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r Wars] Snow flakes

* 옛 홈페이지에 있던 녀석을 옮겨왔습니다. 이야, 추억이 새록새록이군요.

[Star Wars] Snow Flake

우주에 중심이라는 것이 존재한다면 그 곳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곳 중 하나인 얼음 행성 ‘호스’, 이 커다란 하얀 행성의 대기권에 들어서자 웨지의 작은 엑스윙은 거센 폭풍우에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데드 스타가 붕괴된 후로, 제국은 오히려 포위선을 나날이 좁혀왔다. 그 동안 공화군이 거처를 옮긴 행성들만 세어보는 데만도 R2 로봇의 프로세스가 필요할 지경이었다. 소규모 편대로 이루어진 부대들이 그럭저럭 이곳저곳에서 게릴라전을 펼치며 저항을 계속했지만 물량과 규모를 내세운 제국의 반란군 소탕작전은 시시각각 그들을 궁지로 몰아넣었다. 뛰어난 능력을 지닌 제국의 첩자들은 공화군의 기지를 끈질기게 발굴해냈고, 결국 그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 만한’ 척박한 땅을 찾아야 한다는 결론 아래 지도부는 이 ‘호스’를 찾아냈던 것이다.

문명을 지닌 존재들이라면 결코 발을 내딛으려 하지 않을 이 불모의 땅에 건설대가 파견되어 거대한 발전소를 짓는 데만 2개월, 그리고 격납고를 포함한 거주 지역 건설의 기초를 쌓는 데에 2개월이 걸렸으니, 기지 이전 준비에만 거의 반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린 셈이었다. 공화군 전체 역사를 통틀어 가장 대규모의 피난이었다. 그렇다, 호스로 오는 것은 일종의 ‘도주’였다.

그리고 그 ‘도피준비’ 기간 동안, 공화군 내의 젊은 파일럿들 사이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1년 전에 있었던 데드스타 공격 작전에서 공화군은 훌륭한 조종사들을 대부분 잃어버렸다. 수많은 베테랑들이 다시 돌아오지 못했고 남아있는 것은 일련의 신참내기 파일럿들과 몇 명의 교관급 지도자들뿐이었다. 데드스타 작전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조종사들은 그 한번의 경험으로 숙련자가 되어 있었다. 비워진 자리는 신속하게 채워졌다. 그리고 그 빈자리를 채운 새로운 인물들이 얼마나 그 자리에서 버텨낼 지는 각자의 운과 실력에 달려 있었다.

웨지가 소속되어 있고 루크 스카이워커가 리더를 맡고 있는 로그 편대도 마찬가지였다. 데드스타를 파괴한 공으로 루크가 승진을 한 후 결성된 엑스윙 편대 로그는 처음에는 풋내기들과 소속 부대를 통째로 잃어버린 갈곳 없는 이들로 이루어진 불안한 곳이었다. 그러나 몇 번의 결전을 치르고 나자 익숙한 얼굴들을 만나게되는 횟수가 늘어났고, 이제 로그 편대에는 공화군 내에서도 몇 안 되는 베테랑 파일럿들이 소속된, 위험한 일만 도맡는 ‘해결사’ 부대라는 별칭이 붙어 다니게 되었다.


[#M_계속 보시려면 눌러주시압|닫으셔도 됩니다.|웨지는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뿌연 하늘을 마주하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엑스윙의 속도를 줄였다. 다행히도 기온이 너무나도 낮은 탓에 눈송이는 미세한 가루에 가까워서 기체에 크게 피해를 줄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러나 휘몰아치는 바람은 동체가 마치 간질 발작이라도 하는 양 뒤틀어댔고, 기류를 자칫 잘못타면 다른 행성의 땅바닥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단단한 얼음 구덩이에 코를 박게 될 지도 몰랐다.

머리 위의 아스트로메크 R5가 삑삑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착륙할 때 조심해, 이렇게 추운 곳이라면 재활용 할 수 없을 정도로 부품이 얼어붙어 버릴 거야.”
인간이라면 비명소리에 가까울 듯한 전자음이 새어나왔다. 기계가 내는 날카로운 소리에 웨지는 눈썹을 찡그리고는 조종간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아무리 우리가 호위선이라고는 하지만 저런 얼음 위에 착륙하라니 자고로 윗대가리들이란……내려간다, R5!”

