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10. 축제

10. 축제

한 소녀가 청회색 보도 위를 뛰어가고 있었다. 파란 피부가 헐떡거렸다. 팔을 들썩일 때마다 늘씬한 푸른색 촉수 두 개가 어깨 위에서 춤추듯 넘실거린다. 호박색 눈동자에는 조급함이 가득했다. 소녀는 가느다란 다리를 가삐 놀리며 자꾸만 하늘 꼭대기를 힐끔거렸다.

“누나, 같이 가아! 기다려봐아!”

소녀는 신경질적인 몸짓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녀의 가슴께밖에 오지 않는 조그마한 남동생이 허리를 굽히고 숨을 고르고 있었다.

“엄마가 집 밖으로 나오지 말랬잖아. 야단 안 맞을까?”
소년이 말했다. 소녀는 다시 고개를 저었다.
“뭐, 어때. 엄마도 나가셨잖아. 저렇게 떠들썩한데, 어른들끼리만 놀고. 말도 안 돼. 금방 구경만 하고 다시 들어가면 돼.”

갑자기 펑! 하는 커다란 소리가 검은 구름 속에서 터져 나왔다. 소녀는 고개를 들었다. 다시 펑! 펑! 펑! 연달아 축포가 울려 퍼졌다.
소녀는 예쁜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벌써 불꽃놀이 시작하잖아! 바보! 너 땜에 하나도 못 보겠다!”
순간적으로 소년의 눈이 촉촉해졌다.
“가자! 가까이는 못 가도 저기 건물 꼭대기에 올라가면 좀 더 잘 보일 거야. 빨리 와!”
“응!”
소년은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더니, 다시 짧은 다리로 누이의 뒤를 쫓아가기 시작했다.



“우와~~!!”
남매는 동시에 감탄사를 내질렀다. 아이들의 눈앞에는 생전 처음 보는, 그리고 앞으로도 다시 보지 못할 광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공화국의 수도, 코루스칸트의 중앙 광장은 온갖 생명체들과 비생명체들로 가득 차 있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인파가 수천, 수만 개 언어를 내리지르며 넘실거렸다. 검은색, 붉은색, 푸른색, 흰색, 노란색 머리와 팔다리가 허우적거리며 환희의 비명을 질렀다. 코루스칸트의 악명 높은 회색 빛 구름을 뚫고 우뚝 솟은 유선형 건물들의 창문과 발코니에는 아슬아슬하게 하체를 걸치고 앉아 고개를 내어 민 이들로 가득했다. 그들의 얼굴은 천년 동안 살락의 뱃속에서 소화되다 방금 막 탈출한 행운아만이 보일 수 있는 안도와 기쁨으로 빛나고 있었다.

색종이, 불꽃, 홀로그램, 홀로레이저, 형형색색의 축하용 도구들이 허공을 뒤덮었다. 거리 곳곳에는 즉석에서 결성된 밴드가 흥겨운 음악을 연주하고 있었고, 종족, 나이, 성별을 불문한 – 아니, 알아보지 못할 – 사람들이 팔과 다리와 허리와 촉수와 머리카락과 뿔과 꼬리를 휘저으며 육체의 자유를 마음껏 만끽했다.

쿠쿵! 높은 노랫소리를 뚫고 갑자기 묵직한 굉음이 소녀의 귀를 강타했다. 소녀는 난간 위로 몸을 내밀고 광장 중앙을 바라보았다. 어지간히 멀리서가 아니면 전체의 형상을 알아보기도 힘들 그 거대한 동상, 소녀가 아는 한 이 도시 구석구석 언제나 눈부신 황금빛을 뿌리던 동상이 서서히 앞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와아! 봤어? 봤어? 누나, 저거 봤어?”
소년이 흥분해서 떠들어댔다.
“저거 무너지나 봐!”
“쉬이!”
소녀는 귀찮다는 듯 손을 젓고 다시 고개를 돌렸다.

동상 아래 까맣게 몰려있던 사람들이 어느새 저 멀리 물러나 동그랗게 그 주위를 에워싸고 있었다. 웬만한 건물의 기둥만한 굵은 케이블이 동상 여기저기 걸려 있었다. 소녀는 위쪽에 연결된 케이블을 따라 시선을 잡아당겼다. 고개가 등 뒤로 젖혀졌다.

하늘이 없었다. 코루스칸트에 사는 모든 주민들이 지상으로 몰려들었다면, 하늘에는 코루스칸트에 있는 모든 비행선들이 출동한 것 같았다. 개인용 스피더, 작업용 스피더, 1인용 수송기, 중형 수송선, 에어버스, 심지어 전투기들마저 사방을 활주하며 화려한 불꽃들을 선사했다. 몇몇 화물수송선은 동상과 연결된 케이블을 매달고 있었다. 지상에서 쏘아 올리는 주황색과 푸른색 라이트들이 그들에게 뭔가 신호를 보내고 있는 듯, 나름대로 일사분란하게 거침없이 움직였다.

