점에서 스필버그와 메릴 스트립과 톰 행크스의 조합은 넘어갈 수 없는 영화임이 분명하고.

1971년 뉴욕 타임즈의 “펜타곤 페이퍼” 보도 사건을 둘러싸고
경쟁사로 떠오르고 있던 워싱턴 포스트와 여성 사주인 캐서린 그레이엄에 관한 이야기.

언론의 본분이란 무엇인가, 라는 사회적인 주제를 현 트럼프 정권 하에서
시의적절하게 다루는 것은 물론
시대극으로서도 흠잡을 데가 없을 뿐만 아니라
나아가 그 중심에 브래들리가 아닌 그레이엄을 세움으로써
여성주의적인 시각까지 포섭했다.

리들리 스콧도 그렇고 스티븐 스필버그도 그렇고
거장들은 가끔 중간에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났을 때
녹슬지 않은 기량은 물론
특히 이제는 무엇보다 진지한 이야기를
어깨에 힘을 빼고도 부담스럽지 않게 전달할 수 있다는 데 감탄하게 되는데
특히 이 작품을 “레디 플레이어 원”을 촬영하는 도중에 완성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지난 수십년 동안 사교계와 가정에 충실했던 여성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짙은 양복을 입은 사내들에게 둘러싸여 주눅들어 있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찾은 후
비록 플래시도 없고 주목은 덜 받을망정 아무렇지도 않게
계단을 내려와 선망의 눈빛을 지닌 여성들을 헤치고 돌아가는 장면에서 정말 펑펑 울었다.

신문을 인쇄할 활자를 뽑고, 윤전기가 돌아가고, 지하에서 기계가 돌면 위층이 흔들리고,
대기하고 있던 트럭들이 신문을 실어나르는 장면이 너무 아름다워서 울컥했다.
미학적인 면에서 뿐만 아니라 맥나마라의 말처럼 이마저 ‘역사적 연구 자료’로 남긴 것 같은 느낌이라.
여러 모로 생각할 부분이 많아
다시 보고 싶은 영화다.

극장에 오래 걸려 있지는 않을 것 같으니 꼭 보러가시길.

그리고 극장을 나오는 순간 “대통령의 사람들”을 보고 싶어질 것임.
내가 그랬다.

덧. 주 각본가인 리즈 한나는 여성으로 85년 생. 일이 진행되면서 “스포트라이트”의 각본가도 참가했다고.

마거릿 대처로 분한 메릴 스트립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철의 여인“에서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수상으로 분한 메릴 스트립입니다.

으익, 사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분장의 힘은 무섭군요. 특히 머리스타일의 위력은 대단합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서 메릴 씨와 비교해보면 같은 인물이라는 게 으으…
제가 마거릿 대처에 대해 갖고 있는 인상은 주로 어린시절에 읽은 아드리안 모올의 “비밀일기”에 기인하고 있는데 [아, 정말 추억의 책. -_-;;; 국민학교 4, 5학년 순진한 시절에 읽어서 ‘때에 따라 길이가 변하는, 아드리안이 물건이라고 부르는 그것’이 대체 뭔지 궁금해하며 읽던 그 시절…쿨럭.]
여하튼 그 때 받은 이미지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영국 보수파에겐 박근혜와 같은 아이돌, 진보에겐 MB와 같은 독재자”랄까요. 그러니 대체 어떤 영화가 나올지 궁금하군요. 무엇보다 감독이 영국인이긴 한데 전작이 “맘마미아”예요.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연말이라 무작정 신청했던 시사회 중 하나에 당첨되어
기쁘게 “판타스틱 미스터 폭스”를 보러 다녀왔습니다.

딴 말 필요없고

귀엽습니다. ㅠ.ㅠ 아흑, 정말 귀여워요. 게다가 이 능글능글한 조지 클루니가 되살아난 듯한[아직 안 죽었습니다만. -_-;;] 이 캐릭터는 뭔가요. 아저씨 얼굴이 살아있어!!!! 심지어 걸음걸이마저도 살아있어!!
제일 마음에 들었던 점은 기술적으로 동물들의 묘사가 매우 뛰어남에도 불구하고 원경에서 잡을 때라든가 [특히 먼 거리를 이동할 때] 기절할 때 눈 모양 같은 건 마치 스톱모션이나 2D 셀 애니메이션처럼 “이거 만화예염. >.<“이라고 대놓고 말하고 있다는 겁니다. 개인적으로 이런 거 정말 좋아합니다. 크흑. 그렇지만 여우의 얼굴을 클로즈업 할 때 씰룩이는 눈썹과…..귀!!!!! 그 쫑긋쫑긋 움직거리는 귀는!!!!!! 아주 섬세한 것이!!! 아흐흐으으으으으으으윽!!!!! 마치 나일론으로 만들어놓은 듯한 구불구불한 수염과 더불어 너무너무너무너무 사랑스러워요.  

시간이 난다면 개봉한 뒤에도 다시 보러가고 싶어요. 꺄앙. >.< 특히 시사회임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이 많았기 때문에 상당히 어수선했거든요. 처음에는 조금 짜증이 날 정도로 말입니다. [전 왜 시사회에 애들도 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걸까요. 정말 상상도 못했어요.] 그렇지만 첫머리부터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데다 나중에는 전체적으로 잠잠해진 걸 보니 아이들도 어른들도 좋아할 영화인 듯 합니다.

크레딧을 보며 성우들도 성우들이지만 감독 이름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만 – 웨스 앤더슨 – “스티브 지소의 해저생활”과 “로얄 테넌바움” 감독이군요, 역시. 그래서 쥐 역에 빌 머레이 씨를 캐스팅한 건가. ㅠ.ㅠ 이 사람은 본 영화들 중에서 실망한 게 하나도 없는 듯 하네요. 그때 “장난감 가게”를 못봐서 유감이어요.

덧. 여우는 개과 동물인데 왜 생긴 건 저리도 고양이같을까요.
덧2. 모든 동물들이 정말 죽여주게 사랑스럽습니다. 특히 폭스 씨 아들이 진짜 귀여워요.
덧3. 늑대 장면을 보고 “원피스”의 그 장면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었어요, 푸핫.
덧4. 그렇지만 결말은, 생각해보면 참 우울한 내용이죠. -_-;; 야생적인 본능이 운운하면서 마지막으로 자리잡은 곳이 그곳이라는 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