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8년 2월월

“월요일이 사라졌다” (2018)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
아는 분의 “일곱 명의 아이들, 먼데이부터 선데이까지, 그중 한 명이 사라진 이야기”라는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겨서 기회가 있을 때 보러갈 기회를 잡았는데

1가정 1자녀의 ‘아동제한법’이라는 설정은 조금 식상하지만
1란성 7쌍동이라는 설정이 확실히 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누미 라파스의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생각보다 액션영화에 가까워서 생각지도 못한 데서 기대가 깨졌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간 느낌.
나는 초반의 정체성 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나씩 제거해나갈 줄이야.
그러다보니 중간에 잠깐 “아이덴티티”같은 내용 아냐? 하는 의심까지 품었었다.

사실 미스터리에 익숙한 관객은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내막을 짐작할만큼
힌트를 많이 주고 복선도 잘 깔아준 편이라
그 때부터는 정말 액션물로 선회하고,
결말은 처음 시작에 비해 좀 구식인데….
난 굳이 그런 동기를 부여하지 않아도 개인의 자아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의견인지라.
마지막 장면을 보며 저 정도 과학기술이 있으면서 왜??
라는 의문마저 들어서 아귀가 그리 잘 맞아떨어진 건 아니라고 봐.

여하튼 두시간 동안 매우 재미있게 보고 나왔으니 만족.
원제에 비해 한국적으로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

“영 저스티스” 를 보십시오. ㅠ.ㅠ

넷플릭스에 “영 저스티스” 애니메이션이 올라왔습니다.
십대 애들 얘기는 재미없어, 라고 무심히 생각했던 저를 마구 치십시오.
이럴수가, 어른들 히어로 이야기보다 더 재미있잖아.
왜 영 저스티스랑 틴 타이탄스가 인기 있었는지 알거 같고요.

확실히 작가마다, 이벤트마다 중구난방인데다 온갖 막장 스토리가 펼쳐지는 코믹스와 달리
TV 애니메이션은 모두에게 다가갈 수 있게 정제되어 있는데다
이미 존재하는 캐릭터와 이야기들이다 보니 순식간에 성장하고, 캐릭터들도 늘어납니다.

솔직히 전 2시즌에서 곧장 5년 후로 갈줄은 몰랐어요.
1시즌 아이들로 좀 더 길게 이야기를 끌 줄 알았는데.
그리고 DC 애니메이션 그림체 최고 ㅠ.ㅠ
차라리 극장판보다 이렇게 단순하면서도 현대적인 그림이 훨씬 낫습니다.

이럴수가 나이트윙 솔직히 예쁘긴 한데 내 취향 아니라고 생각했건만
너무 귀엽잖아.

이거 보다 보니 보다 말았던 브레이브 앤 볼드 다시 손대고 싶네. ㅠ.ㅠ
DC 애니 뽕이 차오릅니다. 크흡.

“블랙 팬서” (2018)

“블랙팬서”는 예고편이 마음에 들어 오랜만에 기대하고 있던 마블 영화였습니다.

조금 감탄했어요.

시나리오에서 연출까지 정말 많은 점에서 고민하고 공을 들인 티가 납니다.
캐릭터는 다들 개성이 넘치고, 각자의 본분과 특성과 입장을 굉장히 잘 드러내고 있으며,
각각 다른 스타일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여러 부족으로 구성된 와칸다처럼
모자이크처럼 영화 내에서 잘 맞물려 떨어집니다.

나아가 주인공의 여러가지 면모들,
영웅이라기보다는 ‘왕’으로서의 입장과
사회적인 책임에 이르기까지 진짜 여러 문제와 고민을 아울렀고요.

오랜만에 사회적 울림을 진지하게 안겨준 히어로 영화고,
근래 본 영화들 가운데 신화적 원형을 현대적으로 가장 잘 살렸으며
(이건 배경이 배경이니만큼 설득력도 더 크고요)
비교하고 싶진 않은데 “토르: 라그나로크”와 많은 점에서 대조됩니다.
일단 소재와 주제가 꽤 비슷하다보니 피해갈 수가 없군요.

이건 감독과 배우들이 영화를 대하는 태도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시빌 워”만 해도 소재 자체는 좋았는데 그저 ‘흥미로운 소재거리’로 잠시 활용하는 데서 그치고 말았다면 “블랙팬서”는 주제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고 있어서요.

반면에 확실히 액션이 비중에 비해 빈약하게 느껴지는데.
사실 이 영화는 움직임보다는 미술과 화면, 드라마가 중요한지라 빈약하다는 것 자체는 큰 단점이 되지 않음에도 영화 내에서 차지하는 시간이 많은데다
이상하게 0.몇 초씩 어긋나는 듯 보이는 움직임과 음악이 거슬리더라구요.
사운드트랙도 그 특이성은 참 좋은데 가끔 화면과 어긋납니다.
화면감과 리듬감이 안 맞는 느낌이에요.

캐릭터의 첫 영화라 그런지 개인적으로는 “퍼스트 어벤저”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카메라가 보여주는 공간을 묘하게 협소하게 쓰는 것도 그렇고 이상하게 “작은 영화”처럼 보이는데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군요. 감독의 스타일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만.

정말이지 나오는 모든 인물들이 아름답습니다.
아니, 이렇게까지 다들 근사해도 되는 건가, 좀 반칙 아니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

“지금부터 무슬림”

친구가 추천해서 넷플릭스에서 보게 된 발리우드 영화.

지금부터 무슬림

냉소적이고 회교도를 싫어하는 힌두교도인으로 자라 왔으나 입양되기 전 자신의 친부모가 회교도였음을 알게 된 주인공이 이리저리 고민하고 치이는 코미디 영화. 사회비판적 내용이 강하고 꽤 진지하기도 하다. 대형 힌두교 사원을 운영하고 거의 신처럼 추앙받는 ‘교주’의 모습은 한국 대형 교회의 행태를 그대로 닮아 있어 거의 익숙할 정도. 역시 이런 건 전세계 공통인가보다.

결국 주인공을 옆집 회교도인 메무드와의 우정도, 가족들도 되찾게 되는 해피엔딩이고, 감화나 교훈적인 내용이 강한데, 그럼에도 꽤 울림이 커서 감탄하면서 봤다. 인도 영화 재미있구나. 게다가 노래나 춤이 예전처럼 뜬금없다는 느낌도 줄었어. 넷플릭스 덕분에 다국적인 컨텐츠에 손을 댈 수 있어 요즘 새로운 것들을 자주 접하고 있다. 다음에는 같은 배우가 나온다는 OMG도 봐야지. 이 배우의 성향이 그런 종교비판적인 쪽인가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