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마지막 희망

옛날 옛적에 썼던 제 생애 최초의 팬픽입니다. 
지금 옮기며 보니 이 녀석 자그마치 6년 전에 썼던 놈이군요.
세상에나.

게다가 에피 3가 개봉한 게 벌써 2005년…….
세월 가는 게 진정으로 무섭군요.


[#M_[Star Wars] 마지막 희망|닫으셔도 됩니다|”대쩌 저 꼬마와는 무슨 관계요, 영감? 아들이라고 하기엔 너무 어리고, 손자라고 하기엔 너무 크니.“

밀레니엄 팔콘의 선장은 부츠를 신은 두 다리를 체스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물었다. 장기간의 하이퍼 스페이스 여행이란 큰일이 생기지 않는 한 (대개 우주 공간에서 일어나는 ‘큰일’이란 곧장 ‘사망’으로 이어진다) 지루하기 마련이었고, 무법자들이 난무하는 술집에서 만난 이 젊은 선장은 호기심을 숨기는 데 익숙하지 않은 사내였다.

“무슨 관계일 것 같나?”
“숨겨놓은 늦동이 아들? 오랫동안 얼굴도 본 적 없다가 마누라가 죽어서 이제야 데려가거나, 뭐 그런 거 아니요?”

오비완 케노비는 저도 모르게 피식 웃었다. 그는 대지와 같이 포근한 색조를 띤 낡아빠진 로브를 몸에 휘감고, 아드레날린 분비를 활성화시켜주는 음료수를 홀짝거리고 있는 중이었다.  

“자넨 3류 연애소설 작가가 될 소질이 다분하군.”
“말 돌리지 마쇼. 당신이라면 모르겠지만 저 꼬마는 제국군하고 무슨 상관이 있을지 모르겠어서 하는 말이라고요.”
“나라면 모르겠지만?”

한 솔로는 자리에서 일어나 노인이 마시고 있는 것과 같은 음료수를 컵에 따라 다시 탁자로 돌아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의자에 앉는 대신 탁자 위에 올라탔다.

“당신 같은 능구렁이 영감이라면, 제국군한테 사기를 쳤다고 해도 믿겠소이다.”
“칭찬으로 듣겠네.”

솔로는 얼굴을 찡그렸다.
“나와 거래를 하는 솜씨도 그렇고, 저 이상한 종교를 믿는 걸 빼면 영감도 옛날에는 한 가닥 했을 것 같은데 왜 저런 애송이 녀석에게 해괴망측한 장난질이나 가르쳐주는지 모르겠단 소립니다.”
“뭔가 크게 착각하고 있네만, 젊은이. 자네가 말하는 저 이상한 종교와 해괴망측한 장난질 덕분에 루크가 자네 목숨을 구해주게 될 때가 올지도 모르지.”
“하!”

솔로는 짧은 웃음소리를 내면서 잔을 위로 높이 들더니 단숨에 비워버렸다.
“그런 일은 없을 거라는 데에 이 우주선을 걸죠.”
이번에는 벤이 소리내어 웃을 차례였다.
“그런 내기는 함부로 하는 게 아니라네.”
그는 초록색 액체가 담긴 컵을 쥐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다시 한번 낮게 중얼거렸다.
“함부로 하는 게 아니지.”

그래, 어떠한 약속이든………..

“그건 그렇고 말입니다.”
솔로는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몸을 앞쪽으로 기울였다. 무언가 어울리지 않는, 진지한 이야기를 하려는 태도였다. 오비완은 젊은 밀수꾼의 몸이 긴장으로 움찔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앨더란에, 부자 친척이라도 있는 건가요?”
“질문 같은 것은 받지 않는다고 말했을 텐데.”
“쳇, 그런 의도로 물어본 게 아니라고요. 앨더란에서 일이 끝나면 말입니다, 혹시 나와 손잡고 사업 하나 벌려볼 생각 없는지 해서 하는 말입니다.”
오비완의 벽이 한순간 잠시 무너질 뻔했다. 전혀 예측하지 못한 말이었고, 대답을 전혀 준비하지 못했던 질문이었다. 그러나 그는 곧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 생각을 알 만 하구만. 혹시 생각하는 게 뻔히 보인다는 소리 안 듣나?”
“무슨 소립니까? 이래봬도 도박판에서 사박페이스 하나는 끝내준다고 인정받고 있는 몸이라고요. 그리고 내가 생각하고 있는 걸 영감이 어떻게 안다고 그런 말을 하는 거요?”
솔로가 몸을 뒤로 젖히며 항의했다.

