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뚱그려 감상문

1. 영화 “예의없는 것들” – 미리니름 주의
– 신하균이 벙어리 킬러라니 이 무슨 횡재란 말인가!
라는 심정으로 보러 간 영화는 끔찍한 추억을 안겨주었다.
………..이 영화, 대체 하고 싶은 말이 뭐냐. -_-;;;;;;;;;;;;;;;;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다. 나름대로 귀여운 캐릭터와 귀여운 이야기가 아닌가. 그런데 영화가, 도대체 개연성이 없다. 그래, 여자주인공의 캐릭터와 사연까지는 이해하겠다. 그런데 두 주인공의 시덥잖은 과거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어째서 그렇게 시작한 영화가 신파로 끝나야 한단 말인가! 처절함을 노렸는가? 미안하다, 전혀 처절하지 않았다. [그러나 극장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훌쩍임 소리는 세상 사람들의 취향이 진실로 다양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가르쳐 주었다.]

잔인함과 비정함과 아이러니와 희극적인 요소를 조화롭게 뒤섞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혹시 몇몇 감독들의 영향으로 인해 이러한 풍조가 유행이 되어가고 있는가? 그러나 잘못 다룬다면 그것은 어설픈 아류, 거슬리는 감정, 오히려 서로를 가로막는 방해물이 된다. 요소들이 조화되지 못하고 껑충껑충 뛰어오른다. 김민준의 캐릭터가 등장할 때마다 비져나오는 실소를 참을 수가 없었다. 그의 캐릭터성의 의도는 알겠으나, 어느 정도 신빙성 정도는 좀 감안해 달란 말이다. [그 키에 그 체격에 발레라고???? 차라리 살사댄스나 볼룸댄스라면 감정이입 했을 거다.] 악당들은 악당들처럼 보이지 않고, 소위 “예의 없는 것들”에 대해서는 설명과 설득력이 부족해도 한참은 부족하다.

신하균의 마지막이자 유일한 대사 한 마디에서 보여준 연기는 마음에 들었다. [어느 정도 편파적인 요소도 감안하여] 윤지혜도 상당히 마음에 든 편. 구성 그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제길, 그렇다면 시나리오와 연출의 문제인가.

2. 코넬 울리치, “밤, 그리고 두려움”
– 나는 자극적인 현대물에 너무나도 익숙해져 있다. 단편집 두 권에 걸쳐, 내 머릿속에서 뛰어놀던 결말은 `100퍼센트 배신당했다. 전혀 다른 장르의 글을 읽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해야 했음에도. 그러나 그렇기에 오히려 “옛 작품들이 신선하게 다가온다는 것”은 재미있는 일이다.

이건 글로 펼쳐지는 화면에 가깝다. 계속해서 읽다보면 작가의 특색이라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중첩되어 약간의 기시감을 느끼게 되나, 고전적인 긴박감은 훌륭하다. 두 권의 단편집 가운데서 가장 마음에 든 녀석은 2권의 “뉴욕 블루스” 와 “하나를 위한 세 건” [역시 내 성향을 숨길 수가 없나 보다.]

굳이 두 권으로 나누어야 할 필요성은 느끼지 못하겠으나, 가지고 다니기 편하니 용서한다.

3. 크로프츠, “통”
– 아아, 이렇게 “정석”인 녀석은 정말 오랜만이다. 이 녀석은 소설이라기보다 다큐멘터리, 혹은 수사 보고서에 가깝다. 정통적인 경찰 수사물. 이런 경찰다운 경찰, 탐정다운 탐정이라니, 훌륭하지 않은가!! 의문의 사건이 발생하고,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영국의 경찰과 파리의 경찰이 도버 해협을 오고가고 용의자의 변호사가 무죄의 증거를 찾기 위해 고용하는 사립탐정까지 등장한다. 그들은 모두, 용의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행적을 따라다니며 하나하나 증언들을 수집하고, 가설을 세우고, 증거를 발견하고, 주변 인물들을 탐색하고, 절망하지만 다시 수첩을 꺼내들고 기차시간을 계산한다. 그들은 현학적이지도, 문학적이지도 않으며, 쓸데없는 설명으로 시간을 낭비하지도 않는다. 진정한, 목표를 향해 진득하게 돌아다니는 불독들이다.

유연한 재미, 인물들의 대립관계나 캐릭터성, 말장난과 같은 요소들을 더 높이 산다면 약간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이 녀석은 순수 그 자체다.

뭉뚱그려 감상문”에 대한 7개의 생각

  1. lukesky

    네모스카이시어/ 오, 그런가요? 주변 평이라도 좀 들어보고 갈 걸 그랬군요. ㅠ.ㅠ
    하늘이/ 땡큐. 하지만 ‘비져나오다’는 의도적인 표현이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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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체셔

    <통> 참 정직하게 재밌죠? 코넬 우리치는 그 분위기를 엄청 사랑하는 작가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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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고공강하

    내가 기억하기론 신하균의 대사는 3번 나왔어. 오뎅 먹다가 "앗뜨거"라고 한 번 했고, 마지막에 "사랑해"인 듯한 거하고… 한 번은;; 뭐였지??? 그새 까먹었다;
    내가 봤을 때, "예의없는 것들"의 주제는 예의없는 것들을 때려 잡아야 한다는 것 같기도 하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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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lukesky

    체셔/ 정말 ‘정직’하더군요. ^^* 이번에 백주년이라 그런지 코넬 울리치 책이 꽤 나오더라구요.
    고공강하/ 흠, ‘뜨거워’는 기억날 듯 하지만 나머지 하나는 잘 모르겠네요. 아니, 그 ‘예의없는 것들’에 대해 제대로 규정을 안한다는 게 문제랄까요. 제대로 된 이유도 없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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