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PerNatural]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6.

중요한 장면은 생략해주는 센스.
 
나마리에 님의 팬픽 ‘헤븐 앤 헬 컴퍼니’ 설정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M_[SPN]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6.|less..|
헤븐 앤 헬 컴퍼니 사무실에는 월요일 아침답지 않은 고요한 적막이 흐르고 있었다. 수수께끼 같은 일이었다. 보통 이맘 때쯤이면 알바생 딘이 카대리의 컵을 또 하나 깨먹고, 우대리한테 야단을 맞고, 늙고 마모된 부품 마디를 호소하는 복사기를 두들겨 패서 삶과 노동의 고난을 가르치고, 총무부의 일주일 간식을 진작에 동내고 마케팅부까지 원정을 나갔다 온 다음, 실없는 농담과 햇살같은 바보 웃음으로 사무실을 들뜨게 만들어야 했다. 아침부터 불만이 잔뜩 비져나오는 얼굴로 책상 머리에 앉아 연필로 달력을 쿡쿡 찌르고 있는 딘의 모습은 마치 낡고 구깃한 코트 대신 늘씬하게 빠진 아르마니 양복을 걸치고 깨끗히 면도한 새파란 턱에 머리카락은 젤을 발라 말끔히 넘기고 미백 치료의 산물인 새하얀 이빨을 반짝이며 다크서클이 사라진 얼굴 가득 느끼한 정치가용 미소를 띄우고 있는 여피족 카대리를 보는 것 만큼이나 낯설었다. 어쩌면 이는 세계 멸망이 머지 않았다는 징조인지도 몰랐다.

카대리는 상사된 도리를 발휘하여 지구와 인류, 혹은 적어도 같은 사무실 직원들만이라도 이런 초자연적인 재난으로부터 구원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러나 악마같은 알과장의 번득이는 시선 아래 숨쉴 틈도 없이 서류에 코를 들이 박고 대차대조표를 검토해야 했던 카대리는 하루 종일 사장아들 샘이 들락날락거리는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점심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딘을 옥상으로 데리고 올라갈 수 있었다.

“딘, 자네 오늘 아침 못 먹었나?”
자상한 카대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설마요.”
카대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럼 혹시 무슨 고민이라도 있나?
“아뇨, 전혀요.”
딘은 여전히 부루퉁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니면 지난 주말에 마음 상하는 일이라도 있었나?”
이번에는 아무 대답도 없었다. 카대리는 소심하게 덧붙였다.
“음, 혹시 내게 말하고 싶지 않다면 애나 부장님께라도…”
“그게 아니라요, 샘 자식이 계속 치사하게 굴잖아요.”
갑자기 딘이 울컥 하고 소리쳤다.

“응?”
“자기가 먼저 깔려주겠다고 꼬셔놓고는 발정난 개처럼 달겨들었다고요. 처음에 복사실에서도 그러더니만 사람에 대한 배려가 없어, 배려가. 받는 게 있으면 줄줄도 알아야지. 겨우 한 번이 뭐야, 한 번이. 흠, 하긴 테크닉은 쓸만 했다. 그러니까 그나마 참았지.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사람을 그렇게 밤새 혹사시켜도 돼요? 근육질이면 다냐고. 하마터면 깔려 죽는 줄 알았네. 평소엔 소심한 놈이 침대에선 대체 왜 그래. 그리고 잘못한줄 알면 반성이라도 있어야지. 아무리 미안하다고 말로만 그러면 뭘해, 몸으로 보여줘야 할 거 아냐. 아무리 봐도 노사장이 애를 너무 응석받이로 키운 거 같아요. 자고로 애는 어렸을 때부터 스파르타식으로 제대로 가르치지 않으면 이꼴 난다니까요. 아무래도 이 기회에 따끔하게 교육을 시켜줘야겠어요.”

카대리는 두 눈을 꿈벅거렸다. 잠시동안 행동 불능에 빠졌던 순진무구한 카대리의 회색 뇌세포가 정신을 차리고 활동을 재개하려는 순간, 어디선가 번개처럼 나타난 우대리가 카대리의 코트 목깃을 움켜쥐고는 막대기처럼 뻣뻣하게 굳은 카대리의 몸을 질질 끌고 빛의 속도로 사라졌다. 딘은 다시 시무룩한 얼굴로 옥상 난간에 턱을 괴고 하늘을 쳐다봤다.  

“진짜로 셰비 임팔라를 사준다면 이번만큼은 용서해줄지도 모르지만.”


++++


….이 이야기 대체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여긴 누구? 나는 어디? 애가 야근하다가 정신이 나갔나?

앗차, 히로인 앞에는 대개 “비운의”라는 수식어가 붙습니다, 대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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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PerNatural] 헤븐 앤 헬 컴퍼니 – 일상 Scene 6.”에 대한 10개의 생각

  1. 나마리에

    카대리 너무 불쌍해!!!!!!!!!! ㅠㅠㅠㅠㅠㅠㅠㅠ
    (바람 같이 나타난 우대리, 멋지당. ㅋ )

    샘.. 저번 화에서 힘내라고 응원해 줘더니, 너무 힘 썼잖아!
    아놔, 미치겠네.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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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딘이 워낙 오는 인간 안 말린다는 성격이라 밀어붙이면 넘어간다오. 사실 샘이 현명한 게야. 우대리는 카대리의 수호천사….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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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딘걸

    아니 이 전광석화 같은 진전 속도는 어찌된 일이야 ㅋㅋㅋㅋ 역시 사장 아들 샘, 추진력하나는 알아줘야 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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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as

    헉! 이럴 수가. 카대리에 대한 딘의 사랑은 오직 플라토닉인 건가요 그런 건가요 ;_; 그런데 왜 중요 장면은 생략이죠……

    우대리님 멋있어요 화이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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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아뇨, 저 놈은 그냥 아무 생각도 없는 겁니다. -_-;;
      흑, 그게 아니라 제가 바람둥이 딘한테 카대리님을 차마 못주겠어요!! 상처받고 버림받을 거 같아요!!! ㅠ.ㅠ 우대리라도 붙여놓지 않으면 안심이 안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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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나비날개

    아니, 언제 소리소문도 없이 새미랑 저정도까지 진도가 나간건가요?! 전 사장아들 새미가 좀 더 찌질(?)댈줄 알았는데 말이죠.ㅋㅋㅋ 그런데……카대리한테 ‘비운의 히로인’ 너무 잘 어울리는데요?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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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소심늘보

    아니, 샘이 이렇게까지 전광석화와 같이 빠른 손의 소유자였다니! 놀랐습니다. 더불어 즘생같은 샘의 응응씬과 참 간질보들흐뭇했던 딘의 응응씬이 떠오르며 얼굴이 붉어졌다는 것은 비밀이에요.///

    그나저나 우리 비운의 히로인 카대리님. 나중에 정신을 차리시고 자신이 들었던 말을 깨달으면 현실을 잊기 위해 모든 에너지를 야근에 쏟는게 아닐까요? 흑흑흑. 우대리님. 우리 카대리님을 좀 많이 위로해주세요.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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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Lukesky

      샘이 빨랐다기보다는 딘이 아무 생각도 없었달까요. ^^* 자기 좋다는 놈은 다 좋다는 녀석이라. 알고보면 샘의 앞날은 전보다 더 험난해졌을지도요.
      아흑, 우리 카대리 어케하면 좋죠. 순수하게 지켜드리고 싶은데, 막 괴롭히고도 싶고. ㅠ.ㅠ 비빌 언덕이 우대리밖에 없다니,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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