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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30제] 21. 돈

아나킨 스카이워커는 돈이 필요했다.
절실히 필요했다.
너무나도 절실히 필요했다.

그래서 그는, 오비완에게서 돈을 빌리기로 결심했다.

1. 오비완 케노비의 경우
“으음, 미안하다, 아나킨. 지금은 나도 빈털터리구나.”
“하지만, 오비완. 돈을 빌려달라고 할 때마다 항상 그렇게 말했잖아요. 벌써 열 번 째라구요.”
“아홉 번이야. 카토 행성 때는 건 빼야지. 그땐 미션이 끝나고 나서 빌려주겠다고 했는데 미션 중에 돈 주머니를 잃어버려서 그런 거였잖아.”
“알았어요, 알았어. 다른 사람한테 물어보죠, 뭐.”
“이해해줘서 고맙다, 아나킨. 넌 정말 내가 꿈꿨던 것보다도 훨씬 훌륭한 제다이가 되었구나. 진심으로 네가 자랑스럽다, 옛 제자야.”

첫 번째 시도에서 무참히 허탕친 아나킨은 마스터 요다를 찾아갔다.

2. 요다의 경우
“돈? 돈이라고? 흐음……어디다 쓰려는 거지, 돈을?”
“아, 저, 그게….”
“자신을 위한 것이냐? 아니면 다른 소중한 사람을 위한 것?”
“다른 사람을 위한 건데요…..”
“조심해야 해, 돈이란 것은. 길이 되기로 하거든, 다크 사이드로 향하는.”
“아니, 저기, 그건…..”
“자연스러운 거야, 돈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좋지. 아쉬워하지 말고, 그리워하지 말게. 집착은 시기를 낳고, 불러일으키지, 탐욕을.”
“아니, 그게요…..”
“버리게, 돈에 대한 집착을!”

.두 표준 시간 동안 마스터 요다의 강의를 들은 아나킨은 문장을 꿰맞추느라 빠개질 것 같은 머리를 감싸 안고 메이스 윈두를 찾아갔다.

3. 메이스 윈두의 경우
“돈을 빌려주지. 하지만 이자율은 120퍼센트야.”
“뭐라고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죠? 말도 안 돼요. 이자율이 100퍼센트가 넘다니, 이건 너무 불공평하다구요!”
“닥치고 빌릴 건가 말 건가 빨리 결정하게, 영 스카이워커.”

마스터 윈두의 눈빛에 압도당한 아나킨은 이를 바득바득 갈며 방을 빠져나온 다음, 곧장 팔파틴 의장을 찾아갔다.

4. 팔파틴 의장의 경우
“머니! 언리미티드 머니! 내 말 잘 듣게, 아나킨. 자네만 좋다면 내 자네에게 돈을 무한정 벌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 주겠네. 이런 건 제다이들한테서는 평생 가도 배울 수 없는 거야! 기회를 놓치지 말게!”

아나킨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나 그는 곧 마음을 고쳐먹었다.

“그 말씀은 마치 피라미드 판매상처럼 들리는군요. 카운슬에 통보할 테니 조사받을 각오를 하시기 바랍니다.”

아나킨은 마지막 희망을 품고 숙소로 향했다.

5. R2D2의 경우
“삐이리이리이이리릭 띠릭뿌이뚱”
“R2가 말하길, 주인님의 카드에 축적된 크레디트 액수를 조작하는 일은 R2의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합니다.”

마침내 아나킨은 인생의 진리를 깨달았다.
돈과 관련될 때에는, 제다이고 뭐고 주변에 믿을 놈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축하한다, 아나킨.


+++++

“써야한다”고 생각되는 주제를 결정해놓고 나니 막상 그와 관련된 이야기는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군요…..으윽.

이글루스 가든 – 황제님을 모시는 착한 제다이가 되고 싶어요!

[스타워즈 30제] 30. 오해

“그녀는 거기 없었을 거야. 확실해.”
당혹감.
“그래요, 맞아요. 느껴져요.”
그리움.
“…………그녀를 사랑하는 거지?”
불안감.
“물론이죠.”
실망.
“좋아. 이해해. 알았어. 그녀가 돌아오면, 난 그만 떠나도록 하지.”
절망.
잠시의 침묵.
“아, 한, 그런 게 아니에요. 레이아는 내 누이라구요.”
고백.
“엉?”
충격, 안도,
그리고 이어지는 포옹.

