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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덤(2019)” – 넷플릭스

잘 나왔다고 해서 보러갔는데 이거 재밌네요.

더빙으로 보라는 충고가 있어서 중국어 더빙, 한국어 자막으로 봤는데
정말 찰떡같이 맞아 떨어져서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보는 도중 고유명사가 워낙 많은지라 번역이 궁금해져서
나중에 시간이 나면 한국어-영어 자막으로도 한번 볼까 합니다.

좀비영화를 싫어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아주 좋아하는 팬도 아닌데
요즘 나오는 좀비 영화들이 공포스러운 존재에 직면하여 무력감을 느낄 때 나타나는 인간군상을 주로 그리거나 기괴함 또는 폭력성과 관계된 스트레스 해소성이었다면
이 시리즈는 좀비가 상징하는 바가 뚜렷하게 달라서 그게 흥미로운 지점인데

최초감염자가 일국의 왕이고
왕의 희생자를 통해, 그리고 조씨 가문이 저지른 패악의 결과로 행동한 가장 밑바닥 민중들이
순식간에 전염되고
급기야는 “상놈들이 양반을 공격”한다 라는 흐름으로 가는 게 굉장히 참신합니다.
(저거랑 노마님의 신체발부 대사 나왔을 때 좋아 죽을 뻔 했어요.)
가장 밑(위치상으로도 왕국의 최북단에서 북쪽으로 점점 상승)에서부터
하나의 현상으로 나타나지만
사실 그 원인은 가장 꼭대기에 있고 그건 아무도 해결하려 하지 않고 해결되지도 않는 거죠.
무엇보다 배경을 15세기 조선으로 잡았는데 그 세계관을 확실히 백분 활용하고 있습니다.
세계관의 사회적 설정이 소재의 설정과 맞아 떨어질 때마다 쾌감이 느껴져요.

어떤 분들의 지적과 같이 아직 배두나의 역할이 너무 작아서 불만이고
중전마마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 2시즌에서는 되려 아버지를 잡아먹을 수 있을만큼 성장하기를 바랄 뿐입니다. 중전마마 얼굴 클로즈업 할 때마다 좋아 죽겠네요.

 

“오티스의 비밀상담소”(2019) (넷플릭스)

영국 채널4 제작 넷플릭스 드라마.
원제는 Sex Education(성교육)

성 상담사를 어머니로 둔 16세 오티스가
우연한 계기로 교내에서 헤프기로 유명한 메이브와 함께 친구들의 성/관계 상담을 시작하는 이야기.

19세 관람가이기도 하고
(사실 청소년이 대상인 이야기는 청소년들도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첫 장면부터 꽤 수위가 세게 시작해서 또 이런 류의 코미디인가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었다.

1화부터 정말 정신없이 보기 시작해서 심지어 하루만에 다 끝냈어.
처음의 그 가벼운 분위기 – 아이들이 어른이나 다른 사람들에게는 차마 털어놓지 못할 성과 관련된 이야기들 – 을 조금씩 끌어 올리더니
순식간에 우리 주위에 있는 심각한 주제로 이어지고
그러면서도 그 주제들을 결코 지나치게 무겁게 다루지도 않는다.
머릿속으로 이론적으로 생각해야 하는 문제들로 던져주어 반론과 반론을 끄집어 내는 게 아니라
직접 경험하는 현실적인 상황들을, 결국은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임을 보여주고
결국 인간과 인간의 문제로 다가가는데

흥미로운 건 청소년과 청소년 – 청소년과 사회 – 청소년과 어른들(부모들)
그리고 어른들과 어른들의 세계까지 자연스럽게 확장된다는 것.
1화를 볼 때부터 오티스와 어머니의 관계에 대해 거의 아동학대 수준이잖아! 라고 울부짖었는데
그 갈등과 해결을 향해 찬찬히 풀어가고
초반에 친구 에릭을 다루는 방식에 대해서도 약간은 우려스러웠는데
놀랍게도 가장 크고 높이 성장한 것도, 나를 가장 많이 울린 것도 에릭이었다.

