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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

12월 13일 운 좋게 시사회에 참석할 수 있었고,
그 다음날 두 번을 더 봤습니다.


아직 뽕이 덜 빠졌는데
대형 스크린에서는 개봉 1주일만에 한국 영화에 밀려 내려가기 시작했다는 소식이네요.
젠장, 마감만 아니었어도.

일단 처음 봤을 때 이 영화에 대한 인상은
드디어 디즈니 산하 루카스필름이 조지 루카스에게서 독립을 선언했으며
에피9 이후로는 진짜 새로운 스타워즈 세대가 시작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조금 얼떨떨했어요.

이야기가 제가 이제까지 원하던 방향으로 정확하게, 그야말로 “가야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멍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왔습니다.

굳이 그렇게까지 대놓고 말할 필요는 없잖아.
조용히 암시하기만 해도 다 알아들었을 텐데.
이렇게까지 바보처럼 취급 안해도 됐을 텐데.

지난 시대가 끝난다는 건 이런 기분이군요.
김일성이 죽고, 김대중이 죽고, 세상이 바뀌고 세대가 교체되는 것을 현실에서도 수없이 봤건만
실제로 이렇게 실감하는 건 픽션을 통해서라니.

제 어린시절이 이제 완전히 지나갔다는 것을 납득했습니다.
개봉날 아침 2, 3차를 찍고 나서 깨달았어요.
처음에 느꼈던 그 위화감은 이성과 감성이 조화되지 못한 탓이라는걸.
머리로는 분명히 이해하고 있는데, 감정적으로는 그걸 아직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걸요.
한번 더 보니 그제서야 감정적으로도 대충 정리가 되더라구요.

그런 다음에야 비로소 영화를 영화로 볼 수 있게 되었고,
그때부터 열광할 수 있었습니다.

“깨어난 포스”가 “새로운 희망”의 재구성으로 시퀄 3부작의 포문을 열었다면

“라스트 제다이”는 전작의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제국의 역습”을 계승하고 있으며,
한발짝 더 나아가 “제다이의 귀환”, 그리고 다시 “새로운 희망”까지 한 바퀴를 돌아
앞으로 새로운 시작이 있음을 알립니다.

스타워즈 클래식이 미래의 이미지로 과거를 그렸다면
이 작품은 미래를 가장한 과거의 이미지로 현대를 말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제 신화라기보다는 현실이 되었고
어쩌면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더 이상 관조하는 마음으로 옛날 옛적 이야기를 듣듯이 마음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닌 것이죠.
우리는 이제 먼 옛날 머나먼 우주에서 일어난 동시대의 이야기를 듣고 있습니다.

저는 이게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차피 일어나야 하는 일이었고, 일어날 일이었으며,
루카스필름은 이를 꽤나 현명하게, 그리고 무난하고 어찌 보면 꽤 보수적으로 해 냈습니다.

영화는 전작에 비해 복잡하고
구조는 훨씬 현대적이 되었습니다.
덕분에 다른 스타워즈 영화들과 굉장히 느낌이 다릅니다.
두 진영이 심지어 네 진영으로 늘어나면서 서로 다른 관점의 이야기를 하거든요.

가장 훌륭한 점은 극중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들이 한 단계 더 성장한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레아 장군님까지도 새로운 사실을 깨닫지요.
이 영화는 변화에 관한 것이고, 스타워즈 영화 사상 이를 가장 잘 그리고 있기도 합니다.
[아 다시 생각하니 프리퀄 진짜 아까워 죽겠네요, 조금만 더 잘 만들었으면 진짜 괜찮은 영화들이 됐을텐데]

“깨어난 포스” 직후의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이어서 본다면 두 영화가 같은 이야기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분위기가 다릅니다.

하지만 이건 “새로운 희망”과 “제국의 역습”도 마찬가지였죠.
“제국의 역습”이 사람들의 기대와 상식을 깨트렸다면,
“라스트 제다이” 역시 기존작들에 기반한 사람들의 기대와 상상을 깨트립니다.
그리고 좋은 점은, 그것이 필연적으로 가야할 길로 가고 있다는 거고요.
가장 안 좋은 스토리텔링이 예상을 깨트린다면서 가서는 안될 길로 가는 건데,
“라스트 제다이”는 이를 아주 잘 해 냈어요.
일부러 자극을 하는 바람에 조금 짜증을 내게 하긴 하지만.

영화가 긴 데다 하고 싶은 이야기도 많다 보니
클라이맥스가 세 군데, 아니 마지막까지 네 군데나 됩니다.
보고 나면 진이 빠져요.

개인적으로 루크의 광팬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많이 보여주었고 나아가 비중이 너무 커서 영화적으로는 조금 불만스럽습니다만
[레이의 주인공 지분을 빼앗아가 버렸어요.]
그러한 선택을 한 이유도 이해하고
제가 원하는 결말을 맞게 해 주어 만족했습니다.
[캐릭터 해석은 나중에. ㅠ.ㅠ 으어 완전 할말 많은데 이미 트위터에서 막 조각조각 해버려서 정리하기가 애매하네요.]

눈물나게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아서.
정말 여러 번 울컥울컥 했습니다.
좋아요. 보고 나서 할 이야기가 많아서 좋습니다.
“깨어난 포스” 때는 꺄아! 말고는 별로 할 이야기가 없었어요.
하지만 “라스트 제다이”는 정말 할 이야기가 많습니다.
좋군요.

아, 그러나 정말 왜 하필 12월 중순 개봉인지. ㅠ.ㅠ
몇 번 더 보고 싶은데 시간이 안 나네요. 4D와 더빙을 꼭 보고 싶은데.
이번엔 10번을 채우기 힘들겠어요.

덧. 그리고 불만이 없느냐! 하면 꺄하하하하하하 왜 없겠습니까.
아, 설명 좀 작작하고 너네 상상력 너무 떨어지고 비유적으로 현대 역사 차용하는 건 알겠는데
대체 머나먼 옛날 우주의 그 ‘이질적인’ 분위기는 어디다 쌈싸먹고 왜 다 익숙한 이미지밖에 없으며
[일해라 디자인 팀 캐릭터 인형 좀 작작 만들고]
편집 자체가 튀는 게 아니라 애들 연기가 튀는 대목들을 보고 저기서 잘라 넣었구나 싶고

덧2. 그치만 이미지는 좋았다. ㅠㅠㅠㅠ 젠장 그야말로 아트 컨셉트를 그대로 가져온 듯한 화면과 이미지와 우주전 엉엉엉 그래도 이 영화에는 전투기들 우주전이 있어 ㅠㅠㅠㅠㅠㅠㅠㅠ 쌍제이 젠장 다음 영화 걱정되네, 그리고 광검 쓰는 거 최고다. 크흡 배우들 왜 이렇게 다들 좋니. 아담 드라이버 캐스팅 진짜 신의 한수다. 더럽게 연기 잘해. 그리고 데이지 리들리가 제일 잘생겼음. 공화군 여성 전사들 최고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포 이자식 여기서는 짜증나는데 진짜 잘생겼어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아 내가 포그, 비비에잇도 그랬지만, 디즈니 이자식들 너무 캐릭터 돈벌 생각만 한다고 투덜거렸는데 귀여워서 견딜수가 없다. 악랄한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