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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Return (2)

[SuPerNatural] Return (1)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두번째 이야기입니다. 확실히 시간이 오래 걸리는군요. -_-;;
게다가 쓰다보니 점점 길어지고 있어요. 헉.

* 4시즌 초반입니다. 2화와 3화 사이라고 보면 됩니다.
* 주로 샘의 관점에서 진행됩니다. 역시 딘이란 캐릭터는 이해받지 못할 때가 더 멋져요, 흑흑. ㅠ.ㅠ
* 해석하기에 따라 아주 약간의 여성향이 가미되어 있습니다.


[#M_ [SPN] Return (2)| less.. |
짐 캐리어는 점심시간에 학생 식당에서 죽었다. 평소와 마찬가지로 여자친구와 나란히 앉아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있던 소년은 갑자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비명을 지르더니 가슴을 부여잡고 탁자 위로 쓰러졌다. 그는 구급차가 올 때까지 기다리지 못했고, 결국 차가운 몸이 되어 병원으로 실려 갔다.

“지금 린다와 이야기하고 있는 건 누구지?”
딘이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한 손에 쥔 연필 끝으로 건너편을 가리키며 물었다. 셰릴이 고개를 돌렸다.
“숀 브래들리요. 장대높이뛰기 선수예요. 6개월 전에 전학 왔는데, 짐이랑도 꽤 친했어요.”
“허.”
딘이 가볍게 혀를 찼다.
“저건 아무리 봐도 작업 거는 것 같은데?”

이번에는 샘이 딘의 발을 사정없이 밟았다. 비명을 눌러 참기 위해 일그러진 딘의 표정을 보지 못한 셰릴이 코웃음을 쳤다.

“숀은 옛날부터 린다를 좋아했어요. 주변에 모르는 사람이 없었을 정도로 얼굴에 티가 났는걸요, 뭐. 그래서 렉스가 심하게 놀리곤 했죠.”

샘이 고개를 번뜩 쳐들었다.
“렉스? 렉스 슈나이더?”
“네, 얼마 전에 죽은 걔요. 놀리는 정도가 아니라 거의 괴롭혔다고 해야 할 거예요.”
셰릴이 한숨을 쉬며 발로 바닥을 파헤쳤다.
“숀이 워낙 순둥이라서 반항도 제대로 못 했어요. 게다가 전학생이었으니까요. 얼마 전에 숀의 높이뛰기 기록이 좋아졌을 땐 더더욱 심해졌죠.”
“허.”
딘이 다시 의미 없는 감탄사를 내뱉었다.

셰릴이 모랫빛 머리의 소년과 함께 있는 린다에게 돌아가자, 딘은 샘을 향해 몸을 돌리더니 연필 끝을 입에 물고 한쪽 눈을 찡긋해 보였다.
“숀이란 녀석과 필히 이야기를 해 봐야겠는걸.”
“잠깐만, 형!”

샘은 운동장을 가로질러 가려는 딘의 옷자락을 붙잡으려 다급히 손을 뻗었다. 그러나 곧 제풀에 화들짝 놀라 손을 거둬들이고는 어색한 동작으로 재킷 주머니에 두 손을 찔러 넣었다. 머뭇거리며 다시 고개를 들어 올린 샘의 시선이 딘의 초록색 눈과 마주쳤다. 딘은 이맛살을 살짝 찌푸린 채 주머니 안에 숨어있는 샘의 손을 바라보고 있었다. 샘이 자신을 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 딘이 어색함을 얼버무리려는 듯 가볍게 헛기침을 하며 눈썹을 치켜 올렸다.

“왜?”
“운동장 한가운데서 코치와 함께 연습 중인 전도유망한 육상부 학생에게 함부로 말을 걸었다간 변태성욕자로 오해받기 십상이라고.”
샘은 자신의 말이 여느 때처럼 가볍게 비꼬듯이 들리길 빌었다. 딘이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누가, 우리가? 어딜 봐서?”
“후줄근한 옷차림의 덩치 큰 수상한 사내 둘. 게다가 우리가 게이 취급당한 게 한두 번이야?”
딘의 날카로운 눈빛이 샘의 얼굴을 위아래로 훑고 지나갔다. 샘은 무심코 침을 꿀꺽 삼켰다.
“브래들리라는 애는 나중에 보는 게 좋겠어. 애들은 둘째치고 보는 눈이 너무 많아.”
샘이 스탠드 쪽으로 고갯짓을 해 보였다.