그리고 릴리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죽는 줄 알았어. ㅋㅋㅋㅋ
아마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얼굴이라서 더욱 그랬을 수도 있고.

메이브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2시즌 빨리 나와줬으면 좋겠어.

덧. 오티스를 보고 쟤 되게 에이사 버터필드 닮았다, 했는데 본인이었고
어머니인 진 역할은 질리언 앤더슨. 뭐죠, 이 너무나도 설득력있는 캐스팅은.
덧2. 로그원에서 드레이븐 장군 역을 맡았던 알리스테어 아저씨가 나오는데, 아들 역이 정말 너무나도 빼어 닮아서 친부자인줄만 알았다.

“버드박스”(2018)

넷플릭스 오리지널.

몇 개 안 되긴 하지만 내가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중에서 제일 좋았다.

눈으로 목격하면 비정상적인 자살 충동을 느끼게하는 어떠한 존재가 세상을 휩쓸고
그 와중에 살아남으려는 사람들과,
아이를 데리고 안전한 곳으로 대피하려는 여주인공의 이야기가 교차로 진행되는데

이제껏 수없이 반복되고 변주된 미지의 공포, 봐서는 안 되는 것을 다루면서도
익숙하다거나 지루함 없이 끌어나가는 솜씨가 일품이고
산드라 블록의 연기도 굉장해.

게다가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묘하게 가식적이거나 인위적인 부분이 없다.
무슨 차이인지 모르겠어. 분명 다른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설정들이고 평소 보던 위치를 맡은 구성원들인데도 이들의 행동방식은 누구라도 될 수 있는, 영화를 보고 있는 관객이 언제든 이 중 누구에게라도 이입할 수 있는 듯 보여서 – 정의롭다기보다 인간적이고 친절한 이들이고, 야비한 이들도 왜 그런 결론에 이르게 되었는지 이해가 가서 – 굉장히 환상적인 설정인데도 현실감이 있다. 시각적인 것의 현실감, 잔혹하거나 냉정하고 잔혹한 것이 곧 현실이다라고 외치는 것들이 실은 얼마나 원초적인지 새삼 깨닫게 되고.

바깥 세상을 알지 못하고, 심지어 바깥을 내다보지도 못하는 캄캄한 버드 박스.

원작 소설이 있다고 한다.
궁금하네.

“블랙미러: 밴더스내치”

블랙미러 시리즈는 사실 본 적이 없는데
넷플릭스에서 인터랙티브 영화를 내놓았다고 해서 호기심이 동하는 바람에.

웹버전에서는 실행 불가, 전화기나 타블렛 등 휴대용 기기에서만 탭으로만 실행이 가능하다.

초반에 보면서도 이렇게 분기점마다 관객이 선택할 수 있다면 실질적으로 게임과 무엇이 다른가, 라는 의문이 있었는데 실제로 선택지가 제한되어 있고, 잘못된 선택지를 택하면 끊임없이 앞으로 돌아가는 식으로 관객의 선택을 몇 가지로 한정해 유도하고 있다. 그런 식으로 엔딩을 세 개 봤는데 아마 총 대여섯 개 쯤 있을 것 같고 그 외 크게 호기심이 일진 않아서 다 찾아보진 않았다. 그 외의 다른 엔딩들에 ‘이 이야기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가 설명되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영화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고전적인 엔딩이 있는가 하면, 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넷플릭스 엔딩도 있다. 일부러 피해가려고 노력했는데, ㅋㅋ 나머지가 하도 정석의 길을 걷다 보니 오히려 그 결말이 제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는 굳이 영화에서 이런 형식을 취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지라 이런 것도 있구나, 라고 경험한 것으로만 만족한다. 관객이 참여하는 이 같은 형태는 이미 게임에서 숱하게 다루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런 형식은 오히려 몰입도를 떨어뜨리고 현실감을 주입시키는 감이 있다. 실제로 이 영상 자체도 조금 어수선하고, 같은 내용을 다시 봐야한다는 점에서 외려 시간낭비로 느껴지기도 한다. 나는 역시 구식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