++++
……………………………장난삼아 해 봤는데 전혀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아서 좌절 중.
…………나, 방금 무슨 짓을 한 거지, -_-;;;
아악, 루크으으으으으으으, 미안해요오~~~~~ 잘못했어요! 다시는 안 그럴게요!!!!!
그건 그렇고, 대체 왜 저렇게 자연스러운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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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30제] 4. 머리카락

scene 1:
전 은하계에서 가장 화려하다는 코루스칸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서, 나부의 젊은 여성의원 파드메가 아름다운 갈색의 곱슬머리를 브러시로 빗어 내리고 있다. 흐뭇한 미소를 얼굴 가득 떠올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젊은 제다이 아나킨 스카이워커.

아나킨: 정말……..아름답군요.
파드메: (유쾌하게) 그건 내가 지금 사랑에 빠져있기 때문이야.
아나킨: 아니, 아니죠.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라구요.
파드메: 그럼 단순히 네 눈에 콩깍지가 씌워서 그런 거란 말야?
아나킨: (장난스런 웃음기) 뭐, 그렇다고 할 수 있겠군요. 하하하하하!
파드메: 호호호호호호~~

두 연인의 웃음소리
페이드 아웃

scene 2:
전 은하계에서 가장 화려하지만 동시에 지저분하다는 코루스칸트의 야경이 내려다보이는 발코니에서, 신공화국의 정치지도자 레이아 올가나 솔로가 아름다운 갈색의 긴 곱슬머리를 브러시로 빗어 내리고 있다. 평소처럼 약간의 냉소가 감도는 미소를 얼굴 가득 떠올린 채,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전 밀수꾼이자 신 공화국의 영웅 제너럴 한 솔로.

한: 정말……..길군.
레이아: 내 여성적인 매력을 보여주려면 머리라도 길러야 한다구요. 이걸 자르면 감독이 의회에 나갈 때도 황금비키니를 입어야 한다고 할지도 몰라요.
한: (걱정되는 목소리로) 그런데 레이아……언제쯤 끝내고 자러 올 거요?
레이아: 왼쪽 허리 부근까지 빗었으니까 한 두 시간만 더 기다려요. 아얏! 또 걸렸네.
한: (한숨) 하아….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아무래도 밤중에 바리깡으로라도 밀어버릴까. 이래서야 언제쯤 2세를 본단 말야.
레이아: (눈을 치켜뜨고) 지금 뭐라고 했어요? 머리를 어쩐다구요?

레이아, 브러시를 한에게 집어 던진다.
점점 커지는 두 사람의 목소리.
페이드 아웃.

scene 3:
한밤중. 어린 부부가 화려한 침대에 누워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아나킨이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끙끙거리며 뒤척이다가 갑자기 눈을 뜬다.

아나킨: 헉!
파드메: (졸린 목소리) 애니? 무슨 일이야? 좋지 않은 꿈이라도 꾼 거야?
아나킨: 아무 것도 아니에요. 그냥 자요, 파드메.
파드메: 무슨 일인데? 솔직하게 말해봐.
아나킨: ….꿈속에서….당신이 바리깡으로 머리를 시퍼렇게 밀고 빨간 카펫 위에서 다른 남자와 시시덕거리는 모습을 봤어요….
파드메: 난 머리를 밀지 않을 거야. 약속할게. 그러니까 그건 개꿈이야.
아나킨: 아니오! 내가 약속할게요! 당신이 빡빡머리가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어!

페이드 아웃.

scene 4:
한밤중. 아까까지 날카롭게 대치하던 부부가 결국 침대에 함께 누워 작은 숨소리를 내며 자고 있다. 레이아가 고통스러운 목소리로 끙끙거리며 뒤척이더니 갑자기 눈을 뜬다.

레이아: 헉!
한: 응? 왜 그래? 무슨 일이오? 아니, 땀을 흘리고 있잖아! (허둥지둥 상체를 일으킨다) 레이아?
레이아: 아, 아악! (팔다리를 버둥거리며 뭔가를 말하려고 하지만 고통스러운 표정으로 입을 열지 못한다) 으….으….으윽.
한: 레이아! 왜 이러는 거야! 혹시 지금 가위에라도 눌리는 거요? 안 좋은 미래라도 본 거요?
레이아: (힘들여 입을 연다) ….당신, 지금 내 머리카락 깔고 앉았어.