“흠.”
딘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뭐, 그러든지. 그럼 편의점에나 가 볼까?”

***

죽은 편의점 주인은 인도인이었다.
“이름을 퀵키마트라고 지었으면 대박쳤을 텐데.”
그 사실을 알게 된 딘의 첫 번째 논평이었다. 샘은 그날 두 번째로 형의 발을 밟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리고 이마에 빈디를 붙인 편의점 주인의 부인은 지나가는 맹인의 눈도 번쩍 뜨이게 만들 정도로 눈부신 미인이었다. 딘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지더니 웃음기가 돌아왔다.

칸디르 다라야잔은 평범하고 전형적인 자영업자였고, 세금 문제를 차치하면 학교 앞에서 장사를 하고 있는 만큼 그의 가장 큰 골칫거리는 말썽꾸러기 학생들이었다. 대여섯씩 무리를 지어 들어오는 소년소녀들은 소란을 피우고, 가게 안을 어지럽히고, 가끔은 그 때를 틈타 도둑질을 하거나 때로는 칸디르나 샨티 부인에게 시비나 수작을 걸기도 했다. 그가 죽은 날도 예외는 아니었다.

“한 대여섯 명의 남학생들이 가게에 들어와서 소란을 피웠어요. 얼굴이 눈에 익은 운동부 학생들이었지요. 그 중에 몇 명이 항상 무례하고 거칠어서 기억하고 있거든요. 오늘은 또 무슨 짓을 하려나 유심히 지켜보고 있었는데, 글쎄 우리 물건을 가지고 돈도 안내고 도망가려고 했지 뭐예요. 소리를 듣고 제가 뒷방에서 나왔을 때는 남편이 도둑놈들 중 한 명을 붙잡았더라고요.”

소년은 자신은 도둑이 아니라고 잡아뗐지만 손에는 잡지와 과자봉지가 들려 있었다. 아이는 계산을 하려고 계산대로 향하던 도중 가게를 나가던 다른 아이들에 떠밀려 바닥에 넘어졌다고 주장했다. 칸디르는 그 말을 믿지 않았다.

“그날따라 바깥어른이 화가 많이 나 있었어요. 요즘 가게 사정이 영 좋지 않아서요. 근래에 도둑질도 너무 늘어났고. 그래서 이번에는 꼭 질 나쁜 아이들을 붙잡아 경찰서에 데리고 가야겠다고 다짐을 하고 있었는데…”

도둑질을 저지른 소년을 윽박지르던 칸디르는 갑자기 두 눈을 휘둥그레 뜨더니 소년의 멱살을 놓고 뒷걸음질 쳤다. 그리곤 두 손을 허공에 휘저으며 무릎을 꿇듯 바닥으로 스르르 무너져 내렸다. 그의 심장은 30초도 채 견디지 못했다.

“병원에서는 급성발작이라고 하더군요. 건강해 보였을지는 몰라도 평소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었을 거라고요.”
샨티 부인이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았다.

“그 학생은 어떻게 됐죠?”
샘이 물었다.
“나중에 경찰이랑 이야기를 하긴 했는데 책임을 물을 수가 없으니 집으로 돌려 보냈다고 했어요. 아마 그 애도 충격을 많이 받았을 거예요. 하지만 전 그 애를 원망하지 않는답니다. 모든 게 다 신의 뜻인걸요.”
샨티 부인이 고개를 살짝 기울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까부터 계속 이상한 소리가 나는 거 같은데, 들으셨어요?”

***

“EMF 수치가 상당히 높았어.”
샘이 말했다.
“헤, 드디어 진지해지기로 결심한 거냐?”
모텔 의자 위에 축 쳐져 널브러진 딘이 히죽거리며 말했다.
“사실이 그렇다는 것뿐이야.”
샘이 노트북 전원을 켜며 말했다.
딘이 봉지에서 술병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형.”
샘이 컴퓨터 화면에서 눈을 떼지도 않은 채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왜?”
“이제는 식스팩도 아니고 버번이야?”
“저 아래층에서 몇 달간 굴렀더니만 지상의 즐거움을 다 까먹었지 뭐냐. 속성으로 회복하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안 그러냐, 동생아?”
샘이 코웃음을 쳤다.
“고주망태가 되는 걸 인생의 즐거움이라고 할 정도면 저 아래층은 상당히 심심한 곳이었나보군.”
“응.”

