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Return (4)

수퍼내추럴 팬픽 Return 4번째입니다.

* 오늘은 아무리 100퍼센트 순수한 눈으로 봐도 여성향입니다. 그래봤자 PG-13이지만.
* 전 역시 이쪽에 소질이 없군요. -_-;;;; 연애물은 너무 힘들어요. ㅠ.ㅠ 다음부터 이런 거 쓰나 봐라, 흑.  


[#M_ [SPN] Return (4) | less.. |“렉스는 숀을 괴롭혔고, 존은 숀이 좋아하는 린다의 남자친구였고, 편의점 주인은 숀을 도둑으로 몰았지. 숀이 끔찍이도 마음에 든 모양이야, 이 미치라는 녀석은.”
딘이 시동을 걸며 말했다.

“뭔가 안 맞아…”
샘이 중얼거렸다.
“뭐가?”
딘이 슬쩍 조수석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의 금발이 자동차 앞 유리를 통해 비쳐 들어오는 햇빛에 한층 밝게 반짝였다. 샘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숀은 6개월 전에 이 마을에 이사 왔어. 사건이 일어난 건 그 후의 일이지. 숀한테 어렸을 때부터 귀신이 붙어 있었다면 지금 저렇게 멀쩡히 걸어 다닐 수도 없을걸. 브래들리 부인의 말을 들어봐도 어린 시절에 상당히 건강하고 평범한 아이였던 것 같고. 차라리 지금 이 집에 지박령이 붙어있거나 숀에게 폴터가이트가 들러붙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은데 집에는 그런 흔적이 전혀 없었지. 우리가 아는 한 폴터가이스트는 학교나 편의점까지 쫓아갈 수 없고 말이야.”
“그래서?”
“일단 내가 생각할 수 있는 건 미치라는 상상친구는 이번 일과 관계가 없다는 거야. 이 마을에 이사를 온 뒤에 뭐가 들러붙었다고 봐야지. 당사자와 아주 밀접한 관계에 있거나 숀에게 상당한 영매 끼가 있지 않는 한 귀신들은 주 경계선을 넘어서 쫓아오긴 힘드니까 말이야. 하여간 숀을 보호하고 있는 걸로 봐서는 숀에게 동질감을 느끼고 있는 게 아닌가 싶은데.”
“과거에 비슷한 경험을 했다거나, 지금 처지가 비슷하다거나?”
“응. 그리고 어쩌면 그 영혼이 미치인 척 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정신이 나가서 진짜로 그렇게 믿고 있든가, 아니면 무슨 이유에서인지는 모르지만 숀에게 접근하려고 일부러 그러고 있든가.”

“흠.”
딘이 입을 열었다.
“숀은 아무 것도 모르는 표정이었어. 경찰이라니까 겁을 좀 먹은 것 같긴 했지만 주눅이 들거나 죄책감 같은 게 있는 것 같지도 않았고. 자기랑 별 상관없는 일로 여기고 있는 것 같던데.”
 “그럼 소위 단독범행이라는 거로군.”
샘은 등받이 깊숙이 몸을 기대고 앉아 생각에 잠겼다.

“육상부 선수고, 열두 살 때 아버지가 죽었고, 편모슬하에서 자라고 있지…”
“그런 놈들한테까지 일일이 다 귀신이 붙는다면 세계멸망도 그리 어렵진 않겠다.”
딘이 차가운 어조로 비꼬았다.

“어이, 샘?”
조수석에서 아무런 반응도 돌아오지 않자 딘은 고개를 돌렸다.
“벽난로 위에 사진이 놓여 있었어….”
샘이 눈을 반쯤 뜬 채 웅얼거렸다.
“야, 너 정말 괜찮은 거야? 눈이 완전 풀렸다고. 이봐!”
딘이 오른손을 내밀어 다리를 접고 좌석 아래로 거의 미끄러지다시피 한 샘의 어깨를 붙잡고 흔들었다. 샘의 몸이 물결치듯 힘없이 흔들렸다.
 