한의 비명소리와 함께 페이드 아웃.


++++

하지만 나탈리는…머리를 빡빡 밀어도 예쁘기만 하던걸요. ㅠ.ㅠ
에피 6 이워크 마을에서 레이아의 머리를 볼 때마다 저걸 어케 빗나….하고 생각했었죠. -_-;;;; 그거 풀고자면 진짜 대박일 듯.

[스타워즈 30제] 8. 불시착

예전에 써 놓은 것까지..드디어 30 개의 주제들 가운데 절반을 넘어섰습니다

에피소드 3의 약발은 놀랍군요. ^^*

쓰고 나서 깨달았는데…..전 평생 마이너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못할 모양입니다. 큿.

덧. 기술적 오류에 대해서는 태클 받지 않겠습니다. 저 같은 기계치가 대체 뭘 알겠습니까. -_-;;;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주세요. T.T


[#M_[스타워즈 30제] 8. 불시착|닫아주세요|“이런 빌어먹을!” 빅스 다크라이터는 밑바닥까지 꼭꼭 눌러 담아 놓았던 짜증이 갑자기 치밀어 오르는 것을 느끼며 손에 들고 있던 드라이버를 바닥에 내팽개쳤다. 평소에 그렇게나 정비를 철저히 하기로 이름난 그였지만, 아주 작은 실수 하나가 심각한 사태를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지금처럼 뼈저리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아침에 스카이호퍼를 타고 나올 때까지만 해도 청명한 하늘이었다. 기계장치에 치명적인 모래 폭풍이 언제 불어올지 모르는 변덕스러운 타투인에서도 레이더를 사용하면 충분한 시간 여유를 가지고 폭풍을 피할 수 있었다. 배터리는 충분했고 레이더는 완벽했다. 연료가 좀 간당간당해 보이긴 했지만 금세 돌아갈 예정이었으니 상관없었다. 심지어 정성들여 닦은 선체마저 눈부시게 반짝거렸다. 하지만 빅스의 자랑스러운 비행선은 지금 모래 바닥에 고개를 처박은 채 꼼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바보 같은 다크라이터, 어째서 예비용 배터리는 충전하지 않은 거지? 이래서야 루크 녀석에게 그렇게 잔소리를 할 자격이 없지 않나!

불행히도 상황은 최악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유일한 이동 수단은 움직이지 않는다. 콕핏에는 비상용으로 들고 다닐 블라스터 하나 없었다. 무기 없이 타투인의 사막을 방황하는 것은 자살행위다. 여기가 어딘지는 대충 짐작할 수 있었다. 바위산 너머 라스 농장에서 한참은 떨어진 사람이 거의 살지 않는 지대였다. 제일 가까운 수분 농장으로 향한다 해도 모래 산을 몇 개나 넘어야 하며 운이 좋으면 중간에 몇 달마다 한번씩 트레일러를 끌고 가는 자와 족을 만날 수도 있으리라. 하지만 더 이상 운이 좋아지리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제길, 오늘따라 왜 그렇게 웜프 쥐를 사격하는 게 지겨웠던 걸까. 왜 하필이면 오늘, 이렇게 멀리까지 미친 듯이 날아보고 싶었던 거지?

빅스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었다. 컴링크를 두드려보았지만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상한 기류에 휘말려 기체가 곤두박질치는 동안, 뭐가 문제였는지 스파크가 몇 번 일더니 배터리가 나가버렸다. 예비용 배터리는 텅 비어 있었다. 컴링크 역시 아무리 스위치를 올렸다 내려 봐도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방전되면서 어딘가가 망가졌나 보다. 운송 수단은 움직이지 않고, 연락 수단도 없으며, 외부의 공격에 대비한 – 그는 죽어도 샌드피플한테 잡혀 죽고 싶지는 않았다 – 방어 수단도 없다. 그가 유일하게 지니고 있는 것은 기껏해야 한 주먹의 예비식량이었다. 뭐, 사실은 간식이라고 부르는 편이 더 적절하겠지만. 정말로 누군가 우연히 사막 한 가운데를 지나가다가 이 불쌍한 미아를 주워주지 않는 한, 희망은 없어 보였다.

