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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와이프”(2018)

노벨문학상을 타게 된 조셉과 항상 그 뒤에서 훌륭하게 내조를 해 온 아내 조안의 숨겨진 이야기.
그리고 영화의 카피를 읽었다면 누구나 처음부터 짐작하고 있을 진실.

노벨상 수상을 알려온 한 통의 전화와 금슬좋은 노부부의 모습으로 시작해
조금씩 밝혀지는 그들의 본모습과 진심의 흐름이 좋다.
온화한 얼굴을 하고 있지만 처음부터 꺼림칙한 느낌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갈수록 찌질하고 치졸한 인간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조를 그리는 방식과
무엇보다 속내를 알 수 없는 듯 보이는 조안이 도덕성이라는 기준에서 결백할 수 없는 복잡한 인간이라는 사실이, 그리고 그 얼굴을 늘 어딘가 차가워보이는 인상을 가진 글렌 클로즈가 연기하고 있다는 점이 오랜만에 뿌듯할 정도로 좋았다.

조안이라는 인물의 훌륭한 점은 지극히 공감할 수 있는 부분과 공감할 수 없는 부분이 공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선택이 어리석다는 것을 알면서도 절박해서,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었어라고 되뇌이며, 그것을 고귀한 것으로 유지하기 위해 발버둥치는 모습이. 영화가 의도적으로 인물들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으면서도 격렬한 부분에서는 급격히 가까워졌다가 또 다시 멀어지곤 하는데 이들이 오랜시간 동안 함께 해온만큼 많은 모순들이 또 너무나도 인간적이라 안타깝고도 불쑥불쑥 화가 난다. 단순히 상황 그 자체보다 그동안의 세월과 경험과 감정과 감내가 층층이 쌓여 있다는 걸 끊임없이 보여주어서.

뛰어난 재능을 가졌으나 명성을 빼앗기고 뒤쪽에 숨을 수 밖에 없었던 여성이라는 소재는 이전에도 몇 번 다뤄졌지만 아직 충분히 이야기되지 않았고, 조금밖에 오지 않아 갈길도 멀었으며, 조안은 지금도 누군가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더 페이버릿” 보다 더 복잡하고 기대 이상의 영화였고, 더 추천하고 싶다.

덧. 감독이 스웨덴인이구나. 묘하게 건조한 건 그런 이유일까.
덧2. 원작이 굉장히 궁금해졌다.

“월요일이 사라졌다” (2018)

누미 라파스의 1인 7역.
아는 분의 “일곱 명의 아이들, 먼데이부터 선데이까지, 그중 한 명이 사라진 이야기”라는
설명을 듣고 흥미가 생겨서 기회가 있을 때 보러갈 기회를 잡았는데

1가정 1자녀의 ‘아동제한법’이라는 설정은 조금 식상하지만
1란성 7쌍동이라는 설정이 확실히 보는 맛이 있어서 좋았다.
누미 라파스의 다양한 연기를 보는 것도 재미있고,
생각보다 액션영화에 가까워서 생각지도 못한 데서 기대가 깨졌다 보니
금세 시간이 흘러간 느낌.
나는 초반의 정체성 문제가 더 중요하게 다뤄지는 영화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하나씩 제거해나갈 줄이야.
그러다보니 중간에 잠깐 “아이덴티티”같은 내용 아냐? 하는 의심까지 품었었다.

사실 미스터리에 익숙한 관객은 중반에 이르기도 전에 내막을 짐작할만큼
힌트를 많이 주고 복선도 잘 깔아준 편이라
그 때부터는 정말 액션물로 선회하고,
결말은 처음 시작에 비해 좀 구식인데….
난 굳이 그런 동기를 부여하지 않아도 개인의 자아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을 줄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의견인지라.
마지막 장면을 보며 저 정도 과학기술이 있으면서 왜??
라는 의문마저 들어서 아귀가 그리 잘 맞아떨어진 건 아니라고 봐.

여하튼 두시간 동안 매우 재미있게 보고 나왔으니 만족.
원제에 비해 한국적으로 더 호기심을 자극하는 제목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