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12월월

아쿠아맨(2018)

이렇게 단순무식할수가.

솔직히 예고편이 너무 지루하게 나온데다 개인적으로 인물들의 디자인 또한 너무 단순하고 지나치게 코믹스에 가깝게 나와서 기대를 거의 안한 상태였는데… 아서 캐릭터 성격이 그래서 그런지 생각보다 즐겁게 보고 웃었다.

일단 해저 왕국을 그려놓은 모습들이 환상적이었고 – 내가 인외종족에 많이 약해서. ㅠ.ㅠ 걔네들 나올 때마다 마냥 좋아 죽었다 진짜. 이것만으로도 점수가 올라갔어. – 액션 장면들이 정말 만족스러웠다. 내가 디씨 특유의 그 타격감 정말 사랑한다네. ㅠ.ㅠ 인간들 디자인은 세련됨을 다 집어던졌는데 인외존재들 최고야 크캬캬캬캬. 특히 브라인 왕국 사랑한다. 갑각류는 사랑이야. ㅠㅠ 그리고 트렌치도. 트렌치 최고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스토리는 아까도 말한대로 단순하고 구멍이 좀 많고
여기저기 장소를 옮겨다니는 모험물 형식을 따와서 약간 어수선하기까지.
대신 메라와 아서는 성인들의 끈적임이라기보다 초등학교 6년생들의 풋풋한 사랑쪽에 가까워서 귀엽더라. 티격태격보다 키스신이 훨씬 어색했어. 캬캬. 패션의 완성은 얼굴이라는 말이 이 커플보다 더 적절할 수가 없다.

바닷속 풍경이 나오면 입을 벌리고 보다가
그놈의 ‘진정한 왕’ 타령이 나오면 피식거릴 수 밖에 없는데
– 게다가 그놈의 초딩스러운 최강 아이템! ㅠㅠ
영화 전체의 분위기가 정말 딱 초등학교 6년에 맞춰져 있는 느낌이라
그냥 따라가게 된다.
부족한 점은 많은데 정말 낄낄거리다가 다 잊어버리고 기분좋게 나오게 된다고 해야 할까.
왠지 호쾌하고 기분 좋은 이야기야.

그리고 아틀라나 여왕님 혼자 다른 세계에 사신다.
메라는 나올 때마다 바람이 부는데 아틀라나 여왕은 나올 때마다 얼굴에 안개효과와 후광을 넣어주고 있어. 내 기분이 아니라 진짜라고.

아이맥스로 보면 더 장관이라는 이야기를 들어서 시간 나면 다시 보고 싶긴 한데
과연 얼마나 걸려 있을지 모르겠네.

보고나면 이상하게 원더우먼이 다시 보고 싶어지는 효과가 있다.

스토리 자체의 함의는 마음에 들어.
다만 그 전통적인 ‘외부인 아버지’의 역할을 어머니가 하고 있을 뿐 익숙한 이야기고.
그 혼외자식이 다시 자신의 것을 찾으러 가는 과정이 유리왕 설화와 똑같고,
메라가 주몽의 소서노와 같은 역할을 한다는 거 좀 많이 재미있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이런 이야기를 좋아하는 거겠지만.

덧. 둘프 룬드그렌이 이렇게 근사하게 늙다니.
덧2. 장고 펫 아저씨 나오신다!!! >.<
덧3. 윌렘 데포는 저 나이에도 저렇게 얼굴이 젊지 않았는데….딴사람인줄….

메리 셸리: 프랑켄슈타인의 탄생(2017)

보고 싶었던 영화인데 소리소문없이 개봉했다고 해서 서둘러서 보고 왔다.

탈출을 갈망하던 열여섯의 메리 고드윈이 퍼시 셸리와 사랑에 빠져 함께 도피한 뒤
의 삶과 프랑켄슈타인의 집필, 그리고 작가로서 이름을 밝히기까지의 이야기.
주로 ‘삶’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은 관객들이 알다시피 그것이 바로 “프랑켄슈타인”의 내용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사실을 이해하지 못하…다기보다는 거부하는 퍼시와 대비하기 위해 일부러 친절하게 설명해주고 있기도 하고.

