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스트”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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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 좋게 시사회에 당첨되어
소문의 “아티스트”를 보게 되었네요.

솔직히 말하자면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린 것이 참신한 시도라는 평을 보면서
저는 반대로 이것이 지나치게 복고로 회귀하는 풍조가 아닌가 불만스러웠습니다.
얼마 전 헐리우드가 한참 60년대 70년대 문화혁명의 추억을 핥더니
곧이어 기존의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데 목숨을 걸고,
이제는 아예 몇십년 더 뒤로 후퇴하는 것도 모자라 ‘아이콘화 된 형식’까지 빌려올 정도라고 말이죠.
그리고 영화를 본 지금도 제 느낌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지만 분명 단순히 무성영화의 형식을 빌린 것이라고 하기에는 좀더 복잡합니다.
당연하지만, 우리에게는 유성이라는 또 다른 옵션이 있기 때문이지요.

영화 속에서 우리는 주인공이 찍은 무성영화를 보고
거기에 반응하는 영화속 현실의 관객들을 무성으로 만나며
주인공의 삶은 무성과 유성의 경계선을 넘나듭니다.
 
누구나 짐작할 수 있으리만큼 단순하면서도 대단히 영리합니다.
네, 대단히 영리해요.

게다가 무성영화를 거의 접하지 못한 우리 세대로서는 참신할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도 유성영화 세대를 위한 장치도 깔아놓았지요.
척 봐도 알만한 장면의 영화들, 익숙한 앵글의 포스터들, 분장들, 동작들, 춤들.

[소매 하나로 노는 건 채플린이었나요?]

형식과 마찬가지로 스토리 자체도 몹시 정형적이지만
간혹 깔깔거리며 턱을 괴고 보다가도 주인공의 몰락이 시작되고 나면 숨을 죽이고 영화에 빠져들게 됩니다.
배경음악을 제외하면 소리가 없어 긴장감이 배가 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음악이 사라지는 정적 속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들리지 않는 소리를 들으려고 애쓰며] 화면만을 뚫어져라 주시할 수 밖에 없습니다.
과잉자극에 익숙해진 현대인들을 소위 “어려운 예술영화”가 아닌 오락영화를 보면서도 팝콘을 먹지 못하게 만든달까요.

영어식 표현을 빌자면 관객들에게 영화를 보는 새로운 경험을 소개해하고 있다고 평가하겠습니다.
이미 실제로 존재하는 무성영화를 보는 것과 뭐가 다르냐고 묻는다면
만든 이와 보는 이가 이미 그 의도를 알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고 대답하겠고요.

드라마쪽을 더 중시하는 분들은 별거 아니라고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만,
왠지 느긋한 기분으로 극장을 나오게 됩니다.

“아티스트” 시사회 다녀왔습니다.”에 대한 6개의 생각

  1. 팥쥐계모

    흑흑.. 아쉬워요.. ㅠㅠ 죄송해요..ㅠㅠ 담에 맛난거 해드릴게요…ㅠㅠ 근데, 재밌었겠다..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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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EST

    무성영화래서 이거 조조로 보다 졸거나 하는 거 아닌가 걱정했는데, 아우, 흠뻑 빠져서 봤어요. 중간에 주책맞게 펑펑 울뻔 한 대목도 있고… 극장 문을 나서는데 뭔가 굉장히 행복한 경험을 한 것 같은 기분.

    응답
    1. Lukesky

      알싸한 기분이 좀 묘하지 않습니까? 묘하게 흔한 해피엔딩이고 그렇게 끝날 거라고 생각했는데도 여주인공의 대사가 현대적이라 또 그 맛도 좋았어요.

      응답
  3. 핑백: EST's n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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