아무 감정도 담기지 않은 짧은 대답이 돌아왔다. 샘은 침대 건너편에 앉아 있는 딘을 바라보았다. 그는 텅 빈 표정으로 술병을 응시하고 있었다. 마치 그곳에 아무 것도 없는 양. 그러나 찰나의 순간이 지나기도 전에 딘 윈체스터 특유의 잘난 체 하는 듯한 표정이 다시 그 자리를 메웠다.
“다음엔 술집에 가서 여체의 신비라도 탐해봐야겠어.”

거짓말쟁이.
샘은 저도 모르게 목구멍 아래서 솟아나오는 단어를 애써 눌러 삼켰다.

거짓말쟁이.

지옥에서 돌아온 이후 딘은 술집을 애용하지 않았다. 간혹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내기당구를 칠 때에도 술 이외에는 한눈을 팔지 않았다. 예쁜 여자들을 보고 즐겁다는 듯 미소는 지을망정 말을 걸거나 시시덕거리지도 않았다. 마치 그랬다간 누군가에게 호되게 야단이라도 맞을 듯이. 마치 자신은 그런 즐거움을 누릴 자격이 없다는 듯이. 언젠가부터 그는 더 이상 사람들과 가볍게 술잔을 부딪치며 어울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거짓말쟁이.

샘이 욕실에서 나왔을 때, 딘은 이미 한쪽 침대에서 몸을 웅크리고 잠들어 있었고 탁자 위에는 뚜껑 열린 버번병과 젖은 술잔이 놓여 있었다. 샘은 수건을 두른 채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았다. 한참 동안 잠든 딘의 얼굴을 내려다보던 그는 무의식중에 스르르 손을 내밀었다가 딘의 이마 위에서 퍼뜩 동작을 멈췄다. 그는 손을 거둬들였다. 팔이 허리 옆으로 힘없이 늘어졌다. 잠시 후, 샘은 다시 손을 뻗어 딘의 코 아래 집게손가락을 대 보았다. 살아있었다. 다행스럽게도 딘은 살아있었다. 샘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별안간 방 안의 정적을 가르고 전화벨 소리가 울려 퍼졌다. 깜짝 놀란 샘은 황급히 노트북 옆에 놓여 있던 휴대전화를 집어 들고 방금 나온 욕실로 향했다. 잠시 후 욕실에서 나온 그는 옷을 걸친 뒤 전등을 껐다. 샘은 문가에서 여전히 잠들어 있는 딘을 다시 한 번 바라보고는 몸을 돌려 곧 어두운 복도 속으로 사라졌다. 어둠 속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누군가를 만나러.

***

가끔씩 그는 자신이 지금도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끔씩 그는 지금 이 현실 또한 누군가의 장난이 아닐까 의심했다. 혹시 이 모두가 악마의 농간은 아닐까? 내가 만들어낸 환상은 아닐까? 형이 살아 돌아오기를, 천사가 존재하기를 간절히 바라는 내가 눈물로 젖은 베갯잇에 머리를 묻고 지어낸 건 아닐까? 내가 지니의 꿈속에서 헤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눈을 뜨면 여전히 형이 없는 세상이 기다리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나는, 결국 미쳐버린 게 아닐까?

딘이 돌아와 처음으로 포옹을 나눈 뒤로 샘은 의도적으로 딘과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는 손가락 하나, 옷깃 하나 스치지 않도록 늘 조심했다. 낮이면 딘의 체온과 그가 뿜어내는 따스한 숨결을 느끼다가도, 문득 손을 내밀어 형이 자신의 옆에 있는지 더듬고 확인해보려고 할 때면 용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곤 했다. 밤이 되어 침대에 누워있는 딘을 볼 때면 왈칵 겁부터 났다.

눈을 감고 잠든 딘은 샘이 마지막으로 작별인사를 나눈 딘과 너무나도 닮았다. 작고 소박한 나무관 속에 누워있던 그의 형의 모습과.

그리고 그 차가운 입술과.

