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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리&줄리아”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요즘 영화에 대한 아무런 정보 없이 극장에 가는 경우가 정말 흔해져서.
“줄리&줄리아”가 인생에 지친 여자가 유명한 요리책을 그대로 실천한다는 내용이라는 건 대충 알고 있었건만, 어째서 전 그 ‘인생에 지친 여자’가 중년의 메릴 스트립이라고 생각했던 걸까요. 훗, 에이미 아담스 따위 메릴 아줌마의 이름에 가려 보이지 않았던 게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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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니름이 있습니다. 모니터 시사회였고, 보아하니 12월쯤 개봉을 계획하고 있는 것 같던데 영화를 보실 분들은 읽지 않는 편이 좋으실지도요. 개인적으로는 겨울이 아니라 지금 이시기에 딱 보기 좋은 영화라고 생각합니다만. ]

재미있고 유쾌합니다. 아무런 부담 없이 즐겁게 볼 수 있어요. 노라 에프론이라더니, 과연.

전 메릴 스트립이 맡은 역인 줄리아 차일드에 대해 전혀 모르고 영화 속에서 던진 정보를 통해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입니다만, 누가 뭐래도 이 영화는 “메릴 누님 만세!”입니다. 꺄아아아아아아아! 메릴 씨의 깜찍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값어치가 충분합니다. 아놔, 그 나이에 이렇게 귀여울 수 있다는 건 진짜 반칙이어요. 이건 “맘마미야”보다 더해요. ㅠ.ㅠ 저 인간은 괴물인가요. 유튜브에서 잠깐 줄리아 차일드의 영상을 찾아봤는데, 다시 한번 메릴 씨한테 감탄했습니다. 아, 진짜 아줌마, 당신은 천재야.

에이미 아담스는 “다우트”에 이어 메릴 스트립과 두번째로 함께 하는군요. 아가씨 참 복도 많지. 자그마한 체구 때문인지, 묘하게 “청춘스케치”의 위노나 라이더를 떠올리게 했습니다. 여전히 귀엽고 깜찍한데다, 말 그대로 “bitch”기와 “똘끼”까지 적절히 선보이고 있어요. [솔직히 전 이 아가씨의 줄리아에 대한 집착을 볼 때 정신적으로 조금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를 동경하고 함께 대화를 하고 있는 양 상상하는 것까지는 그럭저럭 괜찮은데, 복장까지 따라하는 건 좀 많이 무섭다고요.]

40년 전 줄리아 차일드가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그것을 미국 주부들을 위한 책으로 엮어 내기까지의 과정과, 2000년대 줄리가 그 책에 적힌 500개가 넘는 요리법을 1년 내에 모두 실천하는 과정을 블로그에 올리는 내용이 교차편집되어 진행됩니다. 정석이면서도 상당히 영리하고 매끄러워요.
 
줄리가 ‘음식계 블로거’라는 점도 적절한 양념과 현실성을 뿌려주고 있습니다. 초기에 블로그에 글을 올리며 “누구 이 글 읽고 있는 사람 없나요?”, 이른바 디씨체로 변환하자면 “님들아, 리플좀 굽신굽신’에서 몇달 사이에 소위 네임드 블로거로 이름을 날리게 되면서 댓글 수를 세어 본다거나, 독자에게 선물을 받고 감격한다거나, 영화 속에서는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지만 사이버세계에 몰두한 나머지 남편과의 사이가 삐걱거린다거나, 출판을 꿈꾼다거나 하는 장면들이 블로그를 해본 사람들에게는 꽤 익숙하거든요.

줄리아 차일드의 과거가 마치 꿈인 듯 다큐멘터리인 듯 아득하게 보이는 한편 현대의 줄리는 멀리 느껴지는 그 삶을 우리의 현실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대에서 줄리아 차일드와 줄리의 삶이 다른 사람들을 통해 서서히 좁혀지고 접속하는 순간 우리는 줄리아 차일드가 단순히 환상이나 텔레비전 속의 사람, 머나먼 과거의 인간이 아니라 우리와 동시대 현실에 존재하는 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것은 꿈이 깨지는 순간이기도 하고, 꿈이 완성되는 순간이기도 합니다.
 
그건 그렇고 직장다니면서 500개가 넘는 프랑스 요리를 365일만에 완성했다니, 그게 말이 됩니까. ㅠ.ㅠ 하루에 레시피 두개씩인데 아침 때 하나 저녁 때 하나라고 생각하면 정말 무서운 인간. 진정 집념의 승리로다. 거기다 그 재료에 들어가는 엥겔지수 어쩔 거야. 남편이 대인배.  

덧. 쳇, 나이 서른이 뭐가 대수라고!!!
덧2. 나도 쇠고기찜. ㅠ.ㅠ 나, 나도 라즈베리 바바리안 크림…ㅠ.ㅠ 하지만 생각보다 ‘음식’에 초점이 맞춰지지 않은 건 의외. 흠, 하지만 영화적으로 볼때는 현명한 선택인지도. 랍스터 부분 대공감! ㅠ.ㅠ
덧3. …..그나저나 저 음식들에 들어가는 버터의 양을 생각하면….먼산

로스트 라이언스(Lions for Lambs)


1. 영화관용이 아닌, TV용 영화.

선거도 곧 다가오겠다, 이제 다들 지쳐 매너리즘에 빠져 잊은 듯 하니 이 시점에서 다시 한번 상기시켜주지 않으면 안되겠어!!!!! 이대로 계속되면 안 된다고!!!
라는 생각으로 마음맞는 사람들을 몇 불러다 말 그대로 “전환과 상기”의 임무를 다하고 사라져간다.