대기권에서의 속도감이란 현저한 것이었다. 별들 속을 날아다니는 엑스윙의 덮개 사이를 통과해 들어오는 것이 있을 리는 없었지만, 뺨에 차가운 바람이 광속의 속도로 스치고 지나가는 것처럼 느껴졌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익숙한 충격이 느껴지자, 웨지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며 헬멧을 벗었다. 그리고 한참동안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앉아있었다. 그의 눈앞에는 상상 외의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어디로 눈을 돌려야할지도 모를 온통 하얀 세상. 현실감이 웨지의 몸을 빠른 속도로 빠져나갔다. 마치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신호를 차단해 버린 듯 보이는 하얀 화면을 바라보며 그는 자신이 지금 어디에 와 있는지, 어떤 처지에 있는 것인지, 심지어 자신이 누구인지조차 잊어버릴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눈 앞에는 티끌 한점, 더러움 하나 묻어있지 않았다. 자신이 무엇을 보고 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아니 그보다 눈이 멀어버린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검은 우주 공간에서 느끼는 고독감에는 저 멀리서 반짝이는 별들이 함께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이 곳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그야말로 순백색의 세상이었다.

다시 한번, R5가 삑삑거리며 주인의 관심을 끌었다. 웨지는 문득 정신을 차리고 벨트를 풀었다.
“저 혹한에 나더러 나가라는 건 아니겠지?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그러나 충성스러운 아스트로메크는 다시 말대꾸를 했다.
“저 미친 눈보라 속에 나갈 정도로 정신 나간 녀석 따위는 우리 로그 편대에 없어.”
웨지는 한 마디로 딱 잘라 말하고는 등을 깊숙이 뒤로 기댔으나 화면에 다타난 글귀를 보고 다시 몸을 앞쪽으로 잡아당겼다.
“R2D2의 주인은 루크다. 그 녀석이 지금 뭘 한다고?”
웨지는 다시 헬멧을 집어들어 머리에 쓰고는 명령을 내렸다.
“열어라. 나간다.”

조종복은 일종의 방한복이다. 흔히 아무것도 없을 것이라 생각하는 우주 공간은 수없이 많은 얼음조각들이 떠다닐 정도로 추운 곳이다. 따라서 파일럿이 입는 조종복 역시도 어느 정도의 방한의 기능을 하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조종석 안은 밀폐된 공간, 이렇게 하얀 세상을 얼려버릴 정도의 기온에서 버틸 수 있을 정도는 결코 아니다. 헬멧으로 어느 정도 얼굴을 보호한 다음 엑스윙 바깥으로 뛰어나온 웨지는 “로그 편대에는 있을 리 없는 머저리 로그 리더”에게 한마디 단단히 해줄 참이었다.

그러나 그는 눈부신 세상 한 가운데 서 있는 주황색의 형체를 똑똑히 볼 수 있는 거리에 다가가서는 발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엑스윙 안에서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세상이었다. 이런 혹한의 얼음 투성이 땅에서 낭만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웃어제끼고 말 것이다. 그러나 웨지는 우주를 날아다니는 종족이었다. 조종사라는 종족은 대부분의 사람들과는 다르다. 그들은 검은 공간에서 고독을 즐기는 종족인 동시에, 아무리 뻗어도 닿지 않는 지상을 동경하는 민족이며, 그러면서도 항상 그 곳을 벗어나고 싶어하는 영혼들이다. 반짝이는 별들에는 자유가 숨어있지만, 자유를 손에 쥔 손간, 그것은 곧 굴레가 된다. 그래서 그들은 항상 꿈을 꾸는 부류들이다. 그들은 별들 사이에서 하얀 날개를 펼치고 꼬리를 길게 남기는 천사들을 만나고 언젠가 그 아름다운 생물을 뒤쫓아 옆에서 함께 달리리라 맹세하는 전설의 신봉자들이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따지자면 우주에서 둘째간다면 서러울 코렐리안인 웨지 자신도 지상에 발을 디디고 있는 그 어떤 종족보다도 낭만적일 것이다.

