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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N] 팬픽 번역: A disturbing lack of faith

수퍼내추럴 팬덤계의 유명 작가인 라이브저널 fleshflutter님의 팬픽입니다. 4시즌 1화가 방영된 뒤에 올라왔고 번역 허가도 한참 전에 받아두었는데 일부러 4시즌이 끝나가는 지금에야 올립니다.

4시즌 1화의 전반부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스타워즈를 모르는 분들은 그다지 재미를 느끼지 못할 가능성도 큽니다. 오랜만에 스타워즈분이 부족해서 후다닥 한 거라 검토고 뭐고도 없습니다. 용서하십쇼. 제목도 그렇고, 수퍼내추럴의 대사는 물론 스타워즈 대사들도 꽤 응용했는데 그걸 제대로 옮기지 못해 아쉽네요.

원문: http://fleshflutter.livejournal.com/55732.html

작가의 말: 몇 개 더 있긴 한데, 일단 이거부터! 이걸 어떻게 설명한담? 음, 크립키가 “스타워즈”를 몇 번 언급했더랬지. 더구나 “스타워즈”에서 근친상간은 사실상 오피셜이나 마찬가지잖아? [님, 당신 뭘 좀 아시는군요!!!] 그리고 “스타워즈”는 내가 처음으로 팬질했던 것 중 하나거든. 이번 이야기는 “라자루스의 부활” 앞부분을 옛날 옛적, 머나먼 은하계에서 일어난 식으로 짧게 써 본 거야.



[#M_A disturbing lack of faith (mild Sam/Dean, pg, 2700 words, au)|less..|
제어장치 위에서 조그만 흰색 불빛이 소리 없이 깜박였다.
깜빡, 깜빡, 깜빡, 깜빡…

딘의 눈꺼풀이 번쩍 열렸다. 그는 멍하니 불빛을 응시했다. 한쪽 뺨이 내비게이션 패널에 짓눌려 키 자국이 피부에 선명하게 새겨져 있을 게 분명했다. 한참동안 그렇게 죽은 듯이 누워 있다가 이윽고 몸을 일으키고 앉아 조종석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우주선은 혼자서 저절로 움직이고 있는 듯 보였다. 항로도 설정되지 않았건만, 우주공간을 정처 없이 부유하면서.

조종석 실드 너머로 보이는 우주공간은 넓고, 검고, 방대했다. 흐릿한 기억들이 딘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산산조각으로 부서지는 유리조각들, 자신의 몸뚱이가 둥둥 떠다니던 얼어붙은 별들의 바다, 그리고 아우터 림 바깥쪽에서 무언가 그의 몸을 휘감고 끌어당기던 느낌.

딘은 고개를 흔들어 머릿속에 떠오른 장면들을 지워버리고는 좀 더 편안한 자세로 고쳐 앉았다. 텅 빈 기억의 창고를 건드리느니 차라리 지금 아는 것에 집중하는 편이 낫다. 일단은 시스템을 분석하고 여기가 어딘지 성도(星圖)를 파악하는 게 급선무였다. 내게 우주선을 주시라. 그리고 신경 끄시길. 그 다음부턴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성도에 따르면, 딘은 4개월이라는 시간을 잃어버렸다. 그가 아는 한 현재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행성은 마난이었다. 그는 근 몇 년 간 마난에 들른 적이 없었고, 그러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지만 우주선은 – 임팔라에 비하면 고철덩어리에 가까운 – 그럭저럭 잘 돌아가고 있었고, 실드도 조금 손상되긴 했지만 – 그렇다는 건 공격을 받았다는 소리인데 – 여하튼 무리 없이 작동하고 있었다. 엔진 상태도 괜찮았다. 무기도 이상 없었다. 좋아, 좋아.

딘에게는 이제 우주선이 있고, 찾아야 할 동생이 있었다. 그리고 해결해야할 문제들도 잔뜩이었다. 지난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내는 것은 그 다음 일이었다.

:::

망가질 대로 망가져 너덜거리는 운반선 하나가 눈에 띄었다. 딘은 컴 채널을 열었다. 아무도 응답하지 않았다. 딘에게 이건 환영인사나 다름없었다. 그는 도킹을 한 다음 공화국이 잘 나가던 시절에 제작된 것 같은 구식 블래스터 하나만을 쥔 채 우주선에 올라탔다.

