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여행 – 윈더미어

체스터에서 기차를 타고 호수지방으로 이동
호수지방의 관문이라 할 수 있는 윈더미어에 저녁무렵에 도착했습니다.

호수지방은 영국 내에서도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오만과 편견”에서 리지도 처음에 이모 부부와 함께 호수지방에 가려 했지요. 여러 개의 호수가 세 방향으로 길게 뻗어 연결되어 있고 그 주위를 산이 둘러싸고 있어 물과 산을 동시에 구경할 수 있달까요. 게다가 위치도 영국 중앙에서 살짝 아래쪽이라 접근성도 좋습니다.

B&B에 사흘동안 묵었는데 그 여주인분이 또 재미있는 분이라 이야기거리가 많았어요.

원래 영국은 11월부터는 겨울이라[작년 이맘때에는 엄청나게 큰 눈이 내렸다고 하더군요. 올해는 진짜 날씨가 포근한 거라고]
11월이면  B&B문을 닫고 봄이 올 때까지 남편분과 휴가를 떠나신다고 합니다.
그런데 남편분이 병원에 가야하는 이런저런 사정이 생겨서 이왕 이리 된 거 며칠만 더 문을 열어놓기로 했는데
제가 딱 예약을 한거죠.
그래서 올해의 마지막 손님이자 그 주의 유일한 손님이 되었습니다.

제가 나오는 날 그분들도 문 닫고 짐쌀 준비를 하더라고요.
우린 몇달간 따뜻한 스페인으로 놀러간단다!! 라면서.
아우, 부러버라. ㅠ.ㅠ 젠장, 저렇게만 살 수 있음 얼마나 좋아.

여하튼 워낙 수더분하고 수다도 많이 떠시는 분이라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윈더미어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저기 하얗게 보이는 거 다 양떼입니다.
넵, 기찻길옆에서 양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전원풍경입니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날이 춥다보니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단풍이 듭니다. 저게 도착한 다음날 아침에 찍은 사진인데, 저길 떠날 때쯤 되니 온 사방이 빨갛고 노랗고 울긋불긋이더라고요. 산과 호수가 있는 지방이다보니 단풍이 참 멋지더군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보네스 호수를 굽어보는 거위 한 마리, 쿨럭.
참고로 이 마을에는 피터 래빗으로 유명한 베아트릭스 포터 기념관이 있습니다.

이날 날씨가 화창하게 시작했다가 두시간쯤 지나니 갑자기 흐려지면서 많이 추워지더군요. 날씨가 워날 순식간에 변화해서 등산할 때 특히 위험하다고 합니다. 한 시간 동안에도 날씨가 극에서 극으로 바뀐다나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저 요트들은 모두 저 집과 별장에 사는 사람들의 개인 소유입니다.
집앞이 호수야. ㅠ.ㅠ 그리고 거기 자기 보트가 떠있어. 젠장. ㅠ.ㅠ

사용자 삽입 이미지무슨 그림엽서의 한 장면 같지요.
[그건 그렇고 전 항상 사진인데 왜 그림엽서라고 부르는지 이상했어요. 흐흐]

사용자 삽입 이미지멀리 보이는 대저택과, 그 앞마당(?)을 뛰놀며 배를 채우는 양과 소떼들 되시겠습니다.
도시에서 자란 제게는 대단히 비현실적인 풍경이었어요. 게다가 한국은 목축보다는 농경이 주다 보니 전 저 들판을 볼 때마다 보기에는 좋은데 좀 아깝더라고요. 저 땅이면 농사를 지을 수 있는데!! 라면서 말이죠.

사용자 삽입 이미지사용자 삽입 이미지그리고 호수를 건너 또 다른 호수마을인 앰블사이드 항에 도착.
윈더미어에서 보네스까지는 20분이면 충분히 걸어갑니다. 거기서 앰블사이드까지도 걸기엔 많이 멀지만 버스로는 금방이고요. 호수 주위에 조그만 마을들이 다닥다닥 붙어 각기 약간의 경쟁심을 불태우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묵은 곳의 여주인 아줌마는 원래 보네스 출신인데 세계 이곳저곳을 여행하고 살아보다가 고향으로 돌아와 남편과 함께 여관을 운영하고 있대요. 보통 여행책자에서는 윈더미어가 호수지방의 관문이라 하여(기차역이 있거든요) 더 널리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 호수를 끼고 있는 마을은 보네스이기 때문에 보네스 주민들은 윈더미어 사람들 앞에서 조금 콧대가 높고 자랑스러워하는 경향이 있답니다. 윈더미어 사람들은 그걸 고깝게 여기는 편이고요. 그래서 이 아줌마가 처음에 이사 왔을 때 옆집 할아버지에게 보네스 출신이라고 하자 그 할아버지가 잘난척 하는 보네스 놈들이라고 흥! 콧방귀를 뀌셨다고. 푸핫. [지금은 엄청 친하대요.]