아무 것도 존재하지 않고,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그 새하얀 세상에, 눈을 찌르는 것 같은 밝은 형체 하나가 굳게 서 있었다. 하늘에서는 여전히 하얀 가루들이 우주에 수없이 존재하는 나선형의 은하들처럼 소용돌이를 그리며 춤추고 있었지만 그 존재는 단지 그 주홍색 엑스윙 조종복 주변에서만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헬멧조차 쓰고 있지 않았다. 사방의 눈과 얼음에서 새어나오는 은빛에 그의 금발머리가 반짝이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한참동안 친구가 선 채로 얼어붙은 것이 아닌가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웨지는 순간 루크의 손에 눈길이 미치자 정신이 퍼뜩 들었다. 저 빌어먹을 정신나간 자식은 심지어 장갑도 벗고 있잖아! 그는 안에서 치밀어오르는 뜨거운 감정에 추위조차 잊어버리고는 발목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루크에게 성큼거리며 다가갔다. 보통 때라면 십 미터 밖에서라도 접근하는 자신을 무심코 알아차리는 그 친구는, 묘하게도 고개도 돌리지 않고 정신나간 듯 눈송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웨지는 거친 몸짓으로 루크의 손을 확 낚아챘다. 루크가 놀란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뭐 하는 거냐? 아무리 도움이 안 되는 장갑이라 해도 여기서 몇 분이라도 벗고 있으면 단숨에 동상이다. 박타 치료가 그렇게 받고 싶은 거야?”
“아, 그럴 생각은 없어.”
게다가 루크의 손에는 살짝 얼음이 덮여 있었다. 손바닥의 온도 때문에 눈이 녹았다가 그 자리에서 곧바로 얼어버린 것이다.
“뭐, 뭐야?”
웨지의 당황한 말투에 비해 루크는 어딘가 멍한 말투로 대답했다.
“너무 가벼워서……”
“뭐?”

“고향에 온 줄 알았어.”
“고향?”
웨지는 눈살을 찌푸렸다.
“네 녀석 고향은 타투인이잖아. 거긴 쪄죽는 데 아니었어?”
“물론 기온은 다르지.”
루크가 싱긋 웃었다.
“하지만 그 곳도 사방을 둘러봐도 모래밖에 보이지 않거든. 온통 노란 세상이지. 그리고 여긴………..온통 하얀 세상이고 말이야.”
“헤에.”
그런 것을 비슷하다고 할 수도 있는 건가. 웨지는 속으로 중얼거렸다. 도시에서 태어난 그로서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이 흩날리는 하얀 것도 모래처럼 거칠 거라고 생각했는데 전혀 아니로군. 딱딱하긴 한데, 가벼워. 게다가 손바닥 위에서라면 곧 녹아버리고 말이지.”
“……………….만져보고 싶어서 장갑을 벗은 거냐.”
웨지가 으르렁거렸다.
“아, 신기해서. 어떻게 해서든 신발 사이로 들어오려고 기를 쓰는 것도 똑같은데?”
루크는 웨지의 말투를 알아차리고 있으면서도 일부러 그러는 듯 즐거운 투뙈 말했다.

“여기서도 길을 잃어버리면 찾을 수 없겠군. 사막이나, 우주에서처럼.”
루크는 웨지가 붙잡고 열심히 문지르고 있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말했다.
“그래도 물 걱정은 할 필요 없겠군.”
“물 걱정을 하기 전에 얼어죽겠지.”
웨지가 루크의 손을 집어던지며 투덜거렸다.
“난 지금도 발에 감각이 없단 말이다. 왜 이런 곳에 괜히 나와서 생고생이냐?”

루크가 쓴웃음을 지으며 친구를 돌아보았다.
“그러니까, 이게 눈이잖아?”
“그렇지, 당연히.”
웨지가 허탈한 듯 대답했다.
“한번쯤은 만져보고 싶었다고나 할까.”
“대체 눈을 처음 본 것도 아닐텐데 무슨 그런 난리를……..”
웨지는 문득 입을 닫았다. 그리곤 낮은 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처음이냐?”

