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우산혁명: 소년 vs 제국”

원제는 “조슈아”

중국 본토의 정신교육이라 할 수 있는 국민교육에 반대하여 14세에 학생운동조직인 학민사조를 조직하여 홍콩 정부의 항복을 이끌어내고 이후 홍콩 우산혁명에서 학생운동 주축으로 활동했던 조슈아 웡과 동료 학생운동가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무심코 선택했는데 올해 선댄스 영화제 출품 및 수상작품이라고 한다.

내가 어렸을 적, 일본문화가 개방되기 전에 홍콩은 내가 알던 아시아 최고의 자유국가이자 선진국이었다. 영화 속 거리에서는 외국인들이 일상적으로 돌아다녔고 홍콩인들 역시 유창한 영어를 말하며 영국 국기에 경례를 했다. 홍콩반환은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것과 약간 다른 의미로 지난 세기와 21세기를 가르는 역사적 사건이었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 태어난 세대는 그야말로 독특한 이들이다. 그들은 중국인도 아니고 식민지인도 아니다. 식민지 시절의 자유로운 홍콩의 혜택을 받으면서도 늘 중국 본토가 그들의 일부분이며 항상 옆에 존재하고 있음을 피부로 느끼는 세대다.

그럼에도 자신들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지를 알고 있기에 가져야 할 것을 갈망하는 세대. 앎에서 자생적으로 일어난 학생운동. 신기할 정도로 차분하고 어른스럽고 동시에 냉정한 이 운동가들에게 경의를 표한다. 우리나라의 과거와 현재와 겹쳐보이면서도 동시에 많이 다른 이들이 새로운 정당을 통해 앞으로 조금씩 더 많은 승리를 맛보고 원하는 결과를 일궈낼 수 있기를 바란다. 갈등하고 분열하고 좌절하겠지만, 그래도 수십년 뒤에 지금보다 더욱 자랑스럽게 돌아볼 수 있길 바란다. 그리고 무엇보다 부디 살아남기를.

수년 전 홍콩에 며칠 여행을 갔을 때 광장에 세워져 있던 대자보를 발견한 기억이 난다. 묘한 곳이었다, 그곳은. 그러한 대자보를 보며 이곳이 본토와는 다른 곳임을 느끼고, 경찰이 아닌 군복을 보며 중국의 일부임을 느끼며, 시내 한가운데 건물들을 점령한 동남아 출신 파출부들을 보며 기괴함을 느꼈다.

아무래도 나는 영어권에 더 큰 관심을 가지고 있기에 주변 아시아국의 정황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거나 이해도가 낮은 경향이 있다. 우산혁명 당시 조슈아 웡은 상당한 유명인사였던 모양인데, 전혀 모르고 있었다. 지금이라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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