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니 토드” 보고 왔습니다.


일주일 이상 버텨 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겠더라고요.

참고로 저는 뮤지컬을 본 적이 없으며, 원작에 대해서도 그냥 영국의 옛 이야기 중에 그런 게 있었더라 정도입니다. [그러고보니 엿보기 구멍에 시체 버리는 구멍까지 나오니 닥터 홈즈가 생각나더군요.]

제게 있어 이 영화의 가장 큰 의의는 이겁니다.
“팀 아저씨, 아저씨 유머 감각이 돌아와서 정말 기뻐요…ㅠ.ㅠ”
얼마동안 작품을 줄줄이 내주시긴 했지만 그 녀석들은 역시 형광색 설탕물을 너무 입혀놓았지 말입니다. ㅡ.ㅜ 오랜만에 그 기괴한[이라고 해야할지 제 취향이라고 해야할지] 유머감각을 맛볼 수 있어 정말 기뻤어요. 화면은 조금 오버한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요.

뎁 씨에 대해서는 말하면 입아프니 대충 패스. 머리 스타일과 다크 서클 때문인지 간혹 베토벤이 생각나서 미칠 뻔 했지만, [베토벤이 맞을까요? 계속 누군가가 떠오르는 데 모르겠단 말입니다. ㅠ.ㅠ 앗! 맞아요! “슬리피 할로우”의 크리스토퍼 씨군요!] 우려했던 노래도 연기로 커버하시더군요. [뭐든 못하겠어. ㅠ.ㅠ ] 조금만 더 눈이 번득여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광기보다는 역시 비극이 더 중요하니까요. 크으,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른 그 때의 대사, 정말 좋았어요. ㅠ.ㅠ

헬레나 씨는 물이 오르셨더군요. 역할이 너무나도 잘 어울려서 할 말을 잃었습니다. 완벽해요. 저런 외모에, 저런 성격의 캐릭터 속에서도 이 아주머니는 저렇게 가련하고 비극적인 기색을 끌어낼 수 있단 말이죠. [“전망좋은 방” 보면서 누가 이걸 상상이나 했겠습니까만은.] 노래도 매우 귀엽습니다. 아주 마음에 드는 캐릭터예요.

그건 그렇고 진작부터 알고 있던 사실이긴 하지만 팀 아저씨는 여자 취향이 너무 뚜렷하고 브라이언 싱어 군은 남자 취향이 너무 뚜렷해요. -_-;;;;; 조안나 역의 제인 와이즈너 양, 옆모습이 크리스티나 양을 연상시키더군요. 꾀꼬리가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가 마음에 들었습니다.

앨런 씨…..ㅠ.ㅠ 이런 젠장, 내 살아 생전에 뎁 씨와 릭먼 씨가 이중창을 부르는 모습을 보게 될 줄이야!!!!!!!! 복받으세요, 팀 아저씨!!! 정말 솔직히 말하자면 전 뎁씨의 웅얼웅얼보다는 릭먼 씨의 우아하게 비꼬는 어조 쪽이 더 취향이라 말입니다. 게다가 저런 목소리를 갖고 있는 주제에 한번 찌질하기 시작하면[“러브 액추얼리”를 보세요] 한없이 찌질해질 수 있다는 게 엄청난 점이죠.

예, 여하튼 매우 즐거웠습니다. 여건만 된다면 한번 더 보고 싶은데 과연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뮤지컬에 비해 노래가 몇 곡 빠졌다고 들었는데, 그렇다는 건 역시 인물이나 배경의 설명이 많이 축약되었다는 의미일까요.
그리고 첫 장면의 피는 너무 형광색이잖아요. 조금만 더 적갈색이 섞였더라면 좋았을 것을. 끈적거리는 건 무지 좋았지만.

제일 마음에 들었던 건 역시 스위니 아저씨와 러빗 부인의 “어떤 파이 드시겠어요 송” ^^* [근데 진짜 제목은 뭐래요?]

덧. “에일리언 vs 프레데터”를 극장에서 본 인간으로서, 2편도 보러가야 할지 고민중입니다. 코웃음을 치며 포기하려고 했는데 옆에서 그래도 2편 스토리가 더 나아요, 라는 소리를 듣고 호기심이 동해 버려서리. 흑흑흑. 이건 누군가를 꼬여서 낄낄거리며 봐야 할텐데 과연 자진하여 꼬일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군요. -_-;;
덧2. 주변에서 “이블 데드” 뮤지컬을 보러 가자는 소리가 들려오고 있습니다. 언제까지 할까요, 이거? 뮤지컬은 설 끝나고나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은데, 흑흑흑.
덧3. 히스 레저 군이 사망했다는 오늘 아침의 그 날벼락 같은 소리!!! 열렬한 팬은 아니었지만 “다크 나이트” 사진 보면서 좋아서 배배꼬고 있었는데! ㅜ.ㅠ 헐리우드도 슬슬 약물 이야기를 심각하게 해 봐야 할 때인 것 같습니다.