운반선은 최근에 버려진 듯 보였다. 딘은 엔진에 아무런 이상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불안해졌다. 한 컴퓨터에서 데이터패드를 발견했지만 쓸데없는 잡동사니만 가득했다. 코렐리아에 새로 생겼다는 체르카 지사 이야기. 코루스칸트에 있는 제다이 사원의 잘나빠진 설교 몇 개. 딘에게 도움이 될 만한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는 데이터패드를 닫고 쓸 만한 물건이 없는지 뒤지기 시작했다. 그때 갑자기 배 전체가 격렬하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딘은 금속 벽에 손바닥을 댄 채 가까스로 몸을 지탱하며 출렁거림이 멎길 기다렸다. 어떻게 된 일인지 짐작도 가지 않았다. 경고는 없었다. 우주선이 텅 빈 우주공간 말고 다른 무언가에 부딪칠 것이라고 조종석에서 시끄럽게 삑삑거리는 소리도 없었다.

그러더니 처음 시작되었을 때와 마찬가지로, 우주선의 움직임이 불시에 뚝 멎었다. 사방이 고요했다. 정적뿐이었다.

딘은 물건들을 몇 개 챙긴 다음, 자신의 배로 돌아갔다.

그는 조종석 깊숙이 몸을 맡겼다. 익숙한 것들에게 둘러싸여 앉아있으려니 천천히 가슴이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는 다시 성도를 들여다보았다.

샘이 어디에 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우주는 넓었고, 샘은 4개월 동안이나 혼자서 그 멍청한 제다이 짓거리를 하고 돌아다녔을 터였다. 딘은 멀거니 고대 시스의 기원지인 코리반을 응시했다. 그리곤 누군가에게, 그 자신과 그의 유일한 가족에 대해 일말의 애정이라도 품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샘의 안전을 기도했다. 제발 샘이 무사하기를, 제발. 그는 포스를 믿지 않았다.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었다. 그렇지만, 그렇지만 부디, 그 힘이 새미를 무사히 지켜주길.

가까운 곳에 카시크가 있었다. 딘은 어깨를 으쓱했다.

달리 갈 곳도 없었다.

:::

우키라는 종족에 대해 분명한 사실 하나는, 일단 그들의 충의를 얻고 나면 전적으로 그들을 신뢰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렇지만 그들을 신뢰할 수 있다고 해서 그들이 당신을 신뢰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아무리 가족처럼 가까운 사이라도 말이다.

바비는 딘을 붙잡아 커다란 나무를 향해 내동댕이쳤고, 딘의 팔을 어깨에서 잡아 뽑을 뻔 했으며, 그의 목을 부러뜨리려고 했다. 다행스러운 사실은 딘이 상당히 억센 사내이고 바비도 예전만큼 젊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라니까, 나, 이 늙다리 노친네야!”
딘이 켁켁거리며 말했다.
“내가 누군지 몰라요? 아, 진짜, 제발 나 좀 도와달라고요!”

어쩌면 그 ‘제발’이라는 단어 때문인지 모른다. 어쩌면 딘이 공격할 생각은 않고 방어에만 급급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단순히 바비가 그의 말을 믿고 싶어서였을 수도 있다. 어쨌든 간에 다음 순간 딘은 축축하고 고약한 냄새가 나는 털가죽에 파묻혀 있었다. 바비가 얼마나 그를 억세게 껴안았던지 갈비뼈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릴 지경이었다. 딘은 포옹을 ‘당하고’ 있었다. 그것도 ‘우키’한테. 실제로 이런 일을 당하는 건 글로 읽는 것보다 훨씬 불쾌하다.

“어, 나도 아저씨가 보고 싶었어요.”
딘이 씨근거리며 말했다. 그는 바비의 커다란 팔을 두드리고는 그가 기억하는 것보다 훨씬 회색을 띄고 있는 지저분한 털에서 나뭇잎을 하나 떼어 냈다.
“그만 힘 좀 빼시죠? 누구 질식해 죽을 일 있어요?”

바비는 몹시 인상적인 울음소리를 내며 딘을 놓아주었다. 한눈에 봐도 엉망진창으로 망가진 모습이었고, 끊임없이 딘을 토닥이며 손을 뗄 줄을 몰랐다. 바비가 다시 한 번 커다랗게 울부짖자 딘이 어깨를 으쓱했다.

