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30제] 5. 아버지

스타워즈 30제 팬픽 중 한 녀석으로 [으윽, 결국 한 여섯개까지밖에 완성 못한] 에피 3가 나오기 전, 작년에 썼던 놈입니다. 오늘 보고 돌아오니 마지막 장면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올려봅니다. [베루가 휙 하니 몸을 돌리는 모습을 보며 내심, “아, 역시”라고 생각했거든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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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아버지

그들은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덮쳐왔다가, 모래폭풍처럼 떠나갔다. 검은 폐허만을 남기고.
그들은 표정 없는 얼굴로 물었단다. 드로이드는 어디 있냐고. 그저 다짜고짜 어디 있느냐고 물었지.
그래서 나는 네가 드로이드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에 짜증을 냈다가, 다시 네가 드로이드를 데리고 갔다는 사실에 기뻐했다. 베루도 마찬가지였지. 그걸 내주든 말든, 어쨌든 그들은 우리를 죽일 테니까. 네가 돌아왔을 때, 거뭇하게 시체가 되어있을 우리를 보게될 거라는 생각에 슬펐고, 그 광경을 보게 될 것이 내가 아니라 너라는 사실에 기뻤다. 네가 아니라, 우리가 묻힐 거라는 게 다행스러웠다.

루크, 처음 네가 우리집에 왔을 때 말이다, 그 어딘가 눈에 익은 옷차림의 중년 사내가 보자기에 싼 너를 우리에게 맡겼을 때, 베루와 나는 하늘에서 선물이라도 떨어진 듯 싶었다. 그 사내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신신당부를 하는 듯 했지만 우린 둘 다 아무것도 듣고 있지 않았지. 그저 쌕쌕거리는 숨소리와 그 꼬물거리는 손가락이 신기했다. 아무말도 필요 없었다. 베루는 너를 품에 안고 절대로 넘겨주지 않을 태세로 그를 쏘아보았고, 그는 역시 고개를 끄덕이며 사막 저편으로 사라져버렸지.

너를 키우면서, 귀찮았던 일이 없었다면 그건 거짓말일게다. 부모란 그런거지. 아무리 친부모라도 왜 이런 녀석을 낳아 기르고 있는 걸까 그 긴 세월동안 한번쯤은 자문하게 되어 있어. 그래도, 우리는 너를 우리 애라고 생각하는 때가 훨씬 많았다. 아예 타투인에 자리를 잡아버린 그 사람이 네게 뭐라고 이상한 말이라도 할까봐, 일부러 그를 만나지도 않았고 그렇게 내 유일한 아이라고 생각하며 키웠다.

하지만 루크, 네 키가 자라고 머리가 굵어지면서 나는 점점 두려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네가 친아들이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며, 하루에도 몇 번씩 너는 네 아들이라고 되뇌었다. 네가 아버지나 어머니에 관한 말을 꺼낼 때마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네가 식탁머리에서 우주를 날고 싶다는 말을 할 때마다 무서워졌다. 너를 데려온 그도 말했었지. 아마도 깨닫게 될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그런 식으로 실감하리라고는 짐작지도 못했었다.

네 아버지, 나와 피 한방울 섞이지 않은 그 낯선 동생을 본 것은 단 한번 뿐이었다. 큰 키에 우리가 알지 못하는 신비한 힘, 네 아버지는 강한 사람이었지만, 동시에 무서운 사람이었다. 사막에서 태어났다고 들었지만, 하늘을 걷는 자였지. 이 땅에 뿌리박은 나나, 네 할애비와는 다른 세계의 사람이었다. 그래, 나의 새 어머니, 네 아버지의 친어머니를 타스켄 족에게 구해왔을 때, 나는 보았다. 그의 눈은 잔인했다. 강하지만 잔인하고, 이글이글 타오르고 있지만 차가운 눈이었다. 그래서 나는 그가 빨리 떠나주기를 바랐다. 이 곳은 그가 속한 세상이 아니었으니까. 그는 여기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이었으니까.

그래서 문득문득, 네게서 그의 흔적을 발견할 때마다 나는 섬짓했다. 너도 이 사막에 속한 핏줄이 아니구나, 하고. 너도 저 하늘에, 우주에 속한 자구나, 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는 시기를 늦추려고 할 때마다, 나는 네 얼굴에서 네 아버지를 보았다. 그 강인하고 뜨거운 눈, 고집어린 입술. 너는 분명 그의 아들이었다.

하지만 루크, 이해해다오. 난 네 꿈을 막으려고 했던 게 아니다. 난 단지, 그시기를 늦추고 싶었을 뿐이란다. 농장을 떠나 우주로 달려가고파 하는 너를 볼 때마다 내가 얼마나 질투를 느꼈는지, 이해할 수 있겠느냐? 네가 조종사였다던 아버지에 대해 꼬치꼬치 캐물을 때마다, 사막에서 홀로 살아간다는 미친 벤에 대해 궁금해 할 때마다 내가 불안감으로 몸 떨었던 것을 알겠느냐?