역시 상업용 영화라고 보기엔 너무 아쉽다. 아무리봐도 TV용이다.

2. “대학생”으로 대표되는 일련의 집단들에게 매우 적합한 교재가 될 수 있다. [아니, 목적 자체가 그것으로 보인다]
그런 점에서 조금 거칠게 말하자면 “공익운동본부의 프로파간다”에 가깝다.
한국의 개봉시점이 지나치게 적절하다. -_-;;; [대학생들에게 제발 선거 좀 하라고 단체관람시켜도 되는 녀석이다.]

3. 내 생전 톰 크루즈가 이렇게 무서워보인 건 처음이었다.
그 과다미백된 새하얀 치아를 보자마자 공포영화인줄 알았다. 뛰쳐나가고 싶었어.

4. 메릴 씨와 로버트 씨는 딱 자기 몫의 역할을 해낸다. 역할 자체가 평소의 이미지와도 지나치게 맞아 떨어져 연기라는 느낌이 들지 않는 부분도 있고. [로버트 씨야 항상 그렇지]
어빙과 재닌, 언론과 정계[+군]의 티격태격은 아주 적절하게 특성을 살려서 조율되어 있다. 그 부분은 정말 마음에 들어.

5. 그러니까 결국 희생되는 사람들은 말이야……제길.


덧. “세브란스”는 왜 이렇게 빨리 내려가???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놀랍게도, 먼저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주는 영화였다는 점을 고백해야겠다. 어떤 이들에게는 그저 화려한 의상과 배경으로 눈돌아가게 만드는 영화로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직장여성으로서의 나는 여러 가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의 과거, 나의 현재, 친구들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남자친구녀석들의 고민들까지. 아마도 우리 나이대의 아이들은 이미 한 차례 폭풍같은 고비를 넘기고 지금 여기 서 있는 것이겠지만 또 어떤 이들은 뒤늦게나마 새로운 상황 속으로 발을 내딛기도 한다.

예전에 어떤 친구는 자고로 직업이란 하고 싶은 일 > 할 수 있는 일 > 해야하는 일과 같은 우선순위를 지니고 있다고 했고, 또 다른 친구는 직장이란 돈을 많이 주거나,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거나, 좋아하는 일을 하거나 적어도 셋 중 한 조건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했다. 얼마나 많은 이들이 화려하고 폼나지만 힘들고 치사한 곳과 월급은 많지만 일이 지겨운 곳과, 하고 싶은 일이지만 보수가 적은 곳 사이에서 갈등하는 걸까. 그 중에서 결국 꿈을 찾아나서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앤디는 잠시 꿈을 꾸었던 것이다. 미란다의 말이 맞다. 두 사람은 비슷한 종류의 인간이었다. 앤디는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었고, 결국은 제자리로 돌아갔다. 하지만 여기에는 가치판단이 존재하지 않는다. 신문사 사람들은 패션 잡지를 무시하고, 패션계 사람들은 문학이나 언론을 비웃는다. 나? 솔직히 말해 전자에 가깝겠지만, 인터넷 신문 기사를 읽기 시작한 뒤로는 어느 정도 태도가 바뀐 것 같다.

여하튼, 아주 훌륭한 영화라고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기대 이상이었고, 결코 시간낭비는 아니었다고 주장하고프다. 특히 직장여성 동지들끼리는 나름대로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 듯.



덧. 우리 모두 메릴 마님을 경배합시다!!!!!! >.< 당신의 은발과 고상한 척 속삭이는 목소리는 정말 속물적이었어요!!!!

덧2. 앤 해서웨이는 생긴 것도 워낙 인형처럼 예쁘장하게 생겨서 보기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지난번에는 줄리 앤드류스 님과, 이번에는 메릴 스트립 님과……아주 복이 넘치는 아가씨다! ㅠ.ㅠ [하긴, 그 두 노중년 여배우들이 사실은 한 ‘성깔’ 하는 탓에 어린 배우가 고생을 했을 수도 있고, 어쩌면 그 반대였을지도 모르지만] 여하튼, 그렇게 예쁜 얼굴을 그런 짙은 화장으로 떡칠하는 건 개인적으로 범죄라고 생각한다. -_-;;; 화장도 적당히 해야지, 원.

아웃 오브 아프리카

계기는 단지, 로버트 레드포드가 출연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영화는 카렌의 이야기고, 메릴의 영화다.
처음엔 아무리 봐도 그저 못생긴 여자일 뿐이었는데.

어떤 인간이 지닌 매력은, 정말로 마술이라고밖에는 형용할 길이 없다.

어렸을 때 봤을 땐, 그저 멋지다~~~~였는데, 나중에 누가 말하길 이 장면이야말로 한때 모든 여성들의 환타지였다고 하더군. 아…..확실히. -_-;;;

영화를 보고 나서, 데니스는 한동안 내 우상이었더랬다. 사실상 아직도 어느정도 그렇고. -_-;;; 나는 카렌의 심정을 이해하면서도 그의 철학 한마디 한마디에 전적으로 공감했다. 내가 손목시계를 오른손에 차는 버릇을 키운 것도 이때부터. ^^* denys라는 철자를 이용하게 된 것도 이때부터.

한 무리의 새들이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면에 이르면, 언제나 소름이 스물스물 돋는다.
저 너른 평원을, 나도 한 번만이라도 굽어보고 싶다.
그래도, 신의 시선을 느끼진 못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