“물어볼 사람이 틀렸어요. 난 그냥… 깨어났어요. 상처 하나 없이 멀쩡한 상태로요.”
바비가 길게 짖자 딘이 얼굴을 찡그렸다.
“나도 알아요! 어찌된 영문인지 내가 알았으면 진즉에 말했죠. 하지만 도대체 어떤 자식이 날 구렁텅이에서 끌어냈는지 나도 모른다고요. 그건 그렇고, 샘은 어딨죠?”

바비가 비칠거리며 으슥한 숲을 향해 발을 옮겼다. 나지막하고 조용한 웅얼거림은 차갑고 습한 공기에 눌려 알아듣기 힘들었다.

“뭐라고요?” 딘이 서둘러 그 뒤를 쫓아가며 말했다.
“어떻게 샘을 혼자 보낼 수가 있어요? 내가 없을 땐 아저씨가 걔를 돌봐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 녀석이 얼마나 제정신이 아닌지 뻔히 알면서! 저를 봐서라도 제 동생을 돌봐줬어야죠!”

바비의 울부짖음에는 지금 당장 그런 힐난조의 말투를 그만 두라는 경고가 담겨 있었지만, 딘은 눈치가 그리 빠른 편이 아니었다. 설사 그런 경고를 보내고 있는 당사자가 2미터가 훨씬 넘는 우키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러나 딘은 방금 바비가 자신을 두 동강 낼 뻔했다는 사실을 아직 기억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바비를 비난하는 건 잠시 참아야 할 모양이었다.

:::

샘을 찾는 건 얼음혹성 호스에서 선탠을 하는 것과 비슷했다. 하지만 은하계에 존재하는 그 어떤 힘도 딘에게서 임팔라를 오랫동안 숨기지는 못한다. 게다가 샘은 바비를 버릴 수는 있을지 몰라도 딘의 애마를 버리는 건 불가능했다. 마침내 임팔라를 찾아낸 딘은 샘을 찾아냈다고 확신했다.

임팔라는 마난에 정박해 있었다. 딘이 녹슬고 낡아빠진 우주선 안에서 깨어난 곳과 그리 멀지 않은 장소였다. 딘과 바비는 이 자그마한 연관성을 깨닫고 시선을 교환했지만 둘 다 입을 열지는 않았다. 만일 딘을 저 아우터 림 바깥쪽에서 건져 올린 것이 정말로 샘이라면, 그가 어떤 힘을 사용했을지 두 사람 다 처음으로 말을 꺼내는 장본인이 되고 싶지는 않았던 것이다.

마난은 꽤 봐줄만한 행성이었다. 푸른 하늘과 그보다 더 푸른 바다가 넘실거렸다. 게다가 요즘에는 상당히 문명화되었다고 인정받고 있었다. 비록 수생 종족인 마난의 원주민들이 쉴새없이 꿀떡거리는 소리가 딘에게 야만적인 행동을 하도록 부추기는 두통을 안겨주었지만 말이다.

그들은 탐문을 벌였다. 칸티나에서 한 남자가 샘의 묘사에 들어맞는 사람을 근처 아파트에서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딘은 그에게 고맙다고 말한 다음 사박 게임으로 그 놈의 엉덩이를 근사하게 걷어차 주었다. 두 사람은 과연 딘이 카드 게임에서 속임수를 썼느냐에 대해 짧지만 매우 정다운 대화를 주고받았다. 음, 최소한 딘은 그랬다. 성질이 더러운 놈들한테까지 일일이 비위를 맞춰줄 필요는 없지 않은가. 바비도 그 사내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다는 듯 매우 의미심장하게 으르렁거렸다. 바비의 설득력은 굉장했다. 그 남자가 순식간에 꽁무니를 빼고 도망갈 정도로. 

그렇지만 딘과 바비는 칸티나에서 필요 이상 머무르지 않았다.

아파트 건물은 허름했다. 여기까지 오는 길에 지나쳤던 화려한 건물들과는 조금도 닮지 않았다. 덕분에 딘은 어느 정도 안심했다. 딘은 늘 남부럽지 않은 숙소에 적당한 가격으로 묵기 위해 마인드트릭을 사용하는 정당성을 설파하며 샘을 귀찮게 굴곤 했지만 샘은 그런 짓을 하기엔 너무나도 ‘라이트사이드’스러웠고, 보아하니 지금도 마찬가지인 듯 싶었다.

