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9년 6월월

“가만한 당신”

한국일보에 연재 중인 칼럼 모음집.
현대 사회에 뜻깊은 영향을 미친 사람들의 부고를 모았다.

서른 다섯 명이나 된다고 하는데 정말 순식간에 읽었다.
아는 인물도 있고 모르는 인물도 있고, 내가 사망소식을 기억하는 인물들도 있다.
내가 아는 것이 얼마나 좁고 한정되어 있으며 동시대 소식에 무지한지 다시금 깨달았다.
또한 나 자신의 삶이 의미없다고는 하지 못하겠지만 – 실제로 뭔가를 이룩하는데 크게 관심도 없고
치열하게 살 수밖에 없었던 사람들과 그들이 더 낫게 만든 세상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인류에 대한 환멸보다 그래도 애정이 우선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약간 뜻밖이었던 것은 존엄사와 조력자살과 관련된 인물이 다른 분야에 비해 눈에 띄게 자주 언급된다는 것.
‘죽음을 앞둔 사람들”이었기에 현 시대에 부고를 들을 수 밖에 없는 인물들이었을 수도 있고,
“부고”를 쓰는 필자이기에 죽음에 대한 태도에 더욱 관심이 많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은 개인적으로도 관심이 많은 분야라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어.

“함께 가만한 당신”도 같이 샀는데, 번외편도 있네.

“우리 사이 어쩌면” (2019)

넷플릭스 작.


나는 거친 말이나 자기 비하 류의 코미디를 좋아하지 않고
그런 점에서 넷플릭스에서 스탠딩 코미디를 몇 번 시도해봤다가 결국 포기했는데
엘리 웡도 그 중 한 사람이다.

다만 랜달 박과 아시아계 배우들끼리 로맨스 코미디를 찍는다는 점이 흥미로워서
예고편이 나올 때부터 궁금했는데
기대보다 훨씬 정통적인 로맨스물이 나왔다.

누구나 주연배우들의 외모를 보면 이게 평범한 로맨스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할 텐데
코미디 부분도, 로맨스 부분도 굉장히 정석적으로 풀어냈어.
키아누 리브스 출연 부분은 약간 과한 장면들이 있기는 했으나
배우들이 너무 즐거워하고 있는 게 보여서 다른 무엇보다 그 부분이 웃음 포인트.

아, 그리고 마커스의 음악은 생각보다 좋았고
특히 엔딩 크레딧은 정말 길이길이 남을 걸작이라고 생각한다. 낄낄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보다 더 즐거운 작품이었다.

덧. 그렇지만 랜달 씨, 아무리 그래도 김치찌개 먹을 때에는 밥이 필요하다는 걸 지적하지 않았단 말입니까. ㅠ.ㅠ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계속 묵혀두었다가 이제야 용기가 나서.

이야기는 들었지만 “노벨문학상”이라고 들었기에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다른 형식을 띄고 있다. 실존 인물들에게서 듣는 일화들의 연속으로, 일종의 다큐멘터리 형식에 가깝다고 볼 수 있으며 짤막짤막한 기록과 입말을 듣는 것만으로도 굉장히 피곤하고 감정적인 소모가 엄청나다.

90년대에 처음 발표된 글이기에 책 첫 머리에 당시 검열로 인해 잘려 나간 이야기들이 먼저 수록되어 있는데 이미 그 몇 십 페이지 되지 않는 부분에서 넉다운. 밖에서 읽다가 눈물 줄줄 흘리는 게 좀 쪽팔려서 공개된 장소에서 읽으면 안되겠다고 다짐했다.

