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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루토에서 아침을

 
생각해 보니 참으로 오래 기다린 영화입니다. 결과는 대 만족이군요.

기본적으로 자신이 여성이라 믿는 게이 소년이[“천하장사 마돈나”를 생각하시면 됩니다] 런던으로 어머니를 찾아 나서는 내용입니다만, 정치, 사회, 종교적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골고루, 그리고 희극적으로 그려져 있습니다. 주인공이 “Serious”를 경멸하는만큼 심각하고 서글픈 이야기들에도 유머가 덧씌워져 있는데 그러면서도 결코 가볍게 다루고 있진 않아요.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더욱 돋보이는 면이 있달까요. 평범한 사람들, 그저 열심히 자신의 삶에만 충실하려는 사람들도 자의와 관계없이 사회적 환경에 영향을 받고 생활의 일부로 휘말리게 된다는 걸, 누구도 피해갈 수 없다는 걸 자연스럽게 보여줍니다.

유쾌하게, 정말 유쾌하게 보고 돌아왔습니다.

아래는 잠시 배우들에 관한 발광.

킬리언, 정말 예뻐요. 젠장, 저렇게 진한 화장이 잘 어울리다니, 그거 다 저 부리부리한 눈 때문일 겁니다. 투명한 유리구슬 같은 눈동자라고 표현해야할까요, 크흑. 역시 아일랜드 아가씨의 푸른 눈동자를 괜히 노래와 시로 찬양하는 게 아니라니까요. ㅠ.ㅠ
게다가 몸매가아!!!!!! 가녀린[…이라고 하긴 좀 그런가] 어깨가아!!!! 필히 사관학교 제복을 입혀보고 싶어요! 저런 어깨와 엉덩이와 허리에는, 짧고 어깨에 딱 달라붙는 회색의 사관학교 제복을 입히고 일자로 선맞춰 주욱 떨어지는 타이트한 바지를 입혀야 해요. 아이고오 보고 싶어라. ㅠ.ㅠ

더불어 리암씨이!!! 신부복! 신부복! 신부복!!!!! 신부보오오오오오오오옥!!! 그 길고 길어 끝이 보이지 않는 기럭지에 검은 신부복을 걸쳐놓다니 이건 눈물 나게 아름답습니다. 거기다가 초췌해보이는 눈동자와 한가닥 한가닥 깊은 고뇌가 도사리고 있는 이마의 주름살! 희끗희끗한 구레나룻![제가 여기 좀 약합니다. ㅠ.ㅠ] 우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 목소리가, 목소리가, 반쯤 잠겨 울먹이는 목소리가아! ㅠ.ㅠ

리암 씨의 고해성사[그건 말 그대로 “고해성사”죠] 부분에서 두 배우가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한 번도 시선을 마주치지 않으며 반대쪽 허공을 바라보는 장면이 좋았어요. ^^ 로렌스와 춤추는 키튼도, 그리고 개인적으로 두 경찰 아저씨들께 연민의 메시지를 보냅니다…고생하셨어요, 꾸벅. 그래도 키튼 같은 아이를 알게 되었으니 좋잖아요. ^^

아, 참, 찰리도 참 예뻤어요. 진짜 미인이더라고요.

덧. 그건 그렇고 국내에는 OST가 안 나온 모양이군요. 흑흑흑, 좋아하는 올드 송들이 많이 나와서 영화를 보는 내내 저절로 흥얼거리게 되더라고요.

덧2. 뭐야야, “플래시9″를 설치하라고 해서 설치했는데 왜 브라우저를 다시 띄우고 “편집해서 추가”를 눌러도 아무 반응이 없는 거냐아!!!! 빌어먹을 다운그레이드!!!

향수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미리니름?] 및 잡담

뭐야, 생각보다 잘 만들었잖아!!!

사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조금 겁을 내며 “어떤 물건이든 참을 수 있어”라고 중얼거리며 보러가서 그런지 놀랐다. 워낙 원작을 읽은지 오래되긴 했지만 화면을 보고 있노라니 인상 깊었던 문장이 새록새록 떠오를 정도. 장면을 상당히 충실하게 옮겨 놓았다.

