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낙서] 성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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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LSAT 준비에 돌입했을 무렵, 하루종일 아르바이트에 시달린 몸을 끌고 돌아와 밤 늦게까지 피곤한 눈을 비비며 책을 들여다보다보면 간혹 미래에 대한 즐거운 몽상에 빠져들곤 했다. 사기, 불법침입, 공공기물 파손, 혹은 악마를 또는 모습변환자를 사냥하다 살인을 했다는 억울한 누명을 뒤집어 쓰고 경찰서에 잡혀 들어간 아버지와 형. 최후의 최후의 최후의 탈출시도마저 가로막혀 절망과 체념에 사로잡힌 바로 그 순간, 제복을 입은 경찰관이 구치소 문을 열고 손짓한다. 석방이다. 감사의 인사는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변호사 양반에게 하도록. 익명의 영웅이 누구인지 의아해하며 감방을 나선 두 사람은 단정한 양복과 서류가방을 갖춘 채 경찰서 복도에서 당당하게 등을 펴고 서 있는 샘을 발견할 것이다. 두 눈이 휘둥그레지고 심장이 튀어나올 만큼 깜짝 놀라겠지. 샘은 의기양양하게 두 사람에게 말할 것이다. 나도 두 사람처럼 이렇게 사람들의 목숨을 구해요. 아버지는 샘의 그런 깊은 생각도 알지 못한 채 대학에 가겠다는 그를 무조건 윽박지른 과오에 대해 미안해할 것이다. 함박웃음 띈 얼굴로 그의 등을 두드리며 자랑스러워할 것이다. 내 아들. 똑똑하고 잘난 자랑스런 우리 아들. 딘은 늘 그렇듯이 샘과 주먹을 맞부딪치며 멋적은 듯 웃어보이겠지. 너도 쓸모가 있을 때가 있구나, 동생아. 진작에 알아봤었지. 이제야 샘의 진심을 깨달은 두 사람은 그에게 함께 가자 설득하려 들겠지만 샘은 미소지으며 고개를 저을 것이다. 나는 여기 있을게요. 나는 여기서 다른 사람들을 돕겠어요.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음지가 아닌 양지에서. 그리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몸을 돌려 뚜벅뚜벅 걸어나올 것이다. 등 뒤로 쏟아지는 선망과 후회로 가득 찬 두 사람의 뜨거운 시선을 느끼며.
불가능한 일이었다. 샘이 존과 딘을 찾는 것은 불가능했다. 전화기를 들고 숫자를 누르면 간단하겠지만 그는 절대 그럴 생각이 없었다. 두 사람에게서 오는 일방적인 전화도 이미 끊긴지 오래였다. 설사 궁지에 몰린 그들을 찾아낸다고 해도 아버지도 형도 이제껏 늘 그랬듯이 샘이 도착하기도 전에 경찰을 조롱하며 자취를 감추고 사라져버릴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는 자신의 가족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아버지는 웃지 않을 것이다. 그의 등을 두드리지도 않을 것이다. 그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짐을 둘러 메고는 샘과 눈 한번 마주치지 않고 성큼성큼 그 앞을 지나가버릴 것이다. 마치 평생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낯선 이를 무시하듯이 자연스럽게. 딘은 입술을 비틀고 눈썹을 치켜 올리며 아프게 비아냥거릴 것이다. 그깟 먹물 좀 먹었다고 폼 잡는 거냐? 그래 너 잘났다, 변호사 나으리. 아이고 눈부셔라. 곱상한 비단 양복이 눈부셔서 쳐다볼 수도 없네.
심술궂게 꼬인 딘의 목소리와 책망하는 듯한 웃음, 그리고 모든 것을 포기한 초록색 눈동자에 이르면 샘은 퍼뜩 꿈에서 깨어나 창백한 얼굴로 이를 앙 물고 깨알같은 글씨가 춤추는 책장들 사이로 다시 고개를 파묻었다. 부질없는 환상, 허망한 백일몽. 이루어지지 않을 것에 정신 파느니 그럴 시간에 문제라도 하나 더 푸는 게 낫다. 그건 결코 도망치는 게 아니었다.

[SuPerNatural 낙서] 성장…………..”에 대한 10개의 생각

  1. 딘걸

    우악. 샘의 백일몽, 답지 않게 나이브하고 귀엽다다 했더니만 역시 마무리는 헐트구나 ㅎㅎㅎ 흑, 불쌍한 샘 ㅠ.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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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참 소년틱한 꿈이지. ^^* 기본적으로 샘의 까칠한 성격은 이상과 현실의 지나친 괴리에서 온다고 생각하는지라. 딘은 학습된 무기력에 의해 꿈 자체를 포기한 놈이고.
      오해받는 딘도 불쌍한데…히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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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주스

    이번에 본 에피소드가 샘과 딘의 학창 시절 모습이 잠깐 나올때였는데 그게 생각나네요. 선생님에게 네가 하고 싶은걸 하라는 충고를 듣고 씁쓸하게 웃던 샘의 모습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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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나비날개

    저도 어렸을 때 저런 상상을 했었더랬죠. 크게 성공해서 나 힘들게 한 사람들한테 본때(?)를 보여주겠다……뭐 그런 상상이요. 그래서 1시즌의 새미를 보면서 새미도 그런 생각했었겠지….라고 생각했었는데 루크님의 멋진 글로 보게되다니…….ㅜ.ㅜ 맘이 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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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원래 저거 남녀불문하고 어렸을 때 자주 하는 상상이잖아요. ^^ 틀림없이 새미도 저런 꿈을 많이 꿨을 거예요. 아빠랑 형한테 ‘이거봐라~’면서 잘난척도 해 보고 싶었을 테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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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마리에

    딘이라면 입으로는 잘났어 변호사양반, 네가 안 왔어도 문제없었다고 큰소리 쳤어도, 속으론 디게 자랑스러워했을 텐데 말이지. ㅠ.ㅠ
    존도 겉으론 차가워도 한두 주쯤 지나 흐믓한 맘에 아들 생각 했을지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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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마쿠즈

    딘의 포기한듯한 초록색 눈동자를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제마음도 무너지네용 ㅠ 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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