루크가 고개를 끄덕이며 소리내어 웃었다.
“그럼 깡시골의 태양 두 개짜리 타투인의 농장에서 평생을 살아온 촌뜨기가 눈 같은 걸 봤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평소에 자신이 루크를 놀리며 부르는 별명을 본인이 비꼬아 말하자 웨지는 잠시 당황하고 말았다.
“그…..그래도 말이지. 상식으로는 알고 있잖아.”
“상식으로는 뭐든지 알고 있어, 웨지. 난 상식으로는 칼라마리 종족이 어떻게 생겼고 어떤 성격인지를 알고 있었지만, 아크바 제독을 만나고 나서야 비로소 칼라마리 족을 약간이나마 진짜로 알 수 있었지.”
루크는 다시 미소를 지었다.
“알고 있는 것과 경험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거지. 너도 알고 있다시피.”

이럴 때만은, 정말로 이런 말을 할 때만은 루크가 그 제다이의 기질을 진짜로 지니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웨지는 그의 스승이라는 오비완 케노비라는 사람을 본적이 없었고 루크나 레이아 공주, 솔로로부터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지만 그의 의견은 주로 ‘괴짜였군, 그 영감’이었다. 더욱 놀라웠던 것은 제독이나 구 공화국에 있었던, 지금 공화군을 이끌고 있는 많은 지도자들이 케노비의 가르침을 받았다는 이유로 루크를 특별 취급한다는 점이었다. 옛날 이야기처럼만 느껴지던 제다이 나이트가 루크의 주위에서는 현실로 다가오고 있었다. 이 꿈 같이 모두 지워진 흰 세상 안에서 루크의 유니폼만이 현실처럼 느껴지는 것처럼.

루크는 다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웨지도 그의 시선을 따라가 보려고 했지만 눈이 부셔서 오랫동안 보고 있을 수가 없었다. 가리개도 없는 루크로서는 작고 딱딱한 알갱이 같은 눈송이가 눈으로 계속 파고 들어와 눈을 뜰 수도 없을 텐데, 신기한 일이었다.

“모래에 비하면 훨씬 부드럽고 가벼운데, 모래보다 더 치명적일 수 있다니 놀랍군. 내 경험에 의하면 온 몸의 수분을 앗아가는 사막의 직사광선처럼 위험한 것은 없다, 였는데 이 곳에서는 그 반대라니.”
“눈이 모조리 치명적이지는 않아. 여기서는 눈이 치명적이라기보다는 이 살인적인 기온이 문제지.”
웨지가 딱딱한 말투로 대답했다.
“그렇다고 하더군. 눈이 오는 행성에서는 눈으로 장난도 친다며?”

웨지는 할말을 잃었다.
“……………………….어이.”
“왜?”
“제발, 해보고 싶었다는 말만은 하지 말아다오. 나이와 체통을 생각해.”
루크가 때로는 자신보다도 무모하고 장난기가 넘친다는 사실을 아는 웨지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친우의 충고를 받아들이기로 하지.”
루크가 웃으며 대답하자, 웨지는 작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고 보니 정말로 더럽게 춥다. 손발이 안 움직이는데? 엑스윙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R2한테 잔소리 꽤나 듣겠어.”
“그보다는 시설로 들어가서 의료 드로이드를 부르는 게 좋을 듯 하군. 장담하는데 우린 동상이야.”
“한순간의 무모함 때문이라는 건가. 덕분에 좋은 경험한 셈 치지 뭐.”
“태평한 놈.”

옆에 서 있던 루크가 갑자기 몸을 낮췄다. 뭔가가 웨지의 머리에 날아들었다.
퍽!
“크헉?”

“제길, 아까워라.”
뒤쪽에서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사실 노린 건 농장 꼬마였는데, 하필이면 헬멧 쓴 다른 꼬마가 끼어들다니.”
웨지는 잠시 몸을 부들부들 떨며 자리에 서 있었다. 옆에서 루크가 낄낄거렸다.
“그러니까, 이게 바로 코렐리안 식 눈놀이인가?”
“코렐리안 식은 무슨 얼어죽을.”
웨지가 꽉 다문 이빨 사이로 내뱉었다.

한 솔로가 커다란 웃음소리를 내더니 다시 몸을 굽혀 무언가를 집어들었다. 그의 뒤쪽에는 밀레니엄 팔콘이 착륙해 있었는데 입구에는 레이아 공주가 우키의 털가죽에 온 몸을 파묻은 채 얼굴만 내어놓고 있었다. 한심하다는 표정이었다.