딘이 돌아왔다. 그러나 샘은 아직 돌아오지 못했다.

– 계속

_M#]

[SuPerNatural] Return (1)

에헤라디야, 휴방 기간이다. 막 나가 보자. >.<

내가 제목에 숫자가 붙는 글을 쓰다니!! 게을러 빠져서 타자치는 게 귀찮아서라도 한 편으로 안 끝나는 건 안 쓰는 내가!!! 스토리 못짜는 게 컴플렉스였던 내가!!!!

으윽, 퇴고 같은 거 모릅니다. ㅠ.ㅠ 어차피 자기만족인데요, 뭘.

* 아래 낙서에서 이어지는 4시즌 초반입니다. 아마도 본편은 제너럴. 외전을 따로 쓴다면 여성향이 될지도….??


[#M_[SPN] Return (1)|less..|“썩을, 여기 라디오 방송국엔 너 같은 계집애들밖에 없나보다, 새미.”
딘이 라디오를 끄고 테이프를 밀어 넣으며 말했다.

“형의 음악취향에 문제가 있는 거야.”
샘이 퉁명스레 대꾸했다.

 “저걸 듣고 있다간 이빨이 몽땅 썩어버릴 거다. 치과 갈 돈도 없는데.”
딘이 레드 제플린의 “Since I’ve been loving you”의 기타 전주에 맞춰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리며 말했다. 샘은 딘의 시덥잖은 농담을 무시했다.

“그건 그렇고 이번엔 어딜 가는 거야? 무슨 일인데?”
“리버틴이라는 마을에서 세 사람이 죽었대. 심장마비로.”
 
샘이 번개 같은 속도로 고개를 돌리더니 턱을 쑥 치켜들고 딘을 쳐다보았다.

“심장마비? 농담이지? 심장마비로 죽은 사람들 때문에 무거운 엉덩이를 거기까지 움직인다고?”
“아니. 일주일에 세 명이라잖아. 수상하지 않아?”
“뉴욕에만 가도 매일 수십 명이 심장마비로 죽고 있을걸.”
“그 중 둘이 고등학교 육상선수였단 말이다.”
“스테로이드나 다른 약물 때문일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어? 형, 게다가 이건 헬하우스닷컴에서 뽑아온 거잖아!”

샘이 종이뭉치를 눈앞에다 흔들며 말했다.

“한 4개월 안 들어갔더니만 읽을 게 엄청나게 쌓여 있더라고. 안 그래도 그거 다 읽느라 죽는 줄 알았다.”
딘이 히죽이며 변명하듯 말했다.
“그래서 이왕 훑는 김에 괜찮은 게 있는지 추려봤지.”

딘이 슬쩍 곁눈질로 샘의 눈치를 살폈다. 샘은 무슨 말을 하려는 듯 입을 열었다가 이내 아무말없이 닫았다. 그는 경직된 표정으로 차 앞에 뻗은 도로를 멍하니 내다보았다.

넉 달이었다. 그 영원과도 같은 시간을 텅 빈 방에서 홀로 보냈다. 한 줄기 햇살도 비쳐들지 않는 어둠 속에서, 좌절과 절망을 유일한 벗 삼아.

“그 중에 어떤 녀석이 요즘 갑자기 자기 학교에서 애들이 죽어간다고 글을 올렸더라고. 육상부 애가 둘이나 죽었는데, 그 중 하나가 죽기 며칠 전부터 귀신이 쫓아다닌다고 떠들고 다녔대. 학교 앞 편의점 아저씨도 헛것이 보인다 그러더니 며칠 뒤에 죽어버리고.”

딘이 지옥에서 돌아왔다. 어깨에 천사의 손도장을 찍고.
천사가 말했다. 세상의 종말을 막아야 한다고.

“뻥이 아닌 건 확실해. 머리가 좀 있는 놈인지 사망 기사까지 꼼꼼히 스캔해서 올려놨거든.”

그리고 이 빌어먹을 놈의 형님께서는 자기 알 바 아니니 귀신 사냥을 가시겠단다.

“샘.”

지금처럼 딘이 이질적으로 느껴졌던 적은 없었다.

“내 말 듣고 있지? 야야, 이 짓도 오래 하다 보니 이젠 척 하면 감이 잡힌단 말이다. 이건 우리 일거리가 분명해.”

