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4월월

“바이스”(2019)

아들 부시 행정부의 실질적인 막후권력이었던 부대통령 딕 체니를 그린 영화.

기회가 생겨서 거의 기대할 틈도 없이 보러 갔는데
굉장히 재미있고 인상적이었다.
그야말로 현대에 미국이 겪고 있는 모든 문제가 저 시기에 발생하여 연쇄적 효과를 일으켰고
딕 체니와 그 라인에 있는 무리들이 모든 것의 원흉이자 말 그대로 ‘vice’로 보일 정도.

여기서 다시 저 아들 부시라는 인간에 대해 궁금증이 생기지 않을 수가 없는데…
도대체 모든 매체에서 ‘멍청함의 화신’으로 그리고 있는 저 인물은
도대체 어떻게 돼먹은 인간이란 말인가.
차라리 트럼프의 약삭빠름은 이해할 수 있겠는데
아들 부시는… 이렇게까지 공개적으로 무시당할 정도란 말인가.

미국이 세계적으로 미치는 영향이 크다 보니
한국의 관객마저 혈압이 오르는 효과가 있다.

굉장히 유쾌한 톤에, 페이크 다큐의 형식을 취하고 있어서
이른바 ‘심각한 것’을 싫어하는, 저 시대를 살지 않은 관객층을 노린 듯 보인다.
결말의 첨언은 관객층을 확실히 의식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부인 린 체니의 역할이 꽤 충격이었다.
괜히 미국의 영’부인’들이 정치적으로 조명을 받는 게 아니군.
늘 그걸 신기하게 여겼는데 정치가들의 부인은 왕가의 왕비나 마찬가지인 또 다른 ‘부통령’이라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여자들에게 옆에 있지만 직접 손으로 잡을 수 없는 권력은 더욱 감질나기 마련이고.

본 지 일주일 됐는데 어벤저스 엔드게임이 개봉한 지금 아직 극장에 걸려 있을지 모르겠다.
재미있었어. 게다가 배우들도 꽤 즐겁게 찍은 것 같고.
‘빅 쇼트’ 감독이라는데 그 영화도 평이 꽤 좋았던 걸로 기억한다.
시간 나면 걔도 봐볼까.

“미성년”(2019)

원래 한국영화는 안 맞아서 잘 안보는 편인데
어쩌다 소개 영상을 보게 되었고
그래서 관심이 가게 되었고
평이 생각보다 좋아서 바쁜 와중에도 밖에 나갔다가 어쩌다 보게 되었고.

실질적으로 굉장히 격렬한 감정적 파도가 쳤다 물러가는데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불륜이라는 소재를 다룬 다른 작품들에 뒤지지 않을만큼 격정적인데도
그 과정이 과장스럽거나 끈적거리지 않아서
산뜻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마지막 아이들의 웃음을 보고 있으면
그래, 그러면서도 계속 살아가는 거지, 라고
훌훌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원작인 연극에서는 남학생과 여학생이라고 들었는데
두 여학생으로 바꾼 것은 탁월한 선택이었다.
이만큼 이입되거나 어머니와의 관계를 그리지는 못했을 것 같아.

주연배우들은 물론
카메오로 코미딕한 역을 맡아준 배우들도
즐기면서 연기한 티가 나서
중간중간 그 숨쉴 수 있는 부분들도 좋았다.
분명 과장된 부분이 있는데 그렇게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신기할 따름.

일주일 밖에 안 되었는데 흥행이 잘 안되고 있다니 슬픈 일이야.
입소문을 좀 탔으면 좋겠네.

The Rise of Skywalker

전 사실 이번 스타워즈 셀레브레이션 표를 갖고 있었어요.

200달러짜리 5일권 패스를…..

그런데 어쩌다가 같이 가기로 한 분과 숙소가 틀어져서
다른 숙소를 구하려 했는데
제의를 주신 분들이 모두 VIP인 Jedi Master 티켓이라
제가 그만 포기해버리고 말았네요.

십년 전이었으면 고민 안하고 갔을 텐데
시끄러워서 잠을 못잘 거라고 계속 그러시길래, 흑, 지레 겁을 먹어서.

여튼 저도 저 자리에 있을 수 있을 수 있을 수도 있었는데!!!!!!!

스타워즈 에피소드 9 티저와 부제가 공개되었습니다.