“그거 알아, 형? 브래들리 집에는 갓난아기 사진이 없었어.”
마침내 샘이 마치 침대에 누워있는 양 편안한 표정으로 눈을 뜨고 딘의 녹색 눈을 바라보며 나른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라고?”
눈에 띄게 안도한 딘이 한 손으로 핸들을 꺾으며 물었다.

“그토록 자랑스러워하는 아들인데 말이야. 가장 오래된 사진이래야 숀이 한 네다섯 살 쯤? 왜 그랬을까?”
“무지막지 못생겼었나보지, 너처럼. 주름투성이에 새빨개서는.”
딘이 투덜거렸다. 그 말에 샘은 어린애처럼 씨익 웃었다.
“확인해 볼 테야?”

***

“이 짓 진짜 오랜만이다.”
샘의 등 뒤에 바싹 붙어 있는 딘이 어딘가 들뜬 목소리로 속삭였다.
“쉿.”
샘이 조용히 하라는 신호를 보내며 부드럽게 손을 놀렸다.
“야, 잘 좀 해봐. 너 나 없다고 그새 연습 안 했지?”
“시껏.”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사무실은 어두웠다. 창 밖에서 희미한 가로등 불빛이 새어 들어오고 있긴 했지만 어둠에 익숙해지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했다. 문 앞에 잠시 서 있던 형제는 천천히 안쪽으로 발을 옮겼다.
 “난 서류를 뒤질 테니 넌 컴퓨터를 맡아.”
 딘이 소리 없이 책상을 가로질러 철제 캐비닛으로 향했다.

“형.”
뒤따라 컴퓨터를 향해 걸어가던 샘이 갑자기 동작을 멈추고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딘도 순간적으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고개를 기울였다. 잔뜩 긴장한 귀에 누군가의 발소리가 들렸다. 형제는 본능적으로 책상 밑으로 몸을 날렸다.

“아우!”
“쉬잇!!!”
딘이 무의식중에 팔을 펼쳐 샘의 입을 가로막는 시늉을 했다. 사무용 책상은 180센티미터가 넘는데다 탄탄한 근육으로 무장한 두 형제가 숨기에는 지나치게 비좁았다. 샘은 서랍 손잡이에 뒷머리를 심하게 부딪쳤고, 사실상 딘은 샘의 한쪽 다리 위에 앉아 있었다. 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추더니 플래시에서 뿜어 나온 긴 빛줄기가 머리 위에서 이리저리 춤추기 시작했다.

샘은 눈을 들었다. 딘의 손바닥이 코앞에 멈춰 있었다. 그는 눈을 감고 자신의 숨결이 딘의 손가락을 휘어 감는 장면을 상상했다. 자신의 입술이 뱉어낸 덥고 축축한 공기가 딘의 손바닥을 깃털처럼 가볍게 간질이다가 거친 마디가 박힌 손가락을 타고 올라가 소용돌이처럼 둥그렇게 휘며 손가락 사이의 빈틈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을. 아마도 딘은 이 모든 과정을 자신보다도 더욱 생생하게 느끼고 있을 것이다.

샘은 눈을 떴다. 자신의 것인지 딘의 것인지 알 수 없는 숨소리가 별안간 거칠어졌다. 두 개의 숨소리가 앞서거니 뒤서거니 돌림노래를 부르더니 어느 순간부터 입맞춰 합창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멍하니 딘을 바라보았다. 그의 형은 몸을 측면으로 살짝 기울인 채 금방이라도 튀어나갈 수 있는 자세로 웅크리고 앉아 뒤쪽에서 일어나는 일에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있었다. 온 몸의 감각을 곤두세운 모습이 자기 영역을 침범한 밉살스런 적수를 앞에 둔 고양이를 연상시켜서, 등위로 부드러운 털이 빳빳하게 일어서 있다는 착각마저 일 정도였다.

샘은 저도 모르게 마음속으로 보이지 않는 손가락을 내밀어 유혹하듯 살짝 벌려진 딘의 입술을 건드려 보았다. 낮에 딘의 등과 맞닿았던 가슴에, 그의 손가락이 파고들었던 어깨에 아찔한 기운이 스멀거리며 퍼져나갔다. 손가락을 움직여 붉고 도톰한 곡선을 따라 조심스레 쓸었다. 그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술에 닿았던 그 느낌을 떠올리면서. 딘의 입술은 따뜻하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그는 손가락 끝에서 불꽃이 터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뇌가 흐물거렸다. 잔뜩 긴장한 채 바닥을 짚고 몸을 지탱하고 있는 자신의 진짜 두 손이 바들거리는 게 느껴졌다.
 
