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보고 왔습니다.

심하지는 않지만 미리니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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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스토리는….앨리스가 자라 원더랜드로 돌아간다는 이야기를 알고 있었기에 그리 큰 기대를 하지는 않았습니다만, “나니아 연대기”를 떠올린 건 아무래도 자동반응이겠죠. 게다가 제 머릿속에서 붉은 여왕은 이런 포악한 독재자가 아니라 등장인물 중에서도 가장 코믹하고 유머스러운 인물이라 더더욱 괴리감이 컸습니다. 붉은 여왕이 진짜로 사람 목을 자르다니 적응이 안돼. -_-;;; 게다가 하얀 여왕의 그 몸짓과 걸음걸이를 보고 있으면[와, 근데 이 설정 진짜 대박] 하얀 여왕이 더 나쁜 애 같다고요!! 아무리 봐도 이쪽이 ‘하얗고 예쁜 미소 뒤에 실은 다른 꿍꿍이를 숨겨둔, 그리고 더러운 일은 다 남들 시키는’ 악역이야!!!! 나 이런 여자 무서워어!! 그리고, 앤. 눈썹도 같이 염색할 수는 없었니, 흑.  
아, 그러나 헬레나 양의 붉은 여왕은 정말 귀엽습니다. ㅠ.ㅠ 그 커다란 머리하며 앙증맞은 입술하며, 아장아장 걷는 걸음걸이하며.

극중에서는 앨리스가 스무살이 머지 않았다고 나오는데 저 아래 땅에서는 애가 워낙 자주 줄었다 늘었다, 현실세계에서는 나이대에 맞지 않은 어린애 같은 모습에서 또 너무 극적인 성장을 하는지라 인물이 좀 많이 혼란스럽습니다.
하긴, 이건 원작에서도 마찬가지긴 하죠. 앨리스는 늘 누구에게나 “넌 누구니?”라는 질문을 받으니까요. 그게 책 전체를 아우르는 주제이기도 하고. 루이스 캐롤은 아이가 어쩔 수 없이 성장하는 것을 아쉬워했지만 팀 버튼은 오히려 그 반대를 지향해버리는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차용하는 거의 모든 이야기에서 모자장수가 다른 캐릭터들보다 훨씬 크게 부각되는 걸 보면 참 이상한 기분이 듭니다. 모자장수가 유일하게 사람이라서인 걸까요. 미치긴 했지만 적어도 인간이기 때문에? 뎁 씨의 분장도, 벌겋게 변하는 눈동자도 마음에 들었지만 모자장수가 조금 매서운 하얀기사처럼 행동하는 걸 보면 영 어색하단 말이죠. ㅠ.ㅠ 오글오글 닭살이 돋는달까. [윽, 솔직히 이 영화 보면서 “ARE YOU ALICE?” 드라마 시디 생각 안났다고 하면 거짓말일 거예요. 계속 ‘가짜 앨리스’로 의심받는 정황도 그렇고.]
 
으으, 스티븐 프라이 씨의 체셔고양이. ㅠ.ㅠ 진짜 재간둥이여요. 눈 동그랗게 뜨는거 정말. 그리고 저, 보고 말았단 말입니다. 모자장수의 모자에 앞발을 대고 꾹꾹이를 하는 체셔고양이를! 젠장. 솔직히 어렸을 때 앨리스에서 그나마 무서운 캐릭터를 고르라면 체셔고양이였는데 [일단 삽화가 -_-;;;] 이 체셔는 공포는 개뿔. 너무 고양이답게 귀여워서 탈이던데요.