The Rise of Skywalker

어제 새벽 3시가 다 된 시간에 양가감정에 발버둥치다 잠도 제대로 못잤구요. ㅠ,ㅠ

1, 스카이워커라니 왜 스카이워커야 아니 도대체 왜 다시 스카이워커야 과거 죽이자며 과거 없애버려도 되는데 지난번에 다시 시작하자며 왜 다시 스카이워커야 아니 이 인간들아 도대체 무슨 일이야 쌍제이 이자식 죽어버려

2. 근데 rise라니 아무리 생각해도 카일로는 아닌 것 같고, 아니 카일로의 의미가 조금 들어간 거 같은 이중적인 의미인 거 같은데 주 의미가 가문 이름은 아닌 것 같고

3. 레이가 새로운 제다이 단체라도 세우는데 그거 이름이 스카이워커라도 되냐?????

라는 수용과정을 거쳤습니다. 으학학학학

그래서 그렇게 믿고 가려구요.
빛의 제다이 어둠의 시스 뭐, 회색의 스카이워커인가보죠. 그렇게 믿으려구요.

팰퍼틴 웃음소리가 나온다고요!!! 팰퍼틴!!!!!
맥디미어드 씨가 직접!!!!
시퀄을 만들랬더니 왜 프리퀄을 만들고 있어!!!!!

옆에서 재밌다는 듯이 웃고 있는 케이틀린 수장님 대마왕에 이어 언젠가 진짜 사악한 영도자 자리에 앉으실 거 같고.
라는 머릿속 사고 흐름에도 불구하고

그치만 팬은 팬이라서

누가 봐도 에피1의 Every Saga Has a Beginning의 오마주인 Every Generation Has a Legend가 뜰 때부터 이미 넋은 나갔고 아, 이번에는 스카이워커 사가의 마지막인만큼 프리퀄에서도 많이 가져오겠구나 짐작은 갔고, 디즈니는 몰라도 확실히 쌍제이는 프리퀄에 대한 애정이 있어서 그건 좀 높이 쳐주고 싶고

그치만 왜 황제님인데!! 아니 황제님 멋지지만 ㅠㅠㅠ 어흑 역시 이안 옹 최고 ㅠㅠㅠ

정말 온갖 생각이 다 지나갔네요.

애들이 사막에서 떠도는 비주얼은 아무리 봐도 인디아나 존스고
확실히 과거를 연상시키는 외적 스타일을 잘 가져오긴 해요.
쌍제이의 근원도 그쪽이다 보니.

어쨌든 전 지금 죽었다고 합니다.

죽었……

캐리 피셔 씨의 등장 장면은 깨어난 포스에서 미사용 촬영분을 활용했다는 감독의 공식 발표가 있었습니다. 더욱 사무치는군요.
아마 피셔 씨가 계셨다면 트리오 중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모션에 참가하셨을 테지만
이번에 구세대 트리뷰트는 랜도 칼리시안 역의 빌리 디 윌리엄스씨에게만 돌아가는군요.물론 맥미디어드 옹도 있지만 그분은 아직 현역이라는 느낌이 강해서.

아, 진짜 마지막이네요.
심지어 올해는 에피1 보이지 않는 위험의 개봉 20주년이에요.

아, 정말 사가의 마지막이고
다음 세대의 자리군요.

“인류의 기원” – 이상희

요즘 이상하게 소설이 끌리지 않아서.

그런데 내가 확실히 요즘 사전정보 없이 뭔가를 접하는 걸 선호하게 되긴 했어.
좀 더 알아보고 책을 골랐어야 했는데.
인류의 기원과 계속해서 변화하는 학설에 관해 과학동아에 연재했던 글이라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부드럽고 말랑하고 대중적인 내용이다.

그럼에도 내 지식이 워낙 오래 전에 기본적인 수준에만 머물러 있다 보니 여러 가지를 배우긴 했다.
이미 알고 있던 지식들도 많았지만 책 안의 말처럼 “그것을 연결하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도 깨달았고. 이것도 들어봤고 이것도 들어봤고 이것도 들어봤지만 그걸 다 모으면 이런 내용이 되는구나 싶더라. 그런 파편적인 지식들의 연결고리를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게 이런 대중서의 목적이겠지.

가볍게 쓱쓱 넘기며 읽기 좋았지만
좀 더 머리를 쓸 수 있는 녀석이 필요했기에 목적을 따지자면 실패한 선택이었다.

고고인류학을 하는 사람이라 역시 모든 걸 길게 본다는 느낌을 자주 받게 된다.

예전에는 현생인류가 시간이 갈수록 뇌용량은 늘어나고 근육은 쇠퇴하고
손가락 기능은 늘어나는, 이티의 모습과 가까워 질 거라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외장두뇌로 인해 정말로 뇌기능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갈지 그게 제일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