빅스는 두 개의 태양에서 내리쬐는 광선으로 달궈진 선체에 등을 기대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눈이 부셨다. 그를 이 바닥과 키스하게 만들었던 모래바람은 이미 지평선 건너로 사라지고 없었다. 차라리 추락하면서 산산이 부서져버렸더라면 편하게 죽을 수 있었을 것을, 본능적인 조종 실력 덕분에 짧은 인생 더 힘겹게 마감하게 생겼군. 빅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토록 꿈에 그리던 제국 아카데미 합격증도 받아놓았는데, 빌어먹을.

갑자기 저 멀리 어디선가 기묘한 짐승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온몸에 소름이 스멀거리며 올라왔다. 빅스는 저도 모르게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타투인에서 태어나 타투인에서 자라났건만, 이런 기괴한 소리를 내는 짐승이 사막에 산다는 이야기는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었다. 잘은 모르지만, 이것은 분명 포식자의 울음 소리였다. 숨소리를 죽인 채, 시간이 있을 동안 조종석에 들어가 스카이호퍼의 블라스터로 대응하는 게 낫지 않을까 기회를 재는 사이 그의 머리 위에서 무언가 서늘하게 움직이는 것이 느껴졌다. 빅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여기서 무얼 하는 거지?”
“으악!”
빅스는 그야말로 심장이 몸 밖으로 튕겨 나올 정도로 깜짝 놀랐다. 무심코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쳐드는 바람에 불안정한 자세가 무너져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그는 천천히, 눈동자를 들어 목소리의 출처를 찾았다. 뾰족한 머리에 날개가 달린 듯한 어두운 형체가 눈앞에 서 있었다.

“어, 어, 어…….”
“괜찮나, 젊은이?”
그림자는 날개를 쳐들더니 뾰족머리를 뒤로 젖혔다. 아니, 후드를 벗었다. 빅스는 뜨거운 모래바닥에 엉덩이와 손바닥을 대고 앉아 바보처럼 입을 헤 벌리고 있었다.
“스피더에 문제가 생긴 모양이군.”
인간의 형체를 한 그림자가 고개를 둘러보며 말했다. 빅스는 헛기침을 몇 번 했다.
“어, 예. 예.”
“다친 곳은 없고?”
“아, 네, 없습니다.”
빅스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손바닥의 모래를 털고 될 수 있는 한 상대방을 자세히 보려고 눈살을 찌푸렸다.

그는 여기저기 헤져 너덜너덜한 갈색의 로브를 두르고 있었다. 정신없이 헝클어진 백발, 주름진 얼굴. 웃고 있는 건지 찡그리고 있는 건지 모를, 미묘한 표정이 담긴 얼굴.

“어, 누구시죠?“
“그건 내가 물어봐야 할 말인 것 같은데.”
“아, 전 빅스 다크라이터라고 합니다. 앵커헤드 쪽에 살아요.”
“그 말썽꾸러기 무리들? 난 벤 케노비라고 하지.”
뭔가 희미한 기억이 빅스의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아, 그 미친 노친……..흡.”
순간적으로 노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 것 같았다.
“내 평판에 대해서는 익히 알고 있으니 굳이 확인해주지 않아도 돼. 그건 그렇고…..”
그는 빅스의 스카이호퍼를 올려다보았다.
“뭐가 문제지?”
“배터리가 나갔어요.”
빅스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소문대로 정신이 나간 노인네처럼 보이지는 않는데. 무엇보다 이 허허벌판에 말이 통하는 누군가가 옆에 있다는 것은 커다란 위안이었다.
“통신도 안 되고요. 꼼짝없이 죽는구나 했죠.”
“흐음. 내 집이 멀지 않은 곳에 있긴 한데…..”