“스위니 토드” 보고 왔습니다.”에 대한 9개의 생각

  1. 오우거

    AVP2를 피팔아 얻은 표로 본 감상은, 좀 말리고 싶슴다… 스토리는 몰라도 긴장감이 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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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캣시스

    넘버가 몇개 빠지긴 했는데 스토리 이해에는 별 지장없는 수준인 것 같아요. 앙상블 부분이 많이 생략되고 안소니와 조안나 커플이 비중이 좀 줄었는데 걔네는 원래 비중이 좀 적어서(…) 제가 아쉬웠던 건 발라드 오브 스위니 토드가 그냥 음악으로 처리된 거랑 스위니가 편지쓰는 장면의 앙상블이 빠진 것 정도예요.
    그리고 어떤 파이를 드시겠어요 송은 Little Priest 랍니다: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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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191970

    극 시작할 때와 끝날 때 다 같이 부르는 발라드 오브 스의니 토드가 사라진 건 정말 아쉽죠.ㅠㅠ 그 노래 정말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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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금빛고양이

    본문과 관련없는 내용입니다만, 최유기 리로드 건락 보컬앨범 2를 구했는데 필요하시다면 드릴까 해서요.
    피박에 올려놓았고, 다운 URL은 http://down.pdbox.co.kr/4wl196_o6ij 입니다:3 이번에는 히랏상과 코스기상이 듀엣을 하셨더군요^^
    즐겁게 들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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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lukesky

    오우거/ 으음, 긴장감이 없다는 건 일방적이라는 의미인가요
    비밀글/ 내 지식은 클래식에만 한정되어 있어 지나치게 능력부족야. 덧붙여 스타워즈는 취미생활로만 남기고픈 작은 소망도.
    캣시스/ 앙상블. ㅠ.ㅠ 음, 그 커플은 왠지 장발장의 코제트 마리우스 커플을 연상시키더군요. 앗, 감사합니다. 그런 제목이었군요.
    191970/ 오오, 한번 구해서 들어와야겠군요. 하긴 제목만 들어도 중요한 곡처럼 들립니다.
    비밀글/ 우아아악! 감사합니다!!!!! 아이고오, 이렇게 감사할데가.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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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eponine77

    우선 원작보다 노래 양이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토드와 러빗 부인 이외의 사람들은 비중이 확 줄어버렸지요. 이번 팀아저씨와 조니의 이번 영화가 맘에 들면서도 역시나 아쉬운 것은 바로 음악 문제입니다. 음악 분량이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스위니 토드가 노래가 워낙에 살인적으로 어려운 수준이라서요.(음폭이 넓은 것은 아닌데, 여간 음악 훈련이 되지 않으면 쉽게 부르기 힘든 현대음악 색채의 기기묘묘한 음계랄까요? 그것도 딱 말과 분위기, 음악의 혼연일체 스타일이죠. 손드하임의 뮤지컬이 좀 그런 면이 있어요.) 아무래도 영화배우 버전으로 듣기에는 ost가 좀 심심하게 여겨지는 것은 어쩔 수가 없더라고요. 이 작품은 영화 ost 말고도, 구할 수 있는 ost가 세종류, 실황 dvd가 한 종류 있습니다. 궁금하시면 you tube에서 sweeney todd 쳐 보시면, 생각보다 많은 자료가 뜹니다. 실황 dvd 발췌본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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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theadadv

    끄응… 멜 주소를 알려주면 1차 견적을 보내줄게… VGA 나 램을 줄이거나 해야할듯… 그래도 예산이 넘어가서 43… 모자라는 것은 기존 시스템의 램과 하드를 팔아서 … 충원하고 새로 하드를 두개 사는 쪽으로 가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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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lukesky

    eponine77/ 기기묘묘한 음계! 뮤지컬 음악을 들어봐야겠군요. 확실히 귀에 쏙 들어오는 음악은 아니었어요. 멜로디가 좀 복잡하더라구요. 역시 유튜브란 좋은 곳이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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