“간단하지 않나. 지금은 돈이 없지만 앨더란에 가면 돈이 생기는 것 같다. 많은 액수를 지불해준다고 하는 걸 보니. 그렇다고 거짓말을 하고 튈만한 약삭빠른 인간으로는 안 보인다. 앨더란에 돈을 대주는 돈 많은 친척이나 혹은 부인이 있는 것 같으니 투자라도 받아서 조금 편하게 일해보자는 속셈 아닌가.”
“으헥!”
청년은 알아듣기 힘든 감탄사를 내지르며 잠시 휘청거리더니 곧 자신이 자랑하던 사박페이스로 되돌아왔다.
“뭐, 덤으로 꼬맹이 녀석에게 조종술을 가르쳐 줄 수도 있다구요. 그럼 저 녀석도 조금 오래 살 가능성이 늘어나지 않겠습니까?”

“루크를 가르쳐? 자네가?”
갑자기, 오비완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솔로의 몸을 꿰뚫고 지나갔다. 솔로는 예상치 못한 반응에 잠시 놀라 입을 떡 벌렸다.
“왜, 왜 그러는 겁니까? 자기 말로는 한 조종 한다지만 거야 경험이 없어서 하는 이야기고……”
“조종술은 가르칠 필요가 없네. 저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훌륭한 조종사였을 테니까.”
오비완이 딱 잘라 말했다.
“에?”
“그리고 다른 면에 있어서는……..나도 루크를 가르치는 게 두렵네. 그래, 스승이 될 만한 다른 이가 있기만 하다면야 당장 그에게 데려가고 싶을 정도로.”
“두려워요?”

솔로는 자세를 고쳐 앉았다. 도저히 백발 노인의 것이라고는 믿겨지지 않는 맑디맑은 새파란 눈동자가 꿈꾸는 듯 허공을 따라 움직여갔다.
“내가, 이 우주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건 제국군이 아니라 바로 저 아이일거야.”
놀라운 내용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를 타고 흘러나왔다. 솔로는 입을 다물었다. 젊은 나이에 여러 가지 험한 일을 겪어본 그로서는 질문을 해야할 때와 하지 않아야 할 때를 구분하는 능력이 있었고, 지금은 그가 입을 열 때가 아니었다.

잠시 동안 컵을 바라보며 입을 다물고 있던 오비완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제 눈을 좀 붙여야겠네. 자네도 그래야 하지 않겠나?”
“아, 전 이제 슬슬 츄이와 교대를 하러 가야합니다. 목적지가 가까워지면 깨워드리죠.”
“그럴 필요 없네. 내 몸은 내가 간수할 줄 아니까.”

“쳇, 노인네가 고집만 세 가지고.”
오비완의 뒷모습을 보며 솔로가 중얼거렸다.
“다 들린다네.”
“켁! 정말 저 성질머리 하고는.”

이 작은 우주선의 선장 한 솔로를 뒤로 하고, 허물어져간 공화국의 마지막 제다이 중 한 명이자 지금은 허름한 미친 노인인 벤 케노비는 긴 로브 자락을 끌며 루크 스카이워커가 자고 있는 선실로 들어갔다.

