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북”(2018)

친구 덕분에 시사회로.

제목은 아직 미국 내 인종차별이 극심하던 시절, 도로를 이용해 미국을 여행하는 흑인들을 위한 안내서를 가리킨다.
유명한 흑인 재즈 피아니스트와 어쩌다 그의 운전사로서 함께 투어 여행에 나서게 된 전형적인 이탈리아계 이민자의 이야기.

보는 내내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조마조마했는데
아주 크고 심각한 사건 없이 – 이건 보는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 무사히 여정을 마치고 도착해서 다행이었다. 내가 그동안 너무 헐리우드스러운 스토리에 익숙해져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돈 셜리라는 인물이 굉장히 복합적인데,
흑인이지만 정통 클래식 교육을 받았고, 자신이 대표하고 있는 집단을 알고 있기에 의도적으로 상류층으로서의 마음가짐과 태도를 견지하려고 노력하며 또한 동성애자이기도 하다(바이라고 해야할지도). 즉 사회 집단의 어떤 곳에서도 주류로 속하지 못하며 동시에 그러기를 거부하는 인물. 인간이란 역시 하나의 기준으로 딱 떨어지는 게 아니라, 여러 각도와 관점에서 서로 다른 위치와 입장에 처할 수 있는 것이다. 아니 근데 이 사람 그 시절에 박사학위가 세 개나 돼…인간이냐구.

당시 이탈리아계 이민자도 사실 소수라면 소수에 해당하고 스테레오 타입에 얽매어 있긴 한데, 유럽인 남성으로서 토니가 누리는 자유란 극중에서 정말 순진해빠질 정도라 실소가 나오다 못해 점점 얼굴이 굳어가게 된다. 비고 씨 스페인어 하는 건 알고 있었는데 왜 이탈리아어도 하는 거요.

실화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 사실 대부분의 실화 기반이 그렇기도 하지만 – 동화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물론 각색이 들어갔겠지만 의도적으로 그렇게 만들었나 싶을 정도로. 크리스마스에 잘 어울리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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