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별 글 목록: 2023년 8월월

어느날….

아침 컴퓨터를 켰는데 컴이 도스 모드로 넘어가더니….
(이하 생략)

그 모드에서 부팅이 됐다 안됐다 하기에
설정 문제인가 싶어 애먼 지인을 붙잡고 이거 어케 해요!! 하고 난리를 쳤는데
결국 원인을 알 수 없어 컴 수리업체에 급하게 연락.
부팅하드를 읽을 수는 있는데 부팅을 할 수가 없어
교체하고, 하는 김에 그냥 보드도 같이 교체했다.
기사 분이 빨라질 거라고 장담하셨는데
확실히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건 빠른 것 같은데
한글은 묘하게 렉이 걸리고 부팅도 불을 붙기 시작하기까지는 오히려 느려졌다.
일단 로고가 뜬 다음은 빠르지만.

이유를 몰겄네.
모든 문제를 윈 11 탓으로 돌리는 중이다.

여하튼 구글 드라이브 덕을 봐서 하루만에 일을 재개하는 데에는 성공했다.
이럴 때면 클라우드 덕을 정말 톡톡히 보는 것 같다.

하드가 여러 개인데 지난번에 날아간 뒤로 아직도 정리를 안하고 게으름을 피우고 있었는데…
보아하니 한 2-3년 뒤면 컴을 통으로 바꿔야할 것 같은데 그 때가 되면 이 자료가 가득 든 오래된 하드들을 또 어떻게 처치해야할지 난감하다. 요즘 완성형 데스크탑 본체에는 하드를 추가할 공간을 거의 안 넣는 것 같더라구.

주변에서 다들 노트북을 사고 모니터와 키보드를 연결하라고 하는데
인간이 구식이다 보니 왠지 모를 거부감이 있다.
한 2년 뒤에도 열심히 고민하고 있을 거 같어.

뮤지컬 레베카 10주년 기념공연

누이의 초대로 “레베카”를 보러 갔다 왔다. 10주년 기념 공연이라 꽤 오래 무대에 올라가는데, 공교롭게도 토요일 저녁 초연 당첨.

전혀 정보 없이 갔는데 10년 전 초연과 주연 캐스팅이 같다고 한다.

사실 1막에서 실수가 너무 잦고 배우들끼리 음량도 조율 안 되어서 묻히고 가사 안 들리고 특히 남주인공 배우는 호흡이 딸리고…
이게 대체 뭔 일인가 싶었는데 초연이라는 말을 듣고 이해했다.
….그치. 첫 공연은 원래 이렇지.

기존 공연을 보지 못해 비교는 못하겠는데
일종의 트리뷰트인지 약간의 비중이 있는 캐릭터에게 전부 넘버를 하나씩 줘서
쓸데없이 길다는 느낌이 있다. (일단 레베카 스토리 자체가 세 시간짜리는 아니잖아??)
이번에 추가한 걸까?

그래도 2막이 되니 나아지더라.
공연 후 이번 10주년의 취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연출자까지 무대 위로 부르는 등의 행사가 있었는데
심지어 대표님, 후원사 감사합니다..소리를 이런 공연 뒤에 들어야 한다니 한국 정말…이 정도였구나 싶고. 이 정도로 한국적일 필요가 있나, 흑흑

여튼 오랜만에 본 공연이라 그래도 즐거웠다.
블루 스퀘어는 갈 때마다 이상하게 좁다는 생각이 들어. 로비가 작아서 그런지.

 

“화이트 타이거” (2021)

인도 빈민층 청년이 학대 받던 시골에서 벗어나 도시에 올라와 부잣집 도련님 밑에서 일하다 온갖 부당함을 보고 겪으며 결국 환멸을 느끼고 도망쳐 원하던 자유를 찾는 내용.

이라고 한 문장으로 요약하기에는 너무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주인공 발람은 자신이 닭장 안 노예임을 깨달은 자이기는 하나 그 뿌리는 이기심에 있고 탈출구는 범죄 밖에 없으며 처음엔 순진해 뵈는 도련님 아쇽은 위선이란 어떤 것인가를 몸소 보여주고 인도계 미국인인 핑키 역시 미국인의 해맑음이라는 게 어떤 건지 드러내고 있어서.

지켜보는 입장에서 어쨌든 머리로는 모든 이들의 입장을 이해할 수 있고 설득력이 있다는 점에서 쉬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영화였다. 인도라는 특성이 있음에도 “기생충”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이 있어 빈부와 계급 격차가 왜 시대 정신인지도 알 것 같다. 인간은 정말 끊임없이 가르고 밟고 올라서야만 하는구나.

주인공이 우러러보는 백호는 결국 우리에 갇혀 끊임없이 어슬렁거리는 이상 행동을 보이는 동물일 뿐이고 시스템이 거기 있는 한 아무도 탈출하지 못한다. 마지막 장면에 모여 있는 운전사들은 무수한 창살에 불과하고.

계속해서 썩어 들어가는 사회에 관한 이야기를 볼 때마다 과연 현재의 민주주의와 자본주의의 불안한 동거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시시각각 봉건제로 되돌아가고 있는 징후가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