“저거 엄마 거랑 똑같이 생겼다.”
소년이 손을 들어 그중 한 화물선을 가리켰다. 소녀는 동생의 손가락 끝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남매의 어머니가 배달할 때 사용하는 화물선과 똑같이 생긴 비행선 하나가 케이블을 늘어뜨리고 있었다. 소녀는 난간에 팔꿈치를 올려놓고 몸을 기댔다.

“그냥 똑같은 모델일지도 모르잖아, 바보.”
“누가 뭐래? 그냥 똑같이 생겼다구.”
소년은 날카롭게 내뱉더니 누나의 동작을 흉내내 난간에 상체를 기댔다.

“그런데 오늘 무슨 날이야?”
소년이 물었다.
“몰라.”
“뭘 축하하는 건데?”
“나도 몰라.”
소년은 의아한 듯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였다.
“작년에도 이랬나?”
“바보. 기억 안 나? 이런 축제는 처음이라구.”
소녀는 손가락을 세어보기 시작했다.
“어쩌면 십년 마다 열리는 건지도 몰라.”
“헤에, 그래서 어른들만 알고 있는 거구나.”
소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어. 진짜 치사하지, 그치?”
“응.”

남매는 다시 나란히 아래를 바라보았다. 높은 자리에서 구경하려고 몰려든 사람들이 슬슬 두 남매의 주위에도 몰려들고 있었다.

“이런 건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해 줘도 괜찮은데, 그치?”
“학교도 쉬고.”
“응.”

동생과 문답을 나누던 소녀는 갑자기 귀가 멍멍해지는 걸 느끼며 다시 고개를 들었다. 반짝반짝 밤하늘을 뒤덮은 비행선들 위로 어느새 하늘보다 더 검은 그림자가 다가오고 있었다.

“저게 뭐야, 누나?”
“몰라.”
소녀는 멍하니 대답했다.
“구름이야?”
“아니.”

돌연 아래쪽에서 낮은 웅성거림이 벽을 타고 올라왔다. 모든 것이 멈췄다. 노래, 음악, 춤, 대화. 방금까지 들썩거리던 사람들이 탄소냉동이라도 된 듯 꼼짝 않고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머리 꼭대기에서부터 아래쪽으로, 공기가 중저음으로 떨려오기 시작했다. 소녀는 귀를 막았다. 온 몸이 바이브레이션 통 안에 갇힌 느낌이었다. 발밑이 흔들렸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사방으로 깨어져 나갔다.

“누, 누나….”
소년이 소녀의 허리띠를 붙잡고 매달렸다. 소녀는 소년의 어깨를 감싸 안았다. 진동은 점점 더 커다랗게 부풀어 오르며, 두 트윌렉 남매를 뒤흔들었다.

지상에서는 방금 전까지 사람들의 발에 채이며 거리를 뒹굴던 검고 하얀 갑옷의 형체 하나가 어색한 움직임으로 일어나 검은 그림자를 향해 팔을 휘저으며 뭔가를 외치고 있었다. 그러나 그의 목소리는, 소녀의 귀에도 미치지 못했다.

무언가 번쩍, 소녀의 눈동자를 후려쳤다. 소녀는 본능적으로 눈을 감으며 동생의 머리를 꼭 안았다. 하얀 빛, 아무 것도 없는 하얀 빛이 소녀의 몸을 더듬거리는 게 느껴졌다. 꼭 감은 눈꺼풀 뒤로 순백의 섬광이 뇌수를 타고 흘러내렸다.

소녀는 생각했다.

축제의 피날레였다.



++++++++++++

개인적으로 우주 대마왕 루카스 씨의 대삽질 중 한 부분이라고 평가하는 장면입니다.
제 스타워즈 성향은 기본적으로 오리지널 클래식 근본주의[전통주의자]라고 생각합니다만,
[물론 2차 창작은 2차 창작대로의 즐거움이!! ^^*]
오리지널 클래식이 수정과 수정을 거치면서 워낙…..-_-;;;;;; 하게 되어버려서,
에피 6 마지막은 왠지 EU의 설정 쪽이 더 마음에 든달까요. ^^*

솔직히 말해, 아무리 시민들이 뛰쳐나와 스톰트루퍼들을 포박하고 동상을 쓰러뜨리고 난리를 쳐도,
행성 밖에 대기하고 있던 군대가 진압해버리면 되지 않습니…..쿨럭.

그러니 우선, 공화국 수도 탈환은 로그 편대에게 맡기겠습니다. ^^*

이글루스 가든 – 황제님을 모시는 착한 제다이가 되고 싶어요!