손끝에서 생생하게 살아나는 감촉에 좀 더 대담해진 샘은 점차 아래로 이어지는 강인한 얼굴선을 천천히 훑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수염자국이 까칠한 동그란 턱을 지나 푸른 힘줄이 살포시 도드라진 목을 스치니 손가락 아래서 자그마한 목울대가 꿈틀거렸다. 아래로, 계속해서 아래쪽으로. 샘은 머릿속에서 들려오는 속삭임에 기꺼이 복종했다. 살짝 소름이 돋아 있는 양쪽 쇄골을 한 번씩 어루만지고 살며시 두드려보고 오랫동안 희롱한 뒤에 목이 늘어진 티셔츠를 조금만 헤치고 들어가면, 그 밑에는 윈체스터 형제의 표식인 문신이 기다리고 있었다.

샘은 앞으로 일평생 시력을 잃는다 해도 그 무엇보다 선명하게 떠올릴 수 있는 검은색 문양의 선을 따라 조심스럽게, 마치 혀를 굴려 그 맛을 음미하듯 피부 위로 부드럽게 원을 그리며 문질렀다. 이 세상에 단 둘, 오직 우리들만의 것. 아무도 빼앗아 갈 수 없는 것. 그날 오랜 수소문 끝에 찾아간 예쁘장한 오컬트 문신전문가 아가씨의 뭉툭한 바늘이 아쉬운 듯 마지막 흔적을 남기고 머뭇거리며 그들의 피부를 떠난 이래 이 세상에서 오로지 샘만이, 딘의 동생인 그만이 외치고 주장할 수 있는 것.

아니, 틀렸다.

문득 샘은 깨달았다.

지옥개에게 갈가리 찢긴 딘의 몸뚱이는 이미 썩어 문드러진 지 오래였다. 지금 그의 형이 입고 있는 육신은 세포 하나하나, 신경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그가 본 적 없는 천사의 작품이었다. 딘의 피부를 빼곡히 뒤덮고 있던 수많은 상흔과 흉터들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저 어두운 색의 셔츠 아래 숨어 있는, 샘에게서 10대 계집애같다는 수치스러운 소리를 들을 정도로 어느 날부터 갑자기 노출을 꺼려하던 딘의 몸은 흠집 하나 없는 100퍼센트 신품이었다. 아무 자국도 남지 않았고, 아무 것도 새겨지지 않았다. 오직 천사의 손자국뿐이었다.

천사는 딘에게서 윈체스터 형제의 증표를 앗아가고 그 대신 자신의 낙인을 남겼다. 이제 딘의 육신은 마지막 터럭 하나, 티끌 하나까지 온전히 천사의 것이었다. 그는 이 지상에서 숨을 쉬는 한 영원히 천사에게 속한 몸이었다.

순간, 샘은 미칠 듯한 질투심에 사로잡혔다. 

“샘.”
귓전에서 들려오는 거친 목소리에 샘은 불현듯 현실로 돌아왔다. 딘이 거리낌 없는 눈빛으로 자신을 똑바로 응시하고 있었다. 플래시 불빛과 묵직한 발소리는 한참 전에 사라지고 없었다. 두 사람은 아무 말 없이 어둠 속에서 한참 동안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어느 쪽도 시선을 떼려 하지 않았다. 샘은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질투와 분노와, 갈망이었다. 샘은 딘이 어떤 표정으로 자신에게 말을 걸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애원이었다.

그리고 그는 그것을 들어줄 마음이 없었다.

샘이 몸을 기울이고 두 사람의 입술이 가까스로 스칠 뻔한 순간, 딘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는 갑작스러운 움직임에 경련이 일어 후들거리는 다리를 안간힘을 다해 똑바로 세우고는 아무런 감정도 실리지 않은 대외용 미소를 얼굴 가득 지어 보였다.
“저런 뚱땡이 경비원한테 걸릴 뻔하다니, 나 없다고 너무 게으름 피운 거 아냐? 너 내일부터 당장 지옥훈련이다, 오케이?”  