빅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잽싸게 끼어들었다.
“어차피 메인은 맛이 갔으니까 예비 배터리만 충전하면 돼요. 아, 그리고 혹시나 연료도 조금만 나눠주시면 안 될까요?”
은둔자라는 소문이 돌고 있는 벤 케노비는 푸른 눈을 들어 빅스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 눈빛에 빅스는 약간 움찔거렸다.
“염치없는 젊은이로군.”
벤이 중얼거렸다.
“죄송합니다.”
빅스가 중얼거렸다.
“하지만 여기에 내버려두고 갈 수도 없는 노릇이지. 필요한 걸 챙기고 따라오너라. 미친 노인네가 무섭지 않다면 말이지만.”
마지막 말에는 어딘가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 빅스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져 부랴부랴 짐을 챙기기 시작했다.

**

“그래서, 이번 계절부터는 제국 아카데미에 입학해요.”
“제국 아카데미?”

오두막은 아늑했다. 가져온 장비를 재정비하는 동안 빅스는 마음이 놓여 수다를 떨기 시작했고, 벤 케노비는 생각보다 기분 좋게 빅스의 이야기를 받아주었다. 그는 손가락으로 하얀 턱수염을 만지작거리며 머리를 살짝 한 쪽으로 기울였다.

“그래, 제국군이 되려고?”
“아뇨!”
빅스는 무심코 큰 소리로 대꾸했다가 자신의 목소리에 깜짝 놀라 목을 움츠렸다.
“그럴 리가 없잖아요. 제국은 최악이라고요.”
그는 목소리를 조금 낮췄다.
“그렇다면 왜 제국 아카데미에 들어가지?”
벤의 목소리에 따지려는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다. 노인은 순수하게 호기심에 물어보는 것 같았다.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보는 싸구려 스피더가 아니라 진짜 전투기를 몰 수 있으니까요. 제국의 돈으로 최고의 교육을 받은 바로 그 파일럿이 나중에 거기서 배운 것들을 응용해서 뒤통수를 치는 거야말로 진짜 복수일 것 같지 않아요?”
“호오.”
벤이 의자 깊숙이 등을 기댔다.
“복수에 대해 아주 특이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구나.”
“그럴 수도 있죠. 아, 젠장. 내가 왜 지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죠? 아저씨가 제국 첩자일지도 모르는 데 말입니다. 심지어 루크한테도 한 적이 없는데.”
“루크?”
노인의 목소리가 미묘하게 날카로워졌다.
“있어요. 스카이워커라고, 귀여운 녀석이죠.”

빅스는 아직 나이어린 친우의 얼굴을 떠올리고 씨익 웃었다.
“나이도 어리고, 순진해 빠진 주제에 조종실력 하나는 끝내주죠. 건드리면 발끈하는 게 놀리는 재미가 있달까. 녀석을 두고 혼자 아카데미에 가는 게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에요.”
“왜지?”
벤이 조용히 물었다.
“나보다도 더 아카데미에 가고 싶어 했는데, 걔네 삼촌이 반대해서 못 갔거든요. 실력은 충분한데 말입니다. 일부러 앞에서 말을 안 해서 그렇지, 나보다도 훨씬 솜씨가 좋아요. 가끔씩은 진짜 인간 같지가 않다니까요. 나도 녀석과 같이 입학하고 싶었지만……어떻게 보면 오히려 이게 나은 걸지도 몰라요.”
빅스는 머리 뒤로 손깍지를 끼고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녀석은 아직 어려서 이런 이야기를 하면 못 받아들일 지도 모르니까요. 내가 왜 아카데미에 가려고 하는 건지 이해하지 못할 지도 몰라요.”

“친구를 믿어보는 게 좋을 지도 모르지.”
벤이 기묘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는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정말로 이상하게도, 빅스는 노인이 인자한 표정을 짓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때가 되면요. 내가, 아니 그 녀석이 때가 되면요.”

“왜 그렇게 제국을 싫어하는 거냐?”
“아저씨, 진짜 돌았어요?”
빅스는 채 생각할 틈도 없이 불쑥 말을 내뱉었다.
“제국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딨는데요?”
“너처럼 제국 아카데미에 들어가 제국을 섬기는 군인들?”
“쳇. 말장난 하자고 이러는 거 아닙니다.”
빅스는 상체를 똑바로 일으켰다.

