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The End

[#M_5시즌 피날레를 먼저 보시길|less..|
집은 죽어 있었다. 무엇 하나 숨쉬지 않았고, 무엇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하늘 높이 떠 있는 보름달도 차마 창 안을 굽어보지 않았고, 정원의 귀뚜라미 한 마리도 감히 노래하지 않았다. 공중에는 미세한 금빛 먼지 한 점이 멈춰 서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모두 돌아오지 않을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생명과 움직임과 시간을 멈춘 채, 영원히 다시 오지 않을 그를 기다렸다.

그때 그 적막한 공간 한가운데 영구히 지속될 듯한 평형을 깨트리며 불쑥 그림자 하나가 내려 앉았다. 커다란 날개처럼 퍼덕이던 코트 자락이 이윽고 얌전히 그 끄트머리를 접자, 그림자의 주인은 일말의 머뭇거림도 없이 집 안에서 유일하게 끈덕진 목숨을 부지하며 구차한 빛을 발하고 있는 스탠드가 놓인 책상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는 발을 멈추고 아련한 눈빛으로 책상 위를 훑었다. 낡고 초라한 책상의 주인은 마지막 순간의 흔적을 적나라하게 남겨 놓았다. 한 때 버번이 담겨있던 술병은 텅 비었고 톡 쏘는 강한 알코올 냄새는 시간과 함께 그 안에 얼어붙어 영원히 오지 않을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작은 컵 바닥에는 아직 몇 방울의 갈색 액체가 남아 기약없는 미래를 갈망했다. 깔끔하게 쟁여놓은 한 무리의 종이더미는 깨알같은 검은 글씨를 뽐내며 돌아와 어루만져 줄 손길을 기다렸다.

그는 스탠드 불빛 아래 노란 빛을 깜박이고 있는 컴퓨터 모니터 위에 마치 축복이라도 하듯 한 손을 조심스럽게 올려놓았다. 팟하는 소리와 함께 밝은 화면에 생명이 감돌고, 그 주인이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선명하게 되살아났다. THE END, 끝, 결말. 마무리.
 
그는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읽고, 머릿속에 새겼다. 그리곤 섬세한 손을 모니터에서 거두었다.

화면은 다시금 조용히 검은 어둠 뒤로 몸을 숨겼고 컴퓨터는 흡족스러운 듯 마지막 숨을 내뱉으며 짧고 보람찬 생을 마감했다. 이 자리에 없는 주인은 그가 주어진 사명을 다했음을 알고 있으리라. 그리고 이 땅에서 생사고락을 함께 한 그를 반갑게 맞이해줄 것이다.  

한시도 살아있던 적이 없던 물체로부터 생명을 거둔 그는 무심코 피식 웃었다. 그리곤 정색했다.
눈물이 천사의 것이라면 웃음은 인간과 악마의 전유물이었다. 언제부터 그것에 이리도 익숙해졌는지는 알 수 없지만 지금부터라도 그는 과거로, 평온한 상태로, 예전으로, 돌아가야만 했다. 언제나 똑같은 세계, 결코 변화하지 않는 세계, 그리고 결코 변화하지 않는 자기 자신에게로. 그는 굳게 다짐했다.

그리고는 책상 한쪽 구석에 놓여 있던 종이 한 장을 집어들었다. 작가가 집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모니터에 담긴 메시지를 다시 한 번 인쇄한 녀석이었다. THE END, 끝, 결말. 마무리.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에는 그 두 개의 단어 위를 가로질러 푸른색 볼펜으로 두 개의 짙고 굵은 선이 거칠게 내갈겨져 있다는 것 뿐이었다. 처음에는 다소 자신이 없다는 듯 조심스럽게, 그리고 두번째 선은 자신있는 태도로 힘있게 꾹꾹 눌러 담아서.

그의 얼굴에 저도 모르게 미소가 피어올랐다. 그는 고개를 한쪽으로 기울이고는 그 종잇장을 코트 주머니 속에 구겨 넣었다. 다음은 책상 위에 가지런히 쌓여 있는 종이 무더기를 해결해야 할 차례였다. 여전히 한쪽 손을 코트 주머니에 찔러 넣은 채 그는 반대쪽 손으로 집주인이 남긴 마지막 원고을 천천히 어루만졌다. 잠시 후 새하얀 종잇장에서 푸른색 불꽃이 솟아올랐고, 책상 위에는 회색빛 잿더미만이 남았다.  

이제 그는 마지막 임무를 완수했다. THE END, 끝, 결말. 마무리.
그러나 그 위에는 언제든지 푸른색 볼펜으로 취소선이 그어질 수 었었고, 이제 그가 할 일은 새로운 시작을 기다리는 것 뿐이었다. 주인을 기다리는 이 집처럼, 가슴 속 깊이 희망을 품고, 묵묵히.      

그는 빠트린 것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방 안을 휘 둘러보았다. 그리곤 자비를 베풀어, 마지막 구리선 가닥이 끊어질 때까지 벽 뒤에서 전력을 쥐어짤 각오로 사명에 임하고 있는 스탠드의 스위치를 손가락으로 눌러 끈 다음 두 눈을 감고 허공으로 사라졌다.

+++++++

훗, 크립키 아저씨. -_-+++
이제 바통 터치 실력이나 한번 봅시다.

_M#]

[Supernatural] The End”에 대한 2개의 생각

  1. 나마리에

    크립키 아저씨의 the end ㅋㅋㅋㅋ 더 이야기가 있다는 척씨의 마무리 멘트까지 너무 크립키 필이 웃겼어. 근데 척이 마지막에는 흰 셔츠로 빼입고 있으니까 좀 예수 삘이 나던걸. ^^*

    그대의 카스티엘 분위기~~ 근사한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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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크립키 아저씨 팬들을 조련하고 있어. -_-;; 끝은 끝인데 엔드에 줄 좍좍 긋고 남한테 넘기는 6시즌이라니, 크헉. 그런데 ‘계속’이라는 글자를 보면 또 웃게 된단 말이지. ㅠ.ㅠ 저 카스티엘은 팬들이 빙의한 버전이야, 으히히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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