단지… 샘이 묵고 있어야 할 곳에서 화끈한 트윌렉 아가씨가 고개를 내밀었다는 점을 빼면 말이다. 그녀는 반쯤 벌거벗은 채 매끄러운 피부를 한껏 드러내놓고 있었다. 타투인의 석양과도 같은 붉은 금빛 피부였다. 검은색 줄무늬가 있는 두 개의 우아한 촉수가 목 뒤에 둥그렇게 말려 있었다. 딘은 한눈을 팔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왜냐하면 지금은 이 죽여주는 트윌렉 아가씨보다 샘을 찾는 게 급선무였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와우! 그녀는 정말 끝내주게 화끈했다.

“뭐 도와줄 일이라도?”
내용과는 정반대의 말투로 그녀가 말했다.

딘은 불안한 표정으로 바비를 힐끗 쳐다보고는 고개를 저었다.
“미안합니다. 내가 뭘 잘못 알았나 보군요. 난…”

샘이 있었다. 샘이 있었다. 샘이 그녀의 뒤에 서 있었다. 진짜 샘이었다. 그리고 젠장, 딘은 지난 넉 달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지만 샘이 보고 싶었다는 것만큼은 뚜렷이 기억할 수 있었다. 그의 동생이 거기 서 있었다. 이제는 완전한 어른이 되어버린, 우락부락한 덩치의 사내가, 팔씨름으로 바비를 꺾어버릴 수도 있을 정도로 엄청난… 딘의 얼굴 가득 미소가 떠올랐다.

그는 샘을 향해 한 발짝 내딛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바비가 미처 샘을 말릴 틈도 없이 격분한 샘의 노란색 광검이 아슬아슬하게 딘을 스치고 지나갔다. 한바탕 소란이 벌어졌다. 잠깐만! 안 돼, 멈춰! 딘이야, 진짜 딘이라고! 바비의 으르렁 소리. 단조롭게 윙윙거리는 샘의 광검 소리. 샘의 입술에서 쏟아져 나오는 분노에 찬 단어들. 샘은 그런 말을 하면 안 됐다. 왜냐하면 분노는 다크사이드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금 이 순간 딘이 생각할 수 있는 것은 단 하나 뿐이었다. 샘이라면 알아차릴 거야.

서서히, 샘의 얼굴에서 격노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결코 거기 있어서는 안 될 격노가 모습을 감추고 가느다랗게 떨리는 믿고자 하는 욕망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광검의 날이 꺼졌다. 딘은 위험을 무릅쓰고 샘을 향해 다시금 발을 내딛었다. 샘이 딘에게 달려들었다.

둘은 있는 힘을 다해 서로를 얼싸안았다. 그들은 이 거대한 은하계에서 한 점의 작은 티끌에 불과했지만 두 사람이 함께 있을 때에는 달랐다. 둘에게 서로가 없다면 이 은하계마저도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샘의 손가락이 딘의 얇은 셔츠 자락을 움켜쥐었고, 딘은 눈을 감은 채 샘의 목에 얼굴을 묻었다. 그를 둘러싼 것이 샘이라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 샘이 그를 얼마나 세게 껴안고 있는지 몸이 욱신거릴 지경이었지만 샘의 품에서 벗어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들지 않았다.

그렇다. 샘이 그를 으스러져라 부둥켜안는 건 아팠다. 그렇지만 결국 서로를 놓아야 한다는 사실이 더욱 고통스러웠다.
 
“제다이는 남자친구를 사귀면 안 되는 줄 알았는데요.”
트윌렉 아가씨가 자신 없는 목소리로 조그맣게 말했다.

“아, 그런 게 아냐. 이 사람은 우리 형이야.”
샘이 말했다.
딘은 그녀에게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녀는 이 모든 게 무슨 의미인지 이해할 턱이 없었으니까. 그들 형제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바비도, 심지어 아버지인 존도. 샘과 딘, 그 둘 밖에는.
 
:::

샘이 그 죽여주는 트윌렉 아가씨를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방에서 쫓아낸 뒤 – 샘은 정말 형한테 많은 걸 배운 것 같았다. 샘이 혼자서 저렇게 화끈한 여자를 꼬시는 방법을 알 리가 없잖아. – 그들은 어색한 침묵에 잠겼다.

