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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프티 피플”

지방의 – 아마도 경기도일 듯한 – 한 병원을 중심으로, 서로 엮이거나 관련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에 대한 이야기.

내 기억에 여러 사람들에 대한 짧은 글을 모은 책으로 알고 있는데 ‘장편소설’이라는 표지글에 내가 잘못 알고 있나 싶었다. 음, 다 읽은 지금도 과연 이걸 장편소설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 싶긴 하다.

하지만 일단 술술 넘어가도록 재미있고, 나중에 아는 사람들이 등장하거나 스쳐 지나가는 걸 발견하는 재미가 있다. 작가가 사람들을 참 사랑스럽게 바라본다는 생각도 든다. 애환과 비애가 있지만, 그럼에도 절망적이지는 않다.

대체 어떻게 마무리를 지을까 생각할 즈음에 마지막 사건이 일어났고, 좌석을 되짚으며 저게 누구였더라 다시 앞으로 돌아가 사람들의 이름을 찾아봤으며, 도마뱀 동화가 허구라는 작가의 말에 내심 실망했다. 쳇, 양복입은 도마뱀 아저씨 되게 궁금했는데.

내가 읽은 정세랑 작가의 첫 작품이다. 두번째를 찾아봐야겠지.

“애견무사와 고양이눈”

고양이와 개와 관련된 단편들을 엮은 책.
몇 작품은 이미 브릿G에서 읽은 것들이지만.

진산과 좌백은 PC 통신시절부터 알던 이름이지만
무협은 일단 내가 일상적으로 찾아읽는 장르가 아니고
가끔 우연히 접한 단편이나 에세이는 확실히 진산 작가 쪽이 취향이었다.
그래선지 몇 안되지만 접한 작품도 진산 쪽이 많고.

이 책도 마음에 드는 드는 글은 모두 진산 님의 글.
단순히 개와 고양이이기 때문이 아니다.
좌백 님의 글은 무협이라는 장르에 참으로  충실하지만
진산 님의 글은 틀에 박힌 법칙을 깨트리고, 비웃고, 그러면서도 다시 돌아오기 때문이다.

브릿 G에서 읽은 “고양이 꼬리”도, “고양이 눈”도 좋았으나,
모두가 하나로 이어지는 “고양이 귀”를 읽고 나면
드디어 한 권이 완성된 느낌이 든다.

이야기가 한 두개 더 있어도 좋았으련만.
다 읽고 나니 아쉽네.

사장을 죽이고 싶나

 솔직히 정말 아무 정보도 없이 집어든지라 중국발 추리소설이라는 것도 몰랐다.
추리소설로서의 기본 트릭은 일본 쪽 분위기를 풍기는데 그 기저에 아마도 작가의 전문분야인 듯한 제1세계와 중국의 자본주의에 대한 비판이 깃들어 있고, 거기에 고전적인 반전도 있어 굉장히 현대적? 아니야, 국제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여하튼 이제 정말로 많은 것들이 섞이고 있다는 걸 체감하겠다.

고전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아무래도 현실의 나와는 거리가 먼 배경과 더불어 이 장르를 일종의 판타지와 비슷하게 인식하는데, 이 작품은 트릭은 판타지지만 배경 자체는 서구권 작품들보다 훨씬 가깝게 느껴지다보니 가끔 그 양 경계를 넘다들 때 괴리감이 조금씩 느껴진다. 하나로 녹아들어가 있다기보다는 여러 가지가 아직은 이질적으로 섞여 있는 느낌.

그렇지만 충분히 재미있었고, 궁금해서 순식간에 읽어치웠다. 제목이 다른 문장형이었다면 더 어울렸을 것 같은데.

토피아 단편선

유토피아 편을 먼저 읽었는데, 디스토피아를 그리기 위해 유토피아를 그릴 필요는 없지만 유토피아를 묘사하기 위해서는 디스토피아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굳이 두 주제로 나눌 필요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긴 했다. 무엇보다 둘 다 결국에는 벗어나야 하는 곳이기 때문에 반대로 디스토피아 편이 더 희망적이 될 수 밖에 없다는 사실도 흥미로웠고.

유토피아 편에서는 김초엽 작가의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가 가장 좋았고, 가장 주제에 근접한 게 아니었나 생각한다. 디스토피아 쪽이 작가들도 더 편하게 쓴 것 같아서 나 자신도 더 몰입해 읽었는데, 가장 취향에 맞는 걸 꼽으라면 정도경 작가의 ‘너의 유토피아’였다. 같은 작가의 다른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