그리고 앨런 씨!!! 악악악!!!! 넘 잘어울려!!! 크리스토퍼 옹! 나 무지 기대했는데, 아무리 그래도 대사 세 줄!!!!! ㅠ,ㅠ 너무한거 아님미?? 하긴, 재버워키에게 대사를 많이 준다는 게 더 웃기는 일이지만, 그래도, 그래도오! 그런데 재버워키가 너무 고전적으로 생겨서 조금 당황했어요. 어느정도 웃기는 모양새를 만들어줄 줄 알았는데. 팀 아저씨 이번 영화에서 정말 너무 상식적이신 듯. 조금 폭주해도 괜찮았는데. 애들이 다들 실제로는 전혀 안 미쳤잖아. -_-;;; 게다가 너무 비장해. 진지한 건 좋지만 비장한 건 좀 아니라고 보는데 말이야. 글고 이거 너무 디즈니같잖아. 칼 휘두르는 잠쥐 어쩔겨, ㅜ.ㅡ

아, 일단 정줄 잡고.

아이맥스 3D로 봤습니다. 당연하겠지만 현실세계보다 아래 세상 3D가 더 낫습니다. 그러나 이 영화도 둘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3D보다는 아이맥스 쪽이 더 나을 것 같군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팬에게도, 팬이 아닌 이들에게도, 상반된 이유로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후자는 조금 당황스러울지도 모릅니다. 특히 “앨리스”에 등장하는 시와 말장난, 조어들을 부담감 없이 받아들여야 하거든요. 시중에 많은 번역이 나와있긴 하지만 번역가도 참 고생 많이 했겠던데요. 그리고 자막을 읽는 우리들도…눈동자 잽싸게 돌려야 합니다. 단어들이 워낙 후덜덜하다 보니 귀에 전혀 안들어와요.

장면장면과 인물은 좋았지만 스토리상으로는 약간 실망스러운 작품이었습니다. 끝.

 덧. 흑, 내가 사랑하는 공작부인과 후추 좋아하는 우리 가정부 아줌마 안나왔어. 엉엉. 후추우. ㅠ.ㅠ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2010) 보고 왔습니다.”에 대한 6개의 생각

  1. 아프

    3D보다는 아이맥스? 3D보다는 2D?
    자막은 디지털 3D는 노란색 자막이고 화면 중앙에 물체나 사람이 있으면 비껴서 자막이 나와서 보는게 큰 불편함이 없다고 하더군요. 그리고 그 차이는 아이맥스와 일반이 아니라 필름과 디지털의 차이인 듯.. 아이맥스 3D는 필름도 두 개 영사기도 두 대이니까 자막을 넣기가 애매하긴하겠네요. 광주에 있는 아이맥스 디지털은 자막이 보기 편하다는 소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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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으음, 그러니까 자막을 필름에 새기는 게 아니라 영사로 보내기 때문에 흐릿하다는 건데, 아이맥스와 논디지털 필름이 겹칠때만 그리 되는 건가? 하지만 아바타도 자막이 흐렸는데, 그 녀석은 따로 말이 없었어도 디지털이 맞는 거잖아? 헷갈리네, 이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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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디오티마

    기사 같은 모자 장수, 칼 휘두르는 잠쥐… 너무 디즈니스러웠어요.ㅠㅜ
    너무 많은 기대를 하고 있었나봐요. 스토리가 팀 버튼스럽지도, 기괴하지도, 독특하지도 않았어요. 배우들은 다 좋았는데 말이에요. 체셔 고양이의 꾹꾹이 보고 귀여워 꺅꺅거린 1人이에요.ㅎㅎ
    하얀 여왕이 부엌 들어갈 때 공작부인 나온다고 좋아라 했었어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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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그래도 모자장수는 조니 뎁 씨 때문에 상쇄되었는데, 잠쥐는 정말…-_-;;;; 역시 너무 기대가 컸었나 봅니다. 전 그래도 캐릭터들은 마음에 들었어요. 특히 헬레나 씨는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생각하고요. 앤 헤서웨이도 어찌나 웃기던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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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약토끼

    전……… 하얀 여왕이 제일 좋았어요……..

    쓰리디로 가장 좋았던건요… 어째서 영화 시작전의 디즈니 타이틀 영상일까요…-or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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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동작 하나하나가 정말 기절할 정도였지. 으하하하핫.
      난 쓰리디로 볼때 가장 좋은 건 영화 시작하기 전에 숫자로 카운트다운 세는거.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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