“그러니까.” 딘이 샘의 무기 상자에서 좀 더 나은 블래스터를 챙기며 말했다. “포스를 어떻게 사용한 거야?”
샘이 무슨 소린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딘을 올려다보았다. 딘은 혹시나 다크사이드의 흔적이 있지는 않은지 타락의 기미를 찾아 동생의 얼굴을 샅샅이 훑었다. 내 동생은 안 돼. 그의 새미에게는 그 어떤 나쁜 일도 생겨서는 안 된다.

“아까 그 여자 말이야? 딘, 난 그런 데 포스를 사용하지 않아. 게다가 그건 정말 나쁜 짓이라고.”
“날 돌아오게 한 거 말이야, 샘. 도대체 어떻게 한 거야?”
바비가 툴툴거리듯 낮게 으르렁거리자 샘이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그런 게 아냐.”
샘이 말했다.
“난 다스 리 리스의 제자들이 여기 있다는 소문을 듣고 찾아온 것 뿐이야. 그래서…”

“복수를 하려고?”
딘이 눈썹을 치켜 올리며 샘의 말을 가로막았다.
“혼자서 시스 로드를 찾아가려고 했단 말이야? 복수를 하려고? 그러다가 화끈한 트윌렉 여자애랑 한 판 거하게 뜨려고 잠시 멈췄단 말이지? 내가 깨어난 곳에서 한 발짝 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었던 것도 다 우연일 뿐이고? 그래, 좋아. 알았어. 그렇다고 치지 뭐.”

딘은 화가 났고, 두려웠으며, 머릿속에는 정적만이 가득했다. 아우터 림 너머의 무시무시한 정적, 그것을 몰아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말을 해야 했다. 설사 그가 해야만 하는 말을 하는 것이 내키지 않는다고 해도 그래야만 했다.

“복수는 그렇다손 치더라도 말이야.”
딘이 말했다.
“저 죽여주는 트윌렉 아가씨랑 재미 본 이야기는 해도 되는 거겠지? 욕정은, 재미랑은 한참 거리가 먼 다른 것들이랑 똑같이 다크사이드로 이끈다지? 글쎄다, 내가 보기엔 넌 해당 안 되는 거 같은데. 어차피 이미 한 발 늦은 것 같으니까.”

“난 다크사이드에 빠지지 않았어, 딘!”
샘이 으르렁거렸다.

샘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딘의 얼굴에 정면으로 들이밀었다. 커다란 키에서 미묘하고도 은밀한 위협적인 기운이 뿜어져 나왔다. 심지어 바비조차도 그것을 느낄 수 있을 정도였다. 바비의 가슴에서 그리 유쾌하지 않은 그르렁거림이 새어나왔다.

“난 할 수 없었어, 됐어?”
샘이 말했다.
“나도 해 봤어! 형을 다시 데려오려고 해 봤다고! 하지만 난 그 정도로 강하지 못했어!”
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마치 어린 시절도 되돌아간 것처럼. 아무리 눈 앞에 덩치 큰 제다이가 서 있다고 해도 딘의 눈에 비치는 것은 그의 어린 동생뿐이었다.
“난 그 정도로 강하지 못했다고. 미안해.”

여전히 모든 게 잘못되었고 엉망진창이었으며, 딘은 아직도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두려움을 느끼고 있었다. 그렇지만 샘은 무사했다. 샘은 안전했고, 다친 곳도 없었으며, 바로 지금 딘과 함께 있었다. 딘은 다시 샘을 보살펴 줄 수 있었다.

:::

그들은 다음날 아침 길을 떠날 예정이었다. 바비는 그들에게 해답을 줄 수 있을지도 모를 포스운용자를 찾아 먼저 떠났다. 샘은 신경이 날카로운 듯 보였고, 딘을 힐끔거리며 몰래 훔쳐보곤 했다. 딘은 샘을 비난할 수 없었다. 넉 달 동안, 빌어먹을 넉 달 동안 샘은 혼자서 시스로드를 추적하고 있었으니까. 그러나 그것도 딘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았다.
 
