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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멘: 아포칼립스 (2016)

실은 이미 2차를 찍은 지도 며칠이 지나서 가물가물합니다.

생각나는 대로 적더라도 많은 부분을 빠트릴 것 같네요.
일단 이성적인 버전부터 시작해볼까요.
처음 시작은 좋았는데, 아포칼립스가 현대에 들어온 후부터 구멍이 숭숭 느껴집니다.
확실히 엔 사바 누가 너무 이질적이예요. 그 캐릭터가 다른 애들과 함께 대화를 [일방적으로] 하거나
같이 서 있는 장면은 볼때마다 실소가 나와서.
게다가 팬심으로 모든 걸 “옛날 사고방식에 젖은 애니까”라고 넘어가려고 해도, 이 캐릭터의 외모에 대한 과도한 집착 어쩔거야.
그 와중에 2차 볼때 보니 오스카 아이작이 또 그 상황에서 연기는 잘하더라고요. 그러니 도리어 눈물이 날 지경.
엑데퓨 때도 그랬는데, 브라이언 싱어가 확실히 연출 자체가 워낙 구식인데다 정적인 부분이 있어서 더 그렇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제발 캐릭터가 주저리주저리 설명하는데 뒤에 애들 어정쩡하게 서 있는 것 좀. ㅠㅠ
그리고 회상 장면 좀 작작 집어넣으란 말이다. 두 사람 얼굴 한 세번 번갈아 보여주면 됐지
다섯번을 보여주면 너무 길다고. 그게 한 두번도 아니야.  
그런 장면이 나올 때마다 지루할 수 밖에 없고,
이 영화는 두 시간 반이나 된단 말입니다.
모조리 잘라서 가져다 버리고 싶네, 진심.
여하튼 늘 그렇듯이, 찰스와 에릭의 거대한 러브스토리로 끝맺음 되는데, 영화적인 마인드로 보면 아무리 전작을 봤다할 지라도 “얘네들 왜이래”가 됩니다. 감정의 기복이 너무 심하고, 에릭은 3편 내내 정말 흔들리는 갈대라서 말임다. 두 번 그러면 모르는데 세번 그러면 쩝.
여튼 왜 평이 안 좋았는지는 알 것 같습니다.
아포칼립스라는 커다란 문제 덩어리가 있고, 그 주위에 작은 문제들이 산재해 있어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런데 문제는, 제가 엑스멘 팬이라는 건데….
………영화 보는 내내 풉! 풉! 하다가도 영화 끝날 무렵이 되면 꺄아아아아아아아아! 가 된단 말임다. ㅠㅠㅠㅠ
이 귀신 같은 브라이언 싱어가 정말 이런저런 그런 요소들을 너무 잘 집어넣어서
아까 찰스랑 에릭 관계 너무한다고 했잖아요? 연출상으로 진짜 실소 나오게 웃기거든요?
그런데 그거, 코믹스적 마인드로 생각하면 납득이 된단 말임다. ㅠㅠ
그리고 핵심은 이 영화가 두시간 내내 모든 걸 코믹스적으로 그리고 설명한다는 데 있습니다.
캐릭터들의 사고와 행동, 연기가 진짜 만화에서 뛰쳐나온 것 같아요. 심지어 그 툭툭 끊어지는 상황과 연출이 코믹스 컷 연출을 보는 것 같습니다.  
그래요, 저 엑스 자 땅에 박힐 때 속으로 비명질렀어요. 그런 걸 대체 어디서 영상으로 보겠어요. 엉엉
촌스럽다는 사이킥 배틀 좋아서 비비 꼬면서 발도 방방 구르면서 봤고요. 저 그런 거 엄청 좋아한다고요, 엉엉
첫 이집트 장면도 좋았어요 ㅠㅠㅠㅠㅠㅠㅠ

무엇보다 신 캐릭터들의 비중을 정말 훌륭하게 다뤄줘서.
영화는 심지어 스콧으로 시작해 스콧으로 끝납니다. 진짜 감동받았어요. 전 이렇게까지 해줄줄은.
진 그레이에 대해서는 덧붙일 말도 없고요. 너무 징징대는 표정만 잔뜩 나오긴 했는데, 전 피닉스가 강림한 순간 모든 걸 용서했습니다. 심지어 그냥 영화 전체를 용서했습니다.
나이트크롤러는 엑스멘 2에서와 마찬가지로 정말 너무나도 사랑스럽습니다. 너무 사랑스럽다구요!
주빌리는 너무 잠깐 나와서 삭제되지 않았을까 했는데, 실제로도 그렇다고 하더군요.