샘은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딘은 운전대를 꺾으며 한층 더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드디어 할 일이 생긴 거야.”
 
***

가끔씩 그는 자신이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가끔씩 그는 지금 이 모든 것이 트릭스터의 장난이 아닐까 의심했다. 딘을 두 번째로 땅에 묻은 후 자신이 언젠가 이미 했던 일들을 다시금 되풀이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샘은 말리는 바비를 뿌리치고 트릭스터를 찾아 나서려까지 했었다. 이 모든 게 그의 변덕에서 비롯된 것은 아닐까? 나는 또 다시 시간의 고리 속에 갇힌 게 아닐까? 그게 아니라면 혹 나는 키아누 리브스처럼 매트릭스 속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악마도 귀신도 존재하지 않는 세상이 있고, 진짜 샘 윈체스터는 따스하고 평범한 부모님과 포근한 침대에 감싸여 백설공주처럼 잠을 자고 있는 건 아닐까? 눈을 뜨고 나면 행복한 삶이 기다리고 있는 건 아닐까?

하루가 지나고 한 달이 지나고 고통이 일상이 되었을 때, 샘은 그제서야 꿈꾸기를 그만뒀다. 그는 이 현실에서 깨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딘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그의 형은 다시는 살아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

샌필드 중고등학교의 운동장은 어마어마했다. 전교생의 절반 정도가 스포츠, 특히 육상경기에 매진하고 있는 듯 보였고, 스탠드에는 간간히 학부모로 보이는 어른들이 앉아 날카로운 눈으로 자녀들의 연습장면을 주시하고 있었다.

때로 십대 청소년들을 속이기란 어른들을 속이기보다도 더 어려운 법이다. 그래서 형제는 아이들에게 솔직하게 접근하기로 했다.

“인터넷 기자요?”
“그래. 웹사이트에 올라온 이야기들이 사실인지 일단 확인을 한 다음에 책으로 엮어 내는 거지.”
“오오오오, 멋지다!”
“우리 학교 이야기가 나온다고요? 우리 이름도 나와요?”
“쓸만한 이야기를 들려주면. 하지만 너희는 아직 학생이니까, 성은 없이 이름만 공개할 거야.”
 
딘은 눈을 반짝이고 있는 두 아이들에게 넉살좋게 둘러댔다. 옆에 서 있던 샘은 딘이 팔꿈치로 쿡 찌르자 그제서야 잔뜩 굳은 얼굴을 억지로 펴며 아이들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렉스는 깡패 같은 자식이었어요.”
“자기 잘난 맛에 사는 그런 놈 있잖아요.”
“스타플레이어라 이거죠. 장대높이뛰기 분야에서 주 신기록을 갖고 있거든요. 전국 기록이랑 별로 차이도 안 나고.”
“올림픽에도 출전할 수 있었어요.”
“그럼 뭐해, 성질이 지랄같은데.”
“하여간 진짜 상종하고 싶지 않은 놈이었어요. 난폭하기도 하고.”
“애들을 교묘하게 괴롭혔죠.”
“그냥 자기 마음에 안 든다는 이유로요.”

제일 먼저 죽은 렉스 슈나이더라는 소년은 동급생들 사이에서 그리 평판이 좋지 않은 게 확실했다. 그러나 두 아이들조차도 그가 누구보다 뛰어난 운동선수였다는 데에는 토를 달지 않았다. 심술궂고 불쾌한 성격을 지녔지만 신체건강한 평범한 16세 소년. 그러던 어느 날, 그는 눈에 띄게 산만해졌고 불안해했으며 신경이 곤두선 채 모든 일에 예민하게 굴기 시작했다. 누군가와 이야기를 하다가 불현듯 깜짝 놀라는 일이 잦았으며, 간혹 두 눈을 크게 뜨고 주변을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그와 더불어 높이뛰기 기록이 떨어졌다. 며칠 뒤, 학교 운동장에서 연습을 하던 도중 땅을 박차고 하늘을 향해 도약한 그는 공중에서 갑자기 허수아비처럼 빳빳이 굳어 매트리스 위로 추락했다.

“결국 기록이 떨어져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거야?”
샘이 심드렁한 투로 물었다.

