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신(2013)”

귀신이나 오컬트는 3자의 눈으로 즐기기에는 무척 재미있지만

나 자신이 그 대상이 될 때는 굉장히 믿기가 힘들고 회의적이 되죠.
세상에는 불가해하고 신비로운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고, 그중에는 분명 진실된 것도 있지만
그래도 귀신들린 이들의 90퍼센트 이상은 정신병을 먼저 의심해봐야 한다고 제가 생각하는 것도 같은 이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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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튼,
인간문화재이며 소위 나랏무당(이란 말은 처음 들어보긴 했습니다만)인
만신 김금화의 자서전을 바탕으로 그의 삶을 따라가는 다큐멘터리입니다.
무당으로서 한 여인의 일대기를 따라가고 있긴 하지만
그보다는 오히려 그녀를 통해 본 한국사 이야기에 더 가까워보입니다.
[하긴 이 놈의 나라가 워낙 사건사고의 연속이다보니 -_-;;; 그런 한풀이 굿만 모아도 현대사는 꿰뚫을 수 있을듯요.]
더구나 김금화 만신이 또 황해도 출신이라 그야말로 살아있는 한국사의 산증인이랄까요.
[이걸 보다 알았는데 한때 떠들썩했던 독일인 무당의 신엄마가 이분이더군요. 흠.]
좀 다른 이야기인데
요즘 거동이 불편하신 어머니 때문에 주말에 함께 성당에 다니면서
그때마다 새로운 사실을 깨닫고 있습니다.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직접 무속, 또는 유교의 의식과 본질적으로 비슷한 가톨릭 의식들을 보니 기분이 좀 묘하더라고요. 특히 성체를 받아먹는 장면은 아무리 봐도 제사[미사] 끝나고 음복하는 거라서. 처음엔 이게 뭥미, 생각까지 했을 지경임다.
추석 미사에 참석했을 때에는 아예 개신교 애들이 왜 가톨릭을 이단이라고 부르는지 알것 같다는 느낌마저 들었으니.
여하튼, ‘만신’을 보고 있으니
무신론자 서양애들이 기독교와 관련된 의식이나 성경말씀을 들을 때 느끼는 감정이 이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이 신을 믿지도 않고 코웃음도 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자라난 의식과 배경, 문화 속에 워낙 뿌리깊게 박혀 있어서 차마 완전히 비웃거나 ‘부인’할 수는 없다는 심경 말이죠.
제가 마음속으로는 존중해야해! 라고 외치면서도 기독교적 사고방식에 대해서는 아무리 노력해도 조소를 보낼 수 밖에 없고 반면에 이런 무속과 관련된 이야기를 보면서 믿지는 않지만 그래도 묘하게 찌릿하고 올라오는 구석이 있다면
그들도 그 반대로 마찬가지겠죠.
신 따위는 믿지 않아!라고 외치는 서역인들이 길을 걷다가 교회에 들어가 촛불을 바라보며 가만히 앉아 있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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