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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했습니다.

책이고 DVD고,
이번 여름을 날 스킨이고 로션이고,
밥이고 생활비고,

모조리 포기하고
21일 월차 내고 하루 종일 토월극장에서 바람의 나라나 보며 살아보렵니다.

그리고 주말동안 죽어 지내겠습니다.

우하하하하하하하하.
머릿속에서 “이건 자살행위야!!!”라고 목소리 하나가 절규하고 있지만
그냥 무시하렵니다.

우리 같이 죽어요. ㅠ.ㅠ

참고로, ‘뮤지컬 바람의 나라’ TV 방송 스케줄입니다.

<바람의 나라> 방송 일정
국회방송 : 7월 29일(토) 오후 8시, 7월 30일(일) 오후 5시 재방
MBC 문화사색 : 7월 19일(수) 오후 3:10
KBS 세상의 중심 : 7월 19일(수) 오후 1시

………..국회 방송은 안 나오니 패스,
그런데……
평일 오후라니, 이봐아!!!!!!!
이건 직장인들을 두번, 세번 죽이는 일입니다!!

제기랄, 감상글을 제대로 쓸 수가 없어요…ㅠ.ㅠ

몇 번이나 [바람의 나라 – 무휼] 글을 쓰다가 그냥 삭제를 눌러버렸습니다.
아무리 써도 미흡하게 느껴지는군요. 감정을 조금 누르면 너무나도 냉정한 글이 나오고 거기서 조금만 통제를 풀어도 “제기랄, 너무 멋져!”가 나온단 말이죠.

여하튼, 현재 죽어 있습니다.
그리하여, 우선 다른 분들의 리뷰를 연결합니다.

빨간그림자님 – 팬심으로 만든 뮤지컬 바람의 나라(2006)
뮤지컬 <바람의 나라> 장면 해석

misha님 – [바람의 나라-무휼]-원작을 존중함으로써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간 새로운 바람(1)
[바람의 나라-무휼]-원작을 존중함으로써 더 넓은 곳으로 나아간 새로운 바람(2)


개인적으로는 [뮤지컬 바람의 나라 -무휼]의 ‘뮤지컬’이라는 타이틀을 2001년의 [음악극 바람의 나라]에게 주고 음악극이라는 타이틀을 가져와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음악이 가미된 연극이 뮤지컬이라면 분명 이 작품도 뮤지컬입니다만, 연극쪽 요소가 훨씬 강하거든요.

쉼표도 없이 시처럼 읇조리는 대사들과 뒤쪽에서 휘몰아치듯 울렁이는 이미지들. 3단의 무대 위에서 시공간, 죽은 자와 산 자, 천상과 지상을 초월하여 동시 다발적으로 보여지는 사건들. 이런 이미지극에 익숙한 사람들이라면 굳이 바람의 나라 원작 팬이 아니라고 해도 극 전체의 내용을 이해하는 데에는 무리가 없어보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참으로 마음에 든 연출이었어요.

게다가 아무리 대본을 김진 선생님이 직접 쓰셨다지만, 살아있는 배우들이[그것도 비주얼 끝내주는 배우들이] 눈 앞에서 원작의 대사를 하나하나 읊는 장면을 목격하는 건 심장에 가히 안 좋습니다. ㅠ.ㅠ 덕분에 같은 역할이 배우의 해석에 따라 어찌 달라질 수 있는가를 보았고, 그 차이점을 느꼈고, 많은 것을 배우기도 했지만 말이지요.

아, 제기랄, 다시 발광모드로 들어갈 것 같군요. 결정적으로 이미지 속에 완전 몰입되어 있어서 의식의 흐름을 따르다보니 글을 쓸 수가 없어요. ㅠ.ㅠ



<괴유 역의 김영철씨>

뮤지컬 [바람의 나라 – 무휼] 보고 돌아왔습니다.

이틀동안 아무 것도 하지 못했던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습니다.