“맙소사, 제발 열 살먹은 꼬마들처럼 굴지말고 안으로 들어와요, 한! 루크!”
루크가 웨지를 돌아보았다.
“도전을 받았으면 거기에 응해줘야겠지?”
“아니, 제발, 그러니까 그런 도전 따위에는 응해주지 마!”

웨지의 비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루크는 한 아름의 눈을 그러모았다. 이 곳의 눈은 다른 지방과는 달리 힘을 주어도 한데 뭉치지 않았지만 눈을 처음 보는 루크로서는 원래 그러려니 하고 생각하는 듯 했다.

“장갑! 제발, 루크! 장갑 끼라고!!!!!”
웨지는 소리를 지르는 것과 동시에 몸을 수그렸다. 루크가 팔에 모아든 눈을 공중으로 흩뿌렸기 때문이다. 마치 어린아이가 눈 무더기를 멀리 던지려다가 생각한대로 몸이 말을 듣지 않아 자신의 앞으로 던져버리는 형국이었다.
“이런 천하에 헛 같은 녀석 같으니!”
웨지가 루크에게 소리쳤다.

솔로가 비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역시 제대로 하는게 하나도 없구만, 애송이!”
“젠장, 왜 안 되는 거지?”
루크가 촌뜨기 본연의 자세로 돌아와 투덜거렸다.

“한! 팔콘이 얼어서 시동도 안 걸린다고요! 세 사람 모두, 돌아가면 의료 드로이드들에게 절대로 치료해주지 말라고 경고할 테니까 알아서 해요!”
레이아 공주의 소리에 맞춰 츄바카가 으르렁거렸다. 그러나 혈기에 넘치는 두 청년들의 귀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 듯 했다.

웨지는 솔로의 도발에 넘어간 루크에게서 몇 발짝 뒤로 떨어져 주변을 둘러보았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세상에 눈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하나둘 볼 수 있는 것이 생기기 시작했다.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건설대가 몇 명이나 쓰러져가며 완성한 거대한 발전소였다. 그리고 그 배경에 맞추어 얼음 위에 착륙해 있는 로그 편대의 엑스윙들, 와이윙들이 보였다. 그러나 당분간은 이 우주 공간에서 활약하는 전투기들을 쓸 일이 없을 것이다. 이 행성의 환경에 걸맞게 조정한 다른 스피더를 사용해 이에 익숙해지도록 얼마간 훈련을 거쳐야겠지. 커다란 수송선은 대개 눈에 띄지 않게 엄폐된 비밀 문을 통해 안에 착륙해 있을 것이다.

거대한 무덤. 순간적으로 웨지는 이 하얀 세상이 거대한 무덤처럼 보인다고 생각했다. 눈은 소리를 먹어치운다. 눈은 도망치는 자들의 발자국을, 그들의 모습을 숨겨주지만 동시에 차갑게 얼려 그들의 목숨을 앗아간다. 그리고 숨결을 얼린 몸뚱이 역시 하얗게 덮어 자신 안에 묻어버릴 것이다. 그 누구에게도 발견되지 않도록. 항상 쫓겨다니는, 그리고 살아있을 때 조차도 항상 죽음을 뒤에 달고 다니는 공화군에게 어울리는 은신처였다. 이 하얀 죽음의 행성은.

“그러니까, 안전할 거다, 이 곳은.”
웨지는 몸을 돌리며 중얼거렸다.
“그래, 적어도 당분간은.”
그리고 그는 덧붙였다.
“당분간이면 충분해.”


<끝>
_M#]
****

아아, 루크보다 웨지가 더 똑똑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_-;;; 이럴 예정은 아니었는데, 쓰다보니 그렇게 되어버리는군요…ㅠ.ㅠ

과학적 실수에 대한 코멘트는 받지 않습니다. 이봐요, 이 영화는 우주 공간에서 소리가 나는 영화라구요…..[쿨럭]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이 사이트는 스팸을 줄이는 아키스밋을 사용합니다. 댓글이 어떻게 처리되는지 알아보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