소년은 타투인 사막의 모래와 같은 색깔로 빛나는 머리칼을 딱딱한 베게에 묻고 깊이 잠들어 있었다. 황혼의 비운을 간직한 노인은, 이제 막 청년으로 피어나는 젊음이 눈부신 소년의 침상에 걸터앉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오비완은 주름투성이의 손을 내밀어 루크의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 곳에 누워 있는 것은 그의 죄책감이었다. 그 오랜 세월동안, 지울 수 없이 새록새록 살아나는 자책감, 후회, 절망이자 희망이었다. 소년은 아버지의 머리카락과, 아버지의 눈빛을 고스란히 이어받았다.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의 삼촌의 눈길을 피해 아이를 지켜볼 때마다, 오비완은 자신의 제자였던 또 다른 소년과 똑같은 모험심과 의협심과 재능을 보았다. 동시에 그와 똑같은 성급함과 조급함과 외로움과, 열망을 느꼈다.

그래서 그는 두.려.웠.다.
루크의 얼굴을 들여다보기가, 소년의 맑은 눈동자를 마주치기가, 그에게 라이트세이버를 쥐어주기가.

그러나 동시에, 이 아이는 그의 아버지와는 달랐다. 소년에게는 근본적인 ‘두려움’이 존재하지 않았다. 아나킨이 ‘순수’했다면, 루크는 ‘순진’했다. 이 아이는 ‘불안함’을 몰랐다. 그래서……루크는 ‘희망’이 될 수 있었다. 희망이 될지도 몰랐다.

그러나 그에게 있어 희망은 루크에게 절망이 될 것이다. 자신은 다른 종류의 실수를 반복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죄책감을 무마하려다 더욱 커다란 죄를 짊어지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죄의 대가는 오비완 자신이 아니라 이 순진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 소년이 치르게 될 것이다. 한 제자는 암흑을 향해 나아갔지만, 다른 한 제자는 암흑에 묻혀버릴 지도 모른다. 한 제자는 ‘잘못된 선택’을 했지만, 다른 한 제자는 그런 선택을 할 기회조차 갖지 못할지 모른다. 

20년 동안 벤 케노비로 살아온 오비완 케노비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지금 우주에서 가장 커다란 죄를 짓고 있었다. 루크를 제다이로 훈련시키고 앨더란으로 데려가서 그의 비밀을 알려주는 것이 더욱 커다란 죄가 될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저 변방의 타투인에서 험한 일 없이 자라 평범한 농부로 생을 마치게 내버려 두어 전 우주의 생물체들에게 짓는 죄가 더 클 것인지, 그는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필요하다고 생각되, 옳다는 믿음으로 아이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그러나 과연 그것이 ‘좋은’ 일인가는 다른 문제였다.

“두 개의 태양을 만나게 해 준다는 것에 희망을 걸 수밖에 없는 건가…..”

그가 생각하고 있던 것을 조용히 입 밖으로 내놓은 순간, 엄청난 충격이 몸을 때렸다. 오비완이 자리에서 일어나는 것과 동시에 루크의 눈이 번쩍 뜨였다.

“벤! 이게 뭐죠?”
소년이 재빠른 동작으로 침상에서 일어나며 물었다. 오비완 역시 흔들리는 몸을 바로잡으며 침착하게 대꾸했다.
“모르겠다, 루크. 소행성에라도 부딪친 것 같구나.”
“그 돌팔이 항해사! 이럴 줄 알았다니까!”
루크는 오비완이 대꾸할 시간도 없이 선실을 빠져나갔다. 노인은 소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피는 역시 못 속인다니까…..”
그리고 그는 다음 말을 목구멍 안으로 꿀꺽 삼켜넣었다.

그렇기 때문에 저 아이는 희망이 아니라 절망이 될 지도 모른다. 사실은 저 아이야말로 전 우주를 ‘암흑’으로 뒤덮고 절망을 전파하게 되는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이 포스가 정한 운명이라면………..

“벤! 벤!”
밖에서 다급하게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동시에 츄이가 커다랗게 으르렁거리고 솔로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로 투덜거리고 있었다. 온 몸에 싸늘한 감각이 휩쓸고 지나갔다.
무언가 큰 일이 생긴 게 틀림없었다.

오비완 케노비는 급하게 몸을 돌려 조그만 선실을 빠져나갔다.
앨더란! 앨더란! 두 개의 태양은 만나야 한다!!


–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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