그러니까, 적어도 “화면”으로는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해보면 많이 밋밋하다. 분위기 자체는 선정적인 걸 더 강조한 듯 하고. 하지만 별 수 없었겠지. 그 섬찟한 내면 묘사를 이 이상으로 옮기도록 바라는 건 아무래도 무리가 아닐까. 예전에 읽었든 이제야 읽었든, 원작을 읽은 이들은 이미 워낙 강렬한 충격을 받았을 테니. -_-;;; 나만해도 그 나이에 눈 앞이 번쩍번쩍, 몸이 짜릿짜릿 하는 경험을 했는걸.
원작을 안 읽은 이들에게는 꽤 재미있고 섬짓한 영화를 봤다는 좋은 인상이 남을 듯. [마지막 살인에서 너무 질질 끌긴 했지만]

1. 하지만 처형장에서 힘을 다 써버리는 바람에 마지막 장면이 힘이 빠진 듯 하다. 그르누이의 감정 처리도 좀 이상해. 그의 심정은 그냥 ‘외로움’이 아닐텐데. 제작진은 결국 ‘사랑’으로 마무리 하기로 한 건가? 앨런 씨가 항복하는 모습이 훨씬 강렬해야 했어. 원래 그 사람이 무릎꿇는 부분이 절정이라고!

2. ….레이첼, 정말 예쁘게 자랐구나. 이 누님은 뿌듯하다. 그래그래, 피터 팬에서 너와 제레미를 봤을 때 제발 저 반짝이는 미모가 사라지질 않기를 기도했는데, 으흑, 정말 아름답구나아…ㅠ.ㅠ 잘 컸다, 응응, 정말 잘 컸어. ㅠ.ㅠ [그러고보니 제레미는 어케 자랐으려나] 아이고오 예쁜 것, 크흐흐흐흐흐흑. 삭발 당한 뒤에도 눈이 부시구나. 아으으으으으으으으으으.

3. 그르누이 역의 배우는 스틸 컷에선 예뻤는데…-_-;;;
표정이 한 가지 밖에 없다는 게 심히 유감이다. 원래부터 그루누이 자신이 감정을 거의 표현하지 않긴 하지만. 게다가 영화는 그르누이가 아니라 여자들을 통해 그의 감정을 표현한다. 뭐, 다른 작품에서 더 확인할 수 있겠지.

4. 더스틴 씨 진짜 최고야!!!!!
뭐라고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난 영화를 보다가 나 자신도, 그리고 옆 사람도 아무도 예기치 못한 장면에서 눈물을 흘리곤 한다. 물론 어느정도 그때 그때 내 심정과도 연관이 있겠지만 나 자신도 이유를 알 수 없고 이해할 수도 없다. 가끔은 스토리와 중요한 연관성을 지니는 부분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넘어갈만한 장면이다.

오늘은 더스틴 씨가 그르누이에게 향수의 기본을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12개의 향수 재료들, 헤드, 하트, 베이스와 마지막 미지의 열세 번째 재료가 있다는 전설을 설명할 때, 손으로 향수병들을 어루만질 때, 아득한 눈빛으로 전설을 이야기할 때, 그 순간에 그르누이가 얼마나 가슴이 벅차 올랐을지 이해할 수 있었다. 눈물 나더라, 진짜. 그래서 이건, 더스틴 씨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기로 했다.

앨런 씨는 요즘 왜 이렇게 처량한 역할을 많이 맡는 거지. ㅠ.ㅠ

5. 독일 사람이 프랑스를 배경으로 쓴 소설을 영국인들이 스페인을 끌여들여 영화로 만든 모양이다. 놀라워라.

6. 집에 돌아와 정말 오랜만에 책을 펼쳐 보니 초판발행이다. -_-;;; [4,500원이로군] 하긴, 중학교 때 서점에 가서 무심코 신간 코너에서 집어 들었다가 완전히 맛이 간 케이스니까. 아직도 그 때 어쩌다가 이 책을 사게 되었는지, 밤중에 얼마나 정신없이 읽었는지 기억이 생생하다. 그러나 다시 읽어보니 역시 세세한 부분은 감정과 이미지로만 남아있군. 인간의 기억이란. ^^

7. 요즘엔 식비보다 영화비가 더 많이 나가는 거 같아…….

영화 300


<사진이 이 아저씨인 건 이 아저씨가 제일 좋기 때문임>

……..머리꼭대기부터 발끝까지 남성호르몬의 바다에 푹 절었다 나온 기분입니다.