이틀 동안 네 번의 공연을 내리 봤더니 제정신이 아니군요. 아직도 꿈 속에 와 있는 듯한 느낌입니다. [덕분에 이번달은 정말 파산입니다. ㅠ.ㅠ] 많은 분들이 너무나도 바람직한 리뷰를 써 주셨기에, 아무래도 저는 뭐라고 써야할지 감이 안 잡히네요.
전체적으로는 대개 비슷한 부분을 느끼고 계신 듯 합니다.

그런데 공연이란 이런 맛에 보는 거군요. 여러 번 보다보니 캐스팅에 따라 역의 해석이 다르고 배우들의 어울림이 다릅니다. 변화하고 진화하기 때문에 하나로 아울러 감상을 적기가 아주 힘들군요. 그래서 우선 배우 중심부터,

제가 본 공연의 캐스팅은 다음과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불행히도, 아래 배우분들에 대해 아무런 사전정보도 가지고 있지 않으며, 정말 순수하게 이 공연에서 제가 받은 인상을 말하는 겁니다.

16일(일) 3:00 : 김산호/ 김법래/ 이종한/ 배성일
16일(일) 7:30 : 고영빈/ 김법래/ 김백현/ 임춘길
17일(월) 3:00 : 고영빈/ 홍경수/ 김백현/ 임춘길
17일(월) 7:30 : 김산호/ 홍경수/ 김백현/ 임춘길

개인적으로 최상의 캐스팅 공연이라면 17일 3시 공연을 꼽고 싶습니다. 처음에는 마로 역으로 이종한씨가 더 인상 깊었는데, 자꾸 보다보니 김백현씨가 성질 급한 마로의 이미지를 더 잘 소화해내고 계신 듯 하더군요. 게다가 죽음 장면에서는 정말 쿵! 하고 심장에 돌이 떨어지는 듯 하여 좋았습니다.

무휼 역의 더블 캐스팅은 고영빈씨와 김산호씨인데, 고영빈씨의 무휼은 강인한 무휼이라면 김산호씨는 훨씬 젊고, 부드럽습니다. 보는 제가 조금 안스러울 정도로요. 특히 16일 3시 공연을 봤을 때에는 사실 실망할 정도였어요. 목소리도 불안정하고, 팔다리도 뻣뻣했으며 동작도 느려 무휼의 존재감이 허했습니다. 그런데 방금 보고 돌아온 월요일 저녁 공연에서는 많이 강해지셨더군요. 대사를 치는 힘도 그렇고, 자신감이 조금 업 되어 있었습니다. 동작도 마찬가지. 힘이 있으면서도 매끄러워졌네요. 긴장감을 잃지만 않는다면 마지막 공연쯤 최상의 모습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상당히 기대가 되는데요. 단, 김법래씨의 해명이 워낙 강하여 그 캐스팅 멤버 때에는 또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그걸 넘어서신다면 더욱 좋겠지요.

반면 고영빈씨의 무휼은 무대에서 존재감 자체가 다릅니다. 동작은 물론 포스 자체가 눈에 보이는 듯 합니다. 극중에서 워낙 해명[김법래씨]이 강력함에도 불구하고 결코 밀리지 않습니다. 특히 독무에서 사람 혼을 아주 빼놓습니다. 한데 김법래씨와 정말 노래 톤이 비슷하더군요. 두 분이 더블캐스팅으로 해도 괜찮으셨을 것 같습니다.

