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17년 9월월

토끼의 아리아

너무 오랫동안 책을 안 읽어서 일단 국내 작가부터 시작하기로.

 이제까지 읽은 곽재식 작품들은 다들 좀 시끄럽고 산만한 데가 있어서 읽고 있으면 귓가가 근질거렸는데 – 거의 코니 윌리스 급이었다. – 의외로 이 작품들은 톤이 낮춰져 있었다. 발표년도가 섞여 있는 것 같은데 내가 익숙해진 걸까.아니면 내가 이제껏 한쪽으로 치우친 작품들만 읽었던 걸까. 아마 후자 쪽이 아닐까 싶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웃었던 작품은  “박흥보 특급”. “박승휴 죽어라” 도 좋았어. 이렇게 쓰고 보니 내 취향이 극명히 드러나는군. “토끼의 아리아”는 드라마화 덕분에 워낙 제목을 많이 들었는데 이런 내용이었구나. 정말로 ‘간’ 이야기였을줄은. 이 맥주 탐정이 등장하는 다른 이야기도 읽어보고 싶다.

읽는 내내 내가 ‘동시대 작가의 동시대 작품을 읽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다. 듀나 작품을 읽을 때 가장 신기했던 것이 내가 익숙한 상황과 문화적 배경이 근간이라는 사실이었는데 듀나가 나보다 몇 년 앞서있다면 곽재식 작품 속의 배경은 내가 살고 있는 공간뿐만 아니라 문자 그대로 같은 ‘연도’와 함의를 공유한다. 어릴 적부터 늘 ‘과거’ 작가들의 ‘과거’ 세상을 배경으로 하는 ‘과거’ 작품들을 읽어왔는데, 내가 세월을 벌써 이렇게 따라잡았다는 사실이 신기하다. 르 카레가 현 시대를 배경으로 쓴 작품을 읽었을 때와는 또 다른 기분이다.

동시에, 가끔은 시대상을 남기는 데  너무 집착하는 건 아닌가 하는 느낌도 있다. 사회고발도 좋지만 플롯과의 균형이 맞지 않아 주객이 전도되었다고나 할까. 가끔 짧고 둥그스름한 몸뚱이가 앞쪽이 더 비대해 기울어진 채 작은 다리를 버둥거리는 모양새처럼 느껴진다. 젠장, 역시 표현력을 늘려야겠어.

쌍제이가 돌아옵니다.

트레보로우의 하차로 공석이 된 스타워즈 에피소드 9에
J. J. 에이브람스가 각본 겸 감독으로 다시 돌아온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J.J. ABRAMS TO WRITE AND DIRECT STAR WARS: EPISODE IX

제가 비록 케네디 사장님을 믿지만,

아니야, 마무리인 에피9에 쌍제이는 아니야.
내가 깨어난 포스가 생각보다 준수하게 나왔다고 나름 기뻐하긴 했지만
그 과거 회귀로 점철된 화면과 패러디와 후반부 전투는
다시 보고 싶지 않다고.

처음 이것저것 뿌리는 건 잘해도
떡밥회수 못하고 마무리 못짓기로 유명한 감독을 왜 마지막에다 ㅠㅠㅠㅠㅠㅠ

실은 현재 에피8 마지막 제다이를 작업 중인
라이언 존슨에게 먼저 제안이 갔다고 합니다만
라이언 감독이 고사했다고 하는군요.
쌍제이는 차선책이었고 아무래도 방법이 없었던 듯 합니다.

젠장, 안그래도 라이언 존슨 감독이 에피 7에 보이는 것 외에 다른 설정을 전혀 안 해놔서
그거 뒷수습 하느라 골치아팠다는데
양껏 모양 만들어잡아놓으니
돌아와서 헤헤거리며 마무리 짓는 겁니까.

다시 말하지만
그래, 감독은 둘째치고

각본만이라도 다른 사람한테 맡기면 안 되겠니.
얘는 사고방식이 딱 열살짜리 사내자식에 머물러 있단 말입니다.
새로운 게 전혀 없다고요.
스타워즈 전체를 관통하는 신화나 원형보다는
그냥 ‘눈에 보이는 것’만을 갖고 노는 걸 좋아할 뿐이라고요.

디씨에 조스 웨던이 붙더니
스타워즈엔 왜 또 다시 생각도 못했던 쌍제이야 ㅠㅠㅠㅠㅠ

깨어난 포스도 루카스필름의 개입 없이는 저 정도로 못나왔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실은 그런 시스템이 절대 좋은 게 아니잖아. ㅠㅠ

황당한 건 미국팬보이들이 쌍수들고 환영하고 있다는 건데
거야 너네들은 그렇겠지, 머리에 든거 없는 그 자식하고 똑같으니까!!!
깨어난 포스에서 말아먹은 설정이 몇 개인데 왜 걔는 환영이냐고!!
걘 광활한 스타워즈 ‘세계’ 자체에는 관심이 없는 놈이라고!!!
팔콘과 엑스윙과 스타 디스트로이어 말고는 우주선이 없는 줄 아는 놈이야!!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
정말로 이 이후엔 ‘로그원’ 같은 거 못나오는 거야? ㅠ.ㅠ

케네디 사장님만 믿고 가기엔 그러기엔 엉엉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