우와, 이거 정말 질질 짜는 로맨스 영화라도 보지 않으면 도저히 정화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정 안되면 워킹 타이틀 영화라도 봐야겠어요.

신 시티가 그나마 “남자의 로망 3종 세트”였다면, 이건 “남성호르몬 엑기스” 쯤 해당되겠습니다. 지난번에도 도대체 저 작가 아저씨 머리 속에는 뭐가 들었나 궁금했는데, 보니 이건 거의 컴플렉스에 가까운 것 같군요. “마초”가 아니에요, 그냥 “테스테르테론”이라고요. 으, 으, 으.

1. 페르시아가 싫어할만도 하더이다. 이건 거의 ‘대체역사’라고 부를만큼 다른 세계라는 걸 알고 있으면서도 아시아와 야만인이 나오면 움찔울찔하게 되니.

2. …하지만 뒤로 가면 갈수록 제 눈엔 스파르타 애들이 더 나쁜 놈들처럼 보이던걸요. -_-;;; 그런 점에선 어느정도 공정한 것일지도.
게다가 “자유”와 “이성”이 나올 때마다 너무 어색하단 말임닷. 스파르타와 자유라니, 그것만큼 안 어울리는 조합도 없는데, 끄응.

3. 레오니다스의 수염은 대체 무얼로 만들어진걸까.
앞에서 보면 정상으로 보이는데 옆에서 보면 공중에 부웅 떠 있는게……..철수세미인가, 혹시?

4. 크세르크세스에게서 중성적, 혹은 여성적인 면모를 강조한 것도 아마 그런 이유에서겠죠. 하지만 이아저씨, 윈햄 씨 빼면 제일 잘생겼는걸…..^/////^ 아, 물론 신탁녀의 춤 장면도 좋았습니다만. >.<

5. 제길, 데이비드 아저씨는 왜 그렇게 목소리가 좋단 말입니까아!!! 트로이에서는 숀 아저씨가 그러더니 여기서는 데이비드 아저씨가! 형제끼리 왜 이래요…엉엉엉

6. 사람들이 그렇게 외치던 근육은 그다지…-_-;;
아무래도 제 이상형의 근육은 이소룡이라 그런지 트로이 때도 그랬지만 팔뚝에 달린 사과덩어리는 그다지 감흥이 안 느껴지는군요.
무엇보다…….배의 식스팩을 보면 개그만화일화 2기의 그……고양이의 복근 에피소드가 생각나서….제기랄, 망치로 내려치면 깨질것 같다는 공포심이 든단 말입니다!!!!!!!

7. 전투 그 자체의 화면은 상당히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제일 좋았던 건 엔딩 크레딧과 음악이었던 듯 하군요. DVD보다는 나레이션만 뽑아서 듣고 싶어요.

미스 리틀 선샤인 – 미리니름 약간?


무지 보고 싶은 영화였는데 아쉽게 놓쳤다가 이번 재상연 이벤트로 인해 보게 되었습니다.

………밀려오는 “웃음”과 “감동”이라는 선전문구가 무색하지 않군요.
어찌 보면 실사판 심슨가족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들은 “미국” 그 자체거든요.
기회가 있을 때 챙겨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드웨인, 올리브, 너희들은 정말 큰 인물이 될 거다! ㅜ.ㅜ 귀여운 것들!

가족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사랑스럽긴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게 가장 흥미로운 건 아버지 리처드였습니다. 그게…..직업 때문에 말입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회사에 소속되어 번역일을 합니다.
실질적으로 가장 일이 많이 들어오는 분야, 또한 가장 많은 수입이 보장되는 분야는 경제경영, 자기 개발서 부문입니다. 하지만 이 일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그렇듯, 저와 저희 회사 동료들은 기술번역보다는 책번역을 선호하고, 책 중에서도 경제경영이나 자기개발보다는 역시 인문사회나 소설 쪽을 선호하지요. 그나마 경제경영은 골치는 아파도 지식이라도 쌓이죠, 마케팅과 자기개발이 걸리면 앞부분 조금은 버티다가도 2주일쯤 지나면 치를 떨며 거의 예외없이 불평을 토로합니다.