어째서, 어째서 핏줄이란 그리 무서운 거냐? 내가 네 아버지다. 베루가 너의 어머니다. 우리가 아직 눈도 채 뜨지 못한 너를 안아 올렸다. 우리가 너를 품에 안고, 얼러주고, 이토록 커다란 청년으로 길러냈다. 그런데도 너는 왜 그렇게 도망가려고 했던 거냐? 왜 우리의 품을 떠나고 싶어 하는 거지? 네 아버지는 죽은 지 이미 오래인데도, 나는 결국 네 아버지가 될 수 없었던 거냐?

그래서, 우리는 감히 차지할 수 없는 자리를 넘본 대가를 치르는 거냐?

저 넓은 우주로 뻗어있을 네 길을 막은 대가가 이런 것일까. 결국 너의 길도 네 아버지처럼 저 붉은 하늘 너머에 있는 것을……

그래, 루크. 너는 이제 마음껏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나도 베루도, 더 이상 너의 앞길을 막지는 못할 것이다. 결국은 네 안의 네 아버지가 너를 데려가는구나. 그렇게 막아보려고 했건만, 운명이 그런걸 어쩌겠느냐. 너는 네 친아버지처럼 날아갈 운명이었던 거다.

하지만 기억해다오. 나도 네 아버지였다. 비록 핏줄은 이어지지 않았어도 너의 고향은 이 먼지 날리는 사막이다. 너는 네 친아버지처럼 하늘을 걷지만, 언젠가는 이 대지로 내려와야 할 것이다. 내가 몸담았던 이 땅으로. 네 친부모가 너를 탄생시켰다면, 우리 부부는 지금의 너를 만들었단다.

그러니 이제 가거라, 아들아. 나도 사람들에게 자랑을 늘어놓을 것이다. 나는 땅을 가는 농부였지만, 내 아들은 하늘을 걷는 자라고.
그러니 아들아, 네 꿈을 이뤄 저 드넓은 우주를 활보할 때, 이 황토색 행성을 보며 한번쯤 떠올려다오. 네 아버지는 농부였고, 너도 언젠가는 이 곳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태어나고 자란 이 곳에 언젠가 꼭 다시 돌아오겠다고.

나도, 네 아버지였다고 말이다, 루크.

++++++

……루크, 네 녀석이 그나마 그렇게 제대로 클 수 있었던 건 아저씨 내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알아, 임마???? ㅠ,ㅠ


[스타워즈 30제] 5. 아버지”에 대한 18개의 생각

  1. yu_k

    맞아요! 루크가 아버지처럼 비뚤어지지 않았던 이유는 저렇게 행복한 환경에서 자랐기 때문이라고요 엉엉엉엉엉;ㅁ;ㅁ;ㅁ;ㅁ; 루크는 아저씨 아들 맞아요.
    멋진글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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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오리

    눈시울이 그렁그렁, 뜨거워집니다… 영화 처음 봤을 때 고통받으며 죽어간 듯 까맣게 탄 두 분의 시체에 정말 충격받았던 기억이 나요. 영화에서의 표현에 있어서 그분들에 대한 루크의 애도가 너무 생략된 면이 좀 섭섭했더랬지요. 잠시 묻어드리는 장면이라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젊을 때 베루 숙모 배우, 어딘가 멍하면서도 또랑하면서도 야무지게 생기지 않았나요? (…갑자기 뭔소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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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아울양

    오비완도 애니를 제대로 키우려고 나름대로 노력했을 거여요……하지만 결혼안한 총각이 말안듣는 사내놈 키우는게 쉬운 일인가요. 흑. 게다가 주변에는 모조리 결혼안한 고고한 솔로들만 와글와글…(조언받는 것도 불가능. -_-;;)
    불쌍한 오비완, 자네 잘못이 아니라구………….

    그리고…..저기, 레이아도 궁금해요!! (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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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레이

    갑자기 딴소리일지는 몰라도…

    이번에 새로 나온 스타워즈 에피3버젼 아나킨스카이워커FX 구입 예정은 없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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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ㅁAㅁ

    오비완은 뭐랄까 노선을 잘못 탔다는 생각이 드네요. 밝은 면을 키워주려 했어야 하는건데 어두운 면을 억누르려고만 했으니.
    루크는 그래도 정상적인 가정에서 자랄 수 있어서 그나마 나이먹어서 수행을 시작했어도 어둠을 버텨냄과 동시에 끌어안을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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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lukesky