그런데 봄, 여름, 가을이면 영국은 물론 전세계에서 관광객들이 몰려와 북적북적 거리는데 마을 자체가 워낙 작아서 웬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지낸답니다. 이야기를 듣다보니 옛날 소설에나 나오는 ‘옆집 숟가락 숫자까지 알고 있는 영국 시골마을’의 분위기가 그대로 남아 있는 것 같아 무지 신기하더군요. 이 지방에 나오는 지방신문이 있는데 심지어 그 신문 헤드라인이 “어디어디 거리에서 대낮 한 복판에 한 남자가 개에 쫒기다” 정도면 센세이션일 정도래요. 엄마야, 이거 뭐야, 무서워. 

그래서인지 밤 늦게 나무와 가로등만 없는 길을 걸어도 별로 무섭지 않더라고요. 오히려 대도시 쪽은 훨씬 겁이 났는데 말이죠.
[심지어 술집 문앞에 “출입금지” 명단이 붙어 있습니다. 푸핫핫.
그것도 보아하니 “누구: 몇년 몇월 며칠까지 출입금지”가 줄줄이 붙어 있는 걸 보니 미성년자 애들이 들어와 술 마시려 시도했다가 걸린 것 같더군요. 시골마을 맞다니까요. 불쌍한 녀석들. >.<]

사용자 삽입 이미지이 날씨에 배를 타고 왔으니 당연히 온 몸이 덜덜덜 떨리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페리가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매점에 붙어 있는 알림장 “겨울이면 핫초코나 커피에 술 넣어드립니다. 베일리스, 위스키, 브랜디, 티아 마리아, 위에 크림도 얹어줍니다. 초콜릿 가루도 뿌려줍니다. 맛나게 드십쇼. 으하하핫.” [말투에 많은 왜곡이 있습니다.]
…..마시고 싶긴 했는데 차마 아침 10시부터 저걸 마실 자신이 없어서. ㅠ.ㅠ

영국애들 술 진짜 좋아합니다. 후우.

그건 그렇고 사진을 봐도 이젠 가물가물하네요. ^^*
저기가 어디더라 싶은 사진들도 있고, 아이구야.
호수지방 쪽은 대부분 풍경사진입니다.
조금 지루할지도 모르겠어요. ^^*

영국여행 – 윈더미어”에 대한 8개의 생각

  1. s.

    무슨 풍경이 그냥 찍어도 화보랍니까. =_=a
    한적한 곳에서 절호의 기회로 시간을 보내셨군요. ㅠㅠ 아웅….
    윈터 워머의 선택지는 정말 끝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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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내가 똑딱이를 가져간 데다 사진찍는 능력이 안되어서 안 예쁘게 나왔어. 샐제로는 진짜로 화보같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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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나마리에

    아아.. 너무 좋아보인다.. 한적한 호숫가 마을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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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어, 그런데 내가 갔을 땐 정말 한적했는데 봄, 여름엔 장난이 아니라고 하더라. 요즘엔 중국 관광객이 늘었다는 말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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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릭스

    으앜ㅋㅋ 진짜 있구나!! 누구 너 출입금지!! 긍데 어찌보면 드라마나 영화에서 시골에 사는 어린애들이 동네를 탈출하고 싶어하는 마음도 어느정도 이해는 된다;; 흐흐 그래도 도시인간인 나는 재밌기만 하구나~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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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나도 저게 뭔가~하고 한참을 들여다봤지 뭐야. 그런데 이름이랑 ‘몇년 며칠까지 너 금지’가 줄줄이. 너무 웃기더라고. ㅠ.ㅠ 이 아줌마한테 들은 이야기가 더 있는데 진짜 걸작이었어. 와하하하하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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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디오티마

    현실인데 현실감이 없어요. ;ㅁ; 근데 저 초지에는 농사가 잘 안 될 듯요. 냉랭해서 밀도 좀 잘 안 자랄 거 같아요.
    베일리스 넣고 크림을 얹어서 따뜻하게 한 잔하면 노곤노곤하니 좋겠어요. 오전부터 흐물흐물 녹아내릴 듯한 기분을 느껴보시지 그러셨어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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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 역시 기후가 문제인걸까요.
      저런 곳에 가 봤으면 그런 것도 한번쯤 마셔보는 건데 말이죠. 후, 전 왜 그렇게 쓸데없이 모범생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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