“어떻게 된 게 열이면 열 다 똑같은 이야기만 늘어놓고 있는데 이런 게 팔린단 말인가! 진짜로 이런 걸 읽는 사람들이 있단 말인가! “

예, 물론 그 중에는 훌륭한 책들도 많습니다. 어떤 책에 너무나도 감동을 받아 인생의 지침서로 삼고 그대로 실천하며 사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저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기도 합니다. 대기업에 들어간 제 친구들은 회사에서 자기개발서를 사서 안겨주면서 읽으라고 한다더군요. 전에도 말했듯이, 그 책들에 담긴 이야기는 구구절절 옳은 것들 뿐입니다. 감탄스럽죠.

하지만 가끔씩은 너무나도 조잡하고, ‘이론을 위한 이론’이라는 것이 눈에 빤히 보이며, 어설프고, 무조건적인 강요에 거부감이 들고, 어린애들 그림책 같은 문장에 코웃음을 치게 되는 녀석들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작가들마저도 프로필 란에 길고 화려한 경력과 눈부신 고객 명단을 자랑하지요. 간혹 작가들의 일화를 읽다보면 이들이 ‘일확천금’을 벌었기 때문에 유명 강사가 된 것인지, 유명 강사가 되었기 때문에 일확천금을 번 것인지 헷갈릴 때도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로 정말 돈을 벌 수 있고, 그들이 누군가의 우상이라는 게 어떻게 가능한지 의심이 들기도 합니다.

리처드를 보면 그 전형을 알 수 있어요. 그는 ‘9단계 법칙’을 팔기 위해 안간힘을 쓰지요. 언젠가는 자신의 이론을 담은 책과 DVD와 비디오가 나오고, 전국으로 강연을 다닐 거라는 꿈, 자신의 이론을 사람들에게 전파하고 그것으로 돈을 벌겠다는 ‘사업가’로서의 마음가짐. ” This can sell”이라는 문장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마케팅 책에 저 문장이 얼마나 많이 나오는지 아는 분들은 아실 겁니다.] 하지만 논리적으로 생각해봐도 이상하잖아요. “승자”가 되는 법을 “판매”하여 “승자”가 되다니. 하지만 그건 지금도 이미 널리 행해지고 있고, 사회적으로 각광받고 있고, 심지어 저도 가끔은 거기에 한 몫 하고 있단 말이죠.

물론 영화란 발전의 방향으로 나아가는 법이라서, “세상에는 두 가지 종류의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승자와 패자”라는 말과 그 자신이 패자임을 보여주는 텅빈 강의실을 시작으로 등장해 승자를 향한 부푼 가슴을 안고 있는 그는, 마침내 꿈에서 깨어나 승자와 패자의 이론을 재정립함으로써 위안을 얻고 희망을 봅니다. 네, “패자”의 도움을 받아서요.

온 가족이 소위 ‘루저’라는 점을 감안할 때 그의 직업을 그리 설정해 놓은 건 정말 너무나도 절묘해서 내내 웃음을 터트리게 만듭니다만, 또한 그 안에 들어있는 냉소와 절박함 때문에 쉽게 웃을 수가 없군요. 자본주의와, 아메리칸 드림과, 자기자신과 타인을 모두 내치고 쪼고, 동시에 ‘개선’과 ‘발전’을 향한 노력은…그가 끝까지 시도했음에도 실패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것은 얼마나 타당한 일인지요.

아무 생각없이 보면 당연하게 보이는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터무니없고 우스꽝스러운지 좀 보세요. 생각해 보면 이 영화 전체가 그런 내용이죠. 자연스러운 것은 괴물 취급 받고 아무리 봐도 부자연스러운 것을 자연스럽고 가치 높은 것으로 평가하는 이 세상.

그런 점에서 노인의 지혜란 무시할 수 없는 겁니다, 네, 노인과 어린아이의 지혜 말입니다.

뭐, 끝이 좋으면 다 좋은 겁니다. 그럼요.

여하튼,
현재 중앙시네마에서 브로크백 마운틴과 미스 리틀 선샤인을 특별상영 중입니다. 3월 동안 매주 목요일과 금요일이에요. 시간도 직장인들에게 알맞으니 지난번에 영화를 놓쳤거나 다시 보고픈 분들께 좋은 기회가 될 것 같군요. 오늘 제가 갔을 때에는 극장이 작은 편이긴 했지만 좌석은 대부분 차 있었습니다. 그리고…..오랜만에 매너 좋은 관객들과 함께 영화를 봐서 무척 기뻤습니다. ㅜ.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