    yu_k/ 스타워즈, 생각해보면 무슨 공익광고같아요. "애는 역시 두 부모님 아래서 키우자." -_-;; 레아도 루크도, 두분 부모님이 다 계셔서 저나마 큰듯…..
    해명태자/ 제대로 된 ‘아빠’에, 베일 씨도 넣어줘!!!
    zelu/ 오웬 아저씨 아들 맞아요…ㅠ.ㅠ
    오리/ 저도 그 장면을 볼때는 아직까지 저도 모르게 눈을 돌려버린다죠. 어렸을 때 워낙 충격적인 장면이기도 했고. 루크가 정말 너무 빨리 훌훌 털고 떠나버리는게 아쉬웠어요. ㅠ,ㅠ 아, 저도 젊었을 때 베루/오웬 부부 너무 좋습니다!! 에피2에서 보고 정말 "우와, 진짜 딱이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울양/ ….으윽, 당연히 많이 했겠죠…..거기다 얼마나 힘들었겠어요. 평범한 놈도 아니고, 크흑. 역시 경험이라는게 중요한건데….첫 놈이 그렇게 되니 둘째놈[루크]는 그래도 잘 해내잖습니까, 아우. 그럼요, 그럼요, 오비 잘못이 아니죠….

    푸하하, 레이아! 언제 레이아도 한번 써볼게요. ^^* 그런데 왠지..레이아는 정말 말썽꾸러기였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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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lukesky

    레이/ …….아, 사실은 저 에피 5버전 루크 스카이워커 FX를 샀답니다….[두 녀석이 같은 놈이란 건 아시죠? ^^*] 이젠 베이더 경의 붉은 놈을 사고 싶은데, 이러다 가산탕진하겠어요, 에구에구.
    세이/ ㅠ,ㅠ 정말 감사하죠……..다 두분의 덕이라니까요.
    ㅁAㅁ/ 제다이 템플이라는 곳이 워낙 애들을 어렸을 때부터 데려와서 제다이 입맛에 맞춰 기르는 곳인데, 아나킨은 확실히 너무 늦었죠. 루크는 그나마 지킬만한 것이 몇 개 없었으니까요.
    THX1138/ 애들은 역시 시골에서 자라야…..[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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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Eugene

    다시 봐도 참…;
    해준 거 하나 없는 친부모에 비해서 너무 많은 걸 해준 분들이지요.
    덕분에 정말로 안정적인 정신을 가질 수 있었고, 많은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생각해요.
    어쩌면 우주를 구한 것은 이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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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misha

    루크가 베루와 오웬 슬하에서 자란 게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지요…Eugene 님 코멘트에 110% 동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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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rucien

    잘 보았습니다.ㅠㅠ 그 첫개봉날 밤에 모두 둘러 앉아서도 나온 이야기지만, 정말 루크가 그렇게 잘 큰 건 모두 오로지 전적으로 숙부 숙모님의 덕택이지요. 영화에서 루크를 건네받는 부부를 보고 어째 저까지 안심이 되더라고요. 4편을 떠올리니 다시 한 번 가슴이 쓰리고. 으흑;ㅅ; 숙부 숙모님 만세.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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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 Darth Solo

    에피소드 -1 동굴의 시놉시스를 올려드리죠.
    회사일이 바빠서 조금 기다리세요..
    손을 보고요.. 아래는 어떤 부분..

    마스터 사이프러스, 우리는 무엇인가 잘못하고 있지 않나?
    마스터 요다, 시스와 우리는 양립하지 못하네. 그 동안 수많은 제다이들이 저 두 요녀의 꼬임에 빠져 살해된 것 모르나? 이제 겨우 흔적을 찾았으니 이번에는 처리해야 하네.
    마스터 사이프러스, 과연 열 넷짜리 겁에 질린 어리고 연약한 두 소녀 시스에게 광선검을 휘두를 수 있을까?
    마스터 요다, 그들은 광선검 보다 더 무서운 정신조절력이 있는 시스의 공주라네. 원탁회의가 우리를 파송시키는 까닭은 평범한 제다이를 보내봤자 두 요녀의 염력의 노예가 된다는 사실을 알아서 였지 않나? 자네가 염력의 노예가 되어 내게 광선검을 거두는 모습은 상상도 하기 싫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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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 lukesky

    Eugene/ 진정한 영웅들은 역시 평범한 소시민이라는 결론이네요. ^^
    misha/ 우주를 구한 사람들…..
    rucien/ 오비완이 키웠더라면 어찌되었을지, 원….-_-;;;;; 두 분이 벤을 못만나게 해서 다행이어요..아악 4편, 4편, 4편……다시보다 죽었어요. ㅠ.ㅠ
    Darth Solo/ 엥, 에피 1에 그런 시놉도 있었습니까? 사실 에피 1은 실망스러운 곳이 너무 많아서리 ….
    음, 아랫부분은 어디서 나오는건지 전혀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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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레이

    새로 나온 에피3 버젼 아나킨 스카이워커 버젼은 에피 4버젼이랑은 다르더군요.(빨간색 버튼도 달리고 배터리도 절반만 들어갑니다)
    일단 아나킨 에피3 첫 생산품이니 소장가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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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4. lukesky

    레이/ 아아, 빨간색 버튼!!! 배터리가 절반 밖에 안 들어가요? 흐음, 그건 좀 의외군요. 저는 역시 푸른색 하나 초록색 하나가 있으니 다음번에는 붉은색이나 보라색을 노려보고 싶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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