[스타워즈 30제] 10. 축제”에 대한 11개의 생각

  1. 블랙

    1.에피6 SE의 코루스칸트 장면은 아마도 ‘모든 EU를 부정한다.더 이상의 에피는 없다.’를 말하고자 한것이 아니었을까요?
    2.갑자기 김성모식 스타워즈 대사가 생각나 버렸습니다.
    ‘이 슈츠의 무게는 20KG이 넘는단다.’
    ‘아….안돼!'(포스마인드)’돼!’
    ‘너의 세이버 공격패턴은 모드 예지했다! 강강약 강강중강약.’
    ‘외계인은 왱알왱알’
    ‘빠(빅)~~~~~워(장)!’
    ‘미안하다 영양공급 받고 오느라 늦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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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lukesky

    블랙/ 저도 루카스의 의도는 당연히 알고 있습니다만…-_-;; 굳이 입 밖에 내어 설명할 필요까지야.
    넓게 보면 저와 루카스 씨는 성향이 같습니다. 영화와 EU는 별개로 선을 긋되 인정은 하는 것이죠. 나름대로 루카스 씨 쪽도 EU를 열심히 이용해먹고 있잖습니까. 부정은 무슨 부정, 공식 홈피에 떡 하니 올려놓고, EU캐릭도 영화에 등장시키고, 게임도 만들고 있다구요. -_-;;; 단지 자신의 정통성을 강조하고 확인시킨 겁니다, 우리 제왕님께서는. 가끔씩은 그런 모습이 좀 얄미워 보이기도 합니다만, 어차피 양쪽은 공생관계일 수 밖에 없고[상업적으로나 순수하게 유희적으로나] 팬들의 소소한 재미라는 관점으로 봐도 그런 상태가 좋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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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Hobbie

    저 같은 경우는 정작 EU에 관심 없을때 그 추가씬이 마음에 안들었고,EU에 빠지면서 그 추가씬이 마음에 드는(!) 기현상이 있었죠. EU와 본편의 관계에 대한 깨달음을 터득했달까…하핫.

    그 장면은 일단 ‘비현실적’ 요소가 한 둘이 아니죠. 모스 아이슬리,나부,베스핀의 거리를 꽉 매운 사람들이라든가 – 특히 모스 아이슬리. 여기가 무슨 아우내 장터인가… – 이런 엔딩에 어울리지 않게 ‘천박’하면서도 ‘직설적’인 "Mesa free!" 라든가.

    때문에 말 그대로 ‘이미지 영상’ 이라든가 – …좀 더 깊게 파고들면 반군의 프로파간다 광고…쿨럭 – 뭐,그렇게 가볍게 생각하고 넘어가는 편입니다.

    P.S:확실히 코루스칸트 탈환기에 재밌는 얘기가 많죠. 코루스칸트의 표면을 찢으며 출격하는 루산키아 라든가,웨지가 사표쓰게 만들었던 크라이토스 바이러스라든가,코란 혼 살해 죄목으로 기소된 타이초 라든가…(Hey…that can’t be a crime!!!)

    (푸훕,엇나갔군요. 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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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kesky

    Hobbie/ 으, 저는 에피 6 추가분을 보고 기겁했어요! 그 슬프고 씁쓸한 느낌 – 아직 덜 끝났어!! – 에서 갑자기 환호하는 "백성들" 이라니! ㅠ.ㅠ 너무 유치해서 눈물이 다 날 지경이었지요. -_-;;; DVD를 돌려보면서 그 장면 음악에 익숙해지기 시작한 자신이 서글프기조차 했다니까요. 뭐, 덕분에 저도 EU와 영화의 관계를 조금 칼날같이 세우게 된 거지만서도. 이미지 영상 맞습니다, 이미지 영상….ㅠ.ㅠ [mesa free 는 진짜 최악!]
    …..웨지의 사표!! 으윽, Wedge’s gamble도 읽어야 하는데 빌어먹을 코란 녀석 때문에…코란 혼 살해 죄목! 젠장, 제다이가 되어 루크의 친구가 되는 코란이라니 마라 다음으로 용서할 수 없습니다. 크릉. 타이초, 그건 죄가 아니라니까.

    덧. 제 댓글을 아래로 내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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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ㅁAㅁ

    그래도 뭐랄까 에피1부터 순서대로 감상하다보면 에피6의 그 축제 신은 참 묘한 기분이 들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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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THX1138/ 맞아요. 욕심꾸러기! 혼자만 다 해먹으려는 그!!!
    ㅁAㅁ/ 그게 극악이죠. -_-;;;;;
    잠본이/ 저두요. 게다가 그 음악이….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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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Hobbie

    음악이 진짜…;

    원래는 이제 시작일 뿐이다,더 힘을내서 싸우자,이런 분위기인데(실제 그 가사 내용은 ‘힘에 의한 해방’ 이란,제국의 구호화 비교할때 매우 아이러닉한 내용이지만) SE 판은 ‘자 끝났습니다. 진짜 끝났습니다. 정말 끝났다구요. 제발 이쯤에서 그냥 눈물 흘리고 만족하셈.’이라고 말하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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