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칸”

이슬람계 인도인이며 아스퍼거스 증후군을 앓고 있는 리즈완 칸이 9.11 이후 삶에 커다란 변화가 찾아오면서 미국 대통령을 찾아 나서는 이야기입니다.

라고 말하면 어느 정도 왜곡을 하는 셈입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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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미국 합작 영화지만 감독도 배우도 인도인이다 보니 발리우드식 연출이 강합니다. 제가 인도 영화에 익숙치 않아서인지 초반에는 배우들의 연기도 조금 어색하게 느껴졌고요. 연출이 튀는 건 편집 탓도 큰 것 같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고 스토리를 따라가다보면 금방 익숙해집니다.

무엇보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우리야 극동아시아인이라는 위치상 – 게다가 종교가 문화적으로 우리에게는 큰 의미를 차지하지 못한다는 의미에서 – 9.11이라는 사건을 한발짝 떨어져 볼 수 밖에 없습니다.[하지만 인도인도, 아랍인도 서양에서는 Asian이라고 불리죠.] 그렇지만 9.11이후 미국작가들의 소설들만 봐도 ‘기원전, 서기, 포스트 9/11″이라는 말은 실감하지 않을 도리가 없죠. 게다가 더욱 대단한 건 저 사건이 미국과 알 카에다 당사자들뿐만 아니라 우리처럼 문화적으로나 지역적으로나 멀리 떨어져 있는 인간들에게도 어마어마한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다. 오랫동안 지속되던 냉전이 드디어 끝나고 “더 이상 핵폭탄 스위치를 잘못 눌러 인류가 멸망할 일은 없을 거야”라고 안심하던 차에 다시금 공포와 불안이 조성되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백인 주류를 제외한 우리 모두가 ‘처음에는 가해자였으나 다시 피해자가 된 그들’과 언제 같은 입장에 처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일까요.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이와 비슷한 일을 벌일 겅우 비슷한 결과가 일어날까요? 그럴리가 없습니다. 그래봤자 대상은 가난하고 힘없는 나라일 테니까. 가정 자체가 우스운 거죠.
아무리 개독이 설치며 나라를 말아먹는다고 해도 말입니다. -_-;;;

덧. 사룩 칸은 인도영화를 잘 모르는 저도 이름을 들어봤을 정도인데, 연기 잘하네요. 인도 여배우들은 정말 여신들입니다. 으윽.

덧2. 인도는 아직도 힌두계와 이슬람계가 다투는 중인가요. ㅠ.ㅠ

덧3. 저는 칸이 감옥에서 풀려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인도주의적인 노력이 아니라 너무나도 노골적인 이유라는 그 자체가 미국에 대한 풍자라고 생각합니다. 

덧4. 헐리우드에 대한 인도의 문화침략 – 이라고 해야할지, 헐리우드의 ‘큰 시장 하나 또 잡았다! 열심히 활용해보자’라고 해야할지 – 이 한동안 자주 눈에 띄더니 드디어 이런 방향으로 나타나는군요. 한동안 “신기하고 신비한” 사이비 일본문화[중국인과 한국인들이 보면 코웃음칠]가 열심히 활개치더니만 과연 인도는 얼마나 잘 그려지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래도 인도는 서양과 좀더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으니 사정이 나을 것 같지만 말입니다.
그건 그렇고 요즈음 인도 경제의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피부로 느껴지네요. 

덧5. 요즘 인터넷에서 “핀란드나 스웨덴도 그랬다 운운 하면서 이슬람문화가 들어오면 나라 망친다”고 글싸지르는 것들은 어디서 뭐하던 정신병자들입니까? 요즘 개독교가 미쳐가면서 여기저기서 들고 나오자 이걸로 무마해보려는 X새끼들인가요, 아니면 한민족 어쩌구하면서 하수구에서 기어나온 신나치주의 XX 들입니까?

“내 이름은 칸””에 대한 6개의 생각

  1. s.

    저도 인도 내의 힌두VS이슬람이나 인도VS파키스탄이 어느 정도 사실인지 궁금해서 물어보고 싶긴 한데 차마 묻진 못하고 있어요;; (어쩌다보니 연구소에 이쪽 출신이 다수..) 좀 재밌게도 누구는 베지테리언이고 누구는 소를 못 먹고 누구는 돼지를 못 먹어서 회식이 초난감해지는 부작용이 있습니다. 하하하;; 한국이 이런 부분은 쥐약인 나라라는 걸 강하게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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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오, 연구실에 그쪽 사람들이 많아? 그런데 확실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대놓고 물어보기는 좀 어색할지도 모르겠다. 으음….회식….어쩔 수 없이 돌아가면서 한 사람씩 희생하는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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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마스터

    저게 인터내셔널판이라 그래도 좀 얌전한(?) 헐리웃스런(?) 편집이라는 거 같습니다. 작년에 제가 충무로에서 본 것도 인터내셔널인 걸로 아는데, 원판에선 미국 홍수때 예의 자전거[…]로 다시 활약하고, 그렇게 맺은 인맥들이 나중에 역으로 도움주고 하는 장면들이 잘려나간 모양이더군요. 그 외에는 아마 뮤지컬도 있지 않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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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아, 그래서 초반부와 후반부 사이에 차이가 났군요. 스토리 뒤쪽으로 갈수록 확실히 헐리우드식 연출이 강해지더라고요. 그래서 보면서도 스튜디오쪽이랑 이런식으로 타협하기로 했나보다, 라고 생각했거든요. 으음, 이 스토리에 뮤지컬은…아아 상상이 안됩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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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클라삥

    저도 회사일 때문에 인도 영화를 볼 때가 있는데 좋은 작품들도 꽤 되더라구요. 본 건 별로 없지만 ‘피플리 라이브’라는 영화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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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래서 다음주에 친한 동생이랑 제일 먼저 “춤추는 무뚜”에 도전해보기로 했어요. ^^* 오오, 추천해주신 영화도 한번 찾아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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