“거야 알 수 없는 일이죠. 걔가 신경과민이 되어서 기록이 떨어진 건지 아니면 기록이 떨어져서 신경이 날카로워진 건지. 뭐 저로서는 두 번째라고 생각하지만요. 기록이 안 나오면 진짜 자살이라도 하고 싶어지거든요.”
검은 머리 소년이 뒤통수를 긁으며 말했다.

“난 그 반대인 거 같은데. 걔가 이상한 게 보인다고 하는 소리를 들었거든.”
흑인 소년이 말했다.

딘이 짐짓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혹시 그 녀석 약물을 한다거나 그런 기미는 없었고?”

두 소년은 서로의 얼굴을 마주보았다.
“어….그건…..”
“그럴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하지만 그전까진 걔 깨끗했는데요.”

“기록이 생각처럼 안 나오면 욕심을 부리기 마련이지.”
샘이 끼어들었다.
 
“렉스가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아요.”
“걔는 약물은 실력 없고 약해 빠진 놈들이나 하는 거라고 경멸했거든요.”

“거참 묘하게 모범적인 놈일세.”
딘이 투덜거렸다.
 “그래, 걔가 본 이상한 게 뭔지는 아니?”

흑인 소년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운동장에서 뛰고 있으면 어떤 애가 옆에서 계속 째려본대요. 그래서 한 방 먹여주려고 다가가면 사라지고 없다고 했던가? 그런데 걔한테 그림자가 없다는 거예요.”

“흠.”
형제는 눈짓을 교환했다.

“뭐야, 학교마다 흔히들 도는 귀신 이야기잖아? 너네 학교에서 예전에 운동부 애 하나가 죽었다거나, 뭐 그런 전설은 없고?”
“어, 난 들어본 적 없는데.”
“나도요.”

샘이 시시하다는 투로 한숨을 내쉬었다. 딘이 아까보다 약간 더 세게 팔꿈치로 샘의 옆구리를 가격했다.

두 번째 죽은 소년 짐 캐리어는 방과 후에 육상연습을 하긴 했지만 렉스와는 달리 평범한 무리에 속했다. 짐의 여자 친구였던 린다는 아직도 짐의 이야기만 나오면 울음을 터트릴 것만 같았고, 결국 형제는 린다의 친구인 셰릴과 이야기를 나눌 수밖에 없었다.

“짐은 정말 좋은 애였어요. 아주 잘생긴 건 아니었지만 나름 귀엽고 머리도 좋고 착하고 여자애들 마음도 잘 이해해주고. 작년에 5월 퀸을 했던 린다가 짐이랑 사귀기 시작했을 땐 학교가 발칵 뒤집혔었죠. 하지만 사실 짐을 먼저 귀엽다고 생각한 건 린다였어요.”

셰릴은 방어적으로 팔짱을 낀 채 트랙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아직도 이젠 짐이 여기 없다는 게 실감이 안 나요. 걔가 웃는 얼굴을 보면 저도 모르게 덩달아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딘이 한쪽 입꼬리를 슬쩍 말아 올리며 말했다.
“너도 걔를 좋아했나 보지?”

“그래봤자 다 무슨 소용인데요?”
셰릴은 고개를 돌리지도 않고 대꾸했다.
“어차피 지난 일인걸요. 그리고 짐은 린다를 좋아했고요. 난 그냥….짐이 그렇게 가버렸다는 게 믿겨지지 않을 뿐이라고요.”

샘은 셰릴의 시선을 따라 건너편 트랙을 바라보았다. 준비 운동을 끝낸 몇몇 아이들이 장애물달리기 준비를 하는지 트랙에 장애물을 세우고 있었고, 트랙으로 둘러싸인 운동장 한가운데서는 높이뛰기 연습이 한창이었다. 공기는 약간 차가웠지만 투명하도록 맑았다. 푸른 하늘 가운데 우뚝 솟은 태양에서 내리쬐는 황금빛 햇살에 어린 소년소녀들의 땀방울이 반사되어 반짝거렸다. 와글와글 재잘재잘. 어디서나, 어떤 학교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하고 활기찬 풍경. 그러나 그 풍경 속에는 늘 있던 누군가가 빠져 있었다. 그리고 그 풍경이 얼마나 쓸쓸한 것인지, 샘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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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 이번에는 꼭 완결 내보자!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