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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C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BBC의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3부작.
나온다는 소식을 들었고 보고 싶었는데 왓차에서 발견했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내가 평생 좋아하고 좋아할 작가이고
누가 만드는 어떤 작품이든 어떻게 해석하고 재구성했을지 궁금해져서 계속 손을 대게 된다.

깔끔하고, 속도감도 있다.
찰스 댄스의 판사님은 원작보다 지나치게 우아하고
에이단 터너의 롬바드는 대놓고 섹시함을 무기로 사용하고 있으며
베라 배우의 그 신경질적인 톤도 좋았다.
과거와 현재를 지나치게 대비시키는 게 아닌가도 싶었지만. 베라 클레이턴은 섬세하면서도 대범하고, 평범한 것 같으면서도 어딘가 크게 어긋나 있어서.

그리고 미란다 리처드슨 무서워….진짜 무서워.
에밀리 브랜트 비중은 크지 않은데 가장 인상적인 인물 중 하나고,
해석도 좋더라.

아마 공중파에 방영한 적이 있었던 걸 왓차에 가져온 모양인지
끊임없이 피워대는 담배가 전부 블러 처리 되어 있는 게 단점.
이건 언제가 되어도 익숙하지 않을 성 싶다.

“나는 부정한다” (2017)

사용자 삽입 이미지대강의 플롯 – “홀로코스트 부정론자와의 법정 다툼” – 은 들었지만

제목이 “나는 부정한다”인지라
이렇게 정공의 입장에서 – 비록 ‘방어’긴 하지만 – 보여주는 영화일줄은 몰랐다.
여러 모로 기대와는 어긋났는데
레이첼 와이즈의 캐릭터 때문인지
차분하고 덤덤하게 보여줄 것이라 생각했으나 생각보다 열정적이었고,
반대로 법정 공방은 영국 법정이 배경이다 보니 평소에 상상하던
법정 영화와는 꽤 다른 모습이었다.
지저분한 부분들을 의도적으로 가린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그런 점에서 지극히 영국적이다.
어쩌면 이건 영화 속에서 법정변호사가 일부러 부정론자와 눈도 마주치지 않으며
상대하지 않는 것과 비슷한 맥락인지도 모른다.
5.18 북한개입설 등 시시때때로 저런 수많은 음모론과 의도된 왜곡 주장들을 접하고 있어서
우리나라, 아니 적어도 나와 같은 이들은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
저런 자들은 어째서 항상 비틀고 왜곡하는 논리가 그리도 똑같은 걸까.
상식의 승리라고 해야할지도 모르나
놀랍게도 상식이 승리하지 못하는 경우가 필요 이상으로 많고
이미 십수년이 지난 일임에도 이는 유럽에서도, 그리고 우리나라에서도 현재진행형이다.
모든 의견이 동등한 것은 아니며, 어떤 의견은 들어줄 가치가 없다.
특히 요즘에는 지나칠 정도로 실감하는 문구다.
덧. 미국인이 영국인들 사이에서 느끼는 문화차이가 꽤 재미있었다.
유대계 미국인이다 보니 거기에 한 층위를 더 얹어서.
덧2. 영국여행을 가서도 느낀 거지만,
님들하, 제발 술 좀 작작 마셔. ㅠ.ㅠ

“In the Flesh’

트위터에서 영업당해서 보기 시작했는데

영국 드라마답게 1시즌이 3화짜리라 단숨에 끝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우와, 이거 물건이네요.
좀비를 소재로 이런 드라마를 만들 수 있다니.
보통 우리가 생각하는 좀비물이 아니라
죽었다 살아난 자들을 약물치료로 정상인처럼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런 환자들을 Partially Deceased Syndrome이라고 부릅니다.]
그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한 뒤에 일어나는 사건을 다루고 있습니다.
‘로튼’이라는 작은 마을 안에서
[Rotten이 아니라 Roarton입니다. 의도적인 것 같긴 하지만
살아돌아온 자들을 Rotter라고 부르거든요]
주인공 키어런의 가족들을 중심으로
여러 다양한 사람들의 반응을 보여주는데요.
질병, 전쟁, 또한 키어런이 동성애자라는 점에서
정말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3화를 보고 정말 펑펑 운 것 같네요.
BBC 이 자식들 진짜 이런 드라마 내놓는 거 보면 가끔 얄미울 정도입니다.
2시즌도 방금 완결된 것 같은데
영자막을 구해서라도 봐야겠어요. 으으.

“Hollow Crown” 리처드 2세

1. 우와, 벤 휘쇼 요망스러운 것.

진짜 보고 있으면 ‘요망스럽다’는 말 밖에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다.
표정과 목소리도 그렇지만
손 끝 하나하나의 움직임이! 으악!!!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아니 그런데 왜 “홀로우 크로운”에서
히들이 움짤은 그리도 많이 도는데 벤 휘쇼 움짤은 그렇게 드물단 말인가!
얘도 엄청 찾기 쉬워야 하는 거 아냐?
저렇게 움직임 하나하나가 예술인데!
2.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후반부에 리처드 2세에다가 예수 이미지를 그렇게 노골적으로 덧씌우면..
아니, 나야 외국인이니까 보면서 ‘거, 장난 한번 사악하게 치는구만.’으로 끝나지만
이거 영국애들이 볼 땐 기분 참 묘하겠어.
물론 리처드가 자기 입으로 직접 비유하긴 하지만
연출이 분명히 엄청나게 진지한데 너무 진지해서 아무리 봐도 조롱이야. -_-;;;
3. 이런 걸 보고 있으면 BBC가 참 세금 하나는 알차게 쓴다는 느낌이 든다.
울 나라도 돈 좀 팍팍! 들여서 이런 시대극 한번 찍어보지 않으려나.
요즘 와서는 꽤 괜찮은 물건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이상하고 정신나간 퓨전 사극, 시간 여행 뭐 이딴 것좀 그만 만들고 이 사람들아.
4. ……한편 보는 데 사흘 걸렸어.
앞으로 세 편이 더 남았는데. ㅠ.ㅠ
처음에 큰맘 먹고 나름 영자막 받았는데…
5분도 안 되어서 포기. -_-;;;;
눈과 머리와 귀가 도저히 못따라가겠다. 어흙.
건 그렇고 다시금 셰익스피어 아저씨에게 감탄 중.
작품을 통한 처세술이 참…장난 아니랄까.
5. 패트릭 스튜어스 씨는 정말 포스가 다르구나.
발성이 달라서 그런지 아저씨가 입을 알면
그 아저씨 주위만 감정과 분위기가 뭐랄까, 스테레오로 변해. -_-;;;
이거 제대로 표현한 건지 모르겠네.
이건 무대 경험 덕인 걸까, 역시.  
6. 그런데 저 헨리가 나중에 제레미 아이언스 씨가 된단 말인가?
진심?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