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안개 – Fog of War

젊은 시절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하고, 케네디 대통령과 존슨 대통령 아래에서 국방장관을 역임한, 쿠바 사태와 베트남전의 한가운데 서 있었던 로버트 맥나마라의 인터뷰로 이루어진 다큐멘터리.

먼저, 이 인간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내가 아는 정보는 모두 이 다큐멘터리에서 얻은 것들 뿐이다.

1. 케네디는 도대체 어떻게 포드 사 사장을 “국방장관”에 기용할 생각을 한 걸까.

2. 지금의 모습을 보더라도, 당신이 왜 그시절 오만하다고 불리웠는지 알 것 같다. 당신은 여전히 오만하다. 좋은 말로 하자면 자신심이 넘친다고 표현해야겠지만 그 정도의 표현으로는 느낌이 부족하다.

3. 그 유연하면서도 확고한 태도와 말솜씨는 과연 그 격동의 세월을 넘어온 정치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스스로 평생동안 지켜왔다고 말하는 두 가지 원칙, “절대로 ‘절대로’라고 말하지 말 것”과 “상대가 던진 질문에 답하지 말고 자신이 받길 원하는 질문에 답하라”에 있어, 당신은 아직도, 심지어 이 다큐멘터리 안에서조차 철저히 따르고 있다.

4. “실수”를 인정하는 것은 좋다. “오류”를 말할 수 있는 것은 좋다. “신념”이 틀렸었음을 밝히는 것은 좋다. 세상에는 그렇게 할 수 없는 작자들이 아직도 수두룩하니까. 그런 점에 있어서, 당신의 성실성에 경의를 표한다.

그러나 당신이 말했듯, 나는 그 시절을 결코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방향성이 다르다. 그 시절을 직접 겪으면서도 위에서 내려다본 자와, 보고 들은 적밖에 없지만 그것을 아래에서 올려다보고 있는 자는, 시선의 마지막은 한 점에 모일 수 있을 몰라도 그것이 지나가는 길은 결코 만나지 못한다. 그래서 베트남과의 회견장에서 주먹다짐이 오고갈 정도로 험악한 수준에 이르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이 영화를 보게 될, 보았을 젊은 세대의 미국인들과 나의 차이이기도 하다.

5. 그나마 전쟁에 대한 책임 부분에서 차마 입을 열지 못하고 다물어버린 점에 있어서는 인간적으로 이해하도록 노력중이다. 전쟁은 “누군가”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으니까. 당신의 말대로, 당신은 전범이니까.

하지만 나는 당신의 말을 전적으로 믿지는 않는다. “never”라고 말해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absolutely”라고 말하는 것 또한 위험하기는 매한가지니까. 후회 안에 또아리틀고 있는 변명, 변명 안에 대가리를 치켜든 자존심. 냉정한 말투 속에 간혹 흔들리는 눈빛과 인간적인 갈등 사이 또렷히 비치는 절제력. 비록 지금은 많이 약해졌다고 해도, 당신은 여전히 무서운 인간이다.

왠지 모르게 찝찝하다. 1인칭의 오류에 빠져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이 오히려 역효과를 낸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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