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별 글 목록: 2025-05-13

중국 여성 SF 걸작선

사놓기만 하고 미뤄뒀던 책과 영상들을 해치우는 중.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도망가는 별”, “우주 끝 네스토랑”, “평형 공식”.
“도룡”은 중간에 내용을 짐작했음에도 취향인 내용이라 흥미진진했고 “얼굴없는 여자아이 연화”도 좋았다.

전체적으로 괴담이나 설화의 형식을 띠고 있는 작품들이 많은데 편집자의 작품해설에 따르면 중국적인 색채를 지닌 작품들을 선별하다 보니 결과적으로 그렇게 된 듯 하다. 민간설화는 기본적으로 미스터리를 기반으로 하고, 괴담은 그것과 곧장 이어지니까.

읽으면서 작품 외적으로, 정확히 말하자면 나 개인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는데
나는 한국에 아직 중국과 일본의 잔재가 많이 남아 있었으나 동시에 서구세계를 지향하던 시기에 성장한 사람으로서 자의와 취향에 따라 후자의 문화를 선택한 인간이라 첫 몇 편을 읽기까지 이 분위기에 선뜻 익숙해지지 못했다. 일본만 해도 문화적으로 접할 기회가 많았지만 중국은 일단 문화고 역사고 너무 방대하여 고대 신화라고 해봤자 기초적인 것밖에 알지 못하고 고전 쪽은 완전히 문외한이다 보니 자주 등장하는 주석이 반갑지 그지 없었다. 하기야 접한 총량이 다르니 영미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인용이나 레퍼런스를 지금 수준으로 당연하게 여기기까지 걸린 시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겠지만.

그나마 중국은 우리와 역사적으로 깊이 얽힌 나라인지라 이런 생각이라도 하는 것이겠지. 같은 한자문화권이고, 서양문화보다 친숙하며, 그들의 과거와 현재와 우리와의 국제관계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솔직히 남미 문학을 읽을 때는 비슷하게 낯설면서도 여기까지 깊이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여성 및 논바이너리 작가들의 작품 모음집인데, 작품 자체들이 낯설다 보니 작가들에 대해 자세히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다만 그 때문에 주인공이 주로 여성일 것이라 예상했으나 생각 외로 소년이 많이 등장했다는 정도. 중국 문학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오히려 남성을 대변하게 되었다는 편집자의 해설이 무척 흥미로웠는데, 어쩌면 그것과 관련이 있다고도 볼 수 있을까.

여하튼 지금의 중국은 처음 개방하던 시기, 내가 기억하던 중국이 아니고 오히려 멀어진 느낌이기에 그래서 더 많이 접해보고 싶다. 궁금하잖아. 너무 궁금해. 언정소설이라도 많이 읽어봐야 하나. 그치만…그치만 길어!! 누가 중국 작가들 아니랄까봐 다들 길다고 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