겁쟁이.

캐비닛을 향해 발을 옮기는 형의 등을 바라보며 샘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 세웠다. 그는 잔뜩 힘이 들어간 양손을 가슴 앞에 올리고 손가락을 꿈틀거려 보았다. 그리곤 자신의 두 손을 모아쥐고 그 손가락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 그것들은 여전히 어딘가에 맞닿아 있었다. 따뜻하고 부드러우며, 다시는 잃을 수 없는 소중한 것에.

마침내 딘의 닦달에 정신을 차린 샘이 컴퓨터 앞에 앉아 한창 자판을 두드리고 있을 무렵 평소와는 달리 농담 한 마디 없이 서류뒤지는 일에만 전념하고 있던 딘이 조그맣게 탄성의 소리를 내질렀다.
“찾았다!”
“나도.”
샘이 컴퓨터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대꾸했다.
“우리 생각이 맞았어.”

“허.”
“허.”
원하던 것을 찾아내 종이를 팔랑거리며 넘기던 딘과 가운데손가락으로 페이지다운 버튼을 쉴새 없이 눌러대던 샘이 동시에 감탄사를 내뱉었다. 딘이 사냥감을 발견한 음흉한 늑대마냥 커다랗게 히죽 웃었다.

“안녕, 미치.”

– 계속

+++

……윽, 내가 써 놓고도 답답해 죽겠다. 

_M#]

[SuPerNatural] Return (4)”에 대한 15개의 생각

  1. 나마리에

    하악!
    아이구 샘!! 딘!! 아악! 데굴데굴데굴.
    그대… 이번편 쓰고 연애물 절필하면 아니되어~~~~ T^T

    응답
    1. Lukesky

      오, 땡큐땡큐. 다음편…아아 써야 하는데….ㅠ.ㅠ 나는 꼭 고지를 앞에 남겨두고 게을러지는 아주 안 좋은 버릇이 있단 말이시.

      응답
  2. 루나니엄

    헉.

    ㅠㅠ 저 지금 죽어 넘어간 거 보이시나요…루크님 이러심 정말 저 사랑고백해버립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제발…..아아아아앙ㅇ아아아앙앙아앙ㅇ아아앙악!!!!!!!!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응답
  3. 아프

    다음부터 이런거 쓰나봐라, 라고 하시면서 또 쓰실 것 같다는 느낌? ^^

    응답
  4. 나비날개

    헉………숨도 제대로 못 쉬고 읽어내렸어요….루크님 글 정말 잘 쓰세요. 새미가 막 상상하는 장면이 꼭 화면을 보고 있는 것처럼 생생해서 할 말이 없어요….ㅜ.ㅜ 흑흑 직접적인 씬보다 이런 장면들이 더 맘을 설레게 하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이런거 계속 써주세요!

    응답
    1. Lukesky

      흑, 머릿 속에는 훨씬 야하게 그리고 있는데 일단 문장으로 만들어놓으면 너무 단순하고 건조해서 ‘삘’이 안 나요..ㅠ.ㅠ 이럴 땐 정말 능력부족을 절실하게 느낍니다.

      응답
  5. therrion

    ㅠㅠㅠㅠㅠㅠㅠ루크님 드디어~~~ㅜㅜ 아 너무 좋아요..이런거..질투에 쩌는 샘과 어떻게든 모른척하려는 딘 너무 좋아요..ㅠㅠ
    너무 노골적으로 야한것 보다 이런분위기가 훨씬좋아요~~ 앞으로도 계속 써주세용~~헤헤

    응답
    1. Lukesky

      크흑, 질투심에 바들바들 떠는 샘 너무 좋죠. ㅠ.ㅠ 원래는 이런 게 훨씬 에로틱한데 표현이 잘 안되네요. 팬픽 신이라도 좀 내려줬으면 좋겠습니다.

      응답
  6. 핑백: 루크스카이, 하늘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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