메리의 절망만큼이나 동생 클레어의 절망에 대해서도 상당히 자세하게 그려주고 있는데 그 둘의 성향과 삶이 다른만큼 또 비슷해서 그 둘은 물론이요 그 시대 다른 여성들에 대해서도 끊임없이 생각하게 해 준다.

퍼시와 바이런을 문자 그대로 개새끼로 그려놨는데
어렸을 적에도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담담하게 적어 놓은 글을 봤을 때에도
설령 저 정도까지 적나라하지는 않더라도 대충 짐작은 할 수 있어서
한참 저들의 시와 생애를 찾아봤을 때에도 비슷한 느낌이었는걸.
어찌나 다들 여기저기 씨를 뿌리고 다녔는지.

하지만 덕분에 메리가 집필하는 과정에서는 그 분노가
나한테까지 전달될 정도였으니까.
마무리 연출이 조금 실망스럽긴 하다.
아, 그래도 이 영화는 사랑을 말하고 있군, 이라고 생각하게 되어서.
난 그게 아니라고 믿고 싶었는데.

그렇지만 그게 메리의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 것도 사실이지.

극장에서 보길 잘했어.

유전(2018)

워낙 말이 많아서 공포 주간이 온 김에.
(시작은 셜리 잭슨의 “힐하우스의 유령”과 “제비뽑기”를 읽는 거였는데
어쩌다 보니 공포 주간이 되고 말았다. )

처음 찰리의 얼굴을 보고 유전병과 관계가 있는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걸 악령과 결합시킬 줄은.
혀차는 소리는 컨저링의 박수소리보다도 더 섬뜩했던 것 같다.

어머니 역의 토니 콜렛의 연기가 탁월하다.
그리고 일단 화면이 아름답고, 집이라는 공간 자체에 대한 공포감도 상당한데
거기에 미니어처라는 또 다른 기괴한 공간까지 접목시키니 화면 내내 긴장감이 떠나질 않는다.

첫 장면에서 애니가 한 목걸이가 눈에 확 띄었는데
어머니가 남긴 메시지도 그렇고
어쨌든 그도 매개이자 도구가 되길 거부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또한 그 핏줄에 따라 처음부터 의지가 개입하고 있었다는 의미겠지.
여자아이인 찰리의 자아를 갖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잔인한 일을 할 수 있는
딸과 마찬가지로.

남편 배우를 보면서 분명히 아는 사람인데, 했더니
가브리엘 번이었어.

“서던 리치: 소멸의 땅” (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서던 리치: 소멸의 땅”

삼부작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한다.

내용을 전혀 모른 채 그저 미지의 땅으로만 들어가는 이야기라고만 알고 있었고
나탈리 포트만만 알고 있었던 것과 달리 호화로운 캐스팅에 처음 놀랐고
결말도 그쪽으로 갈줄은 몰랐다.

중반까지 현실같지 않은 쉬머의 안쪽을 묘사하는 방식이 좋았다.
기괴한 동물들도 식물들도,
보통 미지의 세계에서 무너져 내리는 집단을 보여주는
광기의 묘사는 생각보다 밋밋하고
그보다는 마약을 한듯한 몽환적인 분위기 쪽을 좀 더 살렸다.
나탈리 포트만은 특유의 신경질적인 데가 있어서 이런 역할에 특히 잘 어울려.

막바지에 컴퓨터 그래픽 장면들이 너무 길어 흥이 좀 깨지긴 했는데
케인의 결말도, 리나의 결말도 마음에 들어.
케인보다도 리나가 훨씬 위험하지. 하이브리드 변종이니까.
그러니 리나가 거짓말을 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는 쪽으론 가지 않기로 했다.
이 편이 훨씬 흥미진진하니까.

나라면 아마 조시와 비슷한 결말을 맞지 않았을까 싶지만.

그건 그렇고 여기서도
가장 목소리 크고 강하고 어떤 것에도 개념치 않을 듯이 보이는 캐릭터들이
정신적으로는 가장 먼저 무너지는 걸 보여주는구나.
클리셰긴 한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