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가 끝났다


1주일 간의 화려한 축제는
두터운 카드 사용 영수증 더미만을 남기고 끝나 버렸다. [지인들 사이에서는 다음달 카드 고지서로 망무기 춤을 춰야 한다는 말도 돌았다.]
화려하지만 행복하고, 동시에 허무한 꿈이었다.
하지만 혜압의 말대로, 아무리 허무한 꿈이라도 꾸지 않으면 더욱 허망해지는 법이다.

솔직히 말하자. 나는 원작을 사랑한다.
내가 뮤지컬 바람의 나라를 보러 간 것은 온전히 원작 때문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준 당신들께 감사한다.
원작과는 또 다른 에너지와 삶과 이야기가 넘치는 그런 작품을 만들어주어서, 그리하여 한동안 잊고 있던 열정을 되살린 축제를 선사해준 데 대해 감사한다.
덕분에 나는 울었고, 웃었고, 감탄했고, 달려 나갔다.
그동안 짓눌려 어디로 가야할지 몰랐던 감정들을 터트릴 기회를 얻었다.
비록 불운하게도, “냉정하게 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바람직하지 못한 버릇 때문에 끊임없이 고통을 겪어야 했지만, 그래도 행복했다.

그래서 나는,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당신들께 감사한다.
나는 꿈을 꾸었고, 당신들과 함께 꾸었다.
같은 곳으로 나아가지 못한다 해도, 잠시나마 같은 방향을 바라보았다.
당신들이 살아, 이 세상 어딘가에 존재하며, 한 순간 같은 지점에서 만나 함께 걸을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으로 감사한다.

바람의 나라에 또 하나의 생명을 부여해 주어 감사한다.
내게 또 다른 세계를 엿볼 기회를 주어 감사한다.

그리고 이 1주일 간의 꿈길을 건너, 우리 모두가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기를 기원한다.


덧. 이러다가 뮤지컬 및 공연 쪽까지 취미가 확장될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살짝 겁이 나기 시작하고 있다. 빌어먹을, 뮤지컬 티켓은 대개 한 장이 내 2주일 어치 생활비란 말이다. -_-;;;;; 영화랑은 수준이 다르잖아, 수준이!!!! ㅜ.ㅜ 결정적으로 이 영역은 ‘영상’으로 보는 건 아무런 소용도 없단 말이다!!!!

덧2. 다음달 카드비가 심히 걱정된다. 부산 스타워즈 전시회에는 못내려가게 될지도, 크흑.

덧3. 아이고, 영빈씨….ㅠ.ㅠ 아이고 고미경님…ㅠ.ㅠ

축제가 끝났다”에 대한 15개의 생각

  1. 잠본이

    원없이 즐기셨나보군요. =)
    원작과 다르더라도 원작의 팬에게 나름대로 인정받을만한 작품이라면 꽤 의미가 있는 셈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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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사과주스

    아아..리뷰들을 보면서 너무 보고싶어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ㅠㅠ 디비디로 좀 나와줬음 하는 마음이 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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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funnybunny

    .. 중간의 말이 왜 그리 와닿나요. 저도 무휼이 그 선조가 바라보던 길을 더듬어 바라보며 나아갔듯이; 저도 같은 풍경을 한 번 보고 싶습니다. 원작 팬들이 만족할만한 내용들이라니 더 마음이 동하는군요. 이제 공연의 막이 내렸군요. 뜨겁게 타오르는 피는 카드고지서로 식히셔야;; (히힛)
    정말 공연은 봐야 맛이예요. 왜 직접 가서 봐야한다고 떠드는지 알 수 있으니까; 맛들이면 못갈때마다 피눈물이 나니까 그리 권장해드리고 싶진 않은데.. 저도 또 앞으로는 어찌될지 몰라 다른 곳의 살을 깎아가며 힘닿는대로는 어찌어찌 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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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세류

    무휼의 독무가…독무가아…ㅠ.ㅜ…아아, 영빈무휼 고무휼!!(펑!)
    그나저나…정말 카드고지서로 망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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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데굴

    일주일만해도 파산인데, 이주일을 했으면 어쩔뻔 했습니까요.. 그래도 말이죠, 맘마미아 같은건 VIP가 15만원인데 <바람의나라>는 가격이 착해서 우리를 가난의 수렁에 덜 밀었는지도 몰라요. (이거 비교되는 말 맞는거 맞어..? ㅡㅜ)

    만나뵈서 반가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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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핑백: 방랑공주 세류의 겨울 산장

  7. misha

    새로운 지름의 길로 들어서신 것을 축하드립니다. 저처럼 아예 비수도권 거주자셨다면 차라리 좋았을 것을…(아, 하지만 이쪽은 티켓값을 상회하는 교통비 문제가 있지만요;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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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약토끼

    아우, 얼굴에 떨어지지 않도록 테크니컬하게 자기 치마를 희롱하면서 물구나무서던 영빈씨를 보면….하아…..~3 저야, 뭐 카드를 안썼으니, 으하하; 대신..훌쩍; 2주안에 아무데나 들어가렵니다..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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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eliel

    부러워요, 부러워요, ㅠ.ㅠ 한 번 정도 더 보고 싶었지만 결국 포기해버렸는데… DVD는 안나오려는지…
    꿈을 꾸게 해준 당신들께 감사한다. 200%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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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지그문트

    스타워즈 순회전 10월 22일까집니다. 다음달에 열심히 막으시고 선선한 가을에 내려오세요. ㅜ.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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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핑백: misha’s Ware..

  12. lukesky

    잠본이/ 사실 ‘원작과 다르다’고 말하기가 참 미묘한 작품입니다. 정말 최대한으로 원작을 존중했거든요. 팬심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지요.
    …/ …..하긴, 비판의 기본도 열정이지요.
    사과주스/ 다들 DVD!!! OST!! 를 울부짖고 있어요. ㅠ.ㅠ
    funnybunny/ 사실 이번에 같은 공연을 다른 캐스팅으로 보는 맛을 알아버렸어요. ㅠ.ㅠ 이거 정말 치명적이더군요. 아우, 다음달 고지서도 무섭지만 당장 내일 공과금을 내야하는데, 통장이 텅텅 비었으니 그게 더 두렵습니다. ㅠ.ㅠ
    빨간그림자/ 빨간그림자님도 동참하셔야죠? ^^*
    세류/ 아우, 영빈무휼은 정말!!!! ㅜ.ㅜ 힘이 빡빡! 들어간 동작과 그 다리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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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lukesky

    데굴/ 그래서 마음이 두 개로 교차하고 있어요. 2주일 했으면 정말 회복불능이었을테니 말이지요. 크으으으으으으으으윽. 정말 가격이 착해서 망정이지 안 그랬더라면 벌써 시체가 되었을 겁니다.
    옙, 저도 만나뵙게 되어 좋았습니다. ^^* 거의 번개 분위기였지요….ㅠ.ㅠ
    misha/ 괜찮아요. 나름대로 ‘시간’이라는 복병이 있더라구요. 회사의 위치가 아주 미묘해서 평일 공연시간에 맞춰가기가 무척 어렵더군요. 으으으윽
    약토끼/ …..정말이지 영빈무휼의 색기와 그 물구나무서기는….쿨럭. 심장에 안 좋더군.
    meliel/ 다른 캐스팅으로 한번 더 보셨더라면 더 반하셨을 거예요.
    지그문트/ …..아이고오, 네에…ㅠ.ㅠ 선선한 가을…..[9월에는 스타워즈 오리지널 DVD가 나옵니다아….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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