그래서 딘은 샘을 데리고 아파트 옥상으로 올라갔다. 그들은 반짝이는 수면 아래로 사라지는 붉은 태양과 유리창 위에 떨어진 빗방울처럼 하늘 가득 흩어진 별들을 바라보았다. 샘은 굳이 후드를 쓰지 않았고, 문득 딘은 자신이 로브를 걸친 샘의 모습에 얼마나 익숙해져 있는지를 깨닫고 깜짝 놀랐다. 그의 동생이 그들의 아버지처럼, 딘처럼 되지 않으리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무척이나 오랜 시간이 걸렸었다.

그리고 지금, 이렇게 샘을 바라보고 있으려니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의 어린 동생, 제다이 기사. 세상에 이런 미친 소리라니.

“형 거야.”
샘이 침묵을 깨고 딘의 애뮬렛을 벗으며 말했다.

딘은 줄에 걸려 대롱거리는 작은 황소 머리를 바라보았다. 샘의 체온에 덥혀져 아직도 따뜻할까 궁금해 하며 몸을 기울이자 샘이 그의 목에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샘의 손가락이 딘의 목덜미를 스쳤다. 따스했다.

샘은 움직이지 않았다. 딘도 샘이 그러길 원하지 않았다. 

대신에 샘은 딘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마치 딘이 어떻게 온전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는지 알아보려는 듯이 손가락 끝으로 딘의 눈썹과 광대뼈와 입술을 어루만졌다. 석양에 비친 샘의 눈동자가 어두웠다.

“웃으면 안 돼.”
샘이 나지막하고 어렴풋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네가 무슨 말을 하느냐에 달렸지.”
“포스에… 동요가 일어나고 있어. 모든 게 잘못된 것 같아.”
샘은 꿀꺽 침을 삼키더니 거의 수치스럽다는 태도로 시선을 바닥으로 내리깔았다.
“난 두려웠어.”

“두려움은 다크사이드로 이끌지.”
딘이 반쯤 놀리는 투로 말했다.

샘이 희미하게 미소짓자 딘도 똑같은 표정을 지었다. 딘 같은 사내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건 정말 우스운 일이었다. 하지만 샘이 위험한 길을 걷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위해  제다이에 대한 애정이나 포스에 대한 믿음이 필요한 것은 아니었다.

“형이 없어서 두려웠어.” 샘이 말했다. “미치는 줄만 알았어.”
“글쎄.” 딘은 샘과 마주보던 시선을 돌려 별들을 올려다보았다.
“이젠 돌아왔잖아. 그러니까 더 이상 두려워할 필요 없어, 샘. 내가 여기 있는 이상 넌 아무 것도 걱정하지 않아도 돼. 모든 게 다 잘 될 거야.”

그러나 딘이 다시 샘에게 고개를 돌렸을 때, 샘은 그와 눈을 마주치려 하지 않았다. 어스름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샘의 얼굴은 묘하게 낯설어 보였고, 전혀 모르는 사람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샘의 마음은 수백만 킬로미터나 떨어진 은하계 저 너머에 있었다. 딘에게서 조심스럽게 모습을 감춘 채.

어디선가 불어오는 싸늘한 바람이 딘의 피부를 스치고 지나갔다.

“너 다크사이드 같은 짓 안 하는 거 맞지? 그치?”
어디서 갑자기 이런 질문이 튀어나왔는지도 모르게 딘이 충동적으로 입을 열었다. 샘이 고개를 휙 돌려 딘을 바라보았다. 딘은 점점 거세지는 바람에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런 짓 안하는 거지?”

“응.”
샘이 말했다.
“그거 사실상 형의 유언이나 다름없었잖아.”

딘은 그 말을 믿었다. 그는 동생을 믿었다. 하지만…아무래도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 끝


덧. 이 글에 딸린 댓글들의 격렬한 반응
그중 절반 1) 님!!!! 당신 바비를 우키로 만들다니!!! 바비를 우키로 만들다니!!!!! 우하하하하하하하핫!!! 나 웃다 죽어요!!!!!!!
나머지 절반 2) 님!!!! 저와/ 제 아들과 결혼해 주삼!!!!!!!!!
[서역 누님들은 딸들은 동인녀로 키우고 아들들은 제물로 바치나 봅니다. >.<]
기타 소수 3) 노란색 라이트세이버!!!!! 님아, 짱드셈!!!!!!
              4) 다스 리 리스! 다스 리 리스!! 님아, 짱드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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