2차 대전 당시 소련과 동부권에서 가장 처절한 전쟁을 치렀다고 알고는 있었으나
아무래도 내가 접하는 거의 모든 자료들이 서유럽, 영문 자료 중심이라
아마 이 책이 내가 접한 중에서 전쟁 중 러시아를 가장 생생하게 그린 작품이 아닐까 싶다.
작가도 말하고 있듯이, 전쟁의 잔혹함과 그 트라우마에 대해 이미 많은 병사들의 호소를 접한 바 있지만 [비록 이 경우에는 러시아라는 특수성 때문에 서유럽보다 훨씬 경직되어 있긴 하지만] 여성들, 그것도 당시 애국심에 충만해 있던 십대 여성들의 눈으로 본 전쟁은 확실히 더욱 끔찍하게 느껴진다. 중심 소재에 초점을 맞추느라 스쳐지나가긴 하지만 당시, 그리고 그후 러시아 상황에 대해서도 좀 더 깊게 알고 싶다는 궁금증도 자극하고.

가감없는 현실이다보니 어떤 픽션보다 더 힘들었어.

“다크 피닉스” (2019)

엉엉 정말이지 그 이름을 부르다 죽을 엑스멘이여. ㅠ.ㅠ
너네가 스타워즈 다음 내 본진이다, 엉엉.

일단 적어도 “아포칼립스”보다는 나은 영화입니다.
재미도 더 있고 주제의식도 그보다 더 뚜렷합니다.

문제는 짱센 여캐를 보여주려고 하다가 오히려 주제를 놓치고 산만해 졌다는 점일까요.
엑스멘 3보다는 그래도 훨씬 나은데
킨버그가 왜 이렇게 다크 피닉스에 집착하는지 모르겠군요.
솔직히 별로 잘 다루는 편도 아닌 것 같은데.

영화 제작 중에 폭스가 디즈니에 넘어가는 바람에
폭스 엑스멘 프랜차이즈가 그야말로 산산조각 개판이 났는데
그래서 불만스러운 많은 부분에서 “젠장, 그치만 이게 다 어른의 사정이잖아” 하게 됩니다.
실제로도 그래서 이런 식으로 끝낸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아 정말 디즈니와 MCU 너무 싫고. ㅠ.ㅠ 영원히 제 원수가 될 겁니다. ㅠ.ㅠ
그리고 폭스 이자식들 너네는 뭘 잘했다고 웃어.)

원래대로라면 미스틱도 살아 있어야 했고
진도 돌아왔어야 했고
다른 캐릭터들도 얼굴을 비췄어야 했죠.
시리즈의 피날레인데도 영화 규모가 무척 작습니다.
판은 큰데 이야기의 규모가 작아서 보는 동안에도 아쉬워요.
이보다 더 길고, 더 크고 복잡했어야 하는 스토리였는데 정말 후다닥 끝내버린 느낌이 강합니다.
이건 아니지 이 자식들아.

그런데 확실히 액션 부분은 다른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도 발군이고
이것이 바로 협동과 연계 플레이와 공간 활용이라는 것이다!!
를 외치고 있는데 루소 이 자식들아 다른 영화들을 보고 좀 배워라. -_-;;;;;
너네 너네들이 영화 못 찍는 건 알고 있는 거지?
스톰과 매그니토 싸우는 건 정말 희열감이 느껴지고
나이트크롤러도 여기서 이렇게 끝나서는 안되는 캐릭터고
엉엉, 스콧이랑 진은 엉엉엉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퀵실버랑 행크가 좀 미흡하긴 했는데 아예 안나온 주빌리보단 낫지 않습니까. 젠장

3D 효과는 별거 없으니 그냥 2D를 보러 가시길 권합니다.
아이맥스는 좋았어요.

정말이지 영화 보고 나와서 불평만 늘어놓고 마블과 디즈니에 대한 욕이란 욕은 전부 쏟아냈는데
두번 보고 나니 그냥 모든 걸 놓게 되네요.
그냥 좋았어요. 좋았다고요. 좋을 거예요. ㅠ.ㅠ

진도 진인데 진짜 찰스 ㅋㅋㅋㅋ 캐릭터가 이렇게 풍성해도 되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