“옛날에는 노예 제도가 불법이었대요. 알고 계셨어요?”
“아.”
벤 케노비는 조용히 대답했다.
“그래, 알고 있단다. 이곳 타투인에서는 공공연하게 거래되곤 했지만.”
“뭐, 자바 더 헛 같은 무법자들이 있으니까요. 하지만 적어도 불법이었어요. 그렇죠?”
“그래.”
“난 어렸을 때부터 그게 당연하다고 받아들였었는데, 사실은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적어도 옛날 공화국 시절에는 노예제도를 폐지하려고 했고, 여기처럼 중심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 아니면 대부분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제국이 들어서면서 아예 노예제도를 합법화해버렸죠. 자유민들조차도, 심지어 종족 전체를 노예로 만들어버렸다고 들었어요.”
“나도 들었다.”
노인의 말투에 씁쓸한 기색이 묻어나왔다.

“친구 하나를 사귄 적이 있었는데……”
빅스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 녀석 아버지가 아주 예전에 뭔가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 하나로 하루아침에 가족 전체가 뿔뿔이 흩어져 노예로 팔려갔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내가 아는 다른 녀석 하나는 팔이 네 개 달렸다는 이유로 공무원 교육을 받지 못했고요. 학교에서 그 분야 최고 점수를 받았는데도!”

벤은 뭔가 말을 하려다가 빅스의 표정을 보고 입을 다물었다. 청년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자신의 주먹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부당해요. 지나치게 부당하단 말입니다.”

잠시 동안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노인과 청년은 아무말없이 그렇게 앉아 있었다. 갑자기 충전기에서 나는 삑삑거리는 소리가 오두막 안의 정적을 깨트렸다. 빅스가 고개를 들었다.
“아, 다 됐나 봐요.”
“그래.”

벤 케노비는 조용히 의자에서 일어났다. 그는 탁자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고개도 돌리지 않고 무심한 투로 말했다.
“앨더란이라는 행성을 아니?”
어색한 분위기를 후회하고 있던 빅스는, 갑자기 바뀐 화제에 어안이 벙벙해졌다. 하지만 가까스레 정신을 추스르고 대꾸했다.
“그럼요. 돈도 많고 예쁘고, 힘도 센 행성이죠.”
벤은 말을 이었다.
“아주 진취적인 행성이지. 부당한 것이라면 질색하는 지도자가 다스리는 곳이야.”
“그래요?”
빅스는 대체 이 노인네가 무슨 말을 하려는 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혹시 나, 실수한 게 아닐까?
“코루스칸트에 있는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되면, 한번쯤 앨더란을 찾아가 보려무나. 많은 것을 보고 들을 수 있을 게다. 그리고 마음이 맞는 사람들도 많이 사귀게 될 거고.”
“네?”
벤은 빅스의 물음표를 무시했다.
“내가 좋은 술집을 하나 가르쳐 주마. 너처럼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이지. 반항심이 가득한 친구들 말이다.”
빅스는 의심어린 눈초리로 벤을 쳐다보았다. 벤은 빛나는 푸른색 눈동자로 빅스의 갈색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너도, 그 곳을 좋아하게 될 거야.”

***

빅스는 달렸다. 아니, 그는 날았다. 서쪽 지평선에서 두 개의 태양이 흩뿌리는 붉은 빛줄기가 스카이호퍼 앞을 인도하고 있었다.
그는 큰 소리로 웃음을 터트리고 싶었다. 그래서 그는 욕망을 충실하게 이행했다.
“으하하하하하하하하하핫!”

며칠 후, 그는 아카데미에 입학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앨더란을 방문할 것이다. 그래서 사막의 미친 노인이 알려준 그 어두침침하고 좁고 지저분한 술집에서, 반항심으로 똘똘 뭉친 그 나이 또래의 젊은 친구들과 마음을 맞춰볼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이 사막을 비추는 햇살처럼 어둔 세상을 밝혀나갈 것이다.


+++++++++++

빅스 다크라이터(Biggs Darkligher),
어두운 시대, 동맹군의 앞날을 비추던 수많은 빛줄기 가운데 한 명.
삭제 신을 추가해 출시된다는 새 DVD 박스에서는 왕따 당하는 루크를 감싸주는 모습을 볼 수 있길 빌며. ^^*
그리고 주인공을 살리기 위해 죽어야 할 운명을 타고 태어난, 그 수많은 주인공들의 단짝 친우들에게도 건배.

덧. 실제로 Skywalker 전에 Darkligher가 주인공 이름으로 고려되기도 했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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