김법래씨의 해명은, 지인의 말을 들자면 ‘대마왕급’ 되겠습니다. 처음 새타니와의 대화에서는 너무나도 맑은 소리를 내어 조금 어색할 정도였는데, 노래 부분에서는 박력이 무대를 압도합니다. 그래서 카리스마 자체는 확실합니다만, 다른 배역들이 죽어버리는 감이 있습니다. 더구나 대사와 노래의 갭이 너무 커서 감정을 오고가기가 쉽지 않네요. [배우란 진정 무섭습니다.] 처음에는 그러한 힘에 감탄하였습니다만,

홍경수씨의 해명을 뵙고 나서는 이쪽을 좀 더 선호하게 되더군요. 부드럽습니다. 노래도 좀 더 맑은 편이고 기교가 더 들어가 있어요. 김법래씨의 해명이 야성적이고 무겁다면 이분은 계산되어 있고 절제되어 있습니다. 그래선지 실수도 적습니다. 김법래씨의 해명이 두 팔을 벌리고 소매를 펄럭거리며 무휼의 등을 밀고 있다면, 홍경수씨의 해명은 무휼의 팔을 슬쩍슬쩍 건드리며 알아서 앞으로 나아가도록 부추기고 있달까요.

배극 역으로는 임춘길씨의 공연을 세번이나 본 관계로 완전히 여기 익숙해져 버렸네요. 배성일씨도 상당히 좋았습니다만 – 사실 그 공연 때 반응이 꽤 좋은 편이었지요 – 임춘길씨쪽이 더 임팩트가 셉니다. 구신들이 나오는 부분이 코믹적인 요소인지라 약간의 오버가 필요한데, 그 오버를 아주 적절하게 해 주셨어요.

혜압 역의 고미경씨는 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2001년 이지를 하셨던, 그 “죽어서 효도 한번 해라”의 주인공이시죠. 그 꺾이는 듯한 연기를 제가 무척 좋아하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엄청난 양의 대사를 그 카리스마 넘치는 목소리로 소화해주셨습니다. 목소리가 조금만 더 컸으면 하는 약간의 아쉬움이 조금 남지만요. 그래도 여자 배역 중에서는 확실히 돋보이는 존재죠.

연 역의 유나영씨, 정말 귀여우시더군요. 비주얼 면에서는 정말 훌륭하십니다. 그런데 목소리가……..엄청나게 강인하십니다. 연기 자체도 엄청나게 세요. 물론 호동을 지키기 위해 칼을 드는 장면이긴 하지만, 그리하여 강인한 연이 버전이긴 하지만, 남자들의 박력에도 지지 않을 정도인데다 목소리가 좀 째지는 부분이 있어 상당히 놀라웠습니다. 한데, 노래가 계속 반주와 안 맞는 것 같은데 이건 제 착각입니까? 네번의 공연에서 다 안 맞을 수도 있는 건가요?

연의 파워 덕분에 이지야말로 진정 청순..은 아니지만 비련의 여주인공이 되어버렸더군요. 도정주씨가 맡으셨는데, 정말 좋았습니다. 연이 강인한 여성상 부분을 연기했다면 이지는 무휼에 대한 사랑으로 고뇌[…는 아니려나]하는 여성상이었거든요. 표정연기가 제일 좋았던 분으로 기억합니다.

호동 역의 조정석씨, 놀랐습니다. 전 사실 성인 남성이 호동의 역할을 어떻게 해 낼것인지 내심 두려워하고 있었거든요. 그런데 무휼 역을 맡으신 분들이 다들 키가 있으신데다가 이 분의 몸짓 하나하나가 정말 귀여운 어린아이 같아서 무척 감탄했어요. 게다가 공연을 거듭할수록 가장 탄력을 받으신 분으로 조정석씨를 꼽고 싶습니다. 노래에 실리는 톤과 울먹이는 떨림의 강도가 점점 강해지더군요. 공연이 끝날 때쯤 되면 아버지 무휼을 넘어서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느낌마저 들 정도로 말이죠.