물론 거기에 비하면 상대 진영은 많이 약하죠.
사일록은 대사가 거의 없고[그런데 언니 너무 예뻐서 나올 때마다 하앍거리며 봤습니다. 으아, 주근깨 하나하나까지 어떻게 저렇게 예쁠수가]
엔젤은 이번에도 망가졌으며[천사같은 날개와 외모를 한 깡패같은 놈, 이라는 설정은 참 좋았는데 그 활용도는 패션쇼에 그치고 말았으니, 쩝]
에릭은 파스벤더의 감정 연기는 구구절절 좋았으나, 역시 이번 편에서는 이쪽에서도 저쪽에서도 계속 이용만 당하는 꼴이고
스톰은, 솔직히 스톰 자체로 보면 정말 좋았어요. 깡마르고 반항적인 어린 스톰이 길거리 생활을 하는 걸 진짜 보게되다니!! 으아아아아아! 너무 좋아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인데, 역시 영화 내 활용도에 대해서는. 그래도 다른 둘에 비하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으니까요.

처음 예고편에서 미스틱이 엑스멘을 지휘하는 듯한 대사를 해서, 이잉?
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이 영화에서 가장 영리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찰스도 에릭도 아닌 제3세력으로서의 미스틱은 퍼클 이후 영화 세계관 내에서도
심지어 코믹스적으로도 맞아 떨어지거든요. [물론 양쪽 다 믿을 수 있다, 가 아니라 양쪽 모두 쟤는 못믿어, 지만]
찰스가 아닌 미스틱이 어린 뮤턴트들의 영웅이자 우상으로 대접받는 세상, 근사하지 않습니까.

엑스 교수님이 진짜 엑스 교수님이 되셨고[머리 스타일 뿐만 아니라 드디어 군인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매그니토와는 여전한 우정을 확인했고,
동시에 주인공 자리를 다음 세대에게 완전히 이양할 준비를 끝마친 걸 보여줘서 그것도 감동이었어요.
전 앞으로 어떻게 다음 세대 엑스멘을 끼워넣을지, 곧 나온다는 드라마는 또 어떻게 할 건지 궁금하고도 조금 걱정이었거든요. 이제 드라마는 이 세계관에 맞춰 완전히 새로운 캐릭터들을 소개할 수 있고, 쿠키에 의하면[쿠키! 쿠키! 으아아아아아! 전혀 모르고 가서 진짜 비명 지를 뻔!! 으아아아아아아아아!!!!] 심지어 울버린 휴 잭맨도 이제 세대교체가 가능합니다. 이런 젠장, 너무 좋아. ㅠㅠ

영화적으로는 다른 사람들에게 추천하기에 좀 애매한데
팬 된 입장에서는 이런 장면 저런 장면 그런 장면이 너무너무 좋아서 죽을 거 같아요.
심지어 미사일 날아가는 장면도 너무 좋아!!!!!

아 이렇게 만드는 브싱 짜증나. ㅠㅠ 게다가 “제다이의 귀환” 드립 어쩔 거냐고, 인간아.  마인드트릭 어쩔 거냐고 이 인간아!!! 아 진짜 애증의 브싱 ㅠㅠ
ps. 알렉스. ㅠㅠㅠ
ps2. 퀵 실버 연출 진짜 너무 유쾌해요.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영화관이 신나는 웃음바다  
ps3. 각 캐릭터들에 대해 할말이 진짜 너무 많은데 애들이 너무 많아…맞아, 모이라도 좋았는데. ㅠㅠ 할말 많은데 크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