괴유 역의 김영철씨, 공연 기간 동안 여인네들 여럿 잡으셨습니다. 스토리상 괴유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다 엄청나게 화려합니다. 무술 신도 그렇고, 복장 및 외모도 그렇고 말 그대로 반짝반짝 하지요. 처음에는 마치 자객, 암살자, ‘해결사’ 처럼 보이는 모습에 아주 복잡다단한 감정[꺄아아아악! 너무 좋아!!! 으웃, 그런데 너무 약았어. 아우, 넘 귀여워!!!!]을 불러일으키시더니만 회가 거듭할 수록 점점 더 힘이 들어가셔서리, 점점 더 ‘강인해’ 지시더군요. 반면 체력이 마음을 못따라가시는 것 같아요. 공연 한번 하고 나면 거의 탈력으로 쓰러지시지나 않을까 걱정이 될 정도입니다. 김법래씨와의 공연에서는 목소리가 많이 죽어서 잘 들리지 않는다는 게 약간의 단점일까요.



[왼쪽에서부터 새타니역의 김은혜, 세류 역의 신영숙, 가희 역의 이채경]

가희역의 이재경씨, 처음 등장한 ‘케이크통'[죄송합니다]에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우스워보이지는 않았어요. [위험해보이지는 했지만] 처음 괴유와 대사를 치고받는 부분은 아직 독초가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독기가 서려 있는 듯한 인상이었습니다만, 천상에서 내려다 보며 노래를 부르시는 모습은 최고였습니다.

세류역의 신영숙씨, 세류의 역할이 축소된게 정말 아쉬울 정도였습니다. 복장도 조금 불만이지만요. 여하튼, 목소리도 연기도 좋았어요. 두 번 정도는 노래가 약간 떨리기도 했지요. 불행히도 극중에서 세류의 여성적인 부분이 너무 많이 감춰져서 말 그대로 무휼을 ‘수호하는 역’으로만 부각되었지만, 당신이 창을 휘두르실 때마다 전 죽어요.

새타니 역의 김은혜씨,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에 남는 곡이자 극의 제일 첫부분 등장하는 해명과의 듀엣곡을 부르셨습니다. 확실히 혜얍님일 때와는 해명과의 파워에서 밀립니다만, 그래도 확실하게 인상을 심어주고 들어가셨지요.


캐스팅 이야기만 계속했습니다만, 아무래도 이런 식이 말을 풀어나가기가 쉬울 것 같아서 말이지요. 발광을 해도 괜찮을까………….하는 생각이 드는데, 다음 포스팅에서 뮤지컬 이야기를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저절로 발광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마지막으로 보고 온 17일 저녁 공연은 유난히 실수도 많고, 사고도 잦았던 공연이었습니다. 사실 관객들도 제일 많았고 카메라도 제일 많았던 공연이었던 것 같은데, 그 때문에 긴장을 한 것일까요. 보는 제가 다 아슬아슬 조마조마하여 가슴이 아프더군요. 자그마한 실수 정도야 처음 공연을 보러오신 분들이라면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데, 누구의 눈도 속일 수 없는 대형 사고가 좀 많이 나서요. 이 기억을 없애버리기 위해서라도 회사를 휴가라도 내고 다시 보러가고 싶은데…..

………….휴가는 낼 수 있어도, 자금 사정이…………..ㅠ.ㅠ
현실이란 잔인한 겝니다.

크흑.

뮤지컬 바람의 나라 팸플릿

별님사랑에서 해색주님이 스캔해주신 녀석들을 가져왔습니다.
 



만화 이미지를 엄청나게 사용하고 있군요. 실사와 만화를 합성한 포스터의 경우, 그림이 작았을 때에는 영 어색했는데 크게 보니 훨씬 자연스러워보입니다. 연 역할의 배우분이 무척 아리따우시네요.

드디어 시작입니다. 단체 관람이 있는 이번주말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프리뷰 1:
Hot! 뮤지컬 [바람의 나라] 연습현장 – 인터파크
프리뷰 2:
[피플] 장대한 고구려 역사 속 운명의 주인공들을 만난